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웃지 못할 나의 고민...

천리길 조회수 : 1,967
작성일 : 2012-12-10 01:58:42

제겐 팔순이 넘으신 친할머니가 계세요.

10년 전,

2002년 대선 투표 전날, 정몽준이 삐져가지고 다 된 판을 뒤엎었을 때

그때 다들 기억나실 거에요.

큰일났다고 투표율 올려야한다고 여기저기 전화하고 투표 독려했었지요.

네, 적어도 제 주변에선 그랬네요.

그래서 아버지랑 시골에 계신 할머니를 투표소에 모시고 갔어요.

그 이전까지 한 번도 투표 안 하셨던 분이고

아버지는 보이콧도 나름의 정치행위로 인정해야한다는 생각이셨는데

그대만큼은 한 표라도 보태야한다며

할머니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잘 말씀드려보자고 저를 데리고 가셨죠.

어찌어찌 얘기가 잘 되어 할머니를 투표소에 모시고 갔어요.

그리고 할머니는 생애 첫 투표를 하고 나오셨습니다.

그날 저녁,

할머니를 모시고 집에 왔는데

출구조사 결과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 확실로 나와서

우리집은 맥주 따고 잔치집 분위기였지요.

할머니도 함께 TV 보시면서 평소보다 늦게 주무신다 싶었는데

갑자기 물으시는 거에요.

"그럼 노무현이가 된 거냐?"

"예, 확실한가 봅니다."

"그래, 그럼 나는 자야겠다."

하시고는 수줍게 말씀하시길

"내가 아까 2번 찍으려고 했는데 투표소에 들어가니 너무 정신이 없고 후둘후둘 떨려서

1번을 찍었다.

너희들 말한대로 하지 못해서 노무현이가 못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잘됐군."

그 이후로 할머니는 다시 어느 투표도 하지 않으셨고

저희도 독려?하지 않았는데요.

.

.

.

.

.

.

이번 선거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 사람이라도 더 힘을 모아야 하는데

(지난 대선은 너무 뻔한 결과라 시도도 안 했음 ㅠ.ㅠ)

이제는 그때보다 10년을 더 사신 우리 할머니...

모시고 가야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이게 또 잘못 찍으시면 2표가 날아가는 셈이라서...

IP : 223.222.xxx.3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2.12.10 2:03 AM (112.155.xxx.85)

    이번에도 모시고 가셔서
    기표소에도 같이 들어가세요. 할머니 연세도 있으시니 대동해도 뭐라 안할 겁니다.
    저도 저희 할머니랑 같이 들어가서 해드렸거든요.
    꼭 승리하도록 도와주세요.
    여기저기 부재자 독거요양원같은데 보니 부정 얘기 나오더군요.
    한표한표 티끌모아 승리입니다.

  • 2.
    '12.12.10 2:06 AM (223.222.xxx.34)

    기표소에 같이 들어갈 수 있나요?
    어린 제 아들은 데리고 들어가봤지만
    유권자를 돕기 위해 들어가는 것은 안되는 걸로 알았는데요...

  • 3. .......
    '12.12.10 2:42 AM (125.142.xxx.87)

    원글님 글 읽으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지방선거 투표 하면서 한꺼번에 여러 투표를 하잖아요. 할머니께서 헷갈리시니까 저희에게 물어보셔서 뭐는 몇번... 그런 식으로 주지를 하고 투표하러 가셨거든요.
    할머니 투표하시고 나오시는데 다 잘 하셨냐고 여쭤보니 헷갈려서 뭐를 누구 찍은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구요.
    할머니 그러면 어떡해~~~라고 하니까 할머니께 하신 말씀이 뭐 운좋은 놈이 내 표 가져가는 거지 뭐! 그러셨던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고 김대중 대톨령이 대통령 되고 나서 총선 때 내 평생 여당을 찍을 일이 생기다니 신기하다고 하신 말씀도요...^^

  • 4. 나무
    '12.12.10 7:36 AM (220.85.xxx.38)

    저도 고백하는데요
    투표소 안에서 도장 찍으려는데 전화가 온 거예요
    사람 심리가 전화 받는 게 우선인 거 있잖아요
    전화받다가 이상한 곳에 결국 찍고 나왔어요
    남편한테 그 얘기 하고 어찌나 지청구를 들었는지..

    젊은 저도 그런 적 있어요
    근데 할머님이 귀여우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98764 이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이민가는 분께 선물... 4 ㅜㅜ 2012/12/20 1,174
198763 노인네들 결집시켜 준 이정희 37 한탄 2012/12/20 3,393
198762 82욕하지 마세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6 ... 2012/12/20 764
198761 이런 세상에서 아이 낳는 거 애한테 못 할 짓이겠죠 10 ... 2012/12/20 1,071
198760 문님이 카톡보내셨지요? 14 에휴 2012/12/20 2,302
198759 그래도 박 ㄱㅎ가 잘할 걸로 예상되는 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10 위안삼아 2012/12/20 1,389
198758 내년에 ㄱㄴ 탄핵합시다 ㄴㅁ 4 5월이 2012/12/20 1,089
198757 허탈함을안고 레미제라블 보러갔어요 2 2012/12/20 793
198756 광주의 눈물 (펌) 6 지키자 나꼼.. 2012/12/20 1,486
198755 여러분, 벼락공부 때려치우세요 !! 7 좋은날 만들.. 2012/12/20 1,210
198754 82하고있는데 문재인님 카톡오네요 6 달님 2012/12/20 2,020
198753 에휴 문재인이 역부족이네 2 ,,,, 2012/12/20 757
198752 정녕 하느님은 안계신가요? 하늘이 내린다는 대통령을 보면 12 패닉... 2012/12/20 1,234
198751 지옥이시작됐다 그쵸? 5 인정하자 2012/12/20 814
198750 저희 회사 다 ㅂㄱㄴ 4 2012/12/20 1,219
198749 쪽지 장난 그만해라 그럴수록 82에 5 애정생김 2012/12/20 1,104
198748 (속보)검찰,,나.꼼.수 수사착수. 13 쓰리고에피박.. 2012/12/20 2,669
198747 난 피자가 먹고 싶었다... 너희들도 그런 줄 알았어~ 1 2012/12/20 573
198746 교육감은 보수가 훨씬 낫네요. 9 ... 2012/12/20 1,654
198745 일단, 해킹 방지하는 유틸리티부터 깔고 2 시원한 2012/12/20 716
198744 투표율이 77% 넘지 않은거요. 3 그래도 다행.. 2012/12/20 1,480
198743 친정엄마를 통해 읽어본 노년층의 박그네 지지 심리 12 극복해보자 2012/12/20 2,786
198742 외국에서도 가베 하나요? 1 .. 2012/12/20 874
198741 우리나라 이제 아예 끝난게 아닌가 싶습니다.. 10 brownb.. 2012/12/20 1,802
198740 시댁이 경북.. 아버지 고향도 경북.. 1 아직도 멘붕.. 2012/12/20 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