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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 입양한 집에 초대받아 다녀왔어요

00 조회수 : 3,914
작성일 : 2012-06-17 19:18:49

부부는 캐나다 분이시고

큰아이는 여자아이인데 중국에서 입양하고

둘째는 남자아이인데 한국에서 입양하셨어요 만 4살이에요

둘째가 저희 아이랑 한글 학교 같은 반이어서 알게 되었는데요

1년 내내 눈인사만 하다가 마지막날 (6월이 졸업시즌이에요)

아이들 상 받고 선물받고 하는 시간에 옆에 앉아 얘기 몇마디 나누었는데

아이 아버님이 급 친근감을 보이시더니 바로 연락처 묻고 초대해도 되냐고 그러시더라구요

마치 누군가 말 걸어주길 기다리기라도 한듯...

사실 학부형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아님 적어도 한명이 한국인인 경우가 그집빼고는 전부라 할수 있죠

그리고 아이들만 데려다주고 데려오지 서로 그렇게 친하거나 하지도 않아요 눈인사만 하지...

처음에 그아이가 입양아인거 알고 부모님이 대단하시다... 본인도 못하는 한국어를 알려주려고 수업까지 보내시는구나

그렇게만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집에 방문해보니 생각 이상 노력을 많이 하시는것 같더라구요

아이 누나는 중국어 학교 보낸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어머님은 큰 애랑 같이 중국어 배우고 아버님이 한국어 배우신다고 하네요

아버님이 따로 한국어 수업도 들으시고 집에도 한글교재 중국어 교재 나란히 벽에 붙어있고요

큰아이는 중국어 영어 같이 사용하는 초등학교 다니고

둘째 아이도 주말 한글학교 말고 따로 튜터붙여서 수업 받는다네요

그래도 아무래도 한국말을 많이 못접하니까 아이가 말을 잘하진 못해요 아직 어리기도 하고요

조금씩 알아듣는 정도고 제가 말을 붙여봐도 쑥스러운지 영어로만 대답하네요

평소 놀때 훈육하시는 것도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하게 하시고 그래선지 아이들도 참 반듯하네요

평소 궁금한게 많으셨는지 헛갈리는 한국어 단어나 존대말 표현도  물으시고

한국 업소나 음식점도 물으시더라구요

한국말로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집안 곳곳에 한국의 흔적(?)이 보였어요  

한국 교민들만이 알수 있는 팁 같은거 쫙 풀어드리고

뽀로로랑 폴리같은 한국 만화 볼수있는 사이트 알려드렸어요

별것 아닌데도 많이 고마워하셔서 저희도 기분 좋았네요

갈때 한국 과자랑 깨찰빵 조금 만들어 갔는데

맛있게 나눠먹고 한나절 신나게 놀다왔어요

 

단순히 불쌍한 아이 입양한 훌륭한 부부라는 인상 이상의 어떤 느낌이 오더군요

정말 쉽지 않은 길일텐데...

난 내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나 하는 반성도 들고

저렇게 노력하면 커가면서 그 아이가 겪을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의문 같은 것을 같이 나눠줄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이들하고 얼마나 잘 놀아주시는지 저희집 애들까지 딱 붙어서 놀다가 많이 아쉬워하면서 헤어졌어요

다음에는 한국음식 만들어서 저희 집에 한번 초대해야겠어요

 

요즘 올라왔던 외국에서의 인종차별 스토리 읽으며

격하게 공감했었는데 (저라고 아니겪었겠습니까...)

사람 사는데는 어디나 이상한 사람도 있고 또 좋은 사람도 있는것 같아요

 

 

 

IP : 207.81.xxx.21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6.17 7:30 PM (211.207.xxx.157)

    아주 똑같은 케이스가 중학교 국어책에 나와요.
    필자는 그 엄마를 대학에서 만났는데, 자기 아이가 정체성 없는 아이로 크는 것 싫다고
    그 캐나다엄마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먼저 배우는 이야기였어요.너무 생각할 만한 글이더군요.
    원글님 글솜씨가 좋아 이 이야기도 되게 생생하게 전달되네요.

  • 2. 저도 캐나다
    '12.6.17 7:34 PM (72.39.xxx.48)

    그 유럽 인종차별 글 읽으면서 유럽에 살고 싶던 맘이 슬그머니 작아지던데 (그래도 살아보고 싶다는).. 캐나다는 아무래도 훨씬 덜한 것 같네요.

    저 전에 일하던 곳에, 손자가 한국에서 입양한 아이였던 분이 있었어요. 아이 돌때 한국에 있는 아이 친엄마와 상의해서 한복 입히고, 돌잡이도 하더라구요. 저한테도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시구요. 저 회사 그만두기 전, 둘째 아이도 한국에서 입양하게 됐다고 넘 좋아하시던 기억이 나네요.

  • 3. ...
    '12.6.17 7:50 PM (203.226.xxx.10)

    울아이들 한글학교 다닐때도 입양아들 토요일마다 한글학교 데리고 오던 미국인 학부형이있었어요.
    참 고맙더군요.
    한글학교 비용도 한학기에 꽤 비쌌거든요.

  • 4. ---
    '12.6.17 8:50 PM (188.104.xxx.37)

    국내 고아원에서 자라는 거 보다는 해외 입양 가는 게 아이 본인한테 좋아요. 정체성 문제가 있다지만 국내에서 고아로 자라 풍파 헤쳐나가는 거에 비할까요. 경제 수준 교양 수준이 높은 백인 부모 만나면 사실 엄청난 서포트 받고 솔직히 로또 당첨된거나 마찬가지. 암튼 입양아들 몇 명 봐서 아는데 부러울 것 없이 자라더라구요.

  • 5. ---
    '12.6.17 8:51 PM (188.104.xxx.37)

    한국에서 너무 힘들고 아무리 바둥거려도 안 풀린다 싶을 땐 차라리 어려서 부잣집 백인집에 입양이라도 갔었으면 나았겠다 싶은 마음도 한켠 스치더라구요;

  • 6. //
    '12.6.17 10:00 PM (125.185.xxx.153)

    저도 아이 하나쯤은 입양해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결혼 전에 했었는데.....
    결혼하고 애 하나 낳고 나서 ..아 나는 내 애 하나도 제대로 키우기 힘든 인간이라는 걸 알고 접었습니다;
    둘째 생각도 없음 ㅠㅠ

    입양하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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