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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초등학교시절, 그 선생님은 왜 그러셨는지.

그런거야 조회수 : 2,401
작성일 : 2013-09-14 00:38:08

초등학교 3학년, 삼월초부터 배정된 제 남자짝꿍의 이름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ㅂㅁㅅ.

깡마른 외모에 주근깨가 잔뜩 있었고 리코더를 유독 잘부르며 날다람쥐처럼 잽싸게 돌아다니던 아이.

그아이가 그당시의 제겐 제일 무서웠어요.

수업시간중에 길게자란 손톱끝으로 허벅지안쪽살을 꼬집고 짓궂은 눈초리로 쳐다보고.

도시락반찬에 침뱉어놓고 어린이치약 뿌려두고 도망가는일도 많았고,

다른아이들에겐 꼼짝도 못하면서 날 괴롭히는 일엔 이빨을 드러내면서 즐거워했던 아이.

"쫀대기한대 먹어봐야지"

하면서 갑자기 제 뺨에 싸대기를 철컥 올려붙이고 빗자루로 사납게 때리고 도망가고 시도때도없이 발로 여기저기를 걷어차던 그 아이.

 

유월중순에 운동회가 열릴때쯤, 선생님은 우리집에 엄마가 집을 나갔다는 걸 아셨어요.

운동회가 다 파할쯤 옆집 아줌마가 그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엄마는, 당시 매일 술을 마시고 폭력을 일삼고 단한번도 돈을 벌어오지않았던 아빠에게 늘 당하는게 힘들어서 나가신거죠.

그런 어느 비오는날, 전구불이 한번은 나가서 들어오질 않았어요.

한칸짜리 하꼬방에 고인 컴컴한 저녁어둠이 서럽고 가슴아파서 서까래가  깔린 그날 저녁 문앞에 나와 엄마가 나간뒤로 한번도 밥을 먹어본적없는 슬픔을 안고 울었어요.

하도 슬프게울었는지 마침 지나가던 어떤 아저씨가 녹슨자전거를 세우고 왜우느냐고 물어보시는거에요.

그리고 전구가 안들어온다는 말을 듣곤 방에 들어가서 전구의 어딘가를 만져주니 순간 불이 들어오고 방전체가 환해졌어요.

제맘속에도 불이 들어오는 것같았죠.

아이들은, 여름에도 제가 신고다닌 털이 북술북슬 달린 겨울장화를 놀렸어요.

아무것도 먹지못한채 앉아있던 그 시절의 저는 그게 아픔인줄도 모르고 그냥 힘에 겨운 체육시간을 견디며 다음 차례에 뛸 달리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지자 아이들이 참새처럼 수런거리기 시작하는데 저는 오로지 비닐장화위에 굴러떨어지는 빗방울만 바라보면서 장화를 신고와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을 하고 앉아있어요.

그러다가 더위가 한층 물러간 가을이 왔는데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에 삐걱대는 나무복도위로 긴그림자를 비치면서 엄마가 오시는 모습이 유리창너머로 보여요.

그모습을 선생님도 보시고 얼른 달려나가 맞이하시는데

ㅂㅁㅅ란 아이에 대해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이것도 제가 고자질한게 아니고 제가 그런 괴롭힘을 당한 것을 본 동생이 엄마한테 말해준거에요.

곧 그 아인 선생님앞에 불려나가 손바닥을 맞아야헀는데 맞는 순간에도 그 증오와 미움으로 불타는 눈길이 저를 향해 꽂힌채 이글이글 타오르더군요.

그날 집으로 갈때 그 아이가 제게 다가오더니,

"난 그래도 널 괴롭힐거야."

하면서 발로 제 배를 떄리고 도망가더군요.

그렇게 1년을 힘들게 다녔고 전 또 엄마한테 말하지못했어요.

선생님께도 몇번 일렀는데도

"ㅁㅅ야, 그럼 안되는거지~휴우.."

하는게 전부였어요.

암튼 엄마가 다녀간것이 결국 소용이 없었던거에요.

이말은 선생님도 ㅂㅁㅅ의 못된 행동이 고쳐지지않았단것을 알았으면서도 그냥 모른척 하신거였다는 것을 제가 그 학교를 전학가고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고교졸업한뒤에도 몰랐다가, 아기엄마가 되었을때 우연히 깨달은거였어요.

비극은 4학년때에도 또 시작되었어요.

또 그아이와 안타깝게도 한반이었으니까요.

3학년동안 전 그아이와 내내 짝꿍을 했었어요.

그런일이 있었음에도 그 선생님은 짝을 바꿔주지 않으셨어요. 그때문에 저는 숱하게 그아이한테서 꼬집힘을 당해야 했는데 그아인 책상밑으로 손을 뻗어 허벅지안쪽을 꼬집었어요.

그당시의 고통이 얼마나 생생한지,,

열심히 필기를 하던 사회시간중에, 또 꼬집힘을 당했습니다.

얼마나 눈에서 불꽃이 뛰도록 아프고 머리털이 곤두서던지 순간 이성을 잃고 발악하듯이 달겨들어 그 아이의 짧게 깍은 홀쭉한 머리통을 쥐어뜯으며 흔들어놓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참았어요...

그렇게 했다간

분명 나의 하교길이 평탄치 않을것이고

둘째는 선생님이 "내게 말하라"는 말을 하면서 둘이 싸운데에 대한 벌을 주실것같았거든요..

전 놀라울정도로 그 쓰린 아픔과 분노를 인내성있게 참아냈지만 그 아이의 눈빛과 주근깨있던 길쭉한 얼굴을 지금도 기억하거든요.

 

가끔..

생각나는게. 그 선생님은, 왜 짝꿍을 바꿔주지 않으셨는가..

그게 홀연히 생각납니다.

그 아인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그 아이, 참 많이 무서워하고 두려워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섭고 두려운게 하나도 없는 아인데.

 

IP : 110.35.xxx.23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3.9.14 1:00 AM (220.117.xxx.64)

    선생님은 그냥 무기력하고 귀찮으신 거죠.
    그 선생님이 교직에 몸 담은 30 여년 동안 매년 교실에서 일어난
    그렇고 그런 일 중에 하나였을 뿐이니까요.
    우리들이 생각하는 스승에 대한 기대와
    그들이 직업인으로서 행하는 행위는 참 간극이 클 수밖에요.

    전 엄마로서 두 아이가 싸우면 그렇게 피곤하더군요.
    아마 그 당시 선생님은 한반 7~80명의 아이들이 (요즘은 30명 안팎이죠?)
    치고 받고 아웅다둥 하는 거에 무감각하고 무기력해졌을 거예요.
    아주 호랑이 선생님이어서 애들을 확 휘어잡기 전엔 애들에게 휘둘리죠.

    요즘도 그래요.
    아이들 간에 저런 드러나지 않는 폭력이 있을 때 자신이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면
    부모가 나서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어머님이 기왕 찾아오셨을 때 선생님께 짝을 바꿔달라 하고 그 아이를 불러 매섭게 혼을 내셨으면 좋았을 걸요.
    이래저래 원글님 어린 시절 상처가 넘 크네요. ㅠ ㅠ

  • 2. 원글
    '13.9.14 1:07 AM (110.35.xxx.233)

    그때가 80년대 시절이에요.
    그 남자애도 그랬고, 우리아빠도 그랬고, 그래서 전 남자컴플렉스가 있었어요.
    30이 다될때까지 소개팅도 못해보고 살았어요.
    무서웠거든요..^^

  • 3. 그!!!
    '13.9.14 1:14 AM (1.232.xxx.82)

    일단 그 놈 아주 못 된 놈이네요. 그리고 그 담임들 참 나쁘네요. 그 아이 성향 알고 말없고 부모님도 힘없는 님만 골라 앉힌 것 같아요. 정말 나빠요!!!!!

  • 4. 담임도 그놈도
    '13.9.14 1:30 AM (119.67.xxx.219)

    약자한테 강한 찌질이들이죠.
    별로 유쾌하지 않은 기억일텐데 세세한 묘사가 대단하시네요.
    감수성이 풍부한 시절에 좋은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아픈 상처 아물고 행복하시길

  • 5. ....
    '13.9.14 1:37 AM (61.103.xxx.197)

    제가 경험한 선생님은
    자신이 어른이고 공평한 책임자.보호자라는 사명보다는

    자기도 마치 그 반의 구성원잉양 감정이입해서
    주도권을 잡은, 자기 마음에 드는 무리는 자기 친구들 사귀듯이 대하며
    다른 나머지는 떨거지 아님 비정상적인 아이로 취급하셨던 거 같아요..

    학창시절이나 동료간에 자기편 나누고 누구는 제외시키고 하며
    인간관계.인맥 쌓고 친구 만드는 작업을..
    반에서도 아이들 사이에서도 하려고 하셨던 거 같아요..

    그 선생님도 왕따되고 싶지 않아
    주도권 잡은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였어요..

  • 6. 뭘요..
    '13.9.14 2:23 AM (220.73.xxx.185)

    전 수업시간에 딴 짓했다고 선생님한테 미친년 소리도 들었고요.
    뺨도 맞아봤어요.

    당시는 그냥 되게 기분나쁘다 이정도였는데.
    커서 생각해보니 그냥 선생자격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 7. ...
    '13.9.14 4:19 AM (211.222.xxx.83)

    참.. 돌이켜보면 저런 그지같은 선생 안만나는 것도 행운이었더라구요... 저도 만나봤어요...불행히도..

  • 8. 선생님보다궁금한게
    '13.9.14 7:31 AM (220.92.xxx.219)

    엄마는 왜그러셨대요?
    한여름에 겨울장화신고
    다녔을정도면 챙겨주는 어른들이없었는지
    어린시절 얘기가 궁금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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