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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해 준 이야기

*^^* 조회수 : 4,947
작성일 : 2013-11-12 21:19:49

학교에서 무슨 특강이 있었나봐요.

"엄마 오늘 학교에서, '엄마에게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여러 가지 항목을 내 주시고

자기가 들어본 이야기는 동그라미 쳐보라고 했는데 나는 딱 하나 있어서 동그라미 쳤어"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속으로 뜨끔했죠. 평소에 말 곱게 하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있었을 테니..

그래서 뭔데? 하고 물었더니 아이의 대답은

"방 청소 해"

순간 휴..하고 안심했습니다.

 

아이가 받은 종이에 적힌  항목 중에는

"너는 왜 이렇게 못하니"

"너 같은 애를 내가 왜 낳았는지 몰라"

"어휴 지긋지긋해"

"저리 좀 가"

등등..이런 말들이 있었대요.

그러면서 진짜 그런 말을 하는 엄마가 있냐고 물어오네요.

저는 그냥 빙그레 웃었어요.

 

아이에게는 하지 않은 말이지만

사실 저희 엄마는 저에게 위에 제시되었던 것보다 훨씬 심한 폭언 폭행을 마구 일삼았던 분이었어요.

뺨 때리는 건 너무 자연스러웠고

"너같은 건 낳자마자 엎어 죽였어야 한다.."이런 말도 아무렇지 않게 제 얼굴 보고

아빠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빠 닮았다는 이유로 제게 맘껏 쏟아냈던 분이죠.

언젠가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됐을 때

엄마가 아빠랑 싸우다가 말리던 저를 보더니 갑자기 신발을 들어 제 얼굴을 내리쳤는데 제 입술에 맞았어요.

진짜 신기하게도 입술이..요술 부리듯이 순식간에 공기빵처럼 부풀더군요.

그게 너무 신기해서 아픈지 뭔지도 모르고..멍 하니 서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엄마가 저를 때린 후 사과한 것은 그 때가 유일했어요.

다음날까지 입술이 딱다구리처럼 부풀어 있었는데..그걸 보고 엄마가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냥..왜 엄마가 나에게 사과를 하지..이런 느낌이었어요.

엄마는 늘 나에게 가혹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가끔씩 엄마가 제 어깨를 안으려고 하면 (아마 엄마가 술 마셔서 취했을 때였을 거에요)

저는 그게 그저 어색하기만 했어요. 그냥 도망가고 싶은 마음뿐.

너처럼 멍청한 아이는 처음 본다. 그것도 모르냐. 이런 머저리.

네까짓게 어떻게 대학을 다닐 수 있냐. 식당 종업원이나 할 팔자지.

이런 폭언을 늘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스물 다섯 살 쯤 되었을 때 나를 때리는 엄마에게 드디어 반항했어요.

때리는 엄마 손목을 잡고

"내가 이렇게 맞고 살 이유가 없다"하고 분명히 말했거든요.

그 뒤로는 때리지 않더군요.

그 대신에 금전을 요구해왔고 원하는 만큼의 금전을 못 드리면 폭언을 했습니다.

대학교 때 저..한 달에 3만원 용돈으로 살았고(80년대 후반이에요)

취업한 후 40만원 정도의 월급을 엄마 드리고 저는 5만원으로 회사 다녔습니다.

이쁜 옷 한 번 못 입어보고 20대를 보냈지요.

그러다가 너무나 착한 신랑을 만나 결혼을 했고

너무나도 이쁘고 착한 딸을 얻었습니다.

우리 남편이랑 딸을 생각하면 지난 어두운 과거쯤 다 잊을 수 있을 만큼요.

엄마는 이제 나이가 많이 드셔서 힘 없는 노인이세요. 이제는 제게 미안하다고 합니다.

저는 엄마도 힘들어서 그런 거 이해한다고 했고요.

그게 사실이거든요. 그냥 남편 만나 사는 동안 사랑 듬뿍 받고..딸 키우면서 행복하다보니 과거는 다 넘어가지네요.

우리 딸이 저에게 어제는 또 그래요.

"엄마 친구들이 내가 엄마한테 한 번도 맞은 적 없다니까 아무도 안 믿어. 친구들은 엄마들이 야단칠 때 때린대"

저는 또 빙그레 웃으며 딸을 안아 줬어요.

"이렇게 이쁜데 때리긴 왜 때려^^"

제가 예전에 엄마에게 그랬거든요

나는 나중에 자식 낳으면 엄마처럼 때리지 않을 거라고. 대화로 모든 것을 풀 거라고.

그 때 엄마는 저의 형제들과 함께 저를 비웃었어요(이게 우리 엄마의 주특기였어요, 언니 오빠랑 같이 서서 제게 비난을 퍼붓는 것을 즐겼죠.언니 오빠는 같이 동조하는 경우가 많았구요.)

하지만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같은 엄마가 되지 않겠노라는 저의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니, 지킬 것까지도 없네요. 우리 딸이 정말 착하고 이뻐서 때릴 일도 없고 험한 말 할 일도 없거든요.

지금 열 세 살 된 제 천사는 오늘부터 수학여행 가서 내일 모레 돌아옵니다.

가기 전에 매직으로 흰 종이에 "엄마 아빠 다녀올게요" 라고 쓴 종이를 책상에 놓고 갔네요.

휴대폰 금지라 목소리도 못 듣고..딸아이가 그립네요.

저는 불우한 과거에서 자랐지만..우리 딸아이는 행복한 기억만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IP : 114.204.xxx.104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1.12 9:26 PM (118.37.xxx.88)

    참 따뜻한 이야기네요
    폭력은 대물림한다고 하던데
    원글님께선 그 고리를 끊어버리셔서 원글님도 대단하고
    아마도 따님도 사랑을 듬뿍받고 자라서
    심성고운 성인이 될꺼 같습니다

  • 2. 마음이
    '13.11.12 9:29 PM (125.185.xxx.132)

    아프면서도 따뜻해지는글이네요.


    저는 하나뿐인자식이자 예쁜딸한테 안좋은 모습 보여줘서.. 반성하게 되네요..

    오래도록 예쁜 따님과 행복하세요~~

  • 3. ......
    '13.11.12 9:33 PM (180.68.xxx.11)

    따뜻한 엄마가 되어 주셔서..따님도 행복하고 원글님도 그러신거 같아 남인 저도 이렇게 좋네요.
    앞으로도 쭉~~ 행복하세요^^

  • 4. 많이 반성하게 되네요
    '13.11.12 9:35 PM (60.240.xxx.19)

    욕하면서 배운다라는 말을 실감히고 있었는데....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는 딸들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정말 앞으로는 원글님 깉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 5. ....
    '13.11.12 9:46 PM (110.70.xxx.216)

    님이 어머니께 받은 상처를 품고 따님께 또 나쁜 엄마가 되었다면 트라우마가 되물림되었을텐데..
    본인의 의지와 좋은 인연으로 정말 잘 끊어내셨네요.

    계속 행복하세요^^
    따님이 이쁘게 자라서 님만큼 좋은 엄마긴 될 거예요.ㅎ

  • 6. 찡~
    '13.11.12 9:55 PM (121.190.xxx.197)

    원글님, 참 훌륭하세요.

  • 7. 태양의빛
    '13.11.12 9:56 PM (221.29.xxx.187)

    감동적인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 폭언을 하는 어머니를 포용하고 심지 곧은 인간으로 성장한 점도 그렇고, 자녀에게 무한한 애정을 주는 것도 그렇고 님의 타고난 인격이 훌륭하지 않으면 불가능 합니다. ^^b

  • 8. ㅇㅇ
    '13.11.12 10:14 PM (115.137.xxx.154) - 삭제된댓글

    멋지시네요!

  • 9.
    '13.11.12 11:11 PM (222.100.xxx.74)

    원글님처럼 따뜻하고 다정한 엄마가 되고싶어요 글만봐도 딸을 얼마나 이뻐하는지 느껴져요 ~

  • 10. 만공
    '13.11.12 11:47 PM (203.170.xxx.167)

    원글님 존경스러워요 저도 진심으로 닮고싶네요

  • 11. 훌륭하십니다
    '13.11.13 8:55 AM (220.76.xxx.244)

    미워하며 닮는다고 하는데
    님의 인생은 정말 아름답게 펼쳐지네요.
    예쁜딸, 남편 분과 더 행복하게 사세요!

  • 12. 존경합니다!!
    '13.11.13 3:56 PM (210.223.xxx.87)

    저는 언젠가 MBC 라디오 '여성시대'의 '우리 아이 문제 없어요'라는 코너를 들으며 운전하다가 차를 갓길에 세우고 한참 펑펑 운 적이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자기를 학대했던 엄마처럼 자기도 아이에게 상처를 주게 되어 고민이라는 한 엄마에게 상담을 해주시던 소아정신과 서천석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학대의 대물림을 내 손에서 끊어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머님은 정말 훌륭한 인생을 사시는 것입니다."

    저는 비슷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갖고 있고, 현재 어린 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노력한다고 하면서도 순간순간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제 자신을 보면서 때로 좌절하고, 때로 "이게 다 엄마 탓"이라고 원망도 하는데요. 원글님 글을 보니 저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깁니다.

    원글님 글을 저장해 두고, 제가 약해질 때마다 원글님 글을 보겠습니다.
    사연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 13. ...
    '13.11.13 8:49 PM (59.15.xxx.201)

    훌륭하시네요.
    댓글달려고 로그인했답니다.
    힘든 환경을 잘 극복하셨네요.
    계속 따님, 가족들과 행복한 나나들 이어가시길.. ^^
    82에서 오랫만에 읽는 훈훈한 이야기네요.

  • 14. 따뜻해요
    '13.11.13 9:13 PM (14.43.xxx.97)

    가슴이 따뜻해져요..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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