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자발적 희생 빛난 금모으기운동

스윗길 조회수 : 1,958
작성일 : 2012-04-09 20:24:54

 

지난달 7일 전 세계 81개국에 지점이 있는 다국적 금융 기업 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킹은 ‘희생 없이는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영국 더 타임스에 기고했다. 당시 이 글은 국내외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기고문이 한국의 외환위기 때 펼쳐졌던 금모으기운동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요점은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에 외환위기 당시 보여준 한국인의 희생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글에서 킹은 “한국인들은 결혼반지, 금메달, 트로피 같은 금붙이를 자발적으로 내 놓는 등 금모으기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면서 “위기 속에서 한국인들은 인상적일 정도로 개인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금모으기운동을 본받자는 외신의 목소리는 각국에 외환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만 연합보는 그리스 재정위기 특집을 다루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외환위기 당시 장롱 속에 있던 금을 내놓으며 위기 극복에 앞장선 사례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그리스 국민이 이런 한국인의 희생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국이 주목하는 금모으기운동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요청 당시 대한민국의 외채를 갚기 위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금을 나라에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전국 누계 약350만 명이 참여한 이 운동으로 약 227톤의 금이 모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운동의 전신은 1907년 일본에서 도입한 차관을 갚아 주권을 회복하자는 목적에서 진행된 국채보상운동이었다. 당시 남성은 금연/절주 운동을 벌였고 여성은 가락지와 비녀까지 내며 모금 운동을 했다. 이처럼 국가외환을 극복하고자 국민이 주체가 돼 벌였던 모금운동은 세계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금모으기운동이 자주 외신에 언급되는 것은 단지 국민이 나서서 금을 모았다는 표면적인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인들은 그 이면에 어려 있는 ‘자발성’고 ‘희생정신’에 주목하는 것이다.

 

한편 같은 아시아권이라고 해도 ‘희생’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일본과 우리나라는 판이하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위’로부터의 희생을 강요받았다. 무사도를 내세우며 쇼군을 위해, 천황을 위해 목숨을 초개 같이 버리는 일이 영웅시 됐고, 그 같은 희생이 미덕으로 여겨진 사회다. ‘국가’는 있지만 ‘나’는 없는, ‘자발’보다 ‘요구’의 성격이 짙은 게 그들의 희생이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카미가제’를 권유하는 사회, 그것이 일본이 수백 년간 길러온 희생정신의 실체였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국채보상운동에 깃든 정신은 깊은 울림을 낳는다. 과거 우리나라 국민은 나라를 위해 자발적인 희생을 해왔다. 그 비근한 예가 ‘의병’이다. 의병은 외적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급할 때 국가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창과 활을 들었다. 이 지점에선 개개인의 정체성이 오롯이 빛을 발한다. 각자의 정체성이 없이는 자발성도 발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발성’과 ‘희생정신’의 심층을 이뤘던 의병 운동이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오며 오늘날 금모으기운동으로 재현된 것이다.

 

공익과 가치의 바다는 말라버리고 사익과 물질의 잡초만 무성한 시대에, 우리의 금모으기운동은 세계가 지향해야 할 ‘공동선의 정점’이요, 신자유주의의 질곡이 빚어낸 상흔을 치유하는 처방전인 셈이다.

 

출처: 글마루 4월호

IP : 114.129.xxx.23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열매
    '12.4.9 8:35 PM (27.100.xxx.107)

    지배층의 잘못을 국민의 희생으로 덮는 일, 이제 안 할랍니다. 왜, 누구의 잘못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심판하는 일이
    국민의 의무자 권리죠

  • 2. 맞아요.
    '12.4.9 10:12 PM (180.66.xxx.63)

    희생은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이 모두 떠맡고

    과실은 "검은머리외국인+매판자본"이 모두 받아먹는 멋진 나라....ㅠㅠ 22222222222222222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7174 봉주12회 다시 한번 버스 부탁드려요 4 봉주 2012/05/07 820
107173 나꼼수에 나오는 오리건 대학이야기는요 1 참맛 2012/05/07 1,775
107172 남편을 그리워 하는 사람..... 7 고민 2012/05/07 2,796
107171 요즘 연봉 1억이면 40대초반 대기업서요 10 ..... 2012/05/07 6,668
107170 옻닭 드시는 분 계세요..? 6 옻닭 2012/05/07 1,595
107169 이거 퀴즈 답좀 알려주세요~ 6 ... 2012/05/07 972
107168 이 시간이 제일 졸려요... 2 하루중 2012/05/07 618
107167 술한잔 하고 싶을때 어떤 술이 좋나요? 22 2012/05/07 2,383
107166 82쿡에서 올라왔던 간장게장중 가장 성공했던 레시피 1 ^^ 2012/05/07 1,690
107165 월세 2000(보증금)에 90(월세)짜리, 1000에 100에 .. 5 .. 2012/05/07 1,793
107164 아래글보다보니남편호칭문제 4 ;;; 2012/05/07 1,205
107163 다음에 기사에 댓글이 진짜 많앗어요. 박상아..전.. 2012/05/07 1,100
107162 어떤 색깔 배색이 눈에 뛸까요? 2 센스부탁 2012/05/07 982
107161 좀 이상한(?) 질문같긴하지만.. 5 2012/05/07 1,307
107160 결혼뒤,,,다른여자는 돌처럼 보면서 평~생가는 남자.있긴 있나요.. 60 래미안 2012/05/07 18,136
107159 눈시울 적시는 어느 아버지의 이야기네요 2 사랑 2012/05/07 1,552
107158 서종군 의 영어 스펠링알려주세요이름) 컴대기중 2 부자 2012/05/07 946
107157 나꼼수 한물 가지 않았나요?난 나꼼수보다 나꼽살을 11 마리 2012/05/07 2,049
107156 남편에게 주고싶은 상 현숙 2012/05/07 850
107155 울 남편 욕.. 1 남편험담 2012/05/07 1,268
107154 여름, 등산시 조끼가 필요한가요? 8 미래의등산마.. 2012/05/07 2,507
107153 허벅지 바깥부분이 찌릿찌릿하더니 이제는 콕콕 쑤시면 신경내과 가.. 4 오른쪽 2012/05/07 3,696
107152 정말 아줌마는 헤어스타일 짧게 하는게 답인가요? 4 헤어스타일... 2012/05/07 3,890
107151 넝쿨당 보시는분 계세요 7 넝쿨 2012/05/07 2,480
107150 갈비찜 해보신분~!! 2 초보 2012/05/07 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