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개는 순둥이 개.

패랭이꽃 조회수 : 2,009
작성일 : 2012-10-27 01:19:17
우리 강아지는 순둥이다.
이번에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깨달았다.

홍역 예방접종을 다 끝내지 않은 탓인지 다 늦은 나이에 홍역이 갑자기 찾아왔다.
고열, 피가 섞인 설사, 누런 콧물, 결막염 ...
모두 홍역 증상이었는데 수의사와 난 처음엔 소화기 계통 질병인줄 알고
그쪽으로 집중해 치료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역 바이러스는 점점
개의 몸을 침투해 들어가 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나를 끌고 다니던 힘센 강아지가 느릿느릿 걷고
산책이라면 문 앞에서 날뛰며 기다리던 그 개가 때로는 나가기를 거부하고
내가 와도 문 앞에서 날뛰며 반가와하질 않고 멀리서 꼬리만 탁탁 치고 있었다.
좋아하는 고기들을 대령해도 입에도 대지 않고 물만 삼켰다.

단골이었던 동물병원은 홍역일리가 없다고 예방접종을 했다고 극구주장하며
항생제만 투여했지만 어느날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보니
40도가 넘는 고열로 기절한 채 숨까지 꺽꺽 내쉬는 강아지를 들쳐업고
멀리 있는 더 큰 종합병원으로 데려갔다.
부숭부숭한 털로 제법 통통(챠우챠우)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야위어 있었다.
이미 눈에도 열이 침범하여 각막궤양 증상이 진행되고 있었고
그 맑던 눈이 탁해지고 있었고 밥은 먹지 못해 살은 3킬로나 빠진 상태였다.
정말 홍역이 이렇게도 무서운 병이구나 싶었다.

기력이 없는 강아지를 밤늦게 택시들의 승차거부 끝에 태워 도착한
동물병원에서 링겔도 맞추고 혈청주사, 체온 내리게 하는 주사 등을 맞추고
집에 돌아오니 밤 12시 반. 다시는 이 개가 나를 반가와 해주는 그 맑은 눈동자와
접혀진 귀를 못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부드러운 털, 보숭보숭한 털과 구수한 발 냄새를 맡으며
내 불찰로 얘를 떠나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그를 안고 참새 한 마리도 보호하시는 하나님께 많이 많이 기도했다.

주인들이 일하던 낮에 그를 홀로 두고 떠난 집에서
고통이 극심하다는 각막궤양으로  그는 밤마다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아픔을 견뎌냈고 고열을 견뎠고 온 몸을 후벼파는 고통을 견뎠다.
지금은 수술 끝에 실밥이 풀어질 동안 외눈이로 살아야 한다.
각막이 다시 재생되는 그 기간 동안 눈이 가려울 테지.
그 가려움을 참고자 지긋이 눈을 감는다.
치료를 받으러 먼 거리의 동물병원, 전염성 질환이라 입원은 안된다하여
통원치료를 하러 다니는 동안 강풍을 동반한 거센 폭우가 퍼풋는 왕복거리를
열 번도 넘게 다니던 동안 한 번도 보채지도 않고 병원에 가서도
잠잠히 털을 깎이고 주사를 맞고 아픈 눈을 보여주면서도 너무 순종적이고 얌전하여
모든 수의사들과 간호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그랬다. 지난 기간 동안 너무나도 순하고 착한 개였다.
짖지도 않아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개 있는 줄도 몰랐다 하고
사람들을 좋아하였고 어린 애들도 좋아하였고 고양이들을 오히려 피해 다니고.
다시 나아서 전처럼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다.
IP : 186.125.xxx.7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미
    '12.10.27 1:23 AM (113.199.xxx.172)

    아... 하루 빨리 강아지가 건강해지길 바랄게요 ㅠㅠㅠ
    고통스러워도 말도 못하니 주인 맘은 정말 찢어지지요..

  • 2. ㅜㅜ
    '12.10.27 1:26 AM (110.70.xxx.215)

    글 읽는동안 눈물이 나네요.
    정말 강아지들은 천사인같아요
    빨리 나아서 산책하고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3. 맑은날
    '12.10.27 1:46 AM (74.101.xxx.23)

    원글님, 순둥이 개 얼른 쾌유하고 행복한 생활 이어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원글님과 순둥이 오래 오래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겠습니다.

  • 4. 희망이
    '12.10.27 1:48 AM (221.154.xxx.212)

    나을거예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 그 심정 잘 알아요.
    빨리 건강해길 빌게요.
    진심으로.....

  • 5. //
    '12.10.27 2:41 AM (78.225.xxx.51)

    개들은 사람보다 참을성이 강해서 정말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주인이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말을 할 줄 안다면 참 좋을텐데...ㅠㅠ 나 어디어디가 이래서 아파요~하고 말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쨌든 좋은 주인 만나 병원도 큰 곳으로 옮기고 이렇게 신경 써 주는 것 알고 순둥이가 그렇게 힘든 치료 잘 이겨 내고 있나 봅니다. 빨리 나아서 예전처럼 잘 뛰어 다닐 수 있기를!

  • 6. ....
    '12.10.27 8:52 AM (122.128.xxx.41)

    아, 불쌍해라. 그럼 홍역은 이제 괜찮은 건가요? 각막은 저희 개도 완치될 가능성이 100%아니라고
    했고, 또 실을 풀고나서 검사해봐도 여전히 녹색(형광염료) 이 많이 남아서 진짜 걱정했었는데,
    하루에 2-3번 시간 맞춰서 약 넣어주고 했더니 한 10일 지나니까 괜찮아졌어요.

    정말 강아지들, 순둥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제발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줬으면...
    우리 개는 눈을 하나 잘 못뜨고 있었는데 제가 주말이라 별 생각 없이 (아픈 것 처럼 안 보였거든요
    게다가 강아지들이 장난치면서 약간 스쳐서 눈을 다치는 경우들은 꽤 있어서), 한참 지난 후에 가서
    치료가 늦어졌었어요.

  • 7. ㅠ ㅠ
    '12.10.27 9:07 AM (113.59.xxx.254)

    반드시 좋은 결과있을거에요!!!
    힘내라!,개
    어서 나아서 널 아주 많이 사랑하는 식구들과 행복한 시간보내~~

  • 8. 순둥이 강아지. 얼른 건강찾자
    '12.10.27 10:43 AM (175.192.xxx.44)

    잘될꺼예요.
    힘내세요.

  • 9. 화살기도
    '12.10.27 10:46 AM (14.52.xxx.114)

    순둥아! 엄마들이 응원한다 !! 어여일어나라

  • 10. 저도
    '12.10.27 11:35 AM (180.68.xxx.188)

    응원합니다.
    순하고 강한 너는 얼른 나아서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게 될게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부슬한 털을 휘날리며 즐겁게 뛰노는 네가 보이는 구나.
    지금 잠깐 아프고 앞으로 평생 건강할거야.
    힘내렴.

  • 11. 이네스
    '12.10.27 12:29 PM (121.162.xxx.74)

    순둥이가 주인닮아서 훌륭한 것 같네요. 완쾌되기를 기도해요. 꼭 결과 알려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2950 대형학원-교습소로 방향을 바꾸었는데'- 영어 2012/10/29 1,065
172949 휴대폰 바꿨는데 의무통화란게 있네요... 6 헐.. 2012/10/29 3,618
172948 응가와의 전쟁입니다. 6살 5 전쟁 2012/10/29 1,847
172947 돌솥을 이용하시는 분께 질문드려요 4 돌솥 2012/10/29 1,423
172946 남편이나 남친이 바람피울꺼대비해서 8 화이트스카이.. 2012/10/29 2,658
172945 우리집 강아지 얘기입니다^^ 5 귀여워 2012/10/29 1,518
172944 김성주 난 영계가 좋더라 발언 논란 9 ... 2012/10/29 2,896
172943 여러분도 요즘 살거 많으세요? 4 ... 2012/10/29 1,249
172942 폴더폰과 탭,이렇게 사 줄까요? 1 중학생 2012/10/29 766
172941 진중권 토론의 백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진쌤 2012/10/29 2,442
172940 바람 잘 피는 남자들이요~~ 6 몰라요 2012/10/29 2,611
172939 초4학년 이번에 필리핀 가는데요 전자사전필요할까요 3 울아들 2012/10/29 1,109
172938 여행지에서 음담패설하던 아저씨!!! 2 당신만이 2012/10/29 1,281
172937 아기 키우면서 효율적인 돈쓰기가 있을까요? 10 선배님들 도.. 2012/10/29 1,878
172936 잊혀질만하면 나오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패러디, 이번엔 MIT공대.. 10 규민마암 2012/10/29 2,078
172935 sc은행은 어느정도급의 은행인가요? 6 예금 2012/10/29 1,939
172934 비싼 과외는 확실히 그 값을 할까요? 5 교육비 부담.. 2012/10/29 2,102
172933 女 초등생 "집단 따돌림 당했다"며 자살 시도.. 5 샬랄라 2012/10/29 3,411
172932 무릎위로 오는 롱코트 158센치 정도의 키에도 어울릴까요? 9 겨울채비 2012/10/29 3,386
172931 과탄산소다로 세탁시 부작용 경험해 보신 분 있으세요? 2 친환경 2012/10/29 15,025
172930 피부가 예뻐지는 비결 2 정답 2012/10/29 2,774
172929 증조부모상일 때 학교에 떼가야 하는 서류가 있나요? 3 학부모 2012/10/29 3,278
172928 “이시형 檢 제출 진술서 靑 행정관이 대신 썼다” 2 세우실 2012/10/29 1,090
172927 생새우지금 사고 김장때 쓰려면 바로 냉동하나요? 아님 소금물에 .. 1 생새우 2012/10/29 1,504
172926 사랑니 바르게 자랏는데 염증이ㅠ 1 2012/10/29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