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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이를 먹는다는건 일상이 무미건조해지는건가봐요

4월의 물고기 조회수 : 3,611
작성일 : 2013-04-05 22:53:36

내년이면 저도 40이란 나이가 되어요.

김연수작가의 수필집을 읽던중에 40이란 나이가 되어보니, 그동안 남의 가슴아픈 말한마디에도 전부다 아파하고 전부다 기뻐하며 희노애락의 온갖 감정을 다 느꼈었는데 정작 이나이가 되고보니 그런 감정도 학습된 감정이 아니었나 싶을만큼 살아가면서 무미건조해지는 감정을 느낀다는 글을 봤어요.

아. 그래서 작가들은 글을 쓰는거였구나.

그런 모든 감정들을 9미터짜리 창자들이 차곡차곡 모아진 작은 몸으로는 전부다 넣을 주머니가 없어서 글을 낮에도 쓰고 밤에도 쓰는거였구나.

그런 작고 소소한 감정들을, 타인들중 누가 알아주지못하니까 그렇게 글을 쓰는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저도, 글을 좋아하고 책도 많이 읽고 글짓기공모전에도 제법 많이 참가하고 작은 상도 여러번 타기도 하면서 소소한 일상속에서의 기쁨과 슬픔을 글로 풀어내곤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좀 주변사람들에게 웃음거리도 많이 사기도 하는데 그건 너무 말이 문어체라 그렇다고도 하고,

또 제가 주변 사물들도 무척 주의깊게 보는편이거든요.

길가에 핀 달개비꽃의 모양새라던지, 담장위의 고양이가 졸고있는 모습이라던지.

그리고 그런 모습에 대해 한마디를 해도 사람들이 전부다 시큰둥한 반응이거나..

그런 제가 어느날 달라진것을 느꼈어요.

무미건조해진 감정이 이런거구나. 하는 것.

그리고 예전엔 제 주변의 사람들에게 최대한 마음을 기울였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뜻과는 다르게 멀어져가는 그들을 타인으로 담담히 바라볼줄 알게 되었을때,씁쓸함을 느꼈었어요.

결국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그리고 이 나이가 되어보니 저절로 알게된게 사람들의 눈빛속의 공허함을 알아차릴수 있어요.

얼마전 아동복가게에 들어가서 딸아이의 상의랑 바지를 한참 고르느라 정신이 팔려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그 가게에 놀러온 아줌마 둘이 다리를 꼬고 앉아서 저를 한참이나 뚫어지게 보고있더라구요.

저랑 눈이 마주치자 그 아줌마중의 하나가 얼른 다리를 내리고 당황한 눈으로 시선을 돌리던데 그 눈빛속에 깃든 공허함이 보이더라구요.

나이를 먹고보니, 친구들은 다 하나둘씩 떠나가고

아내의 자리에서, 또 동서라는 자리에서, 또 아이엄마란 자리에서 동분서주하는동안

점점 무미건조해지는 나라는 사람이 이젠 보이네요.

 

IP : 110.35.xxx.65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3.4.5 11:01 PM (115.126.xxx.100)

    공감해요~

    근데 요즘 또 느끼는건 그런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부분 보다
    신체적인 변화가 확연하게 느껴지면서
    예전처럼 소소하게 신경써오던 것들까지 챙기기에는 기력이 딸리는거죠.
    쉽게 피곤해지고 여기저기 삐그덕거리고 금방 지치고
    그런 신체적인 변화 때문에 일단 내 몸 편한게 우선이 되는게 아닌가 싶어요.

    전 예전에는 늦게까지 책도 읽고 인터넷 커뮤니티활동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정말 12시땡~하면 눕기 바쁘거든요. 힘들어서요.
    그런 것들보다 누워서 쉬고 자는게 더 우선순위가 되어가게 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당연히 무덤해지고 뭐 그렇죠^^

  • 2.
    '13.4.5 11:04 PM (211.234.xxx.14)

    참 잘쓰시네요^^ 무미건조가 나쁜것만은 아니랍니다 전 참 집착도 많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예민한 성격인지라 더 무미건조해졌으면 해요ᆢ 그런데 저는 사십도 넘은 오십인데요ㅋ
    즐거운것도 슬픈것도 외로운것도 싫고
    평온한게 좋더라구요ᆢ 그저 무덤덤한게 최고 같아요

  • 3. 40
    '13.4.5 11:05 PM (59.4.xxx.91)

    올해40인데 저도 공감이가네요
    주변일에 그냥저냥 무덤덤해지고 주변시선에도 그저그냥 넘어가지고
    제가원래 주변에 엄청신경쓰고 잘 캐치하는편이였던지라 이런 제반응이 너무나 깜짝놀랄정도예요

  • 4. 원글
    '13.4.5 11:18 PM (110.35.xxx.65)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니까 그런게 있어요.
    공감능력이 퇴화되는것.
    우리 엄마가 내년이면 70이에요.
    그런데 고생을 많이 아주많이 했어요. 혼자 보따리를 들고 행상을 나가기도 했고 밤늦게까지 공장에서 잔업을 12시까지 하기도 했었어요.
    알콜중독자인 남편덕분에 머리채도 여러번 휘어잡혀 담벼락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렇게 공장에서 밤늦게 오면 누구랑 만나고왔냐고 혈기왕성하게 맨발로 뛰어와서 칼로 능멸도 많이 당하면서 모진학대를 견디면서 살아왔거든요. 그런 엄마에게 놀랄때가 언제냐면 우리들중 누가 아파서 입원했다해도 눈하나 꿈적안하고 운동화를 마저 다 빨고 거꾸로 엎어놓아 물기를 빼면서 "그러게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지"라고 말할때.
    그리고 막내동생이 잘못한 결혼을 토로하면서 목놓아 울어도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할때..

    그런 모습들이 전 이해안되고 공감을 해줄줄 모르는 엄마가 이해안되었어요.
    그런데 우리 주변의 모든 군상들이 다 그렇더라구요.
    남의 아픔엔 정작 강건너불구경이 되는 사람들에게 전 왜 그렇게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했는지.
    그들의 위로는 받아보지도 못하면서 그들이 아프거나 힘들땐 몇시간이고 달려가 같이해주고 이야기들어주고..

  • 5. ...
    '13.4.5 11:26 PM (110.14.xxx.164)

    감동이나 열정이 없어져요

  • 6. 공주병딸엄마
    '13.4.5 11:48 PM (117.111.xxx.3)

    그래서 노력해요
    오늘 아이들 없이 혼자있는 시간에 맛본 아이스크리메 기뻐하고 봄이라 새로 피아나는 꽃들에 관심 갖고요

    감성이라는건 스스로 노력해야 생기는거고
    그런 사소한 감동들이 하루 하루 살아가는 기쁨인것 같아요.

    오늘 내가 즐거웠음 그걸로 충분한거죠

  • 7. adell
    '13.4.5 11:58 PM (119.198.xxx.32)

    나이들어서 공감 능력이 퇴화됬다기 보다는
    자기들도 살아가는 게 힘든데
    남 이야기 들어 주고 싶진 않겠죠
    자기들도 남편 아이들 시댁 기타등등
    신경쓸 것도 많고 귀찮은 일들도 많은데
    어릴 때처럼 마냥 인생이 즐겁고 신나지 않는 데 젊을 때처럼 뭔가 열정적인 삶도 아닌데
    그냥 하던 일이나 하고 그냥 만나던 사람이나 만나고 그냥 별 신경 안쓰면서 살아가는 거죠
    그렇다고 우리나이에 젊을 때 가던 동호회 같은 모임에서 새로운 만남이 기대 되겠어요? 아님 특별한 이벤트가 있겠어요?
    뭐가 신나겠어요? 그냥 그렇지요!
    저도 중고등 시절엔 연극부도 하고 신나고 즐거운 삶을 살았답니다 다 옛날 일이죠!
    대학 때도 청년때도 동호회 동아리 모임활동
    아주 아는 사람이 100명쯤 될 정도로 즐겁게 살았답니다 지금은 근처 주변에 아는 사람이 10명쯤 되면 다행이겠습니다

    그냥 그러고 사는 것이지요!!!*^^*

  • 8. 봄이 왔군요
    '13.4.6 12:18 AM (119.67.xxx.219)

    삶에 찌들어 타인의 아픔이나 마음의 소리에 무심해지는 건 슬픈 일이죠.
    원글님 댓글 읽으니 가족과 주변분들의 무심함에 상처받은 부분도 있을것 같네요.
    저도 요즘 힘든일이 많았는데 가족들이 더 냉랭한 모습보고
    이런 가족한테 내 삶을 왜 희생했나 싶어서 맘이 허합니다.

    나이들어서 감정이 무뎌지는 건 어쩔수 없는 부분이죠.
    작은거에도 깔깔대고 웃던 어릴 때와는 다르겠죠.
    하지만 원글님께서 말한 타인의 아픔을 불구경하듯 바라보는건 이런 차원은 아닌것 같아요.
    원래 그런 성품을 가진분이 나이들어감에 따라 더 무심해지는 게 아닐까요?
    원글님은 그런 분들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이 예전처럼 말랑하지 않은걸수도 있고요.
    다음주에 서울도 벚꽃이 핀다니 꼭 꽃구경 가시고
    에전처럼 멋진 글도 써 보세요. 화이팅입니다.

  • 9. ..
    '13.4.6 12:34 AM (114.199.xxx.80)

    글 참 잘쓰시네요^^ 22 원글님 글 읽으니 저를 되돌아보게되고 저의 이상한 감정과 행동들이 이해될 듯도하네요. 글 계속 쓰시면 좋겠습니다. ^^

  • 10. 패랭이꽃
    '13.4.6 1:19 AM (200.82.xxx.189)

    글 잘 쓰십니다.
    글 계속 쓰시구요.
    저는 전도서 12장 1절 "청년아 네가 아직 기력이 쇠하기 전 인생의 소망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너의 창조주를 ㄱ억하라''라는 글귀가 이해가 되어요. 성경 말씀도 나이들어서 읽으면 와 닿는게 전 같지 않거든요.
    나이가 들면 사물을 받아들이는 감수성이 많이 쇠퇴하는게 맞아요.
    일단 세상사를 너무 잘 알게 되어 새롭게 다가오는게 없어요. 남자들이 젊은 여자에게 반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잖아요. 나이 많은 여자랑 데이트하면 매사에 시큰둥한데 젊은 여자랑 하면 작은 일에도 엄청난 반응이 오기 때문이라나요. 저도 서글퍼요. 세상사에 닳고 닳아가는게요.

  • 11. 마그네슘
    '13.4.6 1:33 AM (49.1.xxx.19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봄날 같은 글이네요.

  • 12.
    '13.4.6 2:57 AM (193.83.xxx.15)

    무미건조하고 공감이 안된다기 보다는 빤한거예요. 다 보여요. 거기 내감정까지 소모할 필요성이 없지요. 내가 공감해서 울어줘도 내일이면 저 사람은 멀쩡히 가던 길 갈 사람이니까.
    저 사람한테 필요한건 내 공감이 아니라는걸 아는거죠. 삶의 내공이 아닐까 싶어요.

  • 13. .........
    '13.4.6 12:00 PM (125.136.xxx.197)

    글 잘쓰시네요.글로 읽지만 눈으로 보는 듯하게 쓰셨어요.저도 39세인데 벌써부터 무미하고 어릴때처럼 감동하고 환호하는게 없어지네요. 내일,내자식에게 집중을하니 그저 바쁘고 남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어서인가봐요.누가 돌아가셨다고해도 무덤덤합니다.울아버지돌아가셨어도 배가고파 밥 떠먹고,내새끼 챙긴다고 살아가는 저를 보았거든요
    아~세상사람들이 이런맘이구나 싶어서 저도 남일에는 무관심하게 대꾸해요.그게 그사람에게는 큰일이였지만.......

  • 14. ...
    '13.4.6 12:38 PM (175.114.xxx.250)

    그게, 어머님이 무뎠다기 보다는
    본인은 70 평생 사시면서 그보다 더한 힘든 일도
    겪으셨으니, 자식들의 그런 일이 사사로이 보시셨던
    건 아닐까요? 제가 가끔 앓는 소리하면
    우리 어머니 말씀. 호강에 겨워 요강 깨지는 소리 말라구
    세상에 정말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냐구.
    허나 저는 그냥 하소연한 거고, 내 얘기 들어달라는 거지
    해결책을 달라한 적은 없어, 살짝 섭섭은 해요
    그나저나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면, 모두들 자기 하고
    싶은 얘기나 하지 , 진정 남 얘기는 경청하지 않음이
    답답합니다. 저도 비슷하겠죠?
    님 글이 너무 좋습니다. 향기도 납니다.
    일기형식으로라도 종종 님의 글을 만나고 싶네요

  • 15. ㅣㅣ
    '13.4.6 1:18 PM (1.241.xxx.183) - 삭제된댓글

    ㅋ 미혼인 저 연애도 안되고 결혼도 안하겠구나 싶은 게 이제 마음이 설레는 것도 귀찮고 그저 잠잠하고 평온한 게 젤 좋다 싶어서요

  • 16. ㅣㅣ
    '13.4.6 1:19 PM (1.241.xxx.183) - 삭제된댓글

    ㅋ 미혼인 저 연애도 안되고 결혼도 안하겠구나 싶은 게 이제 마음이 설레는 것도 귀찮고 그저 잠잠하고 평온한 게 젤 좋다 싶어서요

  • 17. ok
    '13.4.7 5:46 PM (14.52.xxx.75)

    글과 댓글에 공감도되고 마음도 아프고 그러네요
    요즘 피곤하니 점점 말도 줄이게되고.. 요샛말로 돌직구, 그렇게 되네요
    저도 한때 꽤나 복잡한 사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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