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8.13 금요일의 아침밥상
이른 아침,
부엌에 들어서자마자 늘 하는 일.
먼저 밥통에 쌀 안치기 부터...
감자 쪄 놓고
낮에 출출할 때 소금찍어서 아이들 간식으로 먹으려고
껍질 깍은 감자 좀 작은것으로 5개 넣고,
계란도 소금간 맞춰 잘 풀어서
작은 그릇에 부어준 다음,
쌀 위에다 살짝 얹어서 같이 찝니다.
이렇게 감자 5개 조그마한 계란찜 그릇까지 같이 넣어도
아직도 밥통안에는 자리가 여유있게 남네요.
가지도 하나 같이 찌려다가
이 정도 준비하면 아침반찬도 많은데...하고 생각하면서 꾹 참고,
전기밥솥 뚜껑을 닫고 취사버튼을 눌렀어요.

신문지 펼치고 편안하게 부엌 바닥에 앉아서
오늘 만들어 먹을 메뉴에 들어갈 재료를 손질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별로 할 일도 많이 없네요.
오이는 깨끗이 씻어성 껍질 슬쩍 벗겨 놓기만 하면 되고,
대파도 말끔하게 구석구석 씻어서는
냉장고에 보관 중 물러진 부분이 있으면 손으로 뜯어 내고...
양파껍질 홀랑 벗기고 고추 꼭지 떼어 내고,
그리고 콩나물 다듬고...
이게 답니다.

이제 오징어 데치기부터 해 봅니다.
냄비에다 정수기물을 받아서 가스불 위에 올린 다음,
생오징어 사 놓은 것 한마리를 김치냉장고에서 꺼냈어요.
내장 모두 떼어내고 깨끗이 씻어서
냄비물이 팔팔 끓어오를 때
손질해 놓은 오징어를 넣고 데쳐 냅니다.

이런 무더운 한 여름에는
오징어 데쳐내기도 다른 때보다 조금 더 길게...
뜨거운 물에 제법 오래 둡니다.
딱 지금 시기에는,
뭐든 안전하게 제대로 익혀먹는게 중요하니까요.
평소에 늘 하던 것보다
좀 더 오래 끓는물에 넣어 둔다고 해서
오징어가 영 맛없게 질겨지거나 하지도 않으니까요.

이렇게 데쳐낸 오징어는 냄비에서 건져서는
깨끗한 물 한번 부어 준 다음...
자연스럽게 물기가 빠지도록 채반에 올려 둡니다.

그리고 오징어 데쳐낸 이 물은...
이대로 뒷베란다의 여유있는 자리나
여기저기 치이지 않는 공간에다 놓아 둡니다.
이 오징어 데져낸 오징어육수는
이따가 전골냄비에 부어서 오늘 아침상에 올릴 알탕을 끓일적에
맛난 밑국물로 쓰려고 그러는 거지요.
오징어향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이 국물...
그냥 버리기에는 참 아깝습니다.
나중에 라면 하나를 끓이더라도,
이런 해물 데쳐낸 국물을 활용하게 되면
그 맛과 풍미가 얼마나 좋아지는지...
냄비채 이대로 뒷베란다 한쪽에다 가만히 놔 두면,
오징어 데쳐 내면서 오징어몸에서 나온 지저분한 찌꺼기가
냄비바닥 아래로 얌전하게 가라 앉지요.

그리고 삼치 순살 2조각을 굽습니다.
막내녀석이 생선반찬을 찾네요.
그러니, 집에 냉동고안에 생선이 있는데
굽지 않을 수가 있나요.
이 삼치 순살도 냉동실에 넣어 두고는
자주 구워먹는 우리집 단골 생선중에 하나지요.
고등어도 참 맛나지만
이렇게 순살삼치라고 해서...
살만 얇게 발라져 손질되어 있는 이 생선은,
간은 전혀 짜지 않고 아주 삼삼하게 되어 있는데다
가시도 거의 남김없이 잘 발라져 있는 상태라 아주 좋습니다.
그러니 아이 혼자서 젓가락질 하면서 먹기에도 참 좋고...
엄마도 편하지요.
밥 먹으면서 생선가시 발라 주느라,
엄마손이 여기저기로 갈 일이 없으니까요.
게다가 고등어보다 덜 비리면서 맛도 참 좋기도 하구요.

생선구이기에 나란히 두 조각을 올려서
10분~12분 정도 구워내면
딱 알맞게 앞뒤로 잘 구워집니다.
오늘 마련하는 국물이나 찬이 대체로 매운 맛인지라,
삼삼하면서 순한 맛의 이 생선구이 한 접시가
아마도 오늘 아침, 매운것을 아직 마음대로 잘 못 먹는 우리집 막내녀석의
주 반찬이 될꺼 같네요.

이제 알탕 끓일 준비도 해 봐야지요.
알탕에 들어갈 재료들을 도마에 올려서
모두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준비 했어요.
팽이버섯과 감자, 무, 애호박, 양파, 대파, 그리고 고추...
그리고 아까 다듬어 놓은 콩나물은 깨끗이 씻어서
따로 물이 빠지도록 채반에 받쳐 준비를 해 두었지요.
무를 좀 더 넣으면 좋겠지만
요즘 무가 워낙에 금값인데다,
무가 그리 맛난 계절도 아니니...
굳이 무를 많이 썰어서 넣을 필요없이
무는 조금만,
그리고 제철인지라 어떻게 해먹어도 맛난 감자를
무 대신에 좀 더 많이 썰어서
같이 알탕 건더기로 준비를 했지요.
알탕에 같이 넣어서 먹으면 맛난 건더기들이
분명 몇가지가 있기는 하지만,
계절마다 그 제철에 풍성하게 나는 종류에 따라서...
그때그때 알탕을 끓여 먹을적마다
그 시기에 물이 좋은 재료들을 선택해서 끓여 먹는 그 맛.
재료도 신선하니
건더기 맛도 더 풍성하지요.
국물맛까지 제대로 잘 우러난 그런 알탕 한 냄비만 끓이면
다른 찬들이 없어도
이것만으로도 밥상이 푸짐해져서 좋습니다.

알탕의 주재료가 되어 줄
싱싱한 알과 곤이들도 준비해 놓았구요.

모든 재료를 골고루 풍성하게 둘러서 담아 봅니다.
주인공인 알은 가운데에다 둬야지요.
이 큼직한 전골냄비를 요즘 자주 꺼내쓰게 되네요.
집에 있는 전골냄비가 2개 있는데...
하나는 아주 조그마한 것이고
또 나머지 하나는 이 것...
보기보다 아주 큼직합니다.
딱 이 2개의 중간쯤 되는 전골냄비가 하나 있으면
참 유용하겠다 싶지만...
집에 쓸만한 다른 냄비들이 넘치는데,
조금 아쉽다고해서 또 무엇 한가지를 사려니
예전처럼 쉽지가 않네요.
이 전골냄비도 산게 아니라,
마트에서 언젠가 사은품으로 받은것인지라...
덕분에 이렇게 푸짐한 전골 한 냄비 늘 잘 끓여 먹으면서
고마운 마음으로 잘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뒷베란다에 가만히 놓아 둔 오징어육수 냄비를 가지고 와서
가만히 윗물을 따라내듯이
전골냄비에 빙 둘러가면서 부어야지요.
아래에 가라앉아있는 찌꺼기가 같이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살그머니 부으면 됩니다.

제일 마지막 국물에 가라앉아있는 이 찌꺼기는
냄비에다 살며시 남겨 두고 말이지요.

그리고 전골냄비 뚜껑 덮어서 가스불에 올리고

바글바글 맛있게 푹 익혀지면
이제 밥상위로 냄비를 옮깁니다.
각자 그릇에다 먹을만큼씩 푸짐하게 떠서는..
밥과 함께 맛있게 먹어야지요.

취사가 거진 끝나갈 무렵,
밥이 다 되기 한 5분쯤 전에 전기밥솥 뚜껑을 열어보니
감자도 잘 익어있고
조그만 그릇에다 넣어 놓은 계란찜이
마구 부풀어 올라 있네요.
늘 해먹는 그릇에다 만드는 양이 딱 정해져 있으니..
이렇게 부풀어 올라도 계란찜이 거죽으로 흐르지는 않기 때문에
전혀 염려할 일이 없지요.
그리고 계란찜은 이렇게 밥솥 뚜껑을 열고 있으면
서서히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한답니다.
이 부풀어오른 계란찜 위에다
대파 다진것을 조금 올려서는
다시 나머지 3분 정도 취사가 다 되었다는 소리가 울릴때까지
전기밥솥 뚜껑을 닫아 주고는
밥도 감자도 계란찜도...
모두 뜸을 들여 줍니다.

이렇게 금새 다 되었어요.
이제는 감자도 꺼내고,
계란찜도 상에 올리고,
밥도 각자 밥공기에 퍼야 겠네요.

감자는 따로 용기하나 꺼내어서
여기에 담아 두었다가
오고가면서 출출할적에 소금 찍어 먹도록
식탁위의 삶은계란 옆에다 같이 둡니다.
지금같은 한 여름이라도
이렇게 폭 삶아낸 감자는
상온에 이틀정도 이대로 두어도
쉽게 상하거나 하지 않아요.
에어컨 없이 살아가는 우리집 기준으로 그렇습니다.

감자와 계란찜을 모두 꺼내고 나니
밥은 위가 울퉁불퉁...
못난이처럼 지어진 듯 보여도...
포슬포슬한 냄비밥같은 식감은 그대로
늘 밥은 맛나게 잘 지어집니다.
쫀득한 압력밥솥도 그 나름의 밥맛이 있는데,
남편은 이리 포슬하니 밥알이 탱글거리는 이런 밥맛이
더 달다고 하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밥을 푸기 직전에...
아까 데쳐낸 오징어를 가지고
시원하고 매콤한 오징어무침 한 접시를
푸짐하게 만들어내려고 준비를 해 봅니다.
오징어만 데쳐져 있으면
따로 준비라고 해서..
번거롭고 시간 걸릴만한 일이 하나도 없지요.
오징어 먹기좋게 썰면서
오이와 양파 하나씩 꺼내어서
얇팍얇팍하게 같이 썰어서 준비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고추도 알탕준비하느라 나와있기에
풋고추와 홍고추 색깔별로 하나씩 같이 썰어 두었어요.

모두 다 넉넉한 용기에 넣어서는...

맛난 초장 듬뿍 넣고는
살살 버무리기만 하면
시원매콤한 오징어무침 한 접시가 넉넉하게 만들어 지지요.

오래두면 오이에서 물이 조금씩 생기니,
모든 재료는 미리 썰어서
냉장고에 시원하게 넣어 두었다가
밥 차리기 직전에
이렇게 쓱쓱 버무려 냅니다.
빨간 고추장이나 초장같은 양념을 써서
버무려내는 무침 종류는
스뎅재질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지만
다른 용기들은 쉽게 빨간 물이 들기가 쉬우니...
이렇게 빨간 물이 들어도 아무 염려없는
빨간 용기를 하나 정해두고는
이런저런 맵고 뻘건빛나는 양념 전용으로 잘 쓰고 있습니다.
김치양념도 여기에다 척척 치대어서 만들어 쓰지요.

이것저것 냉장고 안에 있는 반찬들도 꺼내고 해서는...
오늘 아침밥상은 이렇게 차려서 먹었습니다.
점점 더 맛이 들어가는 곰취장아찌 한 접시 내고,
그 뒤에 보이는 것은
요즘 잘 해먹는 단호박사라다 한 접시...

전골냄비로 상에 올리는 국물이 매운맛이니...
막내 예본이가 먹을게 없어서 힘들어 하지 않도록
냉장고 안에 순한반찬을 이것저것 좀 꺼내야지요.
그래서 이렇게 순하게 무친 오징어채무침 한 접시도 내고,
다른 매운 반찬들도 좀 골고루 먹다가 입이 매우면...
부드러운 계란찜도 떠 먹으라고 아이에게 일러 줍니다.

이제는 김치통안에 거의 바닥을 보여가는
익을대로 익은 저 고들빼기도 한 접시 내었구요.

그리고 오징어를 데쳐 두었다가
시원하게 다른 재료들과 모두 같이 냉장고에 두고는
밥상 차리기 직선에 매콤새콤하게 초장양념으로 무쳐낸 오징어무침.
한 여름에도 국물이 들어가는 음식은 뜨겁게 나와야 좋지만
이렇게 상큼한 양념맛으로 먹는 찬들은
시원할수록 맛있습니다.

순살삼치 2마리 구운것도 접시에 담아 내고...

알탕도 푸짐하게 큰 전골냄비에 한 가득 끓여서
상에 냄비채로 올렸어요.
건더기도 실하고 국물도 넉넉하니...
모두 실컷 먹어도 남을 양이지요.
큼직한 국자를 같이 내도 좋고,
이렇게 커다란 서빙스푼을 같이 내어도
국물과 건더기를 쉽게쉽게 떠 먹기에 딱이지요.

밥이랑 국그릇까지 이렇게 준비되면,
이제 모두들 아침식사를 시작합니다.

알탕도 이렇게 오랫만에 끓여 먹으니,
속이 시원하게 풀리고... 참 좋네요.
어제는 비름나물 이야기를 쓰느라
아침밥상 이야기가 하루 늦어졌네요.
얼른, 오늘 아침 먹은 이야기를 올려야 할텐데...
사진 올리는 기술은 아직도 참 미숙하기만 하고,
자판치는 이 두 손은 또 얼마나 느린지...
주말 편안하게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