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7/10 토요일의 아침밥상.
오늘은 남편이 학교일로 출장 가고 없는 날.
아이들은 마침 토요휴업일이라 학교도 가지 않고,
어느 정도 아침이 더 여유롭고 편안할꺼라 생각 했는데....
예인이가 친구들이랑
아침 일찍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네요.
느즈막히 대충 준비해서 아침 먹으려고 했건만...
어차피 아이들도 배꼽시계가 완전히 딱 질이 들어 버려서...
늘 먹던 그 시간에 밥이 들어가지 않으면
뱃속에서 난리요동이 날 껍니다...^^
그래서...
애들 학교도 가지 않고, 남편도 없는
오늘같은 편안한 아침에도...
저 역시 늘 눈이 떠지던대로
일찌감치 일어났지요.
동네 한바퀴 운동삼아 돌고 들어와서
아침밥 먹을 준비를 합니다.
아이들 입맛에 맞는 것 한 두가지만 차려낼것인지라...
그래도 영 손도 마음도 평소보다 아주 편안한 느낌이었어요.
까탈스러운 어른 입맛에 맞추는게 어려운 일이지...
사실 우리 아이들처럼 이것저것 까다롭게 안 가리고
뭐든지 잘 먹고,
잘 소화시키는 요맘때 아이들은...
뭘 만들어 먹여도
기분좋게 잘 먹고,
또 그래야 그만큼 키가 쑥쑥...
지혜도 쑥쑥...
우리 엄마들 마음이야
다 같을껍니다.
<오늘의 식단>
팥잡곡밥
씨래기국(얼갈이배추 우거지)
마요돈까스(생돼지고기 등심 사용)
새싹샐러드
치자단무지
열무김치
나물 3가지(콩나물과 시금치, 취나물)
생선구이(침조기굴비와 꽁치)
남편이 어릴적부터 흰 쌀밥만으로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을 참 좋아해요.
그런데, 남편이 어제부터 오늘까지
1박2일 동안 제주에 출장을 다녀 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밥상은
아이들과 저만 단촐하게 차려 먹었어요.
흰 쌀밥 대신에 팥을 삶아서
팥과 콩, 잡곡 몇가지에 찹쌀과 백미 섞어서
구수한 밥도 지어서 먹었구요.
팥 삶을 준비를 해 봅니다.
밥 지을적에는 팥은 미리 푹 삶아서 안쳐야
폭신하니 맛있는 팥밥이 되지요.

물을 부어서 팥을 삶다가,
지저분하게 올라오는 첫 물은 한번 버리고...
다시 맑은 물 부어서
제대로 폭 삶아서 씁니다.
이 물까지 밥 짓는데 같이 넣어 쓰니까요.

쌀과 찹쌀, 그리고 다른 잡곡들을
깨끗이 씻어서 밥솥에 준비해 두었다가
팥 삶은 물 넣고
모자란 물을 더 해 줍니다.
그리고는 삼삼하게 소금간 해서는
밥통에다 안쳐서 밥을 지으면 되겠지요.

삶아 놓고 남은 팥은
이렇게 용기에 국물과 같이 덜어서
열기가 식어서 차게 되면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해요.
중간중간 팥 넣고 밥 지어 먹고 싶을적에
두어번은 더 쓸 수 있을껍니다.
이렇게 삶아 놓은 팥은 계절마다 다르지만,
차가운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보통은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까지도 상하지 않아요.
이렇게 일단 밥을 안쳐 놨으니...

이제 국을 끓이려고 해요.
우선 얼갈이배추를 사다가 씻고
국거리로 쓸 수 있게 폭 삶아서
찬물에 몇번이고 완전히 더러움이 씻겨 나가도록
깨끗하게 헹궈 냅니다.
그리고는 건더기들을 모두 건져서,
양손으로 물기를 꼭 짠 다음
도마에 올려서 국에 넣어 먹기 좋도록
잘게잘게 총총총 썰어서 쓰면 되지요.

멸치국물에 된장 짜지 않게 풀고
팔팔 끓을적에
썰어놓은 이 배추우거지를 넣고는
먹기 보드랍게 폭 한번 더 끓여내기만 하면...
순하고도 구수한 씨래기국 한 냄비가 금새 끓여집니다.
우리끼리 먹을것인지라,
평소보다 아주 조금만 끓였어요.
한 두끼만 먹고 나면
나중에 다시 맛난 다른 국이나 찌개 끓여서 먹어야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까스를 구워 주려고...
일단 빵가루를 냅니다.
마트에서 저렴하게 팔고있는 식빵을 한 봉지 사다 두었다가,
식빵 두어장 단단하게 똘똘 뭉쳐서는,
이렇게 강판에 손으로 그냥 갈아주기만 하면 되지요.

금새 다 갈아졌네요.
이제 돈까스감으로 준비해 놓았던 돼지고기를 꺼내어서
빵가루 무쳐서 바로 튀겨내면 아마 아주 맛날껍니다.
아무래도 냉동실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는 것 보다는...
이렇게 바로 만들어서 기름에 튀겨내는 것 과는
그 맛의 차이가 참 크지요..^^
복잡하게 밀가루에 계란물 준비해서 입혀내면서 만드는 돈까스가 아니라
간단하면서도 빠르고 그러면서 맛도 참 좋은...
마요돈까스를 만들려고 해요.
시간이 좀 촉박한 아침에도 쉽게 만들 수 있어서
마요돈까스는 냉동해서 두고두고 꺼내 먹어도 괜찮지만...
이렇게 즉석에서 바로바로 만들어서
기름에 지글거리게 구워먹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답니다.

마요돈까스 만드는 법은 예전글에 올려 드렸었지요.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kit&page=2&sn1=on&divpage=7&sn=on&ss...
신문 넓게 펼쳐서 재료들만 꺼내 올리면
이렇게 돈까스감 몇 장 만드는 일이야...
금방 금방 끝나 버립니다.

다 만들어 졌네요.
빵가루 넣어 두었던 용기를 그대로 써서는,
여기에다 마요돈까스 만들어 놓은 것을
한장씩 한장씩 포개어서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는, 먹고 싶을적에 꺼내어서
후라이팬에다 기름 부어서 지글지글 구워 먹지요.

후라이팬에 큼직한 것 2장 올려서 지글지글 굽고 있어요.
아이들은 이 냄새 맡자마자, 금새 알아차리지요.
오늘은 돈까스네~ 맛있겠다~
벌써부터 엄마가 굽고 있는 가스렌지 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다 되었난 확인을 하네요.(예본..^^;)
그러면서 배 고프다며 아침 빨리 먹자고 난리입니다.

이제 맛있게 구워졌네요.
돼지고기를 조금 더 좋은 것으로 사왔더니....
겉은 파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고기 질감이 아주 그만이예요.

다른 생선구이전용 후라이팬에는 생선을 올리구요.
꽁치같은 기름많은 등푸른 생선이야
바깥에 있는 생선구이기에 넣고
기름기 빠지게 구워내도 좋지만,
오늘은 아이들이 마찬가지로 잘 먹는
침조기굴비도 한마리 같이 구워낼 것인지라...
이렇게 3마리를 모두 생선구이기에 올려서 굽기에는
열선이 닿이는 범위가 모자라서
어떤 생선 하나는 덜 구워져 나오게 되지요.
그래서 그냥 오늘은
이렇게 가스불에다 생선용 후라이팬을 올려서
어차피 지글거리면서 돈까스도 굽는 김에,
가스불 위에 기름 많은 후라이팬 하나 더 얹이기로 한 거지요...^^
무엇이든 후라이팬을 올려서 구워 낸 다음에는,
뜨거운 온수물에 방금 빨아서 꼭 짜 낸 걸레나 행주로
지체말고 바로바로 가스렌지와 주변을 닦아 내 주면,
주위에 기름때가 눌거나 찌들 일 없이
늘 말끔하고 깨끗하게 유지가 잘 되어요.
꽁치는 즉석에서 구운소금 솔솔 뿌려서 팬에 올리고
침조기굴비는 소금간이 이미 심심하게 되어 있으니
씻어서 물기 닦은 다음 칼집만 넣고 올립니다.

기름 적당하게 두르고
신문지 뚜껑 만들어서 덮은 다음에,
중불로 노릇노릇하게 구워 냈네요.
생선이 방금 구워서 딱 맛있게 뜨거울 때
이제 바로 상을 차려서 바로 먹어줘야지요...^^

밥이 다 되어서, 전기밥솥 뚜껑을 열어보니...
찰밥이 먹음직스럽게 맛나게 지어 졌네요.
한번 지을적에 넉넉하게 만들어 두고는,
며칠동안 뜨끈하게 데워 먹을 요량으로...
이렇게 밥솥 가득 넘치도록 그윽하게 밥을 했네요..^^

이렇게 우리끼리만 속닥하니 차려먹은 오늘의 아침상은요...^^
침조기굴비와 꽁치 2마리를
오늘은 지글지글 기름에다 구워서 올렸구요...^^

짜장이나 칼국수 혹은 오늘처럼 돈까스를 먹을 때에는
냉장고안에 큼직한 반찬통에다 늘 채워 놓고 덜어먹는
이 치자단무지를 꼭 곁들여 먹어요.
물도 많으면서 아삭아삭한 일반 단무지와는 또 달리...
식감이 아주 꼬들꼬들 하면서도
물기도 제대로 꼭 짜 놓아서 수분도 거의 없는 듯...
통에다 넣어 놓으면
아래에 물이 약간이라도 고이는 일이 전혀 없을 정도지요.
냉장보관하면 잘 상할 일도 없이 아주 오래 가구요.
두고두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맛난 단무지예요.
김밥 쌀때에도 기다란 김밥용 단무지 대신에,
이 꼬들한 단무지를 쪼르륵 깔아서 김밥을 말아 놓으면
꼬드득 꼬드득하고 씹히는 식감때문에
평소에 늘 먹는 김밥보다도 씹는 맛이 더 좋아지지요...^^
돈까스를 먹으니,
기름기 많게 튀겨낸 돈까스고기 한 조각 먹고
입가심으로 개운하게 꼬들꼬들한 단무지 몇조각 씹어 먹지요.^^
그리 할 요량으로...
이렇게 치자단무지도 한 접시 덜어 내었답니다.

구수하게 지어낸 찰밥에 곁들이면 또 맛이 좋으니...
나물과 오징어 젓갈 무친것도
상에다 같이 곁들여 내었구요.

샐러드용 베이비채소도 살살 씻어서
돈까스랑 같이 곁들여서 먹도록 이렇게 한 접시...^^
아이들은 이런 것 없어도
고기 잘만 먹지요...^^
어차피 내 입에 다 들어갈 것이지만,
멀어도 아이들 앞에다 놓아 둡니다.
녀석들에게 그저 익숙함의 효과라도 주고싶은 마음에...^^

밥만 퍼서 꼭꼭 씹어 먹어도 맛있는 찰밥 한 공기...^^
나물이나 김치, 김 같은 단촐한 반찬 하나만 있으면
몇끼라도 질리지 않고 잘 먹을 수 있답니다.
급하게 떠 먹다가 목이 막히지 않게
구수한 씨래기국도 한 대접 같이 곁들여 내야지요...^^

방금 만든 돈까스감을 바로 구워서
파삭한 마요돈까스도 먹기 좋게 잘라서 접시에 올리구요...^^
먹다보니 금새 접시가 텅텅...
정말 맛있었어요.^^

오늘은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인데도
이제 시험도 끝나서 친구들과 영화보러 가기로 약속을 했니 뭐니 하면서..
아이들도 오늘 아침, 평소보다도 더 일찌감치 일어 났지 뭐예요.
그래서,
단촐하게 준비해서는 생각보다 아침밥을 빨리 차려내다 보니...
오늘 아침은 다른 날보다 더 밥도 천천히 여유있게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참 많았고...^^
그렇게 느릿느릿하게..
참 오랫동안 식사시간을 가졌네요.
아이들은 평소보다도 더 재잘재잘 즐겁게 이야기 하지만,
늘 듬직하게 앉아 있던 남편이 없는
식탁의 그 한 자리가...
참 허전해 보이네요.
조금 있으니, 전화가 왔어요.
남편이네요.
너무 반갑지만...
그 마음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와~?'
(왜 전화했소?)
'고등어 사까, 갈치 사까?'
(고등어 사 살까? 아니면 갈치 사 갈까?)
'다 좋소~'
(뭐든지 다 괜찮아요^^)
'알았다~'
7살 차이가 나지만
오랜 친구처럼 편하게 느껴지는 남편과의 이런 대화...^^
참 멋도 없고 무뚝뚝한 듯 해도,
이 짧은 대화속에...
더 긴 이야기와 더 깊은 마음이 담겨 있지요.
이렇게 통화가 끝나고나니,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오네요.
별일없이 곧 집으로 잘 돌아올 듯 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하루 일정으로 힘들게 제주까지 갔다가
이제 곧 다시 돌아올 남편을 위해...
이따 그 사람이 좋아하는 얼큰한 매운탕이나
뜨겁게 한 냄비 끓여 상에 올려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