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생각나는 선생냄이 계시는데

내 생애에 조회수 : 614
작성일 : 2013-05-02 09:33:39

한 분은 중2 여자 담임샘.

당시 우리집은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 교육에 전혀 관심없고

아빠는 엄마랑 매일 싸우고 게다가 엄마는 많이 편찮으셨죠.

항상 아파 누워만 있고 아침에 학교갈 때 그 이부자리가 하교후에도 그 상태..인 날이 많았구요.

중1때도 나이많은 여자담임샘이었는데 차별이 참 심했어요.

그 전 초등 6년 시절도 대부분 그렇게 차별받고 다녔죠.

그러다가 중2가 되었는데

나이가 우리 엄마또래의 샘이였는데 가정방문을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정말 우리집을 찾아오신거에요.

너무 놀라서 예의범절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어떻게 반겼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어버버버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엄마를 만나러 방으로 들어오셨어요.

당시 엄마는 몸이 아파서 누워계시다가 샘을 맞으신거죠.

우리 엄마가 샘한테도 너무 성의 없었어요.

그런데 담임샘이 적당히 가시면 될것을 커다란 수첩을 꺼내시더니

제 1학년때의 성적향상을 우리 엄마한테 막 칭찬을 하시는겁니다.

제가 1학년 첫시험에 반에서 50등 정도였다가 막판에 15등전후까지 올라갔거든요.

그런데 우리엄마 반응은 내몸 아프고 난 교육에 관심도 없고...한마디로 당신이 지금 온 것 자체가 귀찮다..

뭐 이런 반응이었죠.

제가 옆에 있는데 너무 부끄럽더라구요.

그렇게 샘이 나가시는데 우리엄마 나와보지도 않으시고...

그렇게 샘이 가신후 다음날 부터

안그래도 기죽어 학교생활하던 내가..더 기죽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그 선생님..가정샘이었는데

수업시간때 유달리 제 눈을 많이 맞춰 주시고 심지어는 졸았던 적이 있는데

내가 졸은 모습가지고 유머스럽게 말씀하셔서 애들앞에 날 스타처럼 만들어 주시고

아무튼 시도때도 없이 제 기를 살려주려고 무지 노력해주셨어요.

덕분에 2학년 중반이 되어가면서 좋은 친구들 사귀기 시작하고 친구들이랑 편지도 주고 받고

여학생다운 여학생의 삶을 처음으로 누린것 같아요.

그 후 저는 공부에 더욱 흥미를 붙이다가 중3시절에는 반에서 2~3등까지 했어요,

고 1까지 잘했다가 고2때 사춘기 심하게 왔고 ( 그 당시는 사춘기인지도 몰랐어요. 그냥 책상에 앉기만 하면

뭔가 두렵고 나는 무슨 과를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그냥 그 생각만 계속 들고.책상에 앉아서 볼펜만 들고만 있다가 가방싸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허다했죠..)

고3때까지 이 상태로 가다가 그래도 괜찮은 대학 괜찮은 학과 졸업해서 졸업후 곧장 취업하고 결혼해서 그럭저럭

살고 있는데

제 인생의 대혁명은 그 중2샘이셨던것 같아요.

시시때때로 날 기특하게 바라봐주던 그 눈빛...그게 출발이었던 것 같아요.

IP : 114.200.xxx.6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5.2 9:43 AM (112.218.xxx.11)

    아프면 만사 귀찮고 ..
    성가시기도 하죠..
    엄마도 마음속으로는 기쁘셨을 거에요..
    신경도 못 써줬는데.. 공부 알아서 잘 하고 칭찬까지 받으니..

    제 학창 시절에도 기억나는 선생님 몇분 계시는데..
    저도 중2때네요..
    특별하지 않은 나를 특별한 아이로 생각해 주시던 선생님..
    그런 기억이 알게 모르게 힘이 되었겠죠..
    뵙고 싶네요..

  • 2. 플럼스카페
    '13.5.2 10:53 AM (115.95.xxx.163)

    글 읽으면서 저도 엄마미소로 보게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49300 여름 휴가날짜를 언제로 할까요? 자영업자 2013/05/03 634
249299 사랑했나봐~(저 드라마도 끝은 나는군요. 13 와!끝났나봐.. 2013/05/03 2,627
249298 5월 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3/05/03 493
249297 수학백..나머지70점대..문과지망하는남학생아들..ㅠㅠ 21 고1맘 2013/05/03 2,630
249296 새벽에 모 커피점에서.... 2 토끼부인 2013/05/03 1,676
249295 와이셔츠에 묻은 잉크, 어떻게 지우나요? 2 와이셔츠 2013/05/03 1,416
249294 이태원 잘 아시는 분 1 남고생 2013/05/03 608
249293 속았네요...풀무원에.. 38 2013/05/03 15,537
249292 생리중 임신가능성 문의 할께요? 5 참고 2013/05/03 2,554
249291 코드가 안 맞아요 5 zzz 2013/05/03 1,663
249290 돼지고기를 우유에 재워도 될까요?? 2 고기요리 2013/05/03 8,297
249289 양배추로 피부 맑게 하려면 2 땀흘리는오리.. 2013/05/03 2,978
249288 너무 못생긴 얼굴..너무 스트레스에요 8 ㅜㅜㅜ 2013/05/03 4,294
249287 학원에서 아이 신발이 한짝만 없어졌어요 3 신발 2013/05/03 997
249286 크는아이 옷값 아까워ㅠ 5 에고 2013/05/03 1,937
249285 인턴경험 있으신 1 인턴 2013/05/03 664
249284 올해 중1들이 특이한가요? 27 2013/05/03 3,374
249283 부탁)오늘 하루종일 집에서 혼자 뒹굴해야하는데... 뒹굴이 2013/05/03 995
249282 까페베네서 젤 맛있는 커피가 뭐예요? 17 까페베네 2013/05/03 2,695
249281 영어교육의 폐해? 1 ㄴㄴㄴ 2013/05/03 1,712
249280 남편의 유머감각 어떠세요? 8 히히히 2013/05/03 1,893
249279 49% "국정원 댓글, 대선 공정성 훼손" 5 샬랄라 2013/05/03 702
249278 남친과 싸운문제...좀 봐주세요... 20 맛동산 2013/05/03 3,557
249277 저희집 등기부등본좀 봐주세요.등본 볼줄 잘 몰라서 여쭈어요. 4 등본 2013/05/03 1,658
249276 비엔나 문어랑 메추리알 꼬꼬 만드는 법좀 2 베이 2013/05/03 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