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또 다시 엄마에게 기빨리고 잠만 잤어요.

여자사람 조회수 : 5,199
작성일 : 2013-02-12 09:52:45

반대하는 결혼을 내가 좋다고 우겨서 한 결혼생활 25년,

사는 내내 나에게 복수하듯이 '느그엄마 아부지, 느그집안' 하며 나를 들볶았다. 

애들 모두 대학을 보내고 나서야 이혼하고 이제 2년이 조금 넘었지만

아이들과 새언니, 동생에게 말고는 부모님께 아직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다.

 

집 나간지 7년이 넘은 남편은 아이들이 서울로 대학들어간 이후로 생활비조차 주지 않아

더 이상 미련갖지 않고 스스로 돈벌며 공부해 나 혼자 건사하며 산지도 5년여가 되어간다.

그런 나를 대견해 하기는 하지만 아직도 엄마는

십 년 넘게 친정에 코빼기 한 번 안 비치는 사위를 못 잊어 하신다.

 

위자료로 남겨진 아파트를 더 이상 지키고 살 길이 없어 전세를 내주고

작은 집으로 옮겨 산지도 3년이 되어가는데 이혼한 사실도, 이사한 사실도 모르니

아직도 엄마는 그 집만은 절대로 지켜야 한다고 하신다.

동생 말로는 남편이 '돌아올 곳이 있어야' 하니까 내가 그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어이가 없다. 내가 집사인가? 관리인인가?

관리비도 주지 않는데 내 돈으로 관리비 내가며 그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언제 돌아올지도 모를 인간을 기다리느라??

 

엄마 눈에는 나이 들어 혼자서 돈벌랴 공부할랴 윤기없이 시들어 가는 딸자식은 보이지 않고

오직 당신 맘 편하게, 성가스럽게 하지 않고 시끄럽지 않게 당신이 그려논 그림에 부합되게 살아주는 것이

가장 큰 효도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이번 설에도 어김없이 똑같은 말말말... 기빨리고 입주변이 헐어버렸다.

내가 우겨서 선택한 결혼이고, 구구절절 내 사는 이야기 추접스러워서 한 번도 해본적 없으니

내막은 알 길이 없을 테지만

그냥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마흔 중반서부터 남편없이 혼자 지내온 내가 가장 서럽고 가장 큰 피해자 아닌가?

 

몇 년째 하고 있는 공부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분노를 에너지삼아 태워가며 공부해 학위도 땄고 이제 자격시험만 남았다. 

이 자격만 취득하고 나면 누구누구의 딸이라는 체면따위 없는 곳으로 튀어버릴 생각이다.

나를 많이 의지하는 동생과 아부지가 제일 걸리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보이지를 않는다.

 

좀 가난해지긴 했지만 태어나서 이혼 후 이 2년 만큼 자유롭고 행복한 적이 없었다.

내 나이 벌써 53세,

누구도 아닌 '나' 로 살고 싶다.

 

아침부터 우중충한 사연, 죄송합니다.

조금은,

후련하군요...

 

IP : 59.0.xxx.226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2.12 9:57 AM (122.254.xxx.133)

    열심히 사는 모습 이쁩니다

  • 2. ☆☆
    '13.2.12 10:01 AM (175.120.xxx.35)

    힘내세요.
    괜찮아요. 님은 님을 지킬 권리가 있어요.

  • 3. 엄마에게
    '13.2.12 10:07 AM (118.222.xxx.82)

    괜시리 화풀이하는 느낌.
    님이 선택한거라 말못한거면서....

  • 4. 언니!!!!
    '13.2.12 10:08 AM (59.2.xxx.134)

    존경합니다.
    힘내세요!

  • 5. 멋지네요
    '13.2.12 10:10 AM (210.121.xxx.253)

    이런 담담한 자기고백..
    힘드셨죠.

    아직도 힘든 길 가고 계시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이 훌륭하세요.

    힘내시고, 앞으로도 용감한 자기 모습대로 잘 사실 거라 믿습니다.
    댓글로 응원합니다. :)

  • 6. 멋져요
    '13.2.12 10:15 AM (14.37.xxx.152)

    오호.. 대단하시네요..
    이런삶도 있군요.. 좋네요..

  • 7. ^^
    '13.2.12 10:17 AM (115.140.xxx.66)

    보기 좋습니다 곧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미래가 올 것 같아요
    느낌 좋습니다 끝까지 당당하게 해내시길 바래요

  • 8. 화이팅
    '13.2.12 10:18 AM (221.140.xxx.12)

    저도 같이 응원해 드립니다.
    님이 지금 행복하다는데 뭐가 더 필요한가요. 친정 가족들은 구구절절 내막을 모른다 하니 그러려니 해버리세요.

  • 9. 진홍주
    '13.2.12 10:21 AM (221.154.xxx.79)

    나이보고 깜놀.....저도 뭐라도 배워야겠어요

  • 10. 멋지세요
    '13.2.12 10:38 AM (114.203.xxx.92)

    진짜 멋지세요 어디든 튀어버린다는말씀에 슬며서 웃음이 ㅎㅎ님을 응원합니다

  • 11. --
    '13.2.12 10:44 AM (112.184.xxx.174)

    저랑 거의 똑같으시네요. 저도 엄마한테 아무말도 못하고,,, 제 남편은 바람이 나서 저를 때리고 집나가 버렸는데도 저희 엄마는 항상 남편편이죠. 니가 잘못해서 그렇다며 ,,정말 어디 말할데도 없고,,, 저도 이혼해도 엄마한테 말 못할것 같아요. 님 정말 부럽습니다.

  • 12. 여자사람
    '13.2.12 11:46 AM (59.0.xxx.226)

    아... 모두들 감사합니다.
    잠도 못 자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서 풀어논 건데..
    역시 82쿡이 좋네요.

    미술치료사와 상담관련 자격증입니다(청소년 상담사).
    비교적 일찍 시작을 한 편이라 때를 잘 맞춘거 같아요.
    무엇보다 상담일이 저에게 잘 맞는 거 같습니다.

    응원 댓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13. 저도 53세
    '13.2.12 11:47 AM (39.112.xxx.188)

    부러워요
    새로운 도전에 성공하시다니....
    축하드리고,
    화이팅!!!

  • 14. ..
    '13.2.12 5:04 PM (121.139.xxx.128)

    파이팅!!!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70872 성시경이 정치때문에 안티들이 많긴하지만 2 아무리 08:53:49 79
1770871 순자가 인기 있는게 이해가 안가요 전 4 ㅠㅠ 08:50:08 165
1770870 속이 빨간 용과도 있네요 3 ㄱㄴ 08:47:19 80
1770869 저 멋있지 않나요 !!!??? 2 08:45:07 316
1770868 바지 길게나오는 브랜드가 어디인가요 5 .. 08:38:43 240
1770867 기내간식? 과일 기내에 가능해요? 8 . . 08:33:32 472
1770866 ADHD 지인 너무 힘들어요. 11 싫다 08:31:45 1,102
1770865 65세 정년 추진 전 좋은데요 26 좋은데 08:30:21 892
1770864 절친 자녀 결혼 축의금 7 찌질 08:25:28 618
1770863 [단독] 헌재 “헌법소원 대상에 법원 재판 포함될 수 있다” 1 가즈아 08:25:06 497
1770862 크롬이 글도 읽어주네요 1 ... 08:24:07 206
1770861 명언 - 행복한 순간 ♧♧♧ 08:21:53 234
1770860 쿠팡에서 감자옹심이를 샀는데요 1 사기 08:21:23 434
1770859 여고 동창 모임 8 …. 08:15:03 729
1770858 왜 주식 쌀때는 안사고 비쌀때 사서 20 에혀 08:09:25 1,835
1770857 눈밑지 후 커피 마셔도 될까요? 5 눈밑지 08:03:48 469
1770856 청소기가 고장나서 당장 사야하는데 아침에 08:00:18 151
1770855 써모스 텀블러도 짝퉁 있나요? .. 07:47:55 195
1770854 출근전 회사앞 스벅 2 07:47:26 1,376
1770853 짠하네요 2 취직 07:45:53 798
1770852 왜 수학여행을 폐지하자고 하죠? 38 ... 07:36:32 2,835
1770851 주말 단풍 여행 어디가 좋을까요? 1 질문 07:28:28 381
1770850 브라질 넛트가 방사능에 영향 많이 받는 견과류인가요 1 .... 07:02:59 1,263
1770849 살이 너무 쪄서 먹는걸 줄였더니 몸이 아파요 7 힘듬 06:46:20 2,838
1770848 우울감이 사라진 징표는 10 뭐냐면 06:37:03 3,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