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전설의 도시락

나도 도시락 조회수 : 1,614
작성일 : 2013-12-05 14:45:50

도시락 논란글을 보면서 그 당시 우리 학교 최대의 화제거리였던 제 도시락이 떠 올랐어요.

도시락 하나는 대통령 딸도 부럽지 않게 싸 주셨거든요. 점심 저녁 두끼를 먹으니 반찬 10가지, 국 별도,  과일과 커피, 유자차나 생강차가 든 보온병 2개...도시락짐이 너무 많아서 책은 사물함에 넣어두고  등교길엔 도시락만 가져갔어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보온 도시락이었고, 일제 도시락 통이었는데 저 말고는 그 어디에서도 그런 도시락통을 든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도시락이 상징하는 만큼 엄마는 극성이셨어요. 아침에 7시에 학교앞까지 운전해서 데려다 주시고, 자율학습 끝나는 밤 12시에 학교앞에서 기다리고 있고, 제가 깨어 있는 시간엔 언제나 제 등 뒤에서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같이 깨어 있으셨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새벽기도를 다녀와 우리를 깨워 등교준비 시켜 데려다주던 엄마...오빠 고등학교 3년, 저 고등학교 3년 총 5년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다는 그런 극성엄마...제 나이가 40이 넘었으니 그 당시로는 엄청난 치마바람이었어요. 그런 엄마 때문에 숨 막힐 것 같을 때도 많았지만 어쨌든 전 강한 멘탈의 소유자인지라 무사히 공부 마치고 좋은 대학 갔어요.

 

이제 세월이 지나고 저도 애를 키우고, 엄마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되고, 좀 더 깊은 가정 속사정을 알게 되고 보니 이제야 엄마가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그 무렵 엄마가 사기를 당해서 당시 4억돈을 날려 아빠와의 관계가 위태로웠고, 지금도 4억은 큰 돈인데 그 때 당시로는 아파트를 몇 채를 살 수 있는 큰 돈을 날린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엄마가 되어 날 좋은 대학에 보내는 걸로 집안에서 입지를 다지고 싶어했고, 타고난 손재주라고 없는 엄마가 일식, 중식, 한식, 양식 요리학원을 겹치기로 다니면서 매일 상다리 부러지는 밥상을 차리셨고, 결국 제 도시락은 정말 "한"의 결정체였던 거에요. 오늘은 팔보채 먹을래 라고 말만 하면 바로 식탁에 팔보채를 차리던 엄마는 사실 김장 열포기도 버거워하는 잼병이였어요. 지금은 된장찌개 끓이기도 귀찮아하세요.

 

인생의 반전은...시어머니는 우리 엄마보다 더 많은 "한"이 있으시고, 또한 그걸 자식사랑과 음식으로 승화하신 분이시라는 거....우리 엄마의 매일 도시락 반찬 10개는 비교도 못할 정도의 극성을 선보이셨어요. 

 

그런 최강 극성 엄마 밑에서 자란 남편과 저는 음식에도, 사교육에도 완전 초연한 그런 부모가 되었어요.

IP : 223.195.xxx.12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넘 재밌어.
    '13.12.5 3:01 PM (58.237.xxx.199)

    글 아주 재밌으십니다.
    웃고 갑니다~

  • 2. 초연...
    '13.12.5 3:09 PM (115.91.xxx.11)

    끝부분 재밌어요. 초연하게 된 사연이요~

  • 3. ㅎㅎㅎ
    '13.12.5 3:34 PM (14.39.xxx.11)

    마지막 줄에서 웃었어요
    허무 개그 같아요 ㅜㅜ

    그래도 훌륭한어머님이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9585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제해결력을 어떻게 보세요? 10 현자들께 질.. 2013/12/05 654
329584 이런 주교님이 계신줄 몰랐네요. 6분안되는 영상 보세요 4 지학순주교님.. 2013/12/05 993
329583 청와대와 케빈코스트너의 노웨이아웃 4 비열한정부 2013/12/05 1,024
329582 82쿡 사진이 x로 보여요..아시는 분 꼭 부탁드려요..굽실~~.. 사진액박 2013/12/05 485
329581 캐나다 구스 80만원 이상이라 깜짝 놀랐어요. 5 .... 2013/12/05 2,207
329580 전설의 도시락 3 나도 도시락.. 2013/12/05 1,614
329579 살림 잘하고 싶어요. 선배님들 팁 좀 알려주세요^^ 5 panini.. 2013/12/05 1,735
329578 옛날에는 다자녀라 도시락 싸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11 ㅇㅇ 2013/12/05 2,230
329577 미스코리아 임지연 정말 예쁘네요 13 크하하하 2013/12/05 7,197
329576 손이 빨개서 만져주고 싶어요. 3 영도는 왜?.. 2013/12/05 1,146
329575 sky대학 경영학과나 의대 남자들 정도면 32 :~ 2013/12/05 9,827
329574 귀여운새댁 3 붕어빵 2013/12/05 1,429
329573 강쥐들 얇은 패딩 집에서 입혀서 지내게 하시는 분들 있으세요? 17 // 2013/12/05 2,048
329572 내딸이라면... 9 질문 2013/12/05 1,893
329571 어느 스님의 좌파선언~~ 3 참맛 2013/12/05 1,014
329570 우장산아이파크 5 잘살자 2013/12/05 2,123
329569 저도 도시락 이야기 하고 싶어요. 6 도시락 2013/12/05 1,502
329568 요즘 환기 하시나요? 4 2013/12/05 1,457
329567 에효ㅠ성적이 뭔지 74 초등1맘 2013/12/05 8,600
329566 운동하시는 분들께, 혹은 해보신 분들께 여쭤봅니다 8 // 2013/12/05 1,267
329565 일본 학습원대학 어떤 곳인가요? 2 2013/12/05 1,103
329564 제가 진상인건지 봐주세요 7 렌즈 2013/12/05 1,979
329563 갓김치 먹고 코가 매워요. 5 입맛 2013/12/05 1,542
329562 칠순식사하기 좋은 강남 한정식집 한곳만 추천해주세요. 2 강남 한정식.. 2013/12/05 1,943
329561 집이 안나가는 이유가 뭘까요? 24 gb 2013/12/05 4,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