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월 10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119
작성일 : 2012-02-10 08:37:28

_:*:_:*:_:*:_:*:_:*:_:*:_:*:_:*:_:*:_:*:_:*:_:*:_:*:_:*:_:*:_:*:_:*:_:*:_:*:_:*:_:*:_:*:_:*:_

내 유년은 전주천 공수레 다리 아래로 흘러갔다.
작은 아이들이 다람쥐처럼 넘나들던 녹음 속에 또아리를 튼 교육대학 붉은 벽돌건물과 담구멍, 세탁소 골목길 그 막다른 집, 2차선 좁은 도로 건너 전파사, 한집 건너 작은 슈퍼 그리고 과일가게 옆 오래된 기름가게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과 쉽게 사라지고 새로워지는 것들이
뒤섞인, 더러는 여전하고 더러는 낯설은 그 거리
흑백사진 같은 그 세월 영영 갔어도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 유년을 적시고 간 기억들

거기 개천이 있었다
관촌평야에서 발원한 만경강의 첫 번째 지류
남동에서 북서로 흐르며 평야를, 도시를 적시는 물줄기
소년을 소년이게 하고
하늘은 하늘, 나무는 나무, 꽃은 꽃, 붕어는 붕어, 물은
그냥 물로서 흐르던 내와 강의 중간 어딘가에서
허벅지까지 접어 올린 바지가 다 젖는 줄 모르고
검정 고무신, 하양 고무신 벗어 물길 위에 띄우고
송사리 붕어 쉬리 갈겨니 모래무지 버들치 참종개 참마자 피라미 돌고기
텀벙텀벙 쫓고 다슬기 따던
해맑은 사내아이가 있고 새침한 계집아이가 있고
그 옆을 아장아장 따르는 더 작은 아이와 다른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의 울림

오늘 거기에 눈을 감은 사내아이가 다시 서서
너무도 눈이 부셔 온 세상이 은빛으로 변해버릴 듯한 햇빛 아래
숨조차 쉴 수 없는 죽음의 길목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그 작은 물길 위에 다시 돛을 달아 고무신 배를 띄운다

조막만한 손들이 따온 꽃잎 갑판에 가득 싣고
구불구불한 내를 천천히 천천히 지나
큰 강으로, 다시 바다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생명을 실은 배의 진수
무수한 꽃잎들이 하늘 높이 날았다 꽃비되어 다시 내려앉는 천변

보아라
검고 하얀 고무신 배의 가장 높고 시야가 트인 이물에 서서
네가 잃어버린 것을
전주천 크고 작은 다리 아래로 흘려보낸 풍경들을
수백의 하양 고무신에 실어 보낸 꿈
수천의 검정 고무신에 돛을 달아 흘려보낸 것들이
이제 다시 돌아오고 있지 않느냐

어둠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맑은 물 위에 꿈틀거리던 유충이 반딧불이로 날아올라 여름밤을 밝히고 다시 박명 속에 물 비린내를 걷어 올리며 새가 날아 오르는 아침
내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와
내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버지를 불러
산란하는 빛의 가운데로 앞으로 또 사방으로 나아가
물길에 실어 보낸
유년의 희망, 그 작은 사랑을 다시 찾으리니

들리지 않느냐
실핏줄 같은 작은 도랑과 개울과 시내의 숨소리가
개천과 샛강의 전언이 이렇게 들리지 않느냐
―나의 바람은 거대한 물길이 아니다


   - 곽효환, ≪고무신 배를 띄우다≫ -

_:*:_:*:_:*:_:*:_:*:_:*:_:*:_:*:_:*:_:*:_:*:_:*:_:*:_:*:_:*:_:*:_:*:_:*:_:*:_:*:_:*:_:*:_:*:_

※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2년 2월 10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2/02/09/catn_G1o6GQ.jpg

2012년 2월 10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2/02/09/20120210_jangdory.jpg

2012년 2월 10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original/2012/0210/132878643203_20120210.JPG

2012년 2월 10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2/02/09/alba02201202092115030.jpg

2012년 2월 10일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cartoon/manpyung/2012/02/20120210.jpg

 

 

 


어차피 다 함께 어깨동무 하고 요단강 건너실 거라능... ㅇㅇ

 

 

 

 
 

―――――――――――――――――――――――――――――――――――――――――――――――――――――――――――――――――――――――――――――――――――――
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 순자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2758 [원전]후쿠시마 끊이지 않는 도난, 피난 지역 검토하여 대책 시.. 2 참맛 2012/03/10 1,564
    82757 오늘 봉주 열차 말이에요.. 2 rrr 2012/03/10 1,999
    82756 얼마를 벌면 영유에 보낼수 있나요? 10 ,, 2012/03/10 4,130
    82755 문득.. 궁금해서요.. 1 봄바람 2012/03/10 1,073
    82754 지금 cbs fm에 하정우 나오네요^^ 아당 2012/03/10 1,625
    82753 생각하는 방법이 있나요? 책 읽는 방법이 있나요? 공부하는 방.. 1 멍청이 2012/03/10 1,523
    82752 비행기 좌석.. 유아석에 성인이 앉아도 될까요? 9 가능한가요 2012/03/10 4,399
    82751 중1남, 뒷자리 애가 칼로 파카를 찢어 담임에게 전화하니... 78 어쩌죠? 2012/03/10 12,183
    82750 홈플러스는 영국계 회사라는데.... 6 별달별 2012/03/10 2,350
    82749 판검사는 대단하지만 행시는 솔직히 별거 없죠. 25 .. 2012/03/10 9,304
    82748 부부클리닉 연기자들 왜이리 연기 못해요? 2 특히 부인 2012/03/10 1,977
    82747 새누리당(한나라당) 무조건 강남벨트는 ... 2012/03/10 1,340
    82746 친중세력들이 제주해군기지 반대시위 왜 했나 답이 나옴 5 freeti.. 2012/03/10 1,266
    82745 이런증상 여쭤봐요.... ... 2012/03/10 1,150
    82744 스마트폰 글읽을때.. 5 ,, 2012/03/10 1,283
    82743 마눌님과 쑥 캐러 갑니다. 4 자랑 글 2012/03/10 1,908
    82742 이번에 코스트코 타이어행사하나요? 3 타이어 2012/03/10 3,549
    82741 서울-대구 2 ktx 2012/03/10 1,602
    82740 야권연대 협상 극적 타결..전략지역 16곳(종합) 2 세우실 2012/03/10 1,492
    82739 사주 잘 보시는 분.. 7 맞고 사는 .. 2012/03/10 3,938
    82738 냄비/후라이팬 --- 탄 거 말고...검게 그을린 건 어떻게 .. 6 서연맘 2012/03/10 9,177
    82737 강정마을 8 해적 2012/03/10 1,740
    82736 사생폭행 해명기사보니 23 2012/03/10 4,034
    82735 리빙디자인 페어 다녀오신 분 계세요? 뭐 사셨어요? 2 ^^ 2012/03/10 1,286
    82734 이거 현미랑 흑미가 상한건가요? 6 잡곡문의 2012/03/10 5,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