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베스트 보고 생각난 어렸을 때 일

아미 조회수 : 1,927
작성일 : 2013-09-06 14:23:05
베스트에 오늘 시어머니의 글이 있네요
그 글을 읽으니 사실 여부를 떠나서 저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나요

제가 국민학교 3~5학년 때 일이예요
당시에 저희 집이 새로 지은 빌라 2층으로 이사를 갔어요
곧 지하 B01호엔 50대 후반의 부부가 이사를 오셨구요
그 댁 아저씨는 평소엔 깔끔하고 멀쩡하시고 주변 청소도 솔선수범하시다가도 술만 드시면 인성이 바뀌어서 소리지르고 때려부수고 난리가 났어요
막 신나를 뿌리네 낫을 드네 이 정도였으니까요;;
그 댁 아주머니는 좀 심술 맞아보인달까?(아님 앞으로 일어난 일 때문에 그리 보인 것인지..) 퉁퉁한 인상에 아저씨처럼 술 좋아하시고 할 말 안할 말 안 가리고 다 하고 다니고 욕도 동네에서 젤 잘 했지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번은 그 집에서 사단이 나는 게 동네 일상이었어요

그러다 그 집에 노부부가 오셨어요 머리도 하얀 말 그대로 할머니 할아버지요
아저씨의 부모님이셨어요 그 때 이미 80대 후반? 90대 초반 이셨을 거예요
아들 결혼 시켜야하는데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 부모님을 모셔온 후 부모님 집을 팔아 아들 집을 사준 거예요
이 사연을 국민학생이었던 제가 어찌 알았나? 하하... 아주머니가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어요
이 년의 팔짜가 돈이 없으니 다 늙어서 시집살이 한다면서....
한 두달은 괜찮았어요...
그런데 점점 아저씨네 부부싸움이 잦아지더니 빌라 현관에 두 노인분이 나와있으실 때가 늘어났어요
전 학교 다녀올 때마다 두 분이 나와계시니까 매일 인사드렸지요
두 분이 하얀 모시 옷을 입고 손을 꼭 잡고 빌라의 현관 돌계단에 앉아 계셨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점점 아저씨네서 들리는 악다구니가 늘어났어요
가만 듣고 있으니 아저씨한테 하는 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소리지르는 아주머니 소리예요
매일 매일 좀 나가라는 둥, 밥 벌레라는 둥...
동네에서도 아주머니를 엄청 욕하고 아저씨에게 귀뜸도 했지만
그 날 저녁엔 부부싸움이 크게 나고 다음날 아저씨 일하러 나가면 그 이상으로 노인들에게 악을 써대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겨울이 되어서도 두 노인분은 밖에 앉아계셨어요
전 너무 어려서.. 아님 철이 없었던 건지 눈치가 없었던건지..
"추운데 왜 나와계세요? 들어가세요"라고 말씀 드렸던 기억이 나요
지금에서야 깨달은 건데 그 때도 두 노인분은 겉 옷도 제대로 못 입고 나와계셨네요...하아...

결국 겨울 못 지나서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셨어요
아주머니는 그 추운 겨울에 환기를 시킨다며 노인분들 창문을 활짝 열어놨어요
학교 다녀올 때면 방 안에서 떠는 노인분들이랑 눈이 마주칠 때도 있었어요
매일매일 아주머니는 고래고래 악을 쓰며 욕했어요
빨리 죽으라며 똥칠하지 말고 가라며
어차피 할머니 수발은 할아버지 혼자 다 하시는데...
동네 사람들은 저거 정말 신고해야하지 않냐고 수근댔어요
하지만 아저씨가 또 신나라도 뿌리고 낫 들고 그럴까봐 못 그랬죠
아주머니 천벌 받을 거라고 뒤에서 욕만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초상이 났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동시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저씨 아주머니 말로는 할머니가 변을 보셔서 할아버지가 목욕시키시다가 할머니가 먼저 욕조에서 돌아가시고 할아버지가 바로 뇌출혈 일어나서 돌아가셨다나??
그래도 몇년 같이 산 이웃이라고, 노부부가 안 된 마음도 있어서 초상집에 다녀온 아버지 어머니는 아주 얼굴이 흙빛이 되서 돌아오셨어요
갔더니 아주머니가 전혀 표정을 안 숨기더라고
깔깔깔 웃으며 술쳐마시며 헤벌죽거리며 웃는데 너무 역겹다고
솔직히 그리 돌아가시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할아버지가 절망하셔서 할머니 먼저 보내시고 본인도 따라가버리신 건데 지들 욕 먹을까봐 저리 말하는 것 같다면서...
상놈 양반 따로 있겠냐만 저게 바로 상놈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면서
앞으론 저 집이랑 절대 상종 말자고 두 분이 말씀하셨어요
저한테도 사람같지도 않은 것들에게 인사도 말라고요
전 어린 마음에도 너무 무섭고 또 겨울에 현관에 앉아서 멍하니 손만 붙잡고 있던 모습이 떠올라서 그 날밤 이불 속에서 한참 울었어요
바보 멍충이 왜 몰랐을까 하구요

그런데... 정말 신이 있긴 있나봐요
그 아주머니 갑자기 당뇨가 심해지더니 초상치루고 4개월만에 오른쪽 다리가 썩어들어가 절단..
그러고나서도 계속 썩어들어가서 또 다리 자른지 3달만에 죽었어요 패혈증이라나?

개 돼지만도 못한 인간이 죽었다며 동네에서 아무도 불쌍히 여기지 않았어요

원래 당뇨가 있었는데 하필 그 때 악화가 된 건지도 모르지만, 전 그게 하늘의 뜻이라고 지금도 굳게 믿고 살아요
만약 그게 아니라면 두 노인분의 혼이 편히 가셨을까 싶어서요
저 일 때문에 지금도 전 모든지 다 자기에게 돌아오는 거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자작이나 소설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가 결혼 전까지 살았던 친정집 빌라에서 일어난 일이예요
믿지 않으셔도 어쩔 수 없죠
전 지금도 친정에 가면 빌라 지하 창문 볼 적마다 생각이 납니다
IP : 113.199.xxx.164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97745 어제 장주하가 예비시어머니께 제사에 대한 전권을 달라하던 장면 2 스캔들 2013/09/16 1,956
    297744 73세 엄마가 쳐진 눈꺼풀 수술을 하고 싶어 하세요 병원 추천 .. 9 막내딸 2013/09/16 3,481
    297743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출금하곤 카드만 가져온것 같은데 ㅠㅠ 8 ~~ 2013/09/16 2,856
    297742 제빵기용 식빵믹스로 오븐에서 식빵 만들려면 어떻게 하나요? 5 ... 2013/09/16 2,258
    297741 일연의 모들 일들은... 2 국정원 대선.. 2013/09/16 1,025
    297740 추석에도 택배올까요? 3 네이비 2013/09/16 1,283
    297739 장염 50대 아줌.. 2013/09/16 1,129
    297738 xo 소스는 어떤때 쓰임인가요? 1 조이 2013/09/16 1,653
    297737 원피스 잘 어울리시는 분들 정말 부러워요~ 9 부럽다 2013/09/16 3,386
    297736 "곽상도가 채동욱 사찰자료, 민정비서에 넘겨".. 8 김광수 공안.. 2013/09/16 2,483
    297735 애들 급식은 안전한지... 2 걱정 2013/09/16 1,271
    297734 엑셀에서 사용자지정 표시형식에 2월 2일~3월 1일 지정할수 있.. 3 ... 2013/09/16 1,198
    297733 인간 관계에서의 많은 직접 경험이 정말로 인생관을 넓혀줄까요? 15 2013/09/16 4,192
    297732 남자 아이들 운동화 어느 브랜드를 선호하나요? 19 추천좀해주세.. 2013/09/16 3,206
    297731 채동욱·청와대 민정수석 만났었다 2 세우실 2013/09/16 2,818
    297730 25평에 화장실 1개 아파트 없나요? 7 아파트 2013/09/16 2,753
    297729 추석에 시부모님모시고 홍천대명가는데요~맛집추천부탁드려요. 1 요가쟁이 2013/09/16 1,276
    297728 버스나 기차 비행기 이용하면서 대놓고 떠드는 사람들 다 모아서... 3 ........ 2013/09/16 1,392
    297727 박지원 채동욱 사찰 관련자 실명 언급 6 박통내려와 2013/09/16 1,633
    297726 대충 해석좀 해주세요 3 ㅎㅎ 2013/09/16 790
    297725 시판양념으로 돼지갈비찜 맛있게 하는 tip 부탁드립니다. 4 곰손 2013/09/16 2,522
    297724 이걸그냥~ 확그냥~ 여기저기 막그냥~ 9 ㅋㅋㅋ 2013/09/16 11,158
    297723 간검사 받으려면 동네 내과 가도 돼나요? 6 질문이요 2013/09/16 17,747
    297722 어느 대형교회 신자의 어이 없음 16 대형교회 2013/09/16 6,142
    297721 저보다 나이많고 먼저 결혼한 시동생 생일에 문자보낼려니.... 5 땡볕 2013/09/16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