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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이 40되니 장례식장 많이 가게 되네요.

슬픔 조회수 : 2,922
작성일 : 2012-07-06 10:25:06

어제 비가 많이 오는데, 장례식 왕복 4시간 걸려 다녀왔어요.

힘들었는데 몸이 힘든게 아니고 마음이 힘드네요.

 

제 나익 40이니 이제 친구부모님들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종종 옵니다.

학창시절 친구집에 놀러가면 정말 젊으셨던, 딸 친구들에게 맛있는거 해주시고, 잘대해주셨던

분이셨는데 한순간 정말 너무 어의없고 허망하게 가셔서 장례식장에서 친구들과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어요.

 

이렇게 슬프게 울어본것도, 참 오랫만이지 싶었어요.

한친구의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4분모두 한해에 암수술후 전이되서 다 돌아가셨을때도 이리 슬프지는 않았던거

같아요. 오래투병을 하셔서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었고, 친구가 몇년동안 참 힘들게 병간호 하는거 알았기에

연세도 있으시고, 저리 고생하실거면 그냥 더 고생하기 전에 돌아가시는것도 본인이나 남은 가족을 위해서

좋을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친구들끼리 했었는데,,

 

어제의 장례식은 그야말로 저희 친구들(중학교때 5인방 친구들)14살때 만나서 26년동안 슬픈일 기쁜일 모두 다 겪었지만, 어제가 가장 슬펐던 날이지 싶어요.

 

친구엄마는 친구가 고딩학교때 사고로 남편잃으시고, 홀로 남매둘을 키우셨었고, 제 친구도 결혼후에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아 비좁은 친정집에서 아이셋을 친정엄마에게 맡기며 맞벌이 하며 같이 살고 있었어요.

 

그와중에 남편은 맨날 직장 여기저기 옮겨다니고, 한곳에 꾸준히 다닌적이 없고, 아이는 쌍둥이로 낳아서 어느덧 3명이나 되고, 시댁어른두분은 암이 발병해서 수술하고 항암치료하는데 경제적으로 궁핍해서 친구가 돌봐줘야 하는 상황인데,

맞벌이하면서 힘들어하고, 더더군다나 십원한푼 준거 없어서 신혼부터 친정집에서 5식구가 친정집에 같이 살고 있는데도

저녁 퇴근후에 불러들여 병간호 안한다고 난리난리.. 전업주부인 시누이는 며느리가 간병안한다고 난리. 병원비 아들네가

다 지불하라고 난리... 그렇게 힘들게 벼터왔지만, 그래도 친정엄마가 너무 좋ㅇ신 분이세요.

 

항상 딸걱정하느라 챙겨주시고, 우리 친구들에게도 오랜세월 너무 잘해주시고, 친구가 둘째 쌍둥이 낳고, 산후조리를

친정집에서 했는데 그 친정엄마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첫째 키우라 둘째 쌍둥이 신새아 돌보라 딸 산후조리해주랴

그런데도 그집 시어머님 아프지 않으실때인데도 첫째 몇일만이라도 좀 봐주지 불과 10분거리 살면서도 당연하게

그몫은 다 같이 살고 있는 친정엄마 몫으로 떠넘기더라요. 사위는 저녁늦게까지 술먹고 들어오고...

 

친구들과 아이보러 갔다가 친정엄마가 오죽하면 저희들보고 이젠 좀 힘드네 하셨어요. ㅠㅠ 너무 불쌍하시더라요.

그런데 그렇게 고생고생 하시다가 이제 아이들도 어느정도 다 커서 초등 고학년이고, 힘들게 키운 아들도 장가가고

친구오빠가 어느정도 자리잡고, 친구도 힘들지만, 직장생활 하던중에 건강하던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쓰러지시고 의식 없이 하루만에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신거예요.

그러니 얼마나 황망하고 죄스럽고 했겠어요. 친구는 거의 실신하다시피 하고, 장례식장 가보니 너무너무 썰렁하더라구요

아빠쪽은 이미 오래전 아빠돌아가시고 친척들 관계다 끊기고, 엄마는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일가친척이 한분도 없고,

친구랑 오빠 딱 두사람과 배우자만 있는데 집안에 상 치뤄봐서 도움주실 어른이 단 한명도 없더라구요.

 

그렇게 순식간에 아무 정리없이 돌아가셨는데 아무도 없으니, 더욱 쓸쓸해보이고, 이제 자기 어찌 살아야 하냐며 저희들

붙들고 울던 친구때문에 같이 간 친구들 모두 눈물 바람이였어요.

 

돌아오는길에 이제 결혼식가는일 보다 장례식자 가는일이 더 많아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먼훗날 우리엄마아빠도 떠나실수도 있다 싶으니 너무너무 슬픈겁니다.

 

제 부모님은 이제 자식들 모두 출가시키고, 두분이서 맨날 노래교실, 춤교실,수영하러 다니세요.

맨날 바뻐서 다른집처럼 뭘 잘 해주시지도 않고, 김치같은거 친정에서 가져다 먹고 싶은데도 못가지러 가고,

아이들도 잘 안봐주시고, 딸인 저한테도 별로 관심가져주지 않아서 참 서운했는데, 갑자기 그 모든게

너무너무 감사한거 있죠.  차라리 그렇게 본인들 하고 싶은거 하시고, 남은 여생 즐겁게 사시는게 오히려

자식들에게 더 큰 행복을 주는거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제가 너무 불효자 딸같더라구요. 맨날 투덜대고 뭐 한해준다며 서운해 하면서 바로 코앞인데도

친정집에 가지도, 전화도 안드리며 살았어요.

 

그런데 저녁때 느즈막하게 아빠가 전화를 아주 오랫만에 하셔서는 주말에 놀러오면 안되냐고 하시네요.

몇년만에 아빠가 놀러오라 연락하신거예요. 주로 엄마는 가끔 오라고 하셔도 아빠는 그냥 잘사냐는 일상적인

대화만 했지 오라는 소리는 잘안하시는데 그 목소리에 담긴 의미가 주말에 너희식구 바쁜데 이런전화해서 미안해

한데 보고 싶으니까 놀러 좀 오면 안되냐 하는 아주 조심스런 말로 들려오네요.

그냥 말은 상추가 많다고ㅠㅠ 그거 혹시 가져다 먹으려면 주말에 와서 밥먹고 가져가서 먹으라고..

맛있다고.. 상추야 동네에서 사면 얼마든지 싸게 많이 살수도 있잖아요.

 

근데 예전의 저라면 주말에 어디가서 바빠.. 상추 잘먹지도 않아. 먹고 싶으면 내가 사먹을께요 했을겁니다.

그런데 그 말속에 담긴 의미가  제게 그냥 보고 싶은데 상추를 핑계삼아 오라고 한것처럼 느껴지고,

그동안 제가 얼마나 못된 딸이였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흔쾌히 꼭 가지러 갈께요. 저녁 맛있는거 같이 먹어요

했어요. 아빠도 제가 한번에 오케이 하니 기분이 무척 좋으셨나봐요.

 알았다며 한톤 높여 말씀하시는데 가슴이 어찌나 짠하던지요.

 

이제 나이 드니,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이렇게 얼굴볼수 있다는거에 너무 감사하더라구요.

살아계실때 후회하지 말고 잘하라는말 새삼 느껴집니다.

 

 

 

IP : 121.143.xxx.12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게요..
    '12.7.6 10:29 AM (218.234.xxx.25)

    나이가 들수록 결혼식보다는 상가집 방문이 많아지고요..
    더 나이가 들면 이젠 남의 초상집 방문이 아니라 내 친척, 내 가족의 초상이 되더라구요..

  • 2. ...
    '12.7.6 10:30 AM (123.142.xxx.251)

    .아침부터 눈물이 ...
    좋은곳으로 가셔서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이곳에서 너무 힘드셔서 빨리 데려가셧나봅니다..
    맞아요..아차하면 늦을텐데요..저도 그렇게 살지 못하고있네요..

  • 3. ...
    '12.7.6 10:39 AM (180.228.xxx.121)

    갑자기 왜 이리 목구명이 뻣뻣해지고 글씨가 잘 안 보이죠?

  • 4. 50돼보세요
    '12.7.6 10:48 AM (203.238.xxx.24)

    본인상까지 뜹니다.
    친구나 지인을 떠나 보내는 마음은 더 쓸쓸합니다.
    우리 살아있는 날 언제까진지 모르지만 잘 살아갑시다

  • 5. 맞아요..
    '12.7.6 5:15 PM (125.177.xxx.190)

    살아계신 부모님 당신들이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시는게 정말 고맙네요.
    언제든 가실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 벌써 눈물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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