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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게 정말 잘못한 것이었을까?

나쁜 아줌마들 조회수 : 3,087
작성일 : 2012-09-05 07:42:45

지금은 비가 그쳤지만 어제는 종일 비가 내렸죠.

집에 있을 땐 비 내리는 것 참 좋아하는데 빗소리가 연상시키는 여러가지 기억 중에

오늘은 화가 나는 일을 여기에 털어놓아보아요.

 

때는 2001년, 입주 1년이 채 안되는 신축대단지브랜드 아파트였고 - 서울 요지의 비싼 아파트 단지였습니다

저는 첫 애를 낳은지 100일도 안된 새댁-.-이었습니다.

 

전 섬처럼 고립되어 주변에 아무도 도와줄 사람없이 오로지 혼자서 아이를 키웠어요.

오죽했으면 생후 1개월 예방접종 때에도 혼자 가느라 신생아를 아기띠에 매달고 갔지요.

택시를 대절하면 싸개로 안고서 갈 수도 있었는데 그럴 융통성이 없었는지, 아님 모자라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될 것 같아서 한 달된 애를 아기띠에 얹어서 지하철 타고 병원엘 갔다왔더랬죠.

 

그러니 100일 다되도록 어디 바깥 바람이나 쐴 수 있었을까요?  어느날 퇴근한 남편이 아기 보는 동안

단지 내 상가로 뭘 사러가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 군인의 외박이 이런 기분일까,

장기 복역한 모범수에게 주어진 휴가가 이런 느낌일까 싶게 그 짧은 외출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날도 남편이 있어 수퍼 가는 길이었을 거예요.

비가 오늘, 아니 어제처럼 많이 내리던 여름날이었고 가는 길에 쓰레기도 버려야겠다 싶어

종량제 봉투에 잘 채운 쓰레기를 들고 우산을 받치고 룰라랄라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그 아파트는 두,세동 마다 공동 집하장이 있었는데요, 저희 동이 쓰는 집하장은 수퍼가는 길과 반대편이라

좀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날은 비도 오고해서 수퍼 가는 길에 있는 다른 동 쓰레기장에 버리고 가려고 

가까운 쓰레기 수거함에 봉투를 내던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상가를 향해 가려는데

 

어디선가 50대 쯤 되어보이는 아주머니 세 분이 나타나 저를 불러세우더니

왜 여기 동에 살지도 않으면서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냐고 해요.

저는 동선을 줄이는 지혜를 자랑이라도 하는냥 이만저만해서 가는 길에 버리려고 했다고

웃음을 띠며 순순히 대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왜 남의 구역 쓰레기통에 버리느냐고, 도로 가지고 가서 우리 동 구역에 버리래요.

일반쓰레기 수거함은 아주 커서 뚜껑이 열리는 윗부분 말고도 옆에 조그맣게 만든 문이 있었어요.

거기로 들어가서 제가 버렸던 쓰레기 봉투를 다시 가지고 나오라는 거예요.

 

저는 진짜로 그러라는 걸까 싶어 잠깐 멍해져 있는데

그 아주머니들이 우산을 쓴 채 제가 거기로 기어 들어가는지 안들어가는지 지켜보는 서슬이 어찌나 퍼렇던지

저는 찍소리 못하고 수거함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차마 - 여름날 쓰레기 수거함 상태, 어떨지 충분히 상상이 가시죠? 하물며 비까지 내리는데...

- 도저히 들어갈 수 없어서 아주머니들 쪽으로 다시 가서 몰라서 그랬다고 죄송하다고 다음부턴 안그러겠다고

사과, 아니 빌고나서야 그냥 가는 걸 허락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하도 황당해서 정말 내가 잘못한 걸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설사 그게 잘못이었다고 해도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라는 걸 깨닫고서는 되게 속상하고 분하더라구요.

 

제가 다른 단지 사람도 아니었고,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무단투기도 아니었는데

같은 종량제 봉투 쓰는 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이

단지 다른 구역 수거함에 쓰레기를 버렸다고해서 잘못될 것이 뭐가 있나요?

 

이미 종량제 봉투를 사용함으로 해서 비용을 지불했으므로

그쪽 수거함에 버린다고 그 동 사람들이 관리비를 더 내는 것도 아니며,

쓰레기 마다 동 호수 적어서 검사해서 지정된 수거함에만 버려야 한다는 안내문이나 지시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는데  말이죠.

 

도대체 그 아주머니들이 그 비오는 날 어리버리한 새댁 하나를 왜그렇게 몰아부쳤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정말 애낳고 키우다 보니 세상에 두렵고 창피한 것들이 점점 줄어듭니다. 만약 어제 같은 날 그런일이 벌어졌으면

나이 막론하고 맞장 뜨고 따져 물었을텐데요...

IP : 175.123.xxx.8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상한
    '12.9.5 7:45 AM (125.187.xxx.175)

    아줌마들이네요.
    쓰레기통이 넘쳐나서 문제인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쓰레게 치우는 것도 아니면서. 별꼴이야...

    원글님 외박나온 군인 기분, 저도 알아요.
    늘 매달려 있던 아기가 없으니 뭔가 허전하고 불안하면서도 느껴지는 해방감!

  • 2. 나쁜 아줌마들
    '12.9.5 8:05 AM (175.123.xxx.86)

    그러게 말이에요, 고약한 아줌마들...

    맞아요, 고작 수퍼 갔다오는 길에서 느낀 해방감이라니 ㅎㅎ
    그시절이 그립네요~

  • 3. 날아라얍
    '12.9.5 8:05 AM (122.36.xxx.160)

    세상에 이런 일이~ 실사판이네요.

  • 4. 참!
    '12.9.5 8:34 AM (125.135.xxx.131)

    오지랖도 풍년이다!
    완전 미친 것들에게 봉변 당하셨네요.
    지금도 화 나시는 거 이해합니다.
    이제라도 얘기하셨으니 이젠 맘 푸시고 내려 놓으세요.
    얼마나 황당했을까..

  • 5. 윗님 말처럼
    '12.9.5 8:45 AM (110.14.xxx.164)

    다시 가져가라는건 너무했지만 ..
    님이 적으신대로 그 동앞이 버리기 편한 위치라서 남들도 거기다 버리면 거기는 꽉차서 불편할수 있어서 더 그런거 같아요
    그래도 이왕 버린걸 다시 가져가라는건 너무했네요

  • 6. 원글
    '12.9.5 8:55 AM (175.123.xxx.86)

    그래서였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비오는 날 거길 기어들어가서 도로 꺼내오라고 연륜있는 아줌마 셋이 딸뻘, 며느리뻘 되는 사람을 그렇게 다그치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왜요? 왜 여기다 버리면 안되는데요? 아줌마가 무슨 상관이데요?' 라는 식으로 한 것도 아니고 다소곳하게 - 전 그 짧은 외출이 너무 소중해서 설레였었거든요 - 이만저만해서 버렸다고 공손히 대답했는데 학생주임이 벌 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선 안되는거였죠.

  • 7.
    '12.9.5 9:22 AM (175.223.xxx.228)

    진짜 미친아줌니들.
    아파트단지내 세력자랑하나.유치해서못봐주겠네요~
    잘풀고 잊어버리세요!!!

  • 8. 검정고무신
    '12.9.5 9:33 AM (211.179.xxx.253)

    자기동 쓰레기는 각자 자기동집하장에 버리라는 안내문구 하나 붙여놓았음
    서로 좋았을텐데...놀래셨겠네요..

  • 9. 그 아줌마들..
    '12.9.5 10:25 AM (218.234.xxx.76)

    그 아줌마들, 그런 심성으로는 천국에 못 갔을 겁니다.

  • 10. 아..
    '12.9.5 11:56 AM (219.248.xxx.75)

    진짜 저랑 비슷한일을 겪으셔서 저도 글남겨봐요.
    아파트 앞동에 동갑내기 친한엄마가 있었어요. 너무 좋은사람이라 생각했고
    1년을 친하게 지냈는데 1년쯤되었을때 제가 생각했던 좋은사람과는 거리가 먼
    베베꼬인 사람이더라구요. 그걸 안직후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죠.
    그전엔 유치원에서 오는 아이 하원차량 맞으러 나갈때 그엄마아이가 울아이차보다
    좀더 일찌오므로 제가 좀더 일찍나가서 잠깐이라도 그엄마랑 담소나누고 그랬었다가
    그엄마가 싫어지면서부턴 잠깐이라도 마주치는것도 싫어서 일부러 시간계산해서
    맞춰나가곤했는데 어느날은 제가 조금 늦게 나가게 되었어요.
    마침 종이 재활용 선물상자가있어서 그걸 들고 나가는데 우리동의 재활용장보다는
    그엄마사는 앞동 재활용장이 거리상 더 가깝고 우리아이가 오는 유치원차량은
    앞동을 지나가기에 그걸들고 나오는데 마침 그엄마랑 마주쳤네요.
    인사하며 지나는데 손에 든게 뭐냐고해서 재활용이라고 했더니
    그걸 왜 남의동에 버리냐고했던가?왜 우리동에 버리냐고했던가?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그땐 아이데리러가야하고
    해서 그냥 지나쳤는데(그렇다고 따질것도 따질일도 아니긴하지만)
    제가 싫어하는 사람이어서 그런가 별 미친*이란 생각이 새록새록듭니다.
    여기아파트는 특정이 구역이 나눠져있는것도 아니구요.
    윗분들이 말씀하신 유난히 많이 모이게되는 재활용장있는것도아니구요.
    번거로운 물건도아니고 그냥 종이박스였거든요.
    지금생각해도 기분나빠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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