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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겨울잠에 든 사이        
곰의 배에 구멍을 뚫는 거다        
생수회사 쇠파이프로 땅을 파고들듯        
그렇게,        
요란하겐 말고        
잠든 곰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구멍 속에 빨대를 꼽고        
쓸개즙을 쪽, 쪽 빨아먹는 거다        
정력엔 역시 곰쓸개가 최고        
이 힘으로 고속도로를 뚫은 우리들이 아니던가        
온 천지에 빨대를 꼽은 우리들이 아니던가        
중간에 혹 곰이 눈을 뜨면 친절하게 사정 설명을 하자        
별 일은 없을 거라고, 당신의 쓸개즙이         
병든 우리를 구원할 거라고        
그렇게 위기를 잠시 모면해 보자        
머리를 긁적이던 곰이 어디 한두 번 속아왔냐        
가슴을 치며 화를 낼 수도 있겠지        
미심쩍다는 듯이 굴속으로 들어가 버틸 수도 있겠지        
자, 이때를 위해 꿀을 준비해 두는 거다        
곰이 환장할 꿀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마음 놓고 쓸개즙을 빨아먹는 거다        
멍청한 곰은 곧 잠이 들고 말거니까        
올 겨울은 왜 이렇게 길까,        
눈도 오지 않는데        
제 몸이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는 겨울잠에 들고 말 거니까
   - 손택수, ≪곰을 위한 진혼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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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2년 10월 5일 경향그림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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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5일 경향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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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5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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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5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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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리가 되어가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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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 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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