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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울하고 무기력하신 분들께...저희 사무실 이야기 해드릴께요.

진이엄마 조회수 : 11,197
작성일 : 2013-09-13 09:44:37

우울증, 무기력 등으로 고민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제 사무실의 사례를 하나 말씀드릴게요.

 

몇해전에 지인통해 어느 아가씨의 취업의뢰를 받았어요. 취업의뢰라고 해도 거창한 건 아니구요 월급이 적어도 좋으니 애가 집에서 나오게 계기를 만들어 달라는 거였어요.

 

1년반전에 동생이 사고로 죽고 난 후 우울증에 빠져 있던 음대 졸업하고 작곡일 하던 27살 아가씨였어요. 음악하는 예민한 감수성에, 밤낮바뀐 생활에, 작곡이니 집에서만 활동하고, 거기다 동생의 죽음과 우울한 집안분위기..우울할 조건을 고루 갖춘 아가씨였어요. 아가씨부모님이 저러다 큰 딸마저 잃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도와달라고 해서...

 

그래서 그 아가씨는 저희 사무실에서 전공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잡심부름 업무를 하게 되었어요. 바닥 청소하고 쓰레기통 비우고 복사하고 커피타고 설겆이하고 서류 파일링하고 은행심부름하고 우편물 심부름하고 등등...주5일 9시부터 6시까지 근무에 월급은 세후 80정도...정말 작은 금액이지만 사실 우리 사무실도 굳이 그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엔 지각하는 날도 있고 멍하니 있는 때도 많아서 답답하긴 했지만...다행히 아가씨가 본인도 우울증을 극복해야 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본인도 노력하고....그렇게 1년이 지나고 보니 그 어느 직원보다 건강한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옆에서 지켜본 바 우울증 극복에 제일 좋은 건...

1. 규칙적인 생활, 특히 밤낮이 바뀌지 않아야 하고

2. 하루 세끼 규칙적인 식사...어쨌든 사무실에 나오니 하루 세끼 밥은 제시간에 먹게 되고

3. 몸을 움직여서 하는 단순한 일...사람이 누워 있으면 생각만 많아지고 몸은 가라앉게 되어 있어요

4. 이러저런 잡담을 할 동료나 친구...꼭 속을 털어 놓을 친한 친구가 아니더라도 대화 상대는 필요한 것 같아요

5. 햇볕을 쬐는 것

 

나중엔 집에서 회사까지 5킬로가 넘는 길을 운동화 신고 생수한병들고 걸어서 출근하더라구요. 작은 월급이지만 계획을 세워 쇼핑도 하고 여행도 하고 언제 자살기도를 한 아가씨였나 싶게 건강해졌어요. 나중엔 자기가 이렇게 건강한 적이 처음이라고, 다 좋은데 너무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하다 보니 음악을 못하겠다고 푸념을 할 정도였어요.

 

우울하다고 하시는 분들...일단 집 밖으로 나오세요.

IP : 223.195.xxx.120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울증도
    '13.9.13 9:48 AM (180.65.xxx.29)

    뇌의 문제 아닌가요? 직장다니는 분들중에도 우울증 있는 분들이 많아서..

  • 2. ..
    '13.9.13 9:54 AM (59.14.xxx.110)

    옆에서 원글님도 많이 도와주셨겠죠?
    그 분 멋진 노래 만들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 3. ....
    '13.9.13 9:55 AM (119.67.xxx.194)

    우울증있는 사람은 그 규칙적이고 활기차게 생활하는 게 힘든가봐요.
    우울증을 가지고도 사회생활을 하기는 해요.
    그러나 약을 먹어야 견디는 사람도 있어요.

  • 4. 어우~
    '13.9.13 9:57 AM (61.35.xxx.105)

    사람하나 살리셨네요. 원글님이 정리하신 것 모두 다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우울증 유형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런 은둔형인 경우에는 밖으로 끄집어 내야지요. 모르는 아가씨지만 힘내라고 응원하고 싶네요.

  • 5. 허...참
    '13.9.13 10:00 AM (121.172.xxx.217)

    ㅡㅡ ..
    이곳에 올리는 글들이 다 개인사 아닌가요?
    이렇게 올려서 개인 신상이 노출된것도 아니고 별 오지랖은.
    댁 같은 사람 이곳에 들어와 아침부터 다른 사람 기분 잡치게 하지 마.
    ㅉㅉ

  • 6. 가족이
    '13.9.13 10:01 AM (202.30.xxx.226)

    좋은거죠. 가족이..

    너는 왜 그모냥이냐....이런 말로 채근만 하는 식구가 아니라..

    원글님이 부탁받은 경우처럼 실질적인 도움?의 손을 내밀어 준거니까요.

    원글님이나 원글님 사무실 분위기도 여러 몫 했을거고요.

    곧 그 회사에서 지금 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내는 일꾼이 되는건가요? ^^

  • 7. 좋은의도로
    '13.9.13 10:04 AM (183.109.xxx.239)

    쓴글에도 까칠한댓글이 달릴수 있다니 또 한번 어메이징하게놀라고 가네요. 햇볕쐬고 무조건 집 밖에 잠시라도 매일 나가는거. 이게 참 중요한거같아요.

  • 8. 허걱
    '13.9.13 10:08 AM (115.136.xxx.7)

    ㅡㅡ 이사람 우울증인가봐요.
    어디서 아침부터 저런 재수없는 댓글을
    뭐 여기 올리는 글 남들 다 아는 내용 올리면 안되나? 모르는 사람 있을 수도 있지.
    그리고 개인사이긴 하지만 누구인지 실명이나 이런건 없죠. 여기 다 내가 아는 누구는,,,이런 식의 글들 아니던가?

  • 9. ..........
    '13.9.13 10:14 AM (210.97.xxx.234)

    근데 회사땜에 우울증 걸리는 사람은 어떡하죠?ㅋㅋ
    제가 그렇거든요.

    회사오면 무기력하고 우울해서 죽을 것 같아요. 일을 안할 수 없으니 하긴 하는데 정말 죽을 것 같이 괴로워하면서 꾸역꾸역하는 거죠.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 버틴다는 느낌이에요.

    전 돈 걱정없음 절대 회사 안다녀요 ㅠㅠㅠㅠ

    저 위의 아가씨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업무스트레스가 거의 없고 돈 걱정도 많지 않으니 가능한 일 아닐까요

  • 10. ....
    '13.9.13 10:44 AM (152.149.xxx.254)

    원글님 좋은 글 남기셨네요.
    원글님 사무실 분들도 다 좋은 분들인가 봅니다.
    그러니 아가씨가 우울증도 극복할 수가 있었을테죠.
    물론 그 아가씨에게 잠재된 기운도 무시못한 요인이 있었겠지만요.

  • 11. 진이엄마
    '13.9.13 11:16 AM (223.195.xxx.120)

    다행히 우리 사무실 아가씨는 스트레스가 없는 일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본인이 내 학벌에 왜 이런 잡일을 해야 하냐고 생각하면 힘들었을 텐데 다행히 그런 생각 없이 열심히 해서 고마웠어요. 2년 근무하고 모은 돈으로 유럽 배낭 여행 몇달돌고 다시 음악한다고 퇴사했어요.

  • 12.  
    '13.9.13 11:17 AM (218.39.xxx.18)

    한 가지 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런 식으로 '우울증을 개인이 극복할 수 있다'는 식의 글이 약간 위험하다고 봅니다.
    매번 우울증 이야기가 나오면 저런 개인적 극복수기 같은 글이 올라오면서
    의지를 가지고 극복 어쩌고 하는 말들을 하는데

    우울증도 병입니다.
    병은 개인이 의지를 가지고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암환자에게 병원 가지 말고 개인이 의지 가지고 극복하라고 안 하죠.
    아이가 다리가 부러졌는데 의지 가지고 극복하라고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왜 분명 똑같은 질병인 우울증을 가지고
    개인이 규칙적으로 살고 햇빛 쬐고 세끼 먹으면 낫는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골 할머니 한 분이, 매일 밭일 하시고(그러니 햇빛은 엄청 쬐심) 세끼 + 새참 드시고 사시는데
    우울증 판정 받고 서울 오셔서 치료받고 내려가셨어요.

    우울증은 '개인 의지로 극복 운운'할 차원이 아닙니다.
    그냥 우울한 거랑 우울증이랑 달라요.

    우울증 환자에게 절대 하면 안 되는 말이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라는 말입니다.

  • 13.
    '13.9.13 11:20 AM (210.223.xxx.36)

    정말 좋은 말씀. 맞아요. 그 아가씨도 참 이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4. ㅇㅇ
    '16.2.20 2:56 PM (203.255.xxx.49) - 삭제된댓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년 초에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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