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무뚝뚝한 남편의 말한마디때문에 온종일 기뻤네요.

동동 조회수 : 2,258
작성일 : 2013-06-18 23:29:15

제 남편은 표현많이 안하고 말수가 작아요.

여성성이 좀 없는 스타일이지요. 그 모습을 좋아했으나 결혼하고 살때는 솔직히 재미가 덜합니다.

결혼한지 10년됐는데.. 그정도 되니까 이제는 남편이 좀 안스럽고 그래요.

그전에는 여기 올리기도 민망한 꺼리로 투닥투닥 다투고 욱하는 남편성미때문에 (제게 폭력쓴적은 없지만...기물파손된 적 있어요) 살어 말어 하기도 했지요.

결혼초반에 선풍기도 부서지고, 냉장고 문짝도 살짝 들어갔습니다 ㅠㅠ

그런데 초반 2-3년 지난 다음부터는 그럴일은 거의 없었네요.

남편은 늦둥이라, 제 기준으로는 살가운 케어를 받지 못하고 컸어요. 어머님이 좀 옛날 스타일이고요.

게다가 남편낳으시고 건강이 안좋으셔서 남편은 도시락반찬이 늘 햄 아니면 카레 이런거였대요.

(지금도 그래서 햄을 싫어해요)

저는 화목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큰 맏이고요.

아이도 둘 태어나고 한창 손많이 가는 시기인데다 저도 일을 해서 정신이 없는데,

남편이 도시락을 싸다녀야겠다더군요. 부담갖지말고 집에서 먹는 반찬에 계란하나 부쳐서 달래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싶어 그러자 하고 싸는데, 불현듯 늘 햄반찬을 싸가던 아이(어린시절의 남편)가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구요.

저는 입이 짧아서 엄마가 늘 이거저거 다양하게 싸주시고 심지어 제가 머리카락 하나 나오면 밥을 못먹었던터라 저때매 늘 머리띠를 하시고 도시락을 싸셨죠 (엄마 미안해요 ㅠㅠ).

그냥 많이 안스럽고 그래서, 제가 어느날 "아무 걱정마! 도시락은 내가 늘 챙겨줄께!" 했는데..

안스럽게 생각하는 제 맘은, 아마 남편은 모를거에요.

저는 제 친정 가족들(부모님, 동생들)이 제 힘의 원천이에요. 그런데 남편은..형제는 많으나 외로워보이고, 오래전에 아버님을 여의고 얼마전 어머님도 돌아가셔서 이제는 우리 가족밖에 없어요.

제 남편은 결혼10주년도, 제 생일도 다 말로 떼워요. -_-

저에게 원하는거 물어보고 하라고 하는데, 제가 딱히 갖고싶은것도 없고 그래서

가방 혹은 편지와 꽃 둘중에 하나 해! 라고 했는데

생각해볼께...라고 한 이후 몇달이 지났네요. (편지와 꽃은...남편의 취약한 부분이라...)

그냥 살면서 이런저런 작은 행동들 보면 분명 저를 생각하고 아끼는데

(제가 무슨말 하면 기억을 하고, 제 말을 좀 크게 생각하더군요. 제 여동생왈 형부는 투덜대면서도 결국은 언니 원하는대로 다 한다네요 ㅎㅎ)

로맨틱 지수 이벤트 지수 제로 사나이랍니다.

 

그러던 이사람이.....헥헥...사전정보를 쓰다보니 넘 길어졌네요.

오늘..오늘...

 

어쩌다 잠시 둘만 있게 되었는데....

저를 안더니 "나는 **(자기만 부르는 제 별명)밖에 없어..." 라고 하네요 ㅠㅠ

으아...

이말이 왜이리 마음을 울리는지...엉엉엉...

제가 가끔 제 동생과 제 직장베프에게 남편흉 곧잘 봤던게 좀 미안해집니다.

남편, 나도 더 잘해주께.

그런데 여기서 더 잘하긴 힘들듯 혀...

IP : 39.116.xxx.1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죠
    '13.6.18 11:34 PM (122.40.xxx.41)

    그런게 행복이죠.
    맬맬 이 기분으로 사시길^^

  • 2. 부부화목의 비결
    '13.6.18 11:38 PM (180.182.xxx.109)

    저기 님...
    저 님한테 한수배워요...
    먼저 베푸시네요...
    님은
    남편의 아내가 아니라
    엄마세요...
    나이드신 분이 남편을 아들로 생각하라 하던데
    전 죽어도 그게 안되던데
    님은 그게 되네요...
    님마음엔 남편을 용납하고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있는거에요.
    살면서 왜 남편에게 서운하지 않았겠어요
    그럼에도 남편은 품어주니 남편이 감사해 하며 님에게도 베풀려 하는거죠..
    님은 참 지혜로운 아내세요..
    남편은 왕으로 만들어주고 왕비가 되는 여자세요.....

  • 3. ^^
    '13.6.18 11:41 PM (218.148.xxx.1)

    님 너무 이쁘시다, 마음도 이쁘시고 ^^
    행복하세요 늘!!

  • 4. ^__^
    '13.6.18 11:56 PM (117.111.xxx.46)

    원글님이 이쁜맘으로 남편분을 위해주니
    그걸 아시고 고마워 하시는거죠^^
    행복하시겠어요
    이쁘게 사세요~~두분~~~

  • 5. 이 정도면
    '13.6.19 12:12 AM (1.245.xxx.149)

    자랑계좌 입금은 하신거죠? ㅎㅎ
    비 와서 우중충한 밤이 필크빛 달달함에 밝아지네요...
    쭈욱 행복하세요----

  • 6. ㅎㅎㅎ
    '13.6.19 12:53 AM (121.188.xxx.90)

    글만읽어도 행복이 느껴지네요.ㅎㅎ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원글님께서 남편을 아껴주시니 남편분도 원글님의 정성과 그 마음을 분명 알고계실거에요.
    항상 행복하세요~~

  • 7. ㅠㅠ
    '13.6.19 11:31 PM (39.116.xxx.16)

    덧글들 보니 무척 부끄럽네요.. 어쩐지 과찬받은거 같기도 하고.
    내일 출근해서 자랑계좌에 입금할께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66789 한구원자력에서 만든 프로폴리스 어때요? 5 프로폴리스 2013/06/19 1,132
266788 운전할 때, 하이힐 신으면 위험한 이유 12 손전등 2013/06/19 2,372
266787 물건을 팔고 싶은데, ............ 1 토마토 2013/06/19 608
266786 11번가 해외 구매대행 믿을수 있을까요? 1 .. 2013/06/19 1,129
266785 빌라 매매시 부동산에 법정수수료 이상 지불해야 하나요? 7 빌리지피플 2013/06/19 1,928
266784 손톱 거스러미(가시레기) 뗐다가 곪은 거 같아요 9 손톱 2013/06/19 9,588
266783 남편이 쌀 사오래요. 상해 사시는.. 2013/06/19 817
266782 선행 심화 사고력 수학 이런거 꼭 해야하는 건가요? 6 초 5 2013/06/19 2,041
266781 박지성 관련하여 언론 플레이는 왜 하는 것일까요? 1 하필이면 오.. 2013/06/19 932
266780 연예인들은 가식의 끝판왕들 같아요.. 51 ㅎㅎ 2013/06/19 23,189
266779 요즘 냉장고 왜이리 크게 나오는지... 14 냉장고 2013/06/19 2,712
266778 이런 글 읽고 싶어요 5 .. 2013/06/19 687
266777 성인인데...사교성을 키우는 방법 알려주세요 4 77 2013/06/19 3,391
266776 한심한 한국 여자들에게 최고의 명문 집안은 아마... 11 창피해라 2013/06/19 5,275
266775 취미 발레 5년째 하는 여인입니다. ^^ (영업 끝!) 37 나도 2013/06/19 22,250
266774 미국 취업관련 질문받습니다 (질문 그만받습니다) 60 저도한번 2013/06/19 5,742
266773 영화 제목 좀 알려주세요~ 2 ... 2013/06/19 489
266772 10키로씩 감량하고선 그 이상 요요오는 여자인데요...ㅋㅋㅋ 16 궁금하실까요.. 2013/06/19 3,361
266771 닭백숙에 이건 꼭 넣는다~ 하는 거 있으세요? 18 오늘저녁메뉴.. 2013/06/19 2,073
266770 평펑~ 47 2013/06/19 10,410
266769 이엠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2 궁금 2013/06/19 1,457
266768 파주 운정고등학교 궁금합니다. 3 엄마 2013/06/19 6,002
266767 제 카톡씹는 중학교 동창 뇬때매 기분 엄청 나쁘네요. 11 ... 2013/06/19 3,307
266766 위에 곰팡이 피었어요 2 메실엑기스 2013/06/19 1,546
266765 **요청** 바리스타님 질문 받아주세요. 뽀나쓰 2013/06/19 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