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선물꾸러미 이야기...>
먼저,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그냥 떠올리기만 해도 흐뭇하니
참 기분이 좋아지는...
고마운 선물이야기부터 해 봅니다.
해가 지려고 뉘엇뉘엇 어둠이 내려올 즈음에,
전화가 울리길래 받아보니 시아버지의 전화네요.
등산 갔다가 이쪽으로 지나시면서 잠시 들렀다 하시며...
바로 집 앞이라며
잠시만 밑으로 내려와 보라고 하십니다.
집 앞까지 오셨는데 그냥 가시면 섭섭하지요.
얼른 문을 열어 드리고,
출출하실 것 같아서 간단하게 시원한 두유 한 잔에
호밀식빵에 계란 두툼하게 채소넣고 구워 넣고, 치즈도 같이 곁들여서
우리집 스타일로 길꺼리 토스트를 즉석에서 만들어 드렸답니다.
아버님 드시는 동안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나누었지요.
천천히 드시라고 해도 얼른 다 드시고는,
바로 일어나 돌아가셨어요.
오늘 아버님이 오신 이유는 바로 이 것.
당신께서 텃밭에 길러내신 채소 조금 가져다 주시려고,
일부러 더 멀리 우리집까지
저번처럼 또 이렇게 걸어서 오신 거지요.
이 새카만 비닐봉다리 안에 가득 들어있는 것들.
저에게는 늘 정말 큰 선물보따리입니다.
뭐가 들어있나... 손질을 하려고 신문지를 넓게 펼치고 올렸더니,
봉지안에 또 묶어놓은 까만 봉다리들이 보이고...
묵직하니 봉지를 꽉꽉 채워놓으셨네요.
꺼내보니 이렇게 각각 꾸러미로 해서..
가지런하게 나눠 묶어주신 먹거리들이 들어있네요.
맨 왼쪽에 있는것이 시금치 묶음.
그 위로 상추 묶음,
아래에는 겨울초 묶음.
거기에 또 다른 검은봉다리가 한 묶음...
이건 뭔가 하고 봉지를 열어보니...
아버님 텃밭 근처에서 직접 뜯으신듯한 쑥이
이렇게 한 가득 그윽히 들어있어요.
가까이서 들여다 본 쑥 봉지...
이건 겨울초 묶음이지요.
올 겨울이 너무 추웠던데다,
또 그 추위가 하도 오랫동안 이어지다보니...
4월의 가장 막바지까지도 이렇게 야리야리하게 잘 자란 겨울초를 먹게 되네요.
(나중에 여쭤보니 시아버님께서 이리 말씀하십니다.)
아버님이 한줄기 한줄기 뜯어 가지런하게 해서 꽉 묶어 놓았기에..
보기에는 이래 보여도 끈을 풀어 놓으니,
실제로는 양이 얼마나 푸짐하게 많던지...
시금치도 가지런히 모아서 한데 가득 모아 묶어서는
이렇게 한 단을 만들어 주셨고요.
약 안치고 텃밭에서 매일같이 정성으로 솎아주고 물 먹이며 키워낸
우리 시아버지의 이 시금치 맛은요...
순하니 억세지도 않고, 익혀 먹으면 단맛이 맛있게 풍깁니다.
그러니 시장에서 지끈 묶어 파는 시금치 맛과는 많이 다를 수 밖에요.
이 상추도요...참 별미입니다.
어쩌면 그냥 딱 보기에는 더 정갈하고 깨끗해 보일지 몰라도..
마트같은 곳에서 봉지에 넣어 판매하는 상추는
어쩔때 잘 못 골라오면 뒷맛에 이상하게 씁쓸한 맛이 돌거나,
식감이 억세고 질긴듯한 상추들도 사 오게 되던데...
우리 아버님께서 약 치지 않고 깨끗하게 길러내시는 이 상추맛은
언제 먹어도 예외없이 참 보드랍고 답니다.
그러니, 굳이 거창하게 고기를 구워서 곁들여 먹거나,
생선을 지져서 쌈 싸먹기로 곁들이지 않더라도..
그냥 이 상추에다가 맛난 쌈장- 이렇게만 곁들여서
상추 두어장 겹쳐 놓고,
그 위에 밥과 쌈장만 올려 싸 먹어도 꿀맛같으니까요.
이렇게 봉지안에 들어있는 소중한 선물들을 모두 꺼내고는
편안하게 부엌 바닥에 앉아서 한가지씩 차례차례...
말끔하게 다듬어 봅니다.
다른것들은 가지런히 넣어 주셔서 모두 금방 다듬어졌지만,
다만, 쑥 다듬기는 시간이 제법 걸렸지요.
한가닥 한가닥 신경써서 다듬다보니 그리 되었어요.
그래도 대충 다듬기 보다는
억세 보이는 부분은 세심하게 뜯어내야...
입안에 걸리는 것이 없어서,
쑥 향에 생소한 아이들도 이 쑥으로 해 놓은 음식을 잘 먹을테니까요.
모두 깨끗이 흐르는 물에 씻어서 흙먼지 다 씻어내고,
물기 탈탈 털어서 일단 냉장고 안에 넣어 두었습니다.
오늘 손질한 재료들 중에서 가장 더러움이 심한것은 당연히 쑥이지요.
흙을 고스란히 덮어쓰고 있어서는
손질이 끝난 손이 새까많게 변해있을 정도니까요.
조그마한 이파리마다 흙이 잔뜩 묻어 제일 더러움이 가득한 듯한 쑥도,
적어도 한 열번 이상은 헹궈 씻어서...
가라앉는 흙먼지도 안 보이고 맑은 물이 나올때까지 흔들어서 씻어서는
이렇게 채반에 받쳐 두어서 물기를 빼 두고요.
나머지 다른 나물들도 몇번씩 반복해가며 흐르는 물에 흔들고 헹궈가면서
더러움을 깨끗하게 씻어냈지요.
이제 씻기까지 끝났으니
나물 밑손질하기도 다 되었고,
바로 맛있는 반찬으로 만들어야지요.
먼저 겨울초부터 적당하게 뜨거운 물에다 데쳐 봅니다.
겨울초가 양이 워낙에 많으니,
반 정도만 이렇게 나물반찬으로 만들고,
나머지 반은 남겨 두었답니다.
냄비에 물을 넣어서 팔팔 끓을적에,
깨끗하게 씻어 놓은 겨울초를 이렇게 넣어서...
먹기 좋도록 익혀 냅니다.
너무 설 익도록 데쳐내도 안되고,
삶아내듯이 해서 나물이 곤죽이 되어도 안되지요.
이파리야 원래 금새 익어버리는 부분이니...
생으로 두었을때는 뻣뻣했던 줄기부분을 만져 봐서
보드랍게 휘어지도록 잘 익었으면 다 된거지요.
그리고는 찬물에 담궈서 열기가 빠지도록 이렇게 두고...
차갑게 헹궈내어서 물기를 꼭 짜서 준비를 해 두면 되지요.
그리고, 다음은 시금치 차례입니다.
마찬가지로 시금치도
너무 설 익지 않게, 또 너무 무르도록 푹 익지도 않게...
씹을수록 느껴지는 달달한 시금치 특유의 속맛과
나물반찬의 식감을 즐기며 먹을 수 있도록,
끓는 냄비에 넣고 제대로 알맞게 익혀내야 하지요.
시금치는 이 끄트머리 분홍빛 도는 딱딱한 뿌리심지 부분이
엄지와 검지로 잡아 봤을 때 보드랍게 휘어질 정도로...
다른 부분은 이미 충분히 다 익혀져 있을테니까요.
다 익은 시금치는 건져내어서
찬물에 충분히 몇번 헹궈내어서
마찬가지로 양 손으로 뽀꼰~물기를 짜 둡니다.
이렇게 익혀낸 다음, 양손으로 꼭 짜서
채반에 물기 짠 덩어리째로 잠시 놓아 둔 겨울초와 시금치예요.
왼쪽에 물기 짜 놓은 3덩어리가 겨울초 삶은 것,
그리고 오른쪽의 3덩어리가 시금치 삶은 것이지요.
양손에 꽉 쥐고서 물기를 짜 봤더니,
두가지 나물 양이 이렇게 얼추 비슷하게 나오네요.
겨울초 무쳐먹을것은 된장양념으로 준비해서...
위생장갑낀 손으로 조물조물...
이렇게 구수하게 무쳐 내고..
그릇에 묻어있는 양념까지 싹싹 긁어서
반찬통에 옮겨 두었지요.
그냥 이대로 한줄기 두줄기 맛보느라 먹어 보니,
짜지도 않고 삼삼하니 참기름 향이 입 안에 가득 고소하게 퍼집니다.
이 때부터 벌써 밥 한 공기 생각이 간절해 지니...
이제 시금치도 무쳐야지요.
뭉쳐놓은 시금치를 훌훌 가닥가닥 떨어뜨려 펼쳐서 놓아보니,
워낙에 삶아 놓은 양이 많은지라...
삶아놓은 시금치 나물감의 반만 뚝 떼어서
이것만으로 나물을 무쳐 봅니다.
나머지 반은 따로 쓰려고 깨끗한 용기에 잠시 넣어 두고요.
이렇게 국간장 약간 흘려 넣고,
참기름은 좀 넉넉하게 넣어서...
간이 고르게 퍼지도록, 골고루 잘 무쳐내 봅니다.
싱겁게 만들어진 나물은,
간을 조금 더해서 다시 무쳐 만들던지,
아니면 그대로 비빔밥에 넣어 고추장과 비벼 먹든지..
어떻게 해서든지 수월하게 끝까지 버릴 것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짜게 만들어진 나물은 다시 구제하기가 힘들지요.
나물거리로 쓰이는 채소감들 자체가 가만 보면,
심심한 듯 약하고 순한 양념들과 어우러져야
제 특유의 식감이아 향이 더 맛있게 살아나기도 하는 듯 하고요.
시금치나물도 간이 세 지면, 영 맛이 없어지니...
간을 좀 약하게 해서 심심한 듯 삼삼하면서도,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그윽하게 풍기도록...
맛있게 무쳐 냅니다.
무쳐낼적에 이렇게 풋고추와 홍고추도 조금 다져서 같이 넣었지요.
다 무쳐진 시금치나물을 이렇게 반찬통에 넣고나니,
만드는 중간에 어지간히도 간 보느라 많이 먹었던지라...
양이 확 줄어들었네요.
음식 한가지 만들다보면,
아무래도 이래저래 먹을 일들이 많지요.
건더기가 잘 익었나,
간은 제대로 잘 맞춰졌나...
이런저런 이유로 음식 만들면서 호로록 호로록 입에서 목으로 넘기다 보면,
나중에 정작 밥상 차려내야 할 때에는
다른 가족들은 모두 배가 고파서 기다리고 있지만
이미 내 뱃속은 기분좋게 그윽하게 불러져 있는 경우가 그래서 참 많고요.
좋은 일입니다.
나머지 남겨놓았던 삶은 시금치의 반으로 뭘 만들까 하다가...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냉장고 채소칸 안에 들어있는 자투리 채소들을 꺼내어서
잡채를 만들어 봅니다.
돼지고기도 김치 냉장고안에 덩어리채 들어있는 것을 꺼내어
잡채감으로 즉석에서 적당하게 썰어서 넣고요.
시금치를 제외한 나머지 채소와 고기를 모두 잘 익도록 볶고
간까지 맞춘 다음에,
마지막에 이렇게 삶아놓은 시금치를 넣고는...
잘 섞어가며 다시 한번 볶아서는
간을 마지막에 한번 제대로 맛있게 맞춰내면 되지요.
이렇게 해서,
당면을 제외 한 건더기 재료들부터 먼저,
맛있게 간 맞춰 가면서 다 볶아 놓았어요.
오늘 만드는 잡채의 건더기 재료는,
양파와 당근, 쪽파,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돼지고기, 시금치...
이렇게 일곱가지가 들어갔네요.
잡채 건더기 재료는 정해진 것 없이,
늘 그때그때 냉장고 채소칸 안에 들어있는 재료들 사정에 따라 바뀌지요.
아마도 이런식으로 잡채를 자주 만들어 먹기 때문에,
우리집 냉장고안의 채소들이 시들거려져서 버리게 되는 일도 거의 없고요.
그 동안에 당면은 따로 익혀내고,
보들하게 잘 익은 당면에다 간까지 맛있게 맞춘 다음,
볶아놓은 나머지의 잡채 건더기 재료들과 같이
뜨거울적에 고루고루 섞어주기만 하면 되지요.
맛있게 골고루 잘 섞어 비벼내면..
부들부들하니 구신 참기름 맛 가득한 잡채 한 가득 완성입니다.
시금치가 워낙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다보니,
다른 건더기 재료들 보다도
특히 시금치가 넉넉하게 들어간 잡채가 되었네요.
<초장 찍어먹고 남은 삶은 문어는 문어국으로...>
문어 한마리 삶아서는,
먹기좋게 썰어서 초장에 실컷 찍어 먹고...
그리고도 문어살이 남았을 때에는,
고민한 필요없이 바로 다음 날,
무조건 문어국을 끓입니다.
이만큼 끓이기 쉽고,
그러면서 국물 맛은 제대로 칼칼하면서 얼큰하니 시원하고,
건더기까지 맛있는 국은 흔치 않으니까요.
멸치육수 내어 놓은 것에 무 넉넉하게 썰어서 넣고,
무가 들어간 냄비가 팔팔 끓으면서
건더기 무가 거진 다 보드랍게 익었다 싶을 즈음에,
문어 삶아서 썰어 놓은 것도 이렇게 넣습니다.
이미 속까지 완전히 다 익어있는 문어인지라,
처음부터 넣으면 괜시리 질겨지기만 하고 맛이 떨어지니...
문어국 끓일적에는
늘 이렇게 마지막 즈음에 문어건더기를 넣으면 됩니다.
그리고 나면, 여기에 이제 마지막으로...
대파 썰어 놓은 것 넉넉하게 넣고,
고춧가루 풀어서 국물도 빨갛고 얼큰하게 만들고,
최종간을 새우젓과 국간장으로 1 : 1 비율로 넣어 맞춰 끓여내기만 하면 끝이지요.
얼큰하니 시원하게 끓여진 문어국 한 냄비예요.
아주 뜨거울 때, 바로 국그릇에 가득 떠서 상에 올립니다.
아이도 어른도 말 없이 국 한그릇 열심히 떠 먹다보면,
땀이 쪽 빠질 정도로 기분좋게 어느새 그릇을 깨끗하게 싹 비우게 되지요.
<다 찌그러진 보온밥솥으로 늘 끓여 먹는 우리집 식혜 한 냄비>
아침에 보니, 남은 식은밥을 가지고 엿기름으로 식혜 만들어서
밤새 내내 밥솥에 삭혀 두었던 것이 맛있게 잘 되었네요.
먹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렇게 팔팔 끓여 냅니다.
그리고는 이 밥솥 지름과 맞아 떨어지는
큰 냄비뚜껑 하나 덮어서는
서늘한 우리집 뒷베란다 바닥에 몇시간 두어서
저절로 이 뜨거운 식혜가 서서히 차갑게 식히도록 두지요.
차갑게 식은 식혜는 이렇게 적당한 용기에 부어서
김치 냉장고에다 넣어 둡니다.
일반 냉장고보다 김치 냉장고칸에 넣어 두었다 꺼내 마시는
살얼음 살짝 낀 듯한 차디 찬 식혜 한 잔 맛이란...
식혜는 많이 찌그러지고 낡은 듯한
우리집 보온밥솥 내솥을 이용해서
늘 끓여 낸답니다.
물론 지금도 여기에 밥도 하고요.
아무래도 밥솥 안에다 보온으로 두고
식혜를 삭히다 보면
내솥도 같이 점점 삭아갑니다.
그러니, 식혜를 만들적에는
좋은 밥솥, 새 밥솥을 이용하기 보다는
예전부터 늘 오랫동안 써 왔던 밥솥을 이용해서 만들어야 부담이 없고요.
식혜가 목으로 넘어 갈 때 마다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늘 떠올라요.
늘 시원하게 냉장고에 감칠맛나게 달고 구수한 식혜를 준비해 두셨던 우리 엄마와...
식후에 입가심으로 그 식혜를 늘 찾으시고,
맛나게 드셨던 우리 아버지.
두 분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소박한 천생연분이셨던 것 같아요.
살면서 생각해 보니,
연분이란게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더군요.
그저 일상에서 이렇게 소소한 부분이
서로 조화롭게 그리고 평화롭게 잘 맞물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하고..
사실 누구를 만나더라도,
이해하고 양보하지 않고는
더불어 살아갈 수가 없을테고요.
세월을 같이 지내면서 그런 좋은 경험, 또 안좋은 경험들을 지긋하게 쌓게 되면서
결국에는 겪어온 그 세월의 무게만큼
나이들어가면서 이제는 서로에게
오히려 더 이해받고 양보받게 되는 것 같고요.
식혜 만든 이야기를 하다가 늘 동시에 떠오르는 부모님 생각에..이야기가 길어져 버렸네요.
살아갈수록 더 짝사랑과 그리움이 깊어져만 가지만,
또 그 힘이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장 봐온 오징어,새우 손질하고.. 해삼멍게 한 접시 내기>
가끔 상에 올리는 바다 내음 가득한 생물 해산물들.
입 안 가득 퍼지는 신선한 향기가 참 좋지요.
오늘은, 시장에서 살아있는 해삼과 멍게를 사 왔어요.
흰다리새우 한 소쿠리와
낚시오징어도 2마리 사 오고요.
우선 오징어부터 이렇게 몸통,다리 분리하고 내장 다 빼 내고선,
깨끗하게 다듬고 씻어서
한 마리씩 나누어 냉동실에 넣습니다.
미리 이렇게 깨끗하게 손질이 완전히 된 채로 냉동실에 잠시 넣어 두었다가
며칠안에 꺼내어서 바로 데쳐내서 초장 찍어 먹으면 얼마나 편하고 맛난지...
특히 오징어는 실은 껍질쪽에 영양이 더 많다고 하니,
집에서 생물오징어를 익혀 먹을 때에는 껍질은 벗기지 않고 늘 같이 먹지요.
찌개든, 국이든, 아니면 그냥 데쳐서 새콤달달한 초장에 찍어 먹기만 해도 맛도 영양도 좋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오징어는 손질해서 냉동시켜 놓으면
며칠내로 금새금새 없어지기 때문에,
시장에서 싱싱한 오징어를 좋은 가격에 팔면 망설임없이 몇마리 늘 넉넉하게 사 와서
이런 식으로 갈무리 해서 냉동시켜 두고 씁니다.
이어서, 시장 어물전에서 한 소쿠리 수북하게 얹어서 팔던 흰다리 새우도
지저분하고 기다란 수염 떼내가며, 깨끗하게 씻어 봅니다.
맑은 물 나오도록 씻어서 물기 탈탈 뺀 다음,
한번 찌갯거리로 끓여먹기 좋도록
4~5마리로 나누어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고요.
이제는 해삼과 멍게 차례네요.
먼저, 이미 제 속에 있는 내장을 계속 뱉아 내고 있는 이 해삼녀석들부터..
깨끗이 씻어서 도마위에 올리고는,
내장은 훑어 내고,
이렇게 한 입 크기로 먹기 편하게 썰어서 준비를 했지요.
멍게도 속살만 발라서 도마 위에 올리고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큼직한 대접시 꺼내어서
이렇게 한 접시 담아서,
초장과 같이 곁들여서 상에 내었어요.
이런 해삼, 멍게 종류는 아무리 좋아해도 매일 먹는다고 하면
그 강렬한 특유의 맛과 향에 어쩌면 좀 질릴 것도 같고요.
어쩌다 한번씩 먹어야 제대로 그 맛이 좋게 느껴지는 듯 해요.
입 안에 감도는 바다내음의 여운까지도 또 얼마나 오래 가는지...
왠지, 지금 바로 코 앞에 바다가 가까이 있는 듯 느껴지시지요?
<딸래미와 그 친구들과 함께 한 툐요일 점심 이야기...>
수학여행을 다녀온 저번 주...
이어지는 토요일이 등교를 하는 날이었는지라,
4교시를 마치고 집으로 와서 점심을 먹는 날이었지요.
얼마 전, 예인이 생일이었답니다.
이번 생일날은 학교 중간고사 시험 기간에,
수학여행 등등 여러가지 다른 행사들도 많았던지라...
우리 가족들끼리만 모여서
그 날 저녁, 조촐하게 함께 축하를 했답니다.
비록 생일은 이미 지났지만,
친한 친구 몇몇이 모여 같이 밥 한 끼 했으면 하길래...
마침 4월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또 토요일이니,
학교 마치고 우리집에 모여서
간단하게 점심 한 끼 같이 하기로 한 거지요.
그런데 다들 집이 이웃에 있는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동네가 조금씩 떨어져 있다보니...
집에 가서 씻고, 가방 놔 두고, 옷 편한것으로 갈아입고 해서
우리집에 모인 시간이 어느덧 오후 2시 정도.
비록 점심시간은 좀 늦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그만큼 다들 더 맛난 점심을 먹게 되어서 좋았고요.
조촐하게 준비한 늦은 토요일 점심식사를
재미있는 이야기와 같이 느긋하게 즐기면서,
아이들도 우리 어른들도
모두 좋은 시간을 보냈답니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니,
집이 떠나가라...웃음소리가 집 안에 한 가득.
밝고 힘이 넘쳐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역시 젊음은 참 좋은것이구나..하고
마냥 부러움과 흐뭇함이 넘쳐나네요.
아이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우리들 시절의 옛 학창시절 생각도 나고...
참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평소에 잘 먹고 좋아하는 것으로
준비를 했지요.
늘 냉동해놓고 쓰는 작은 볶음용 새우 몇 줌 꺼내고,
당근, 양파, 호박 이렇게 3가지 건더기재료감을 다져서는
새우볶음밥을 이렇게 후라이팬에다 한 가득 볶아 놓습니다.
양이 많으니 평소에는 하나면 충분한 계란도.
2개를 깨뜨려 넣어서 같이 볶았고요.
이 새우볶음밥은 많다 싶을 정도로 볶아 놓아도,
밥 한 톨 남김없이 언제나 깨끗하게 싹쓸이 해 버리지요.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떡볶이떡 꺼내어서,
어묵과 같이 캐콤칼칼한 빨간 떡볶이도
이렇게 한 냄비 넉넉하게 만들어 두고...
어묵도 집 냉장고 안에 있는 2가지 종류를 꺼내어서
꼬지 씻어 놓은것에 잘 꿰어서
야들야들하니 제대로 맛있게 삶아지도록 푹 끓였지요.
고추, 고기, 마늘편 등등,
맛있는 건더기들 넉넉하게 많이 준비해서
고추잡채도 이렇게 양 푸짐하게 볶아 놓고요.
오븐에다 양파통닭을 구웠는데,
1시간이 훨씬 넘도록 구웠답니다.
다른 때보다 배 정도...준비한 닭 양이 많다보니,
그만큼 굽는 시간도 훨씬 많이 늘어난거지요.
이렇게 몇가지 준비해서 ...
예인이 친구들과 함께 했던
어제, 토요일의 점심상입니다.
각자 먹고싶은만큼 덜어먹기 편하도록,
새우볶음밥도 큼직한 파이그릇에다 담아서 내고...
꽃빵 바로 상에내기 직전에 폭신폭신하게 쪄서,
고추잡채와 같이 접시에다 곁들여 내고요.
양파통닭도 구워서 오븐에서 바로 꺼내어서
식기전에 뜨거울 때 곧바로 접시에 옮겨 냈지요.
아이들이 워낙에 잘 먹으니 한마리는 아무래도 모자랄 듯 싶어서,
이렇게 2마리를 구웠네요.
꼬지에 꿰어서 푹 끓여낸 어묵냄비도
뜨끈하게 불에 데워서 바로 상에 올리고..
이건 예인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큰 접시에다 양 그윽하게 만들어 놓은
매콤달콤 톡 쏘는 맛있는 해파리무침 한 접시.
학교생활 이야기들, 또 친구 이야기, 공부이야기 등...
서로 많은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면서
기분좋은 포만감이 느껴지도록 배불리 잘 먹었습니다.
시험도 끝났겠다...
모두들 같이 영화나 한 편 보여줄까 했더니,
와~하고 신나하면서 어느새 금방 영화관으로 떠나 버렸어요.
이제는 어른이 따라가지 않아도...
저희들끼리 충분히 이것저것 못하는게 없네요.
예인이 아기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아이들이 나가고 조용해진 집 안.
밥 먹고 난 식탁 깨끗하게 다 치우고는
그제서야 한 숨 돌리게 됩니다.
토요일 하루가 그냥 이렇게 후딱 지나가버린 듯...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4월의 마지막 날.
정신없었던 올 해의 4월도...
마지막 날, 이렇게 아이들과 좋은 추억 한가지 만들고는
또 서서히 뉘엿뉘엿 져 갔지요.
어느새 벌써 5월이네요.
올 해 5월은 저도 여러분들도
우리 모두가 다들 좀 더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