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통일의 꽃 임수경이 북송 문제에 입 닫은 이유

별달별 조회수 : 942
작성일 : 2012-03-15 08:06:51

잡종 개구리 생태계

탈북한 뒤 한국 사회에서 10년 동안 살았다. 열 살짜리의 눈으로 보건대 대한민국이란 생태환경은 다음과 같다.

이 나라엔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를 자칭하는 세력이 있으나 내가 보기엔 그냥 진정한 개념과 거리가 먼 장식품에 불과하다. 그래서 편리상 노란 개구리와 파란 개구리로 가른다.

이 생태계에서 출세의 야심이 있다면 자기 종이 싫어하는 문제는 절대 떠들면 안 된다. 최소한 침묵이라도 지켜야 한다. 아니면 출세를 포기하든가.

도를 닦는 심정으로 금기를 철저히 지켜낸 사람들에겐 색깔의 선명성을 인정받아 상을 받을 자격이 차례진다.

임수경 씨를 보라. 그도 눈과 귀가 있는 이상 탈북자나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까지 금기를 잘 지켜왔고 민주당 비례대표로 거론되며 국회의원이라는 보상을 목전에 두게 됐다.

 

 

 

만약 그가 그만 ‘실수’로 탈북자들의 열악한 인권을 언급했더라면 절대 차례지지 않았을 상급이다.

물론 파란 개구리도 마찬가지다. FTA의 부작용이나 해고 노동자의 억울함에 눈과 귀를 열었다면 그 역시 아웃이다.

순종도 많은데 하필이면 얼룩얼룩 의심스러운 종을 가져다 쓸 일이야. 더구나 내가 순종임을 드러내기 위해, 하다못해 순종의 근친 정도는 된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경쟁적으로 튀어 오르는 세상에서 말이다.

정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자기 종의 금기 앞에선 입에 자물쇠를 채운 사람들이 아니던가. 열 살짜리도 보고 아는데, 이곳에서 태어나 수십 년 산 사람들이 그걸 모를 리 없다.

한번 얼룩 개구리가 되면 이쪽저쪽에서 다 기피하니 야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갈 길이 아니다.

요새 희망버스, 촛불시위의 앞장에 섰던 사람들이 탈북자 인권엔 왜 침묵하냐는 비판이 많다. 그러나 나는 이해가 될 것 같다. 이건 말 한마디의 문제가 아닌 종을 가르는 문제이다.

유명인은 잃을 것이 특히 많다. 모범적인 순종으로 인정받기 위해 눈귀를 닫고 견뎌온 인고의 시간이 얼마나 많은데, 이제 얼룩개구리가 되라고 하니. 가혹한 요구가 아닌가.

이곳 생태계에선 한번 얼룩 개구리가 되면 끝이다. 누구를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럼 양심적으로 나서야 할 때마다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고 다 나섰던 사람들이란 말인가.

내가 못하는 것을 남보고 하라고 하면 안 된다. 나도 북한 관련 글을 수없이 쓰고 대북방송을 수없이 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투쟁에 나서란 소린 절대 안한다. 아니 못한다. 내가 못했으면서 남보고 목숨 걸라 하기엔 양심에 부끄럽기 때문이다.

이 동네에서 나 같은 탈북자는 파란 개구리에 가까운 외래 잡종 개구리쯤으로 본다. 왜 노란종이 못 되냐 하면 그쪽 동네에선 탈북자란 단어 자체가 금기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파란종으로 인정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철학과 사랑이 없다고 비판하고 대북식량지원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나는 그야말로 대표적 얼룩 잡종이다.

이곳 생태환경은 얼룩종과 잡종이 살기엔 정말 척박하다. 얼룩종 동네도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진 파란 개구리 동네와 노란 개구리 동네 두 곳뿐이고 편의시설도 그 동네에만 있다.

 

 

그 동네에서 내쫓기면 산과 들에서 괴롭게 노숙해야 한다. 북쪽에 빨간 개구리 동네도 있지만 살 곳이 못된다.

생물학에서 순종교배와 근친교배는 퇴화의 길이며 적응력과 생명력이 더 강한 개체를 만들려면 이종교배가 필수라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그런데 이곳 생태계에선 순종과 근친만이 숭배되니 진화의 법칙이 여기선 왜 거꾸로 일까. 퇴보하는 것인가?

 

 

by 주성하기자 2012/03/13 7:30 am

 

<<  퍼옴 >>

IP : 118.41.xxx.111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73022 요즘 필라테스 수강료는 한 달 짜리는 없나요? 필라테스 03:57:58 51
    1773021 미국주식 크게 하락 중 10 ........ 03:29:06 657
    1773020 대체 지금 안 자고 뭐하나요? 9 ㅇㅇ 02:46:14 605
    1773019 챗gpt가 정말 요물이네요 6 .. 02:27:37 1,036
    1773018 정신건강 안 좋은 남자들만 꼬이네요 3 안녕하세요 01:47:48 670
    1773017 3.3% 소득신고 하면........홈택스에서 제 소득증명서 뗄.. 2 --- 01:42:26 363
    1773016 김희선 드라마 다음생은 없으니까 육아설정 심하네요 1 .. 01:28:15 964
    1773015 이런 경우들 종종 있죠 맏이만 잘 사는 집 동생들 3 느라미 01:22:44 489
    1773014 박성재는 오늘 구속결정 나오나요? 21 01:19:27 963
    1773013 수능은 망쳤으나.. 1 .... 01:19:13 993
    1773012 부부중 발언권 센 여자들 비결이뭘까요? 8 비결 01:12:49 1,054
    1773011 명언 - 성공할 기회 ♧♧♧ 01:10:33 284
    1773010 대학레벨, 언제는 어땠다, 언제는 이랬다 하지 맙시다 1 ... 01:06:25 384
    1773009 오분도미는 맛이 없네요 찰기도 없고 4 .... 01:00:28 360
    1773008 다크모드가 눈에 더 안좋대요 ㅇㅇ 00:59:33 493
    1773007 김장 재료 사서하면 10kg기준 얼마정도 들까요? 1 .. 00:49:53 211
    1773006 조두순 또 무단이탈 시도…‘섬망 증세’에 아내도 떠나 6 ........ 00:31:03 1,674
    1773005 고3아이 수능..망쳐서 재수한다는데 12 ss 00:29:06 1,882
    1773004 농아인협회도 성폭행이 아주 일상적인가보네요 4 .. 00:27:26 1,005
    1773003 “사악한 한동훈이 2년째 끌고 있다”…내란 특검, 박성재 영장 .. 12 ㅇㅇ 00:21:35 1,177
    1773002 한고은이 광고하는 세로랩스 보실래요 21 ㅇㅇ 2025/11/13 2,967
    1773001 넷플 오징어게임 더 챌린지 재밌어요 1 오겜 2025/11/13 683
    1773000 한혜진 채널 복구됐네요. 4 한혜진 2025/11/13 1,897
    1772999 때미는 습관 고치고 싶어요. 15 이젠 2025/11/13 2,663
    1772998 냉장고+김냉 디자인, 문 총 몇개 짜리가 좋을까요 1 골라주세요 2025/11/13 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