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초식남 집돌이 남편.. 어쩌면 좋을까요?

곰돌젤리 조회수 : 9,745
작성일 : 2012-06-01 17:50:49

저희 부부 이야기입니다.

 

남자 치고는 작은 키, 흰 피부, 작은 체구, 작은 얼굴, 온화한 성격

저는 여자치고는 큰 키, 까만 피부, 큰 체격, 활동적인 성격

남편은 술도 안 좋아하고 채식 좋아하고요, 저는 술 세고 고기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이렇게 서로 다르다 보니 매력을 느껴 어찌어찌 결혼은 했는데

살아보니 너~무 지루하네요 ㅠㅠ

 

저는 처녀 시절에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니 이삼주에 한번 정도 꼭 술자리를 가졌는데

남편은 결혼하고 단! 한번도! 친구를 만나러 나가질 않습니다.

친구가 없는 편은 아닌데, 그냥 정기적인 모임만 나가요. 일년에 한두 번 정도.

워낙 술자리를 안 좋아하고

8시에 출근해 8시면 칼퇴근해 들어오는 바른생활 사나입니다.

거의 매일 글요.

 

그러다보니 저도 자연스레 모임을 줄이고, 친구들도 자주 안 만나게 되어 이삼개월에 한번 만날까 하고

남편과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남편... 착하죠.

많이 먹지도 잘 먹지도 않아서, 하루 한두끼만 챙겨주면 되고, 잔소리도 없고, 집안일도 잘 해주고요.

그런데...

재미가 없어요 ㅠㅠ  

 

아직 아기도 없는 결혼 1년 반차 부부이고,

서울에서 떨어진 외곽에 시집오다 보니 근처에 지인도 없어서

저는 남편과 좀 즐겁게 보내고 싶은데

말수도 없고, 그냥 일찍 들어와 티비나 보고 스마트폰이나 만지작거리다 일찍 잠드니

저랑 취미도, 교류도 없어요.

 

그러다 결국 어제 크게 싸웠는데요.

남편이 쇼핑 같은 거 싫어하는 줄 알기 때문에 평소엔 혼자 다 알아서 남편 옷이며, 반찬거리 다 사다 나른답니다.

그런데 어젠 쇼핑몰로 데리러 오더라구요. (또 혼자 텅 빈 집에 들어가는 건 안 좋아해요. 제가 기다리는 걸 좋아하죠.)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에 저녁 먹고 들어가자 했더니(남편이 별로 안 좋아해 외식을 거의 안 해요)

자긴 회사에서 벌써 밥 먹었대요. 생각 없대요.

시무룩해서 그럼 그냥 집에 가자고 했더니

그럼 맥주 한잔 가볍게 하자고 하더라고요. 와 마누라 좋아하는 맥주 먹자니, 이 사람도 나한테 맞춰주는구나 하고 신나서 갔는데

한잔 딱 먹고, 제가 수박을 같이 가서 사자고 했어요.

평소엔 무거워서 혼자 못 사오니까.

근데 딱 잘라서 싫대요. 술 먹었더니 피곤하다고 집에 빨리 가재요.

저녁 여덟시 간신히 넘었는데... 전 이제 맥주 겨우 한잔 먹었고, 남편이랑 쇼핑하며 좀 걷다 들어가고 싶은데...시골이라 쇼핑몰까지 버스 타고 나가야 하거든요. 화장까지 하고 나온 건데.

평소에도 쇼핑 싫다며 안 가주니, 맨날 혼자 집에 두고 저만 다녔는데

그거 한번 못 맞춰주나...

 

결국 싸우다 싸우다 제가 펑펑 울고, 짐을 싸네마네, 왜 나만 맞춰줘야 하느냐고

그러다 남편이 사과하고, 다음부턴 안 그런다고 하고, 맞춰준다고는 하지만

 

이건 그냥 천성인 거 같아요.

외출 싫어, 쇼핑 싫어, 술 싫어, 시끌벅적한 거 싫어... 그냥 집에 있으면서 집밥 먹는 게 좋은 남편. 5일 연휴라도 있으면 5일 내내 집에서 꼼짝도 않습니다. 저를 딱히 귀찮게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갑갑해요. 은퇴라도 하면 더 그럴 텐데, 정말 곰국 끓여놓고 놀러간다는 옛날 엄마들 마음 이해가 가고요.

그럼 부부가 둘이 같이 오붓이 놀러 다니고, 산책도 하고, 맛난 거 사먹으러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혼자 노는 거 좋아하고, 그냥 마누라는 집에 같이 있으면서 밥 해주는 사람으로 여기는 이 남편을 어쩌면 좋을까요.

 

집돌이 남편과 사시는 분들, 방법이 있나요?

아기가 생기면 놀러도 다니고 할까요? 그때도 저 혼자 아기 안고 다녀야 하는 걸까요ㅠㅠ?

남편이 이러니 저는 자꾸 외롭고, 친구들 한번 만나면 집에 오기 싫고... 밖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해요. 이러다 부부 사이 멀어질까 두렵고, 그렇네요.

 

 

초식남 집돌이와 살아가는 언니들의 현명한 조언을 기다립니다 ㅠㅠ   

  

 

 

IP : 59.86.xxx.13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곰돌젤리
    '12.6.1 6:14 PM (59.86.xxx.130)

    이렇게 현명한 말 해주는 언니가 하나 곁에 있으면 참 좋겠네요.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강요하지는 않지만, 공유하지 못하니
    제가 서운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어쩌면 제 안에. 이 사람에게 맞춰주고 있다는 스트레스와 불만이 쌓인 거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지 못하다는 자책감도...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드네요...

  • 2. 5623
    '12.6.1 6:18 PM (183.98.xxx.7)

    저희 아부지도 그러세요..친할아버지두..2대가 초식남이시죠..ㅋㅋㅋ좀 특이하죠..그래도 지금은 모르셔두 나이드셔서 남편 만나신걸 감사하게 생각하실거예요..저도 나중에 저희 아버지같은 남자 만나고 싶네요ㅠㅠ

  • 3. 아직
    '12.6.1 6:37 PM (112.170.xxx.17)

    아기가 없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 거에요.
    아기 엄마들이 젤 열받을 때가 언제냐면요,
    나는 애 땜에 묶여서 이거저거 다 접고 집에서 애 봐야하는데 남편이란 놈은 학생 때나 총각 때나 다를 바 없이 만날 친구 다 만나고 마실 술 다 마시며 집밖으로 싸돌아다닐 때에요. 전 심지어 출장 가는 남편도 밉더이다. 똑같이 결혼했는데 내 인생만 망가진 느낌!
    집돌이 남편이면 애기 한 번이라도 더 얼러주고 소소하게 도움되죠^^
    저 아는 언니는 초식남 집돌이 남편 만나 결혼했는데 , 애 둘 낳은 후 남편의 진가를 다시 확인 하더이다.

  • 4. 어쩌면
    '12.6.1 7:56 PM (59.26.xxx.187)

    안해봐서 못할 수도 있어요.
    저는 여행을 무척 좋아하고 남편은 자란 환경 탓으로 집돌이였는데 결혼 초부터 제가 여행계획 짜고 준비하고 해서 틈만나면 데리고 다녔더니 지금은 먼저 가자고도 합니다.
    술도 첨엔 맥주 정도 밖에 못마시던 사람이 지금은 술을 너무 잘 마시게 돼서 문제네요.
    남편이 내가 하자는대로 잘 따라줘서 다행이긴 했는데 불만이 쌓일 정도면 살살 바꿔 보세요.

  • 5. ...
    '12.6.2 8:22 AM (121.165.xxx.175)

    애있으면 술안먹고 일찍 오는 남편이 고마울 거라는 데에 한표..

  • 6. ...........
    '12.6.2 10:18 AM (59.4.xxx.24)

    아직 애가 없어서.......그조건의 남편의 소중함을 몰라서...... 일면식도 없는 언니가 한마디했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5893 임수경, 통진당 연대보니 5 그러하다 2012/06/03 1,132
115892 초3 엄마표 한자교재? 2 ... 2012/06/03 3,075
115891 반신욕이 좋은 거 맞는가요? 6 아시는 분 .. 2012/06/03 3,657
115890 지금 나오는 넝굴당 나영희 변명.. 실수였어.. 누구라도 할 수.. 2 울화통 2012/06/03 3,372
115889 저도 이상한 느낌의 이웃 남학생 이야기 7 무서워 2012/06/03 5,212
115888 중학생 아들이 여자 친구를 사귀나 봐요. 2 2012/06/03 3,318
115887 허리수술해보신분들질문이요 6 허리수술 2012/06/03 1,611
115886 요즘 29개월 둘째가 피를 말리네요. 8 .. 2012/06/03 2,174
115885 장터에서 신발 파는거... 6 힝스 2012/06/03 2,067
115884 선본 후 몇 번 만나고 나서 맘에 안들경우 어떻게 말해야할까요?.. 6 ,, 2012/06/03 3,566
115883 이상한 옆집 아이 비슷한 (?) 경험담 10 경험담 2012/06/03 4,928
115882 돼지의 왕 보신 분 계실까요? 2 이상한 영화.. 2012/06/03 1,386
115881 아이 전집(과학관련)을 물려줬는데 거의 17년전에 인쇄된거에요... 10 ... 2012/06/03 2,332
115880 혹시 해병대 나온 남자라면 좋을거 같나요? 4 ... 2012/06/03 3,236
115879 순진하게 생긴 남자란??? 2 남자 2012/06/03 2,732
115878 도라지 볶았는데 써요 5 뭐지 2012/06/03 2,311
115877 일요일날 나가수듣기 1 나가수 2012/06/03 1,112
115876 저 호구된 건가요?? 3 seduce.. 2012/06/03 2,169
115875 임수경, 그리고 통진당 사태를 보면서 드는 소회 10 유채꽃 2012/06/03 1,749
115874 없어졌나 싶으면 갑자기 나타나서 괴롭혀요 5 편두통 2012/06/03 1,598
115873 아기에게 음정희 보조개(?)가 있어요. 9 함함하다 2012/06/03 3,664
115872 수능에서 평균 백분위 97이라면 어느정도인가요? 6 ... 2012/06/03 7,188
115871 복지부, 아동학대 방지 특례법 제정 추진 샬랄라 2012/06/03 933
115870 결혼식 축의금 고민 12 결혼식 2012/06/03 3,143
115869 가스레인지에서 자꾸 바람 빠지는 소리가 주기적으로 납니다. 가스 2012/06/03 3,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