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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는 육아가 행복해서 하는건 아니고 강도로 따지면 공부 같은거라고 생각해요.

육아는 조회수 : 974
작성일 : 2012-01-04 10:01:07

공부할때도 좋을때도 있잖아요.

새학기에 새로운 파일과 펜들을 잔뜩 사서 두근두근 실라버스를 받아들고 뭘 언제 읽어야겠다 계획할 때라든가

어느 순간 하다보니 빠져서 몇시간이 흘러있고...

이게 뭐지뭐지 하다가 아하 그거구나 깨닫는 기쁨,

생각보다 잘돼서 이걸 정말 내가 했단 말이야? 하면서 행복한 기분.

 

근데 대부분을 구성하는건 졸린데 일어나서 수업을 가야한다든지

오늘은 놀고 싶은데 이걸 해야 한다든지

봐도 봐도 잘 모르겠다든지 지루하고 인내를 요하는 시간들이잖아요.

 

육아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애가 막 사람을 알아보고 하루하루 발전하고 나를 보고 정말 세상에서 가장 환하게 웃고 할때는

어머나 이렇게 좋을수가 이거 진짜 보람있고 행복하군 하다가도

대부분은 이유없이 징징징징,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우고 싶어도 안되고

무한반복으로 기저귀를 갈고 먹이고 씻기고 안고 달래고...

 

저는 제일 힘든 부분이 아기의 욕구에 저를 맞추는 거에요. 

제가 자고 싶을때 아기가 깨서 놀고 싶으면 노는거고

저는 안 자고 싶지만 아기가 자고 싶으면 불끄고 자는 시간이 되는거고...

그래서 제가 저번엔 우리 애한테 **야, **이가 오늘 이기적이네? 엄마는 너무너무 졸린데 우리 자면 안돼? 하다가 남편이 왜 애한테 이기적이라고 하냐고 한소리 들었어요.

 

근데 아기는 다른 사람 배려 못하기 때문에 천사지만 이기적이기도 해요.

그거에 부모는 초기 몇년 동안 맞춰야 하는거고 

어느 정도 희생이 필요한 거죠.

그걸 엄마가 다 하라는거는, 솔직히 힘들다고 생각해요.

저희 친정 엄마는 저 키울때 베이비시터도 없고 하니 저를 잠깐 어디 맡기면 날아갈 거 같았대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외가에 가서 절 맡기고 낮잠을 자고 하지 않으면 살수가 없었다고...

 

저는 제 일이 있고 출산휴가때도 계속 상주 베이비시터가 있었으니까

솔직히 모유를 먹이고 밤에도 계속 같이 있고 아기랑 한 몸이 되는, 그런 체험은 못해봤어요.

육아카페 같은데 보면 그렇게 아기랑 한 몸이 되는 느낌을 가지는 엄마들도 많은데

어쩌면 그런 경우에는 육아를 힘들게 느끼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애 키우는건 정신적으로 지루하고 힘든걸 잘 참아내는 인내심과 육체적인 체력 둘 다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요.

강도로 말하자면 고3이나 약간 까다로운 논문쓰는 기간에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 정도?

왠만한 일반인 누구나 견뎌낼 수는 있지만 당사자한테는 쉽지만은 않은게 사실이고

아기를 낳기 전에 육아는 너무 달콤하고 행복하기만 할거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힘든 점이 있겠지만 이게 내 의무고 수행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마음을 먹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고나면 어 의외로 즐겁고 좋은데? 할수도 있으니까요 ㅎㅎㅎ

  

IP : 199.43.xxx.12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4 10:09 AM (114.207.xxx.163)

    그쵸, 과학 공부고 예술 숙제.
    그리고 체육 시험. 가끔씩 빛나는 기쁨.

  • 2. 저는
    '12.1.4 10:13 AM (122.35.xxx.138)

    육아휴직 쓰면서 일년 넘게 아기를 보고 있지만 아기와 한몸에 되는건 경험하지 못했어요, 저도 육아가 공부에요, 책에서 보고 배운걸 실습처럼 적용하고 있어요. 저한테는 모성애도 학습같아요

  • 3. 콩나물
    '12.1.4 10:20 AM (218.152.xxx.206)

    큰애는 공부처럼 느껴지는데요. 둘째는 경험해 봤으니깐 여유를 갖고 키우게 되던데요.

    아이가 징징거리고 울어도 이쁘다소 웃으면서 달래게 되네요.

    아이가 내몸에서 떨어지면 수월하실꺼에요. 두돌만 지나도 살만하고. 세돌 지나면 대략... 좋죠.

  • 4. 아이가 초등입학하면서부터
    '12.1.4 10:35 AM (222.237.xxx.139)

    진짜 육아를 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원글님이 쓰신 그 시절이 너무 행복했어요...
    육아휴직 써본적 없지만
    퇴근하자마자 말도 못 하는 애가 책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면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렇게 즐겁게 책만 읽어줬는데 어느날 한글을 읽기 시작할때...
    출근해서 일하는데 나도모르게 아이랑 같이 듣던 동요가 내 입에서 흘러나올때...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요..

    초등고학년인 지금은...
    세상에 태어나게 한게..미안해집니다.

  • 5. 그게
    '12.1.4 3:37 PM (118.91.xxx.87)

    사람마다 다 느끼는 강도와 힘듦이 다른거 같아요.
    제가 정말 놀란게...육아까페에서 보면 애기 겨우 100일됐는데 둘째 계획중이라고 이런글도 종종 보이더라구요.
    전 그맘때 죽지못해 살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하루하루가 피폐했던 기억밖에 없거든요.
    애가 이뻐서 둘셋 계속 낳는사람들보면 정말 육아가 맞는 사람이 따로 있구나 싶어요.
    저는 고3 아니라 그 어떤 인생의 시기도 이처럼 힘든적은 없었던거 같아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요..
    그래서 둘째는 아예 생각도 안한다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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