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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청소를 해야 맘이 편해지는 마음.

remontree 조회수 : 4,314
작성일 : 2013-10-12 16:19:59

현재 두달된 아기와 열살된 딸아이엄마에요.

제가 원래 정리정돈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건 결혼전, 다녔던 회사에서도 그런 모습이 있었어요.

늘 먼지쌓인 창문턱을 닦거나, 간이탕비실을 행주를 삶아대면서 닦고, 늘 물건정리해두고, 구겨진 비닐봉지나 박스들을 크기와 색깔별로 접어서 수납하면서 지냈었어요.

그런데 그런 습관이 결혼해서도 바뀌지 않았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우리 열살된 딸은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도 그런 정리하는 습관이 없어요.

학교다녀오면 가방은 방에 내던져두고 걸치고 간 겉옷은 둘둘말아서 책상한켠에 놓아두고, 샤워하면서 벗은 양말이나 바지들은 그냥 욕실문앞에 널부러져있고, 먹은 사과접시는, 그냥 그자리에 있고.

"옷은 개켜두었니?"

"접시는 제발 싱크대에 둬라."

"빨을 옷은, 세탁기에 넣어라"

늘 같은 말의 연속이에요.

그런데도

"응, 응."

하면서도 그자리에 그냥 못박힌듯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머리는 언제 감을려고 하니?"

"할려고 했었는데...할려고~~"

언제?할려고?

어안이 벙벙해져서 그냥 서있게 되는 나..

이제 두달된 아기가 있어서 그전처럼 시간이 나지않는데도, 계속 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하고 냉장고속이든, 찬장서랍속이든, 어떤 서랍속이든 계속 크기와 용도에 맞게 정리가 되어있어야 하고 창문틀과 창문은 반짝반짝 빛나야 하고.

스텐렌스 주전자도 언제나 그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베란다틈새에도 먼지없이 깔끔한 모습을 보면서 피곤한 육신을 비로소 편안해진 마음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잠잘 시간도 없고..

그런데 우리딸은 그런저에 비하면 너무나 태평하거든요.

어쩌면 저렇게 정리를 안하고 살수있는지.

어쩌면 저렇게 학교갔다오면 겉옷도 저렇게 벗어두고 헤벌레 놔둘수있는지.

그러고도 마음이 편안한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어느날 그해답을 알았어요.

저는 일곱살이 다 끝나가는 겨울부터 고모네집에서 2년을 살았어요.

그 고모부가 절 무척 싫어하길래 고모는, 아침 다섯시부터 저를 깨워서 그 방의 모든 이부자리를 다 접고 붉은 수수가 달린 빗자루질을 한 후,무릎꿇고 물걸레질을 하면서 거실을 나가고, 신발들을 정리하면서 현관문을 청소하고 현관문을 나서면서 누각처럼 세워진 계단을 청소하면서 내려가 그길로 수돗가가 있고 장미꽃이 피어난 정원이 있는 마당을 싸리빗질하면서 나가서 대문밖쓰레기통을 비웠어요.

그게 가능하냐고요?

가능했어요.

그리고 돌아오면서 누각받침대에 있는 선인장들에게 물을 한바가지씩 주었어요.

그리고 이년뒤 단칸방을 겨우 마련한 엄마한테 저를 포함한 자매 두명이 함께 살았었는데 그때에도 쓸고닦는 생활의 연속이었어요.

그리고 학교가 일찍 끝난 토요일오후에는 햇살이 빛나는 수돗가한켠에 앉아 운동화랑 실내화를 하얗게 닦아 담벼락에 말리면 뽀송하게 말라가고 쾌청한 하늘아래 펄럭이는 빛바랜 저 빨래들.

그 청결함이 좋았고, 청소한후의 단아한 방이 좋았고, 빛바랜 깔끔한 책상이 좋았어요.

물때가 전혀끼지않은 비누함속에 말갛게 들어있는 하얀 세수비누와 그 향기.

뽀얗게 삶아 네모지게 걸린 걸레.

그런데 우리딸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네요.

휙휙 던져진 옷가지들을 정리하면서 분주한 일상속에 아무리 말해도 듣지않는 딸아이때문에 화가 나서 잠시 주절거려봅니다.

그리고,, 이런 생활의 발견도 하게되었어요.

어린시절의 환경이 불행했던 사람은 커서도 주변을 정리하면서 산다.

유독 결벽증이 있는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청소를 하지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있었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전 깔끔하게 정리를 잘하고 청소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아마.. 어린시절에 저렇게 엄마대신 집에서 청소하고 간단하게라도 부엌일을 하고 저녁나절이면 빨래를 거둬들이고 개키면서 사는 생활을 한 사람이었을거다..라는 생각을 해요.

IP : 110.35.xxx.233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밍기뉴
    '13.10.12 4:26 PM (49.98.xxx.26)

    저희 엄마가 딱 원글님모습이세요
    늘~상 쓸고 닦고 쓸고 닦고 광내고~
    아파서 지금 당장 죽는대도 싱크대가 지저분하다싶으면
    싹 뒤집어 닦아내고 정리해야 하는 반면
    저희 언니는 40평에 돐쟁이 데리고 살면서 집안에 발 디딜틈 없이 죄다 늘어놓고 살아요
    전 그 둘의 중간정도?-_-
    저희 엄마가 늘상 하시는 말씀이 "어떻게 이런 것들이 나한테서 태어났지?"

  • 2. shuna
    '13.10.12 4:28 PM (117.111.xxx.126)

    그나이에는 너무 당연한거 같은대요.
    원글님이 지나치게 깔끔하구요.
    누구나 깨끗한거 좋아하지만 치우고 정리정돈 하는건 정말 어려운거 같아요.

  • 3. ..
    '13.10.12 4:35 PM (116.124.xxx.209)

    자식은 부모행동을 보고
    그대로 닮거나
    그게 싫어서 반대가 되거나 그렇다더라구요 .
    전 저희엄마닮아 정돈 잘 못하는편..
    원글님을 닮고싶고 부러워요.

  • 4. dd
    '13.10.12 4:43 PM (39.119.xxx.125)

    원글님 정갈한 분이실 것 같은 게 막 그려져요~~^^
    정리 안하는 딸내미 속상하고
    어린 시절의 뭔가 트라우마로 남은 기억때문에
    나의 정리벽이 생긴게 아닐까... 싶어서 올리신 글이지만
    저는 그저 원글님 정갈한 살림살이며 정돈된 공간이 떠올라서
    제 맘도 맑아지는 것 같네요~~

  • 5. 아니오
    '13.10.12 4:44 PM (121.166.xxx.251)

    그게 천성인 사람도 여기있어요 자매가 4명인데 둘은 때 원글님처럼이고 나머지 둘은 보통이예요

    어렸을때 도우미언니가 있었고 잘사는 편이었는데도 타고난 천성이라 이런 제가 싫은데도 어쩔수없더라구요

  • 6. .. . .
    '13.10.12 4:48 PM (175.223.xxx.13)

    천성이예요.
    천성 아니면 안해도 되는 상황에는 안해요.
    귀한 막내딸 제 방 하나 안치웠어도 파리 낙상하도록 사는 사람 있어요.

  • 7. ^^
    '13.10.12 4:51 PM (112.149.xxx.53)

    제 또래이신것 같은데 어려운 시절에도 잘 견디시면 좋은 습관이 몸에 배이셨네요 ^^
    아마 따님은 지금은 몰라도 커서 어머님 모습 그대로 살림하실듯 해요. 말로 하는 잔소리보다 매일 보고 듣는것이 습관이 되더라고요. 글도 너무 깔끔하게 쓰셔서 저도 청소하고싶어지네요.

  • 8. 깔끔한건 좋은데
    '13.10.12 4:53 PM (180.65.xxx.29)

    원글님은 강박증 같아요

  • 9. 24
    '13.10.12 5:29 PM (221.164.xxx.106)

    딸한테 좀 시키세요
    요새 남녀다 집안일 잘 못해서.. 나중에 커서 배우려면 힘들어요. 특히 스마트폰때문에 더더욱..
    미리미리 시켜야 나중에 자취할때 고생안해요
    어느정도 이상 어지러우면 엄마가 치워주던게 습관되서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모를때까지 어지러운 자취방 많아요

  • 10. 24
    '13.10.12 5:30 PM (221.164.xxx.106)

    딸 입장에서는 안 치워도 깨끗하니까..
    좀 가르치세요 그게 가정교육임

  • 11. 안그래요
    '13.10.12 5:33 PM (211.223.xxx.81)

    그건 그냥 글쓴분 천성이 깔끔하고 부지런해서 그럽니다.
    제가 글쓴분처럼 친척집에서 더 오래 국민학교 어릴 때부터 산 적 있는데 장난 아니게 집안일 시켜먹더라고요.그 당시 대학생 삼촌이 주말에 내려오면 새벽1시까지 장장 3시간 넘게 손뺄래 하면서 청바지부터 시작해
    일주일동안 삼촌이 모아둔 양말뭉치부터 시작해 지금처럼 수돗물도 항상 나오는 시간대가 아니라서 일일이 물 퍼다가 헹구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에 방 쓸고 닦고 설거지 다 하고 그러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어릴 때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크니까 집안 일 하기가 싫어요.
    어릴 때부터 밥하고 음식 만들고 그런 게 질려서 음식도 웬만하면 잘 안 만들고 싶어지더군요.
    오히려 나이 들수록 집안 일 잘 안 하고 있습니다. 그냥 내키면 해요. 방좀 어질러져 있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나중에 치워야지 하고 그래요. 요샌 그냥 게으른 거구나 합니다. 저희 어머니도 말좀 하다가 포기하셨죠. 반면에 저희 어머니가 엄청 부지런하신데 전 그냥 어머니 안 닮았구나 합니다. 어머니도 그런 면은 당신 안 닮았다고 이해가 안 간다고 하세요. ㅎㅎㅎ생각해보니 어릴 때도 청소나 집안일 억지로 하긴 했지만 해놓고 나서 기분 좋고 그딴 건 전혀 없었어요. 결국 상황때문에 할 수 없이 한 거지 천성적으로 좋아했던 게 아니란 거죠.

  • 12. 보상심리
    '13.10.12 5:53 PM (175.223.xxx.100)

    그게 엄마가 이렇게 해놓으면 칭찬할꺼야 하며 끊임없는 사랑 갈구에서 그런거 아닐까요??
    제 주위에도 창틀이며 강박증처럼 청소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분은 언니와의 차별이 심해서 오로지 공부해서 칭찬받거나 청소를 해서 칭찬받거나 그런대서 희열을 얻었더라구요
    그러니....언니는 청소를 설렁하는 반면 ᆢ동생은 강박증에 걸려 조금이라도 완벽하지 않으면 미쳐버린다고 하던데
    그것뿐 아니라 모든 생활을 완벽하게 해야지 사람들한테 인정받는거라 생각해 ᆢ끊임없이 움직여야하고 공부에 집착해요
    그러하므로 사람들한테 인정 받는다 생각하기에 자기의 행복한 삶이 아니라 ᆢ끊임없이 자길 질책하며 인생을 비관적으로 살고
    자기가 그렇케 커왔기에 그 분 자식들도 날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처럼 살아가길 원하고 ᆢ아이의 평범한 삶은 없고 ᆢ엄마의 그늘로만 살아가게되니ᆢ성적은 자연스레 올라오나ᆢ그 어린 나이에 벌써 아이 삶이 없어지더라구요
    그 아이로 인해 본인이 칭찬을 받으니 본인은 으쓱 한가봐요
    제 3자가 보기엔 안타까움을 금할수가 없는데ㅠㅠ
    전 그래서 주위에 깔끔병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불쌍하고
    끈임없이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구나ᆢ
    부모의 영향이 얼마나 크다는걸 깨닫게 되었어요

  • 13. 어머,,,
    '13.10.12 8:16 PM (222.232.xxx.112)

    어쩜 울 시어머니랑 똑같으시네요 ㅡㅡ;
    저는 완전 따님 취향...
    근데 지금 한지붕 아래서 같이 사니
    제가 정말 넘 스트레스 받아요 ㅠㅠ
    정말 감히 흉내 내기도 힘든 그 완벽 깔끔함...

  • 14. 그냥 천성이에요
    '13.10.12 8:24 PM (59.187.xxx.13)

    쓸고 닦고 삶고 정리하고 구김이 있는 옷가지는 죄 다려야하고..
    그중에서 정리정돈이 독보적이죠.
    오남매중에 저만 그래요.
    두꺼운 종이상자에 포장지 붙여서 수납함 만들어 쓰다가 이젠 diy에 발을 들여놓고 공간에 맞게 가구들을 짜서 씁니다.
    어릴 때 책상서랍을 열면 필기구나 자 등이 마구 엉겨있는 모습에 확 짜증이 올라와서 어디서 본 적도 없었지만 칸을 만들어 크기대로 물건을 넣어두고 쓰다가 조금 더 진화해서는 마분지를 접거나 오려서 종이함을 만들어 책꽂이 빈 공간을 이용해 압정이나 스카치테이프등으로 고정시켜 사용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니의 부탁으로 언니방 책상 꾸며주던 일이 기억에 남네요. 무려 네살이나 많았던 언니는 제게 수고의 댓가로 너무너무 예쁜 편지지등을 쥐어주곤 했었죠.
    천성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정리정돈이 딱 내 맘에 맞게 되면 세상을 얻은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여행을 갈 때는 물론이고 잠깐 집을 비우게 되더라도 청소만큼은 완전무결하게 끝내놓고 나가야 맘이 편합니다.
    어느 집을 방문하게 되면 현관 앞 수북한 신발을 보게되면 맘이 불안해져서 얼른 집에 돌아오고 싶어져요. 어수선하고 복잡한 느낌을 받는다고 할까?
    반듯하고 가지런한 군대같은 우리집ㅎㅎㅎ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물건들..안정감이 들어서 흐트러지거나 방해를 받게 되면 그걸 젤 못 견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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