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시어머니

며느리 조회수 : 3,485
작성일 : 2012-06-18 16:29:14
시부모님이 2주째 저희 집에 머물고 계세요. 처음에 오신다고 했을 때는 부담감에 몸둘 바를 몰랐는데. 함께 지내다 보니 내가 정말 귀한 집 사람과 결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많이 배우지도 못하시고, 부유하지도 못하시지만. 왜 아들들이 그리 모두 효자인지 이해를 할 것 같더라구요. 왠지 (특히) 어머님께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어요. 어머님 생각하면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마음도 생각나구요. 그래서 그런지 아들들이 모두 좋은 대학에서 박사를 받고 각자의 영역에서 성실히 자기 역할하며 살고 있구요.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가시는데. 어제 밤 누워서 곰곰히 생각해 봤어요. 어머님이 특별하게 해주시는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대체 왜 내 마음에까지 훈훈한 바람이 불고, 절로 절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지금까지의 결론은 어머님은 타인의 모든 행동을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시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귀찮아서 뭔가 거절한 적이 있는데 그걸 상대방이 힘들까봐 그랬구나. 하시고. 그닥 잘하지도 않은 일에도 진심으로 잘했다고 생각하시고. 집에 오셔서 식사 정말 많이 도와 주셨는데 '식사 끼니 때 마다 챙기느라고 고생 많았다'며 고마워 하시더라구요. 사실 먼 곳까지 와서 계속 밥 하시게 하는 것 같아 죄송했는데 말이에요. 여행도 많이 못모시고 가고, 가서도 레스토랑이 아닌 호텔 방에서 밥해먹었는데 딴 분들과 얘기라도 하게 되시면 아들 며느리 덕분에 너무너무 좋은 곳 많이 봤다고 행복해 하셨어요. 식당을 가건 어디를 가건 어머님이 지나치게 아들/며느리를 챙기시는 모습이 가끔은 불편 했는데(고기라도 구워 먹을 때면 돈 많이 들까봐 본인은 거의 안드셔요), 남은 음식을 슬쩍 챙겨서 집에 와서 다른 밥 할때 쓰곤 하시는 모습은 조금 부끄러울 때도 있었는데. 그렇게 돈을 아끼고 자식들을 아낌 덕에 아들들이 다 잘자랐구나 싶더라구요.

어제 밤 함께 지내면서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는데 나무 행복해 하시는 반짝거리는 눈빛에, 이렇게 정리까지 다해뒀구나 기특해 하시는 따스한 눈빛에 어머님 더 행복하게 더 자랑스럽게 좀 더 좋은 사람 되고프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4년 만에. 처음으로 이리 오랜 기간을 부모님과 보내게 되면서 그간의 숫한 오해들과 여물지 못한 마음에 속으로 했던 나쁜 생각들, 남편에게 한 모진 말들이 부끄워지더라구요. 뭐 또 시간이 지나면 부모님의 의도를 오해하고 불평하고 그러겠지만 이제 그분들의 진심을 알았으니 이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부모님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로 자게에 불평 글을 올렸었는데. 이렇게 감사한 마음의 글도 올리게 되네요. ㅎㅎ
IP : 217.41.xxx.2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
    '12.6.18 4:32 PM (217.41.xxx.23)

    스마트 폰이라 오타가 많네요. ㅎ

  • 2. 스뎅
    '12.6.18 4:33 PM (112.144.xxx.68)

    보는 제가 다 훈훈 하네요 어머님께 효도 많이 하시고 행복 하세요^^

  • 3. 파사현정
    '12.6.18 4:39 PM (203.251.xxx.119)

    고부간에 사이 좋으니 보기좋네요.

  • 4. 지혜로운
    '12.6.18 4:55 PM (220.119.xxx.240)

    사람으로 보여 두 분 다 부럽습니다.
    생활 속에 늘 복이 따를 듯 하네요.

  • 5. ㅇㅇ
    '12.6.18 4:56 PM (211.237.xxx.51)

    원글님도 시어머님도 다 좋으신 분일겁니다.
    좋은것을 받아들일줄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론 그런 좋은 어머님의 아드님이고 좋은사람을 볼줄 아는 원글님의 남편분도 분명 좋은 분이겠지요..
    따뜻한글 잘 읽고 갑니다.
    원글님 부부나 시부모님이나 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6. ,,
    '12.6.18 8:17 PM (68.192.xxx.106)

    시어머님도 인복이 많으시네요, 며느리복도 있으시고 오랜만에 읽는 마음이 따듯해 지는 글입니다

  • 7. ...
    '12.6.18 9:12 PM (59.15.xxx.61)

    이렇게 시어머니 좋은 글 올려주셔서 마음이 따뜻합니다.
    사실 저희도 고부갈등 없어요.
    어머님이 사랑이 넘치는 분이고
    마음도 넓으시고 현명하시고 한마디로 양반이세요.
    그러다보니 딱히 시어머니에 대해 올릴 일이 없더라구요.
    여기 82는 시어머니 시댁식구들 흉보는 글이 많지만
    그건 글 올릴만큼 충격적이거나 힘들어서 그런것이구
    저처럼 별 일 없는 사람은 안올리니
    웬통 나쁜 시월드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저도
    시어머니와 좋았던 일을 자주 올려야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3917 여기 캐나다인데요.. 한국으로 스카이프 전화하는 법좀요.. 1 서연맘 2012/07/23 2,294
133916 언니신 분들;; 동생이 선글라스 빌려달라 그러믄.. 72 저기..; 2012/07/23 13,893
133915 길에서 고양이, 강아지만 보면 눈물이.. 19 달별 2012/07/23 2,430
133914 수영레슨은 언제쯤부터 ᆢ 7 수영선배님들.. 2012/07/23 2,219
133913 어떤 분이 책 제목을 물으니 저도 묻고 싶은 책이 있어서.. 1 ... 2012/07/23 1,525
133912 딸아이가 척추수술 2주가 되었는데 학원을 간대요.. 10 학원 2012/07/23 2,742
133911 진돗개 도끼로 살해한 전직 승려에 징역 6개월 9 샬랄라 2012/07/23 1,867
133910 쓸 데 없이 눈물이 자주나요... 11 ㅠㅠ 2012/07/23 6,776
133909 여름휴가 다른걸로 대처하면 안될라나.. 3 휴가 2012/07/23 1,984
133908 초등 6학년 아들 먹일건데요! 2 오메가3 2012/07/23 1,675
133907 병원서 공황발작 치료 받아보신 분 계신가요...? 11 탈출 2012/07/23 3,418
133906 구굴 크롬 쓰는데요...팝업창 안뜨게 하려면? 5 ,, 2012/07/23 1,989
133905 영화 저렴하게 보는 방법좀 알려주세요 10 ... 2012/07/23 2,736
133904 미국비자 2 미국 비자 2012/07/23 1,798
133903 아이때 전신마취가 기억력에 영향 있을까요? 17 후유증? 2012/07/23 6,307
133902 여자 팔자 타고 나나요? 7 친구 2012/07/23 5,679
133901 제주 여성 관광객 시신 발견(1보) 32 .... 2012/07/23 13,804
133900 원래 부산이 서울보다 시원한가요? 11 .. 2012/07/23 4,289
133899 아~~미스트 괜히 많이 샀어요~~ㅠㅠ 5 후회만땅 2012/07/23 3,808
133898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서도 영어가 늘 수 있을까요? 4 ... 2012/07/23 1,952
133897 얼굴에 데오드란트? 2 ㅠㅠ 2012/07/23 3,554
133896 생고사리 삶아서 하루 밖에 놔두었는데 냄새가 나요. 4 jo 2012/07/23 2,160
133895 만화책 좀~~ 보셨다는 분^^ 제목 좀 부탁드려요. 4 생긋웃는 2012/07/23 1,848
133894 제작년과 재작년 7 궁금 2012/07/23 3,487
133893 월세를안내는데 3 플라워ㅇ 2012/07/23 2,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