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1월 8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732
작성일 : 2011-11-08 08:19:37

_:*:_:*:_:*:_:*:_:*:_:*:_:*:_:*:_:*:_:*:_:*:_:*:_:*:_:*:_:*:_:*:_:*:_:*:_:*:_:*:_:*:_:*:_:*:_

공병대 시절, 눈만 뜨면 삽을 드는 게 일이었으니
삽질이라면 나도 제법 할 줄 알지
삽으로 흙을 떠서 던지면
삽 모양 그대로 흙이 날아가기까지
아침마다 굽은 손가락 억지로 펴가며 배웠지
내가 아무리 구덩이를 잘 파고 공구리를 잘 비벼도
그래도 어디 농민들 삽질만큼이야 했겠나
노동자들 삽질만큼이야 했겠나
한 삽을 뜨면 한 톨의 쌀이 되는 삽질
한 삽을 뜨면 한 장의 연탄이 되는 삽질
그런 삽질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
그래도 한때나마 삽질을 해본 나는
그 시절, 삽에 대해 경배하는 법을 배웠네
삽질을 하다 상관이 지나가면
총 대신 삽을 들고, 받들어 삽!
그런 군인정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삽질을 하려면 반드시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사실
땀 흘리지 않고 삽질하는 비책은 없다는 사실
한 삽에 흙 한 덩이 이상 뜰 수 없다는 사실
하나하나 깨우치는 만큼 삽날이 닳아갔네
삽날이 닳아 없어지는 속도에 맞춰 시간이 갔고
제대한 지 어느 새 스물 몇 해
삽질하는 법, 이제는 내 몸에서 잊혀졌지만
삽질을 모욕하는 말, 참을 수 없네
삽질 한번 안 해 본 것들이 툭하면
―삽질하고 자빠졌네
무심코 내뱉는 말, 죄 없는 삽이 불쌍했네
그러더니 새만금을 막고 천성산을 파내고
이제는 한반도 운하까지 뚫겠다며
거대한 삽을 들어 올린다는 말이 들려오네
거대한 삽질 한 방이면
경제가 살고 나라가 산다는 말
새빨간 거짓부렁이란 걸 나는 알고 있네
내가 배운 삽의 정신과는 정반대인
저 거대한 거짓의 삽
아, 한 가지 더 배운 게 있었네
삽날을 치켜들면 그대로 무기가 된다는 사실!
한바탕 삽의 전쟁이 다가온다면
나는 정직한 삽의 편에 설 것이네
삽을 경배할 줄 모르는 저 거짓 무리들의 정수리를
내 정직한 삽으로 후려치고자 하네
그 옛날 배운 대로
어깨 위로 삽!
성스러운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의 삽을 버리고 또 버리네
삽날 위에서 햇살이 반짝, 튕겨오르네


           - 박일환, ≪삽의 전쟁≫ -

_:*:_:*:_:*:_:*:_:*:_:*:_:*:_:*:_:*:_:*:_:*:_:*:_:*:_:*:_:*:_:*:_:*:_:*:_:*:_:*:_:*:_:*:_:*:_

※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1년 11월 8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1/11/07/20111108ggg.jpg

2011년 11월 8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1/11/07/20111108jjj.jpg

2011년 11월 8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resize/2011/1108/132066616703_20111108.JPG

2011년 11월 8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1/11/07/alba02201111072032220.jpg

2011년 11월 8일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cartoon/manpyung/2011/11/20111108.jpg

 

 

 


당신들에게는 "있는 것", "아는 것" 찾는 게 더 빠를 거라니까요. 아... 사실 그게 더 어려운 건가?

 


 

 

 

―――――――――――――――――――――――――――――――――――――――――――――――――――――――――――――――――――――――――――――――――――――
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 순자 -
―――――――――――――――――――――――――――――――――――――――――――――――――――――――――――――――――――――――――――――――――――――

IP : 112.154.xxx.6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두분이 그리워요
    '11.11.8 8:24 AM (121.184.xxx.228)

    시인의 저 정직하고 올곧은 삽질의 노동을 생각하면 정말 '삽질'이라는 말도 죄송하네요.
    우리가 개색히 할때, 우리 옆에 있는 그 반려의 친구를 생각하며 미안해하듯.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볼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새우실님 기사 보며 아침 일 시작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2. 감사합니다.
    '11.11.8 12:28 PM (182.209.xxx.241)

    늘...잘 보고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539 초등 2면 방학때 수학 3학년 1학기 선행이 나을까요? 아님 2.. 7 초2 2011/12/13 2,042
49538 가수 김연우 장인어른이 어느 회사 회장인가요? 45 궁금타 2011/12/13 58,544
49537 초6인데 파워포인트 책 추천해주세요 3 파워포인트 2011/12/13 1,479
49536 중2딸이 달라질랑 말랑 하고 있어요..(생활태도,공부) 3 .. 2011/12/13 1,614
49535 아이가 나꼼수의 영향을... 2 꼼수 2011/12/13 1,490
49534 12월 1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2011/12/13 925
49533 ann 전화기 새 것 어떻게 처리하셨나요? 1 gma 2011/12/13 1,091
49532 패션 N5가 계속 계속 웃긴것 같아요~ 6 개콘사랑~ 2011/12/13 2,029
49531 교과부 "초중고 홈피에 FTA 홍보 배너 달아라" 5 광팔아 2011/12/13 1,405
49530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주었나 영어표현 4 .. 2011/12/13 1,529
49529 아름다운 가게 기부 후기 9 ... 2011/12/13 3,731
49528 캐나다이민.. 돈 얼마나 필요할까요 10 .... 2011/12/13 5,531
49527 방학동안 한국에 오는 학생 문법정리 조언좀~ 1 과외샘 2011/12/13 1,633
49526 재밌는 삶... 이 있을까..싶도록 지쳐요; 사는게 하나.. 2011/12/13 1,600
49525 해외 거주중인 저..먹고 싶은 것 너무 많아 잠도 않오네요. 오.. 21 교포아줌마 2011/12/13 4,070
49524 만두 만들기 어렵네요 5 처음 만들었.. 2011/12/13 2,000
49523 본방사수못하고 뒤늦게 올려봅니다~~^^ 4 나가수시청기.. 2011/12/13 2,064
49522 돌선물로 현금이 좋지요? 2 이클립스74.. 2011/12/13 2,150
49521 아이방 침구 어떤게 좋을까요? 1 침구 2011/12/13 1,486
49520 미국 월가 점령 시위대 미국 서해안 항구 점령 시위 시작 참맛 2011/12/13 1,422
49519 이런 딸도 있습니다. 22 에휴~~ 2011/12/13 8,895
49518 미샤...초보양 라인 괜찮은가요? 설화수 쓰다가... 2 rhals 2011/12/13 3,867
49517 열나고 쑤시면 독감, 구토·설사하면 돼지독감 살림원 2011/12/13 1,717
49516 Sooge라는 분 멋지네요,,, 3 나나나 2011/12/13 2,072
49515 케이블에 클래식 명연주만 모아 놓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4 지나 2011/12/13 1,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