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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묵은 김치냉장고 버리기

| 조회수 : 22,949 | 추천수 : 0
작성일 : 2017-04-04 02:34:41

몇 년째 집 전기요금이 5~6만원 나옵니다.

엄마 혼자 살림인데 그렇습니다.

주범은 십년도 훨씬 지난 김치냉장고 입니다.

제가 살림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김치냉장고 한번도 안 열었습니다.

무서워서요.^^


엄마살림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두 달 전 이사하면서 엄마 묵은 짐과 전쟁을 치렀습니다.

예전 같이 살 때 저는 돈 벌러 나가는 남편이고,

엄마가 전업주부였습니다. 살림 내가 안 할바에는 참견하지말자고

눈길도 주지 않았거든요. 보면 짜증이 밀려오니 눈 감고 살았습니다.


살림 합치면서 엄마 살림이 무려 4톤 정도

제 눈에 80% 버려야 할 것들이였습니다.

이삿 날 엄마는 울고, 저는 독기를 품으면서 엄마 묵은 짐 1톤여 버렸습니다.

병적으로 엄마가 집착하는 것도 한 몫하고

그 속 들어가보면 그 물건에 얽힌 기억과 어떻게 장만한 건데,

언제든 쓰일 물건이라고 갖고 있는 것들입니다.

솔직히 저도 유달리 안 버리는 물건이 있습니다.ㅎ


김치냉장고는 제가 손 쓰기 어려운 이유가

엄마 시골에 살 때 길 건너 공장에 비정규직(?)으로 취업, 나사 분리 작업해서

모은 월급과 배밭에 배 봉투 싸주고 받은 품삯 모아 산 김치냉장고인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도 저도 모르게 김치냉장고 말이 나옵니다,

엄마는 전기요금 내가 내니까 상관하지말라고.


이삼 일 간격으로 계량기를 확인해보니 숫자가 2918 -2939-2978(3일치)-2989

전기세 폭탄 맞을 게 뻔합니다.


강아지 한 녀석이 심장병을 앓아 약값이 엄마 약값 3배가 나오고

아새끼 아파 엄마도 아파 나도 아파~~~

학교 앞 서점에서 백설공주 퍼즐 하나 사고,

미국산 등심에서 소주까지 장을 봐서 저녁상을 준비했습니다.


건망증으로 알고 있는 사태를 치매로 정확하게 알려드려야 하는 상황 하나,

막내강아지가 심장병 조금 심각하다는 것도 이실직고해야하니

소주부터 털어 넣었습니다. 등심은 식어 돼지껍데기수준


엄마가 지금 김치냉장고 보듬고 살 때가 아니라,

공부해야 돼. 외할머니 돌아가시기 일년 전 나 못 알아보셨잖아

지금 엄마 연세였잖아

엄마 지금 치매야. 받아들여야 해

내가 약속할게. 엄마 돌아가실 때까지 책임지고

울집 아새끼들도 책임질게(강아지 3녀석)

엄마가 합당한 주장을 하면 받아들일게

근데 자꾸 고집만 피우면 엄마가 더 피곤해져.

믿고 따라오셔


백설공주 퍼즐을 꺼내면서 원장선생님이 주신 거야

엄마 공부해야한다고. 무조건 해야한대


자, 결정하자

김치냉장고 어떡할까? 엄마가 못 버리시니 냉장고 속 비우고 보관만 하자.(협상 안)

아니 다 비우고 필요한 사람 주지 뭐(예상치도 못한 답변)

이 때다 싶어 김치냉장고 코드 뽑았습니다.

살짝 열어보니 양쪽 가득 뭔가뭔지를 모르겠습니다.

썩혀서 없애야  할지


김치냉장고 포기로 인해 한결 자애로운 미소를 짓습니다.

백설공주 조각맞추기 달라고 식탁에 깔아 드리니

순진한 표정으로 공주치마 귀탱이 조각 든 손가락에 눈물이 찡합니다.


내일이면 행여 다른 말씀할까 김치냉장고 코드 뽑았는데

번복은 절대 아니되옵니다. 엄마!!!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nabim
    '17.4.4 11:26 AM

    마음이 찡하네요. 엄마 모습이 훗날 내 모습일텐데도.
    글을 담담하게 잘쓰셔서 감동입니다

  • 2. 도도비
    '17.4.5 4:27 PM

    제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 3. 개굴굴
    '17.4.6 8:04 PM

    에구. 덤덤하게 쓰신 글에 눈물이 납니다.

  • 4. 봄감자
    '17.4.10 1:43 PM

    이거 왜이렇게 슬픈가요.. ㅠㅠㅠ 제목에 눈물주의 붙여주세요...

  • 5. 푸른나무
    '17.5.24 10:59 AM

    엄마랑 내내 행복하세요.
    강아지들도 잘 거둬주시구요.
    눈이 찡하네요.

  • 6. 그긔
    '17.7.6 5:47 PM

    엄마밥상글 읽다 이것도 마져 읽었어요.. 감동이네요.

  • 7. 도래
    '17.9.5 9:40 AM

    정말 삶이 녹녹치 않네요
    모두 행복하세요

  • 8. 곰마마
    '17.11.10 7:11 PM

    타향에서 엄마 생각에 눈물도 나고... 글에서 씩씩한 님의 모습을 보니 기운도 얻고....

    원글님의 만사가 잘 풀려가기를 기원합니다.

  • 9. 아리실
    '19.2.17 10:10 PM

    기도합니다~~~
    내나이60 울엄마84
    그토록 현명하던 울엄마
    이젠 없는 소리까지 하셔서 한 보름 전화 안하다 전화드렸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 손을 놓지마"하시는데~~~~
    걍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위해 두 손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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