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남주의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

삼일절 조회수 : 1,139
작성일 : 2013-03-01 18:46:43
손석희 삼일절 특집 방송에 언급된 시입니다.
동학농민혁명이 삼일운동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 

- 녹두장군을 추모하면서

김남주
한 시대의
불행한 아들로 태어나
고독과 공포에 결코 굴하지 않았던 사람!
암울한 시대 한가운데
말뚝처럼 횃불처럼 우뚝 서서
한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한몸으로 껴안고
피투성이로 싸웠던 사람!
뒤따라오는 세대를 위하여
승리없는 투쟁
어떤 불행 어떤 고통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가장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가장 격정적으로 노래하고 싸우고
한 시대와 더불어 사라지는데
기꺼이 동의했던 사람!

우리는 그의 이름을
키가 작다 해서
녹두꽃이라 부르기도 하고
농민의 아버지라 부르기도 하고
동학농민혁명의 수령이라 해서
동도대장, 녹두장군!
전봉준이라 부르기도 하니

보아다오, 이 사람을!
거만하게 깎아세운
그의 콧날이며 상투머리는
죽어서도 풀지 못할 원한, 원한!
압제의 하늘을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죽어서도 감을 수 없는
저 부라린 눈동자, 눈동자는,
90년이 지난 오늘에도
불타는 도화선이 되어
아직도 어둠을 되쏘아보며
죽음에 항거하고 있지 않는가!
탄환처럼 틀어박힌
캄캄한 이마의 벌판, 벌판!
저 커다란 혹부리는
한 시대의 아픔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한 시대의 상처를 말하고 있지 않는가!
한 시대의 절망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보아다오 보아다오
이 삶을 보아다오
이 민중의 지도자는
학정과 가렴주구에 시달린
만백성을 일으켜 세워
눈을 뜨게 하고
손과 손을 맞잡게 하여
싸움의 주먹이 되게 하고
싸움의 팔이 되게 하고
소리와 소리를 합하게 하여
대지의 힘찬 목소리가 되게 하였다
그들 만백성들은
이 위대한 혁명가의 가르침으로
미처 알지 못한 사람들과
형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새세상을 겨냥한 동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이
아직까지 한번도 맛보지 못한
자유를 알았을 뿐만 아니라
적과 동지를 분간하여
농민의 민중의 해방을 위하여
전투에 가담할 줄 알게 되었으니

보아다오, 그들은
강자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자유를 위해 구걸따위는 하지 않았다
보아다오, 그들은
부호의 담벼락을 서성거리며
밥을 위해 토지를 위해
걸식 따위는 하지 않았다
보아다오, 그들은
판관의 턱을 쳐다보며 정의를 위해
기도 따위는 하지 않았다 보아다오, 그들은
성단의 탁자 앞에 무릎을 꿇고
선을 구걸하지도 않았고
동뭉치로 선을 사지도 않았다
보아다오, 그들은
이빨 빠진 사자가 되어
허공에 허공에 허공에 대고
하망하게 으르렁거리지 않았다
보아다오, 그들은
모든 사람을 위해
땅과 밥과 자유의 정복자로서
승리를 위해 노래하고 싸웠다
대나무로 창을 깎아
죽창이라 불렀고 무기라 불렀고
괭이와 죽창과 돌맹이로 단결하여
탐학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악독한 부호의 다리를 꺾어
밥과 땅과 자유를 쟁취했다

보아다오, 보아다오
새로 태어난 이 민중을!
이 민중의 강인한 투지를!
굶주림과 추위와
투쟁 속에서 더욱 튼튼하게 단결된
이 용감한 조직을 보아다오
고통과 고통과의 결합!
인간의 城砦
죽음으로써만이 끝장이 나는
이 끊임없는 싸움, 싸움을 보아다오!
밥과 땅과 자유!
정의의 신성한 깃발을 치켜 들고
유혈의 투쟁에 가담했던
저 동학농민의 횃불을 보아다오!
압제와 수탈의 가면을 쓴
양반과 부호들의 강탈에 항쟁했던
저 1894년 甲午년
농민혁명의 함성을 들어다오!
그리고 다시
우리 모두 이 사람을 보아다오!
오늘도 우리와 함께 살아계시고
영구히 살아계실 이 사람을!
녹두 전봉준 장군을 보아다오!
IP : 211.177.xxx.7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푸른솔
    '13.3.1 8:17 PM (175.223.xxx.148)

    저도 오전에 다시 듣기로 들었네요. . 민초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기대합니다

  • 2. ..
    '13.3.1 9:41 PM (121.88.xxx.168)

    저는 3.1운동과 김남주 시인의 삶의 무게가 나란히 느껴지지네요. 저항과 투옥을 하다 49살에 타계한 김남주 시인은 박소녀가장을 어떻게 시로 쓰실지 알 것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2255 백화점이랑 인터넷쇼핑몰의 가격차이가 4만5천원이라면... 3 maje 2013/03/24 1,872
232254 오늘도 사람 많을까요?? 롯데월드 1 롯데월드 2013/03/24 714
232253 이름좀 이름 2013/03/24 265
232252 대전시 서대전네거리역 이 동네 잘 아시는 분!!~ 1 문의 2013/03/24 757
232251 원주에 잘하는 병원 있나요? 4 치매 2013/03/24 798
232250 뉴스타파N 4회 - 박근혜, 50만 중증환자 속였나 外 1 유채꽃 2013/03/24 693
232249 꽃미남 그리고 추남중 누가 바람을 잘 피나? 9 리나인버스 2013/03/24 1,676
232248 의사샘이나 벌레물린 아이?? 1 감사 2013/03/24 1,002
232247 팟캐스트가 없어질지 모른다고... .. 2013/03/24 1,047
232246 KBS 스페셜 "아파트의 역습" 방영 저녘8시 2013/03/24 3,898
232245 학원들 교재비 현금요구 다들 그런가요? 7 추세? 2013/03/24 2,343
232244 무식한 질문이지만 왜 제철음식,국산식재료가 더 건강에 좋나요? .. 10 궁금해 2013/03/24 2,061
232243 타워 재미있나요 9 .... 2013/03/24 1,287
232242 큰일났어요! 딸이 육개월사이 7킬로늘었어요 5 ///// 2013/03/24 2,816
232241 공부시키기 전 아이에게 갖게 해야 할 것들 1 넘버18 2013/03/24 1,024
232240 그냥 막 울었어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제가 너무 기특해서요... 22 .... 2013/03/24 13,804
232239 코스트코에서 산 물품 수리는 어떻게 하나요 5 마리 2013/03/24 1,817
232238 저도 김제동의 설경구 섭외 이해 안돼요 10 제발 2013/03/24 3,513
232237 꿈에 뱀이 너무 자주나와요 4 2013/03/24 3,988
232236 자게에서 답얻어 실행했다가 망했어요 흑흑 87 아기엄마 2013/03/24 19,883
232235 30대 독신 여성 분들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6 독신주의 2013/03/24 8,726
232234 재철이 잘리는군요 3 드뎌 2013/03/24 1,827
232233 드레싱 치는 거 안 좋다지만 딴 거 보단 낫지 않아요? ---- 2013/03/24 556
232232 지금 KBS2에서 하는 해외 드라마 흥미롭네요.. 리얼 휴먼 .. 2013/03/24 1,673
232231 그알에서 나온 부대 지금도 있습니다.. 7 .. 2013/03/24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