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해성사같이 주절거려봅니다. 미안해 미안해

gmd 조회수 : 1,019
작성일 : 2012-04-17 11:50:15

5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항상 죄책감에 시달리는 한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6학년때였어요, 국민학교 그때는 그렇게 불렀죠, 저는 반장에 아주 예쁜 원피스를 좋아하여 입고 다니던 공주과 여자애였고 제 잘난 맛에 살던 애였어요,

그래도 맘이 여리긴 했었죠,

어느날  제 책상 서럽속에 등교 하여 책을 넣으려는데 왠 편지가 있는거예요,

맞춤법이 모두 틀린 ....누구야 너를 정말 좋아해 너는 너무 예뻐,  내가 너가 너무 좋아서 이렇게 편지를 써본다.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맞춤법이 정말 거의 틀렸어요, 저는 단번에 그게 누가 쓴 편지인지 알아챘어요,

6학년에 맞춤법 틀린 애라곤 우리반에 그 남자애 하나뿐이었으니까요,

매일 선생님꼐 얻어 맞고 매일 혼나고 말 한마디 없는  365일 아주 똑같은 옷을 입고 냄새 나는 아이...

아마도 가정 환경이 어렵고 아마도 불행한 상황이었던 아이였을꺼예요,

아주 소심하고 아주 내성적이라 말한마디 없던 남자애였는데 그 애가 용기내어 쓴편지를 저는 읽으며 기분 정말 나빠하며

제 짝에게 보여주었고 제 짝이 선생님께 일렀고  선생님이 그 편지를 들고 저에게 나와서 읽어 보라고 하셨어요,

저는 맞춤법 틀린게 많아서 일부러 더 못읽는 척 하며 맞춤법이 틀렸다고 강조하며 읽어댔지요,

그 남자애한테 일부러 보란듯이요, 너따위는 나를 좋아하지마. 기분나빠. 이런 투루요,

그때였어요,

그 남자애가 고개를 항상 숙이고 다녔던 그 남자애가 첨으로 저를 한번 힐끗 고개 들어 쳐다보더라구요,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애의 절망어린 눈빛을 보았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잊혀지지 않을만큼 아주

절망과 수치로 가득차있던 눈빛...

저는 그때 제가 참 잘 못했다고 느꼈고 부끄러웠어요, 그러나 그 남자애는 그 후 정말 없는 사람처럼 있다가

졸업후 다시는 보지 못했어요,

항상 그 애가 불현듯 한번씩 생각납니다. 정말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고

무슨 나쁜일이 생기거나 제가 힘든일이 닥칠때마다 그 애를 무시해서 내가 받은 벌일꺼란 생각이 듭니다.

 

그 6학년의 사건 이후 저는 타인에게 정말 조금도 나쁜 소리 못하고 너무 조심해버리는 캐릭터로 변했지만

지금 40대인 나이에도 가끔 상처 받을때마다 그 애에게 잘못한 죄를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애가 나땜에 정말 정말 그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수치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저를 괴롭힙니다.

미안해..미안해.....용서해주렴,,,기영아 미안해.

IP : 203.170.xxx.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만
    '12.4.17 12:00 PM (123.213.xxx.187)

    벗어나세요,,님의 여린 마음이 아직껏 그 일을 품고 살고 있었군요,
    그 때 그 이쁜 원피스 입은 소녀는 그때 벌써 그 아이에게 사과했네요,,,,긴 세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사과하면서 당신은 참 좋은 사람으로 살아온 거 같습니다..그만 벗어나세요^^
    언젠가,,,,,,우연히 마주치면 미안했었다고,,한마디 하시면 더 좋겠네요,아마도
    그 아이도 좋은 사람으로 살고 있을 듯 합니다..그냥 예감에.....ㅎㅎ

  • 2. ..
    '12.4.17 12:06 PM (182.218.xxx.252)

    원글님이야 어린 나이였으니 그럴수도 있다지만 편지를 친구들 앞에서 읽게 해 그 아이에게 망신을 준 선생님..참 못됐네요...그 아이의 눈빛이 상상이 가서 마음이 아프네요..

  • 3. 왠->웬
    '12.4.17 12:08 PM (211.207.xxx.110)

    원글님, 짝, 선생님 모두 가해자들
    이 중 선생이 제일 사악한 인간..
    대놓고 왕따돌림을 조장하는 전형적인 악의 축!!! 이런 인간때문에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함.
    곽노현님이 대단한 일 한 것임.

  • 4. 저도
    '12.4.17 12:39 PM (211.108.xxx.248)

    어릴때 가정환경이 불행하고 약했었고.. 반에서 젤 불쌍했었어요 그 남자애같은 처지가 바로 저라서
    원글님같은 애들이 저 많이 무시했었고.. 사람이 정말 싫엇죠
    근데 님 글보니 그 어리고 철없던 것들이 나이먹으면 죄책감느끼겠구나 그런생각도 드네요

  • 5. 원글님은
    '12.4.17 12:46 PM (116.38.xxx.42)

    어렸다치고
    선생이 너무너무 나빠요.

  • 6. 아련한 단편소설 같아요
    '12.4.17 1:15 PM (218.146.xxx.109)

    글을 참 잘쓰시네요 ^^
    어린 시절, 어려서 하는 실수로 많이 성장하셨네요..
    원글님이 다른분께 그분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잘하셨듯이,
    그분도 다른 누군가에게 또 위로받으셨을꺼라 생각해요..
    그렇게 돌고 도는거라고 생각되네요
    이제 툭툭 터시고 이쁘고 마음아픈 추억으로 마음 한켠으로 쌓아두시기를..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1994 아이가 다친 게 엄마인 제 탓이라고 얘기하는 남편 때문에 속상해.. 10 그래,내탓이.. 2012/04/30 2,858
101993 귀 안보이는 미국 비자사진 찍어준 사진관 5 호랑나비 2012/04/30 4,175
101992 MB정부서 사상 초유의 일 벌어졌다 25 참맛 2012/04/30 4,603
101991 인터넷 쇼핑몰에서 골프채 드라이버를 샀는데 흠이 있어요. 2 교환해야할까.. 2012/04/30 1,206
101990 이번주 목,금 서울에서 전주 한옥마을 가려는데요 6 여행간다 2012/04/30 1,755
101989 저 너무 나쁜엄마같아요...ㅠ.ㅠ 7 아픈아이에게.. 2012/04/30 2,320
101988 제가 까칠한건지 좀 봐주세요 26 엄마생신 2012/04/30 6,437
101987 제가 많이 잘못한 건가요? 3 e 2012/04/30 771
101986 풍차 하시는 분들 잘 하고 계신가요? 1 .. 2012/04/30 1,506
101985 홍콩에서 5살 아이와 할 수 있는건?? 8 .. 2012/04/30 1,695
101984 주말에 대만 가는데요 날씨가? 대만 날씨 2012/04/30 645
101983 용민운동회중 총수&주기자 ㅋㅋㅋ 1 ㅇㅇㅇ 2012/04/30 1,820
101982 줄넘기하는데 밑에서 뭐가? 줄줄 흘러?? 8 요실금일까 2012/04/30 3,941
101981 인생 긴거죠? 1 걍 넋두리 2012/04/30 735
101980 하루 열시간 앉아서 공부할예정 4 배는 어쩔겨.. 2012/04/30 1,619
101979 아이패드 가지고 계신분들, 정말 유용한가요? 34 궁금 2012/04/30 4,250
101978 연애경험이라면 ??? 4 mm 2012/04/30 1,517
101977 박원순 시장의 눈물ㅠ 17 ㅇㅇ 2012/04/30 2,745
101976 코스트코 라텍스 꿀벌 2012/04/30 1,710
101975 9세 남아 책상 문의 1 호야맘 2012/04/30 926
101974 지난 토욜에 유시민대표님 강연 다녀왔어요^^ 10 단팥빵 2012/04/30 1,475
101973 속옷중에 하늘하늘하고 두께감 거의 없는 옷 어디서 사나요 3 rkrkr 2012/04/30 1,174
101972 신랑이라는 지칭은 결혼 후 몇 달까지 하는 건가요? 10 신랑 2012/04/30 1,567
101971 근데 공부 잘하는애들도 알고보면 쥐잡듯 잡는경우 많나봐요 47 ..... 2012/04/30 12,316
101970 아파트 지하에 주차한 장소를 몰라 출근할때 쩔쩔매요 7 요즘고민 2012/04/30 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