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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비 오는 밤, 제 얘기 좀 들어주실래요?

제이 조회수 : 4,753
작성일 : 2012-06-30 02:08:11

마음이 갑갑해서 오랜만에 82에 글을 쓰네요.

풀어내다 보면 글이 좀 길어질 수도 있으니 이해해주세요.

 

재작년 시월에 만났던 남자가 있어요.

이렇게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구나.이제야 내 짝을 찾았나보다. 하며 단꿈에 빠져 있었죠.

그 때 제 나이 28세.

결혼 적령기이기도 했고 그 사람이 너무 좋은 나머지 만난지 세달만에 결혼 얘기까지 오고가게 되었어요.

진지하게 집안끼리 오고가는 정도는 아니구요. 그냥 둘이 집에다가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이 있다. 이 정도까지.

 

그런데 그 직후 그 사람이 아팠어요.

몸살 비슷하게 앓다가 며칠 후 술이 좀 취해서 저에게 뭔가 흘리듯 말하더라구요.

예감이 안좋아서 다음 날 꼬치꼬치 물어보니 그 사람 부모님이 절 마음에 안들어하신대요.

제 이름 세글자 한번 안들어보시고, 단지 맞벌이를 할 수 있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사람은 지방에 살고 저는 서울에 살고 있었어요.

결혼을 하면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곳으로 내려가야하는데,

그 곳은 일자리가 별로 없어서 제가 마땅한 직업을 갖기 힘들고 그러면 맞벌이가 불가능하니 곱게 키운 아들 혼자

고생하는 꼴 볼 수 없다 이런 논리였어요. (그 사람은 교사)

 

 

저는 이유가 참 기가막히고, 뭔가 억울하고, 자존심도 상해서 헤어지자고 했어요.

만나고 싶으면 부모님 설득해서 오라고. 나는 이런 대접 받으면서 만나고 싶지 않다고.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집안 형편도, 학벌도, 외모도 제가 더 낫다고 그 사람도 인정했구요.

 

그 사람 직장에 연차까지 내고 집에 내려가서 부모님 설득하고 저에게로 달려왔어요.

저는 감격해서 눈물까지 펑펑 흘리며 안아주었구요. 이 사람이 날 이렇게까지 사랑해주는구나.라는 착각에.

그게 착각이었다는 건 한달이 지나지도 않아 알 수 있었어요.

내년에 결혼하라던 그 사람 아버지였는데 이번엔 어머니가 내 귀한아들 고생 시킬 수 없다며 들고 있어나셔서

아버지까지 합세하셨구요.

 

그 사람 굉장한 효자였고, 부모님 뜻을 두번 꺾을 수 없어서 저에게 점점 냉랭하게 대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런 상황을 상상도 못했고 (그 사람 부모님이 어떤 분인지 파악 못했기에) 그 사람이 일부러 정 떼려고 할 때마다

내가 뭘 잘 못 한걸까? 이 말을 수없이 되뇌이며 고민하고 울고 아파하고. 하지만 그 사람은 좋고.

그렇게 반복하다 한달 쯤 지났을 때 저에게 실토를 하더라구요.

미안하다고. 그렇게 전화로 이별통보...

 

미칠 것 같았어요. 내가 알던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본심은 이제 아닐꺼야.

나를 사랑하는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거야. 스스로 합리화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수 있다던 사람인데 이렇게 한순간에 돌아선다는 걸 인정할 수가 없었던

거죠.  그 때 놓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매달려서 붙잡았어요. 부모님이 내 존재를 몰라도 좋으니 헤어지지만 말자고.

다시 만나는 세달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자처한 일이니 누굴 원망 할 수도 없었어요.

 

그렇게 그 사람은 버티고 버티다 부모님 등쌀에 못이겨 선보기 하루전 저에게 이별을 통보하더라구요.

그 땐 마음 굳게 먹고, 일찍 보내줬어야하는데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건강하게 잘지내라고.

문자로 통보한 이별에 문자로 대답해줬어요.

그 사람에게 정말 미안했고, 잘되길 빌었어요.

 

그런데 너무 아프더라구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한밤중에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샤워기 소리에 소리내서 펑펑 울기도 하고. 밥도 먹기 힘들고.

 

그렇게 세달을 참아냈는데 연락이 왔어요.

네 말대로 너같은 사람 다시 못 만날거 같다고. 부모님 허락 없어도 너랑 결혼하고 싶다고.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머릿 속으로는 수천번 밀어냈는데 마음으로는 그게 안됐어요.

그리고 만나서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다정한 미소를 짓는 그 사람 앞에서 또 약해지는데,

일단 부모님 허락부터 받아와라. 그 때 다시 내가 결정하겠다.라고 말했어요.

그 사람은 너희 부모님도 우리 부모님도 내가 다 알아서 하겠노라고, 나만 믿으라고 그러면서 헤어졌어요.

울면서 얘기하는 내 손 한번 꼭 잡아주지 못하고

(그 때 이미 본인 아버지에게는 거의 허락을 받은 상태. 혼자 멋대로 결정해서 나한테 올 수 있는 사람이 못 됨)

 

그렇게 일주일. 여전히 애써 냉랭한 척 하는 저에게 또 세상에서 제일 다정다감하고 자상한 남자인 것 마냥 다가왔어요.

그런데 이 남자 어느순간 또 연락이 뚝.

어이가 없어서 먼저 연락해서 물었더니, 너에게 두번 상처주기 싫다고. 네가 부모님 허락 받아서 오래서 그렇게 할 거라고.

그 얘기를 듣는데 아, 사람은 안변하는구나. 단념하고 저도 연락을 끊었어요.

 

그런데 두 달 후 저한테 오기전 선봤던 여자를 만난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저는 너무 가증스러워서 전화해서 물었어요. 나 가지고 논 거냐고. 그 여자 만나는 거 맞냐고.

대답은 여자친구도 아니고, 결혼할 사이도 아니라고, 그냥 만나긴 한다고.

헛웃음이 나오더라구요. 다신 나한테 연락 할 생각하고 말고, 나 이렇게 아프게 한거 평생 갚으며 살라고 악담을 한 뒤

연락을 끊었어요.

끝까지 자기 말에 휘둘려주길 바랐는지 태연하게 거짓말에 또 거짓말.

 

그렇게 연락을 끊고 지금 딱 팔개월째.

친구한테 그 사람 소식을 들었어요.

올 해 일월 초에 급하게 결혼하더니, 5월 중순에 아이를 낳았대요.

그 전에 선봤던 여자랑.

 

저한테 온 게 8월 달인데 그럼 7월에 이미 애를 만든건가요?

그러고서 가증스럽게 저한테 다시 만나고 싶다고 온 거네요.

전후 상황은 저도 몰라요. 원래 양다리를 하려고 했던건지. 저한테 오고나서 임신 사실을 알게 된건지.

금방 친구한테 이 소식을 들었는데 비 오는 밤에 그냥 어처구니가 없네요.

짐승인가싶어요.

그런 사람을 진짜 사랑이라고 믿었던, 남자 보는 안목도 지지리 없는 저 자신을 탓해야겠죠?

 

자신이 없어요. 다시 누군가 좋아하게 되더라도 그 사람의 진심을 진심으로 볼 자신이 없어요.

그 사람은 내 생각 한번 안하며 신혼 단꿈에 빠져 있을텐데 혼자 이렇게 청승 떨고 있는 제 자신이 처량하기도 하구요.

제게 어울리는 진짜로 좋은 사람이 언젠가는 올까요? 만나게 될까요?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빗소리 들으면서 자려고 노력해봐야겠네요 ^^

IP : 220.116.xxx.179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2.6.30 2:14 AM (110.14.xxx.91)

    더 좋은 사람 만날테니 걱정 마세요. 일찍 결혼하는 거 안좋아요.
    그 남자랑 결혼한 여자 아마도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거예요.
    왜 애를 만들어서 결혼을 하게 됐을까...
    그쪽 부모들 성질보니, 자기 아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들 아니네요.
    자기들 욕심에 아들네 가정 뒤흔들고, 며느리 장난 아니게 힘들게 할 거 같은데요.

    님은 오히려 잘됐네요.
    님 축하드려요.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온 거예요.

  • 2. 힘내세요.
    '12.6.30 2:15 AM (211.209.xxx.193)

    결혼해도 그런 시부모밑에서 힘들어요
    힌트를 여러번, 아주 여러번 줬는데, 님이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일찍 마음 정리 못한거예요.
    물론 너무 힘들죠.
    그치만 정말 잘 헤어진거고, 미련두지 마세요.



    정말 괜찮은 남자 만나세요. 결혼은 한평생 같이하는것이고, 현실이예요.

  • 3. 실수
    '12.6.30 2:16 AM (211.207.xxx.142)

    로 잤을테고 임신했다 하여 결혼했겠죠. 그게 다시 돌아간 이유일 겁니다. 듈의 인연은 거기서 끝난 거예요. 남자에게 상처 받았다 생각하지 마셨음 해요. 그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시고..

  • 4. ..
    '12.6.30 2:18 AM (210.106.xxx.165)

    인연에도 유효기간이 있어요. 유효기간 끝난 인연 붙잡아봐야 배아프고 탈만 납니다.
    현명한 분이시니 좋은 사람 반드시 만날겁니다.
    빗소리에 못이기는 척 한번만 실컷 우시고 상한 인연 뻥~차세요.

  • 5. 엉뚱소리
    '12.6.30 2:29 AM (222.232.xxx.29)

    우리아이 생일이랑 비슷해서 아는데요.
    5월 중순에 태어난 거면 8월에 만든거예요.
    그건 그렇고.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집니다.

  • 6. 굴음
    '12.6.30 2:30 AM (116.123.xxx.14)

    인연에도 유효기간이 있고 유효기간 끝난 인연 붙잡아봐야 탈나고 아프단말 와닿네요. 힘내세요. 인연이 아닌 사람이었고 심지어 좋은 사람도 아니었구요. 오히려 잘된거 같아요. 보란듯이 좋은 사람 만나실거에요.

  • 7. 원글
    '12.6.30 3:44 AM (220.116.xxx.179)

    아직도 잠을 못 이루고 있네요. 그까이껏 뭐라고ㅎㅎㅎ
    앞에 좋은 말씀 주신 분들 감사해요. 많은 위로가 됐어요.
    그리고121.151님 문단 나누기 했어요^^

  • 8. 한마디
    '12.6.30 8:37 AM (116.127.xxx.153)

    5월중순에 애가 태어났으면 9월초에 애만든건데..

  • 9. 원글
    '12.6.30 9:16 AM (220.116.xxx.179)

    일단 아기는 저한테 다녀간 후 만들었다는 거네요.
    부모님이 반대할 때 혼자 임신을 시킬까도 생각했었다고 했는데 다른 분에게 실천했군요.
    그리고 덧붙여 말씀 드리자면 제가 선 본 여자 만난다고 해서 전화했을 때
    부모님께 다시 말씀드려봤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도 했었어요.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인 거 같아요.

  • 10. queen1004
    '12.6.30 9:22 AM (175.252.xxx.251)

    어쨌건 님은 다행이고 그애낳은분? 참 안됐네요...그

  • 11. 허허...
    '12.6.30 9:24 AM (118.91.xxx.85)

    정말 찌질하고 양심도 없는 녀석이군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어요.
    비오는 날 시간아깝게 추억도 하지마세요. 안 걸려든게 다행이죠.
    아마 그 버릇 어디 안갈겁니다.

  • 12. 원글
    '12.6.30 11:12 AM (220.116.xxx.179)

    잠을 제대로 못자서 다시 자려고 누웠는데
    혼자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네요.
    친구 얘기로는 카톡에 아기 사진도 걸어놨다는데 안듣고 안보면 더 좋았을 것을 자꾸 생각나서 괴로워요.
    저만 혼자 이러고 있는게

  • 13. 원글
    '12.6.30 11:19 AM (220.116.xxx.179)

    억울해요.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일을 겪나 싶고.
    그 사람이 행복한 게 싫어요.
    부모님이 원하는 사람 만나 아기 낳고 오순도순 살고 있는 모습 떠올리면 분노가 차올라요.
    조언 해 주신대로 신경 끊고 내 인생에 집중하고 싶은데 현실이 안따라 주니 더 힘든거 같아요.
    스스로 극복해야겠죠..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 14. 아이고...
    '12.6.30 12:10 PM (222.96.xxx.131)

    글쓴님은 도리어 그 남자 부모에게 감사해야겠네요.
    오순도순은 무슨... 그 여자분은 드센 시어머니에 효자 남편 두고 지옥이 따로 없겠구만...

  • 15. 훗..
    '12.6.30 3:11 PM (218.234.xxx.25)

    이제 지옥은 결혼한 그 여자한테 시작되는 거죠.. 아마 원글님이 만났던 남자분은 자기가 무슨 드라마 주인공이나 되는 양 맘속에 한 여자(원글님)를 두고 살 겁니다. 스스로 도취되어서요. 자아도취 반 (과장된) 그리움 반..

    그 와이프되는 여자 인생이 이제 불쌍해진 거죠..

  • 16. ok
    '12.6.30 7:10 PM (221.148.xxx.227)

    우유부단에 부모핑계까지...
    그쪽 부모도 황당하지만 남자가 슈레기네요
    정말 사랑한다면 결단을 내리지 저렇게 물밑작업하지않아요
    남자도 계산을 하고있던거죠
    효자도 아니면서 효자인척,
    부모 뒤에 숨어서 본심을 감춘거죠.

  • 17. 으이고
    '12.6.30 10:36 PM (118.221.xxx.235)

    님 조상이 님 살렸네요 222222
    한때는 정말 사랑하셨겠지만 그런 남자랑 결혼했다면 제대로 시월드지옥 만나셨을듯 하네요. 이런 경우는 정말 똥차 가고 벤츠 옵니다. 연애는 거듭할수록 이전의 과오를 수정하게 되어 있거든요!

  • 18. 원글
    '12.7.1 4:46 PM (220.116.xxx.179)

    모두 고맙습니다.
    힘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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