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미안해. 언니

후회 조회수 : 3,117
작성일 : 2012-01-01 08:25:01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옆집에서 알고지내던 언니가 있었어요.

그분은 늦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저보다 10살이 위였지만, 매사에

의욕적이었고 반듯했습니다.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이 되어 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가끔 만나 수다를 떨곤했지요.

제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간뒤에 저는 취업을 했고 만나는 횟수도 뜸해졌지만

그래도 저를 친동생처럼 위로해주곤 했었어요.

3년전쯤 그 언니가 췌장암에 걸린걸 알았고 매우 초기여서 다행이다하면서 치료를

잘 받아라했지요.

근데 1년전에 복막에 전이된걸 알게되었습니다. 실망스러웠지만, 워낙 씩씩하고 긍정적이라

잘 이겨내리라했지요.

하지만, 버티지못하고 지난 12월18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 그 전전날 언니를 만나고 아이들 결혼식때

부를테니 그때까지 꼭 살아 하면서 부탁을 했고 언니는 그러마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아직도 언니를 안았을때의 그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언니의 아들이 이제 27살입니다. 그 아이에게 담주에 아줌마가 연락할께...하면서 연말이라

이일 저일 때문에 연락을 못했어요.

그런데 그 애가 어제  밤 10시 넘은 늦은 시간에 전화를 했네요.

기운없는 목소리로 그냥 전화했다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리고 미안하던지...연락할게 하는  저의 대책없는

약속을 아이가 얼마나 기다렸길래 이 시간에 전화를 했을까 하는 미안함.

정말 어쩔줄 몰랐어요. 저의 무심함에 새삼 저라는 실체가 보이면서 부끄러워지더군요.

새해 연초에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무슨말로 그 아이를 위로해주어야할지....

엄마없이 인생을 살아가야하는  아이에게 제가 해줄수 있는 말이 무엇일지...

고민되는 아침입니다. 그리고 먼저 간 언니. 미안해. 내가 이것밖에 안돼. 미안해.

IP : 14.52.xxx.15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2.1.1 8:37 AM (211.237.xxx.51)

    그 언니가 정말 좋은 언니였나보네요
    이렇게 좋은 동생인 원글님이 곁에 있는걸 보니...

    그래도 남자아이고 스물일곱이라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혹시 더 어린 여동생이 있다면 걱정인데
    홀로 씩씩하게 헤처나갈수 있도록 용기주시기 바래요..

  • 2. 원글님도 좋은 분이세요
    '12.1.1 10:41 AM (89.204.xxx.177)

    친이모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미안해하지 마시고요
    님 복 받으실거예요

  • 3. 후회
    '12.1.1 11:25 AM (14.52.xxx.151)

    아침식사를 하고 왔더니 댓글을 달아주셔서...고맙습니다.
    전 그닥 좋은 사람은 못되구요 그저 제 안위나 걱정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입끝으로 쉽게 약속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은 했습니다.
    그 아이를 만나면 그 애 얘기를 들어줄 생각힙니다.
    취업걱정, 70이 다된 아버지걱정, 보고싶은 엄마이야기...할 말이 많을텐데
    그저 들어주려구요.
    뭔 제 말이 위로가 될까요. 그저 듣고 같이 공감하고...그러고 오겠습니다.
    같이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7033 남편의 외도후..2 6 핸펀이 문제.. 2012/01/03 6,917
57032 아무리 말해도 빈대귀에 경읽기, 돼지목에 진주목걸이일뿐일까..... 4 chelsy.. 2012/01/03 1,973
57031 민변 쫄지마 기금...연말공제??되나요? 1 d 2012/01/03 1,909
57030 손님온다는데 현실도피 ㅠㅠ,저좀 깨워주세요 ㅠㅠ 6 청소하기 2012/01/03 2,747
57029 아이들과 겨울바다 보러 1 겨울여행 2012/01/03 1,887
57028 냉동한 김치양념으로 김치 담아도 될까요? 4 .... 2012/01/03 2,676
57027 텔레비젼 말입니다 잉~ 잘 샀다는 소문이 .... 7 지진맘 2012/01/03 2,882
57026 방광염 땜에 고생하더니 여기저기 아파오네요. 3 걱정스럽네요.. 2012/01/03 2,923
57025 송도에서 잠실 롯데월드를 가려고 합니다.버스로 갈수 있나요? 1 몰라서 2012/01/03 2,183
57024 초등교과서 구입 가능한 곳 어디일까요? 1 초등교과서 2012/01/03 1,700
57023 중학생 두 명 있는 집 사교육비가 16 등골 2012/01/03 4,871
57022 1월 3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1 세우실 2012/01/03 1,666
57021 추운데 밖에서 고생하시며 일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마음이 아파요... 5 패딩세트? 2012/01/03 2,206
57020 갑상선암..채소요리책 추천 부탁드려요 6 춥다 2012/01/03 2,576
57019 성범죄자가 10년간 의료인이나 학습지교사는 못하게 됐군요. 6 량스 2012/01/03 1,860
57018 한겨레21 893호 대박 표지 15 행복한생각중.. 2012/01/03 3,539
57017 아래 시외할머니 문상 이야기 들으니 괜히 씁쓸하네요.. 15 흠.. 2012/01/03 5,087
57016 오늘 가스통 할배 출동하신듯.... 궁금 2012/01/03 1,790
57015 해적 총 맞았다던 석해균 선장 몸에 해군 총알? 4 참맛 2012/01/03 2,618
57014 한석규씨 수상 소감중에 한 마디만 더 있었으면..좋았을 그분.... 뒷북 2012/01/03 2,697
57013 해외배송비요 .. 2012/01/03 1,600
57012 국가장학금 받을려면 많이 가난해야되나요? 2 궁굼 2012/01/03 3,686
57011 심리적으로 속이 비어 있는 사람, 열등의식이 있는 사람에게서 6 ... 2012/01/03 3,631
57010 가전제품 싸게 잘 사는 방법 좀... 9 단추 2012/01/03 4,019
57009 이번년도엔 식비를 좀 줄여볼려고요 ㅠㅠ 8 식단 2012/01/03 3,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