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10 목요일의 아침상.
늘 그렇듯이 부엌에 아침 준비를 하러 들어서서는
자동적으로 제일 먼저 밥통에다 쌀 씻어 안쳐 놓았어요.
그리고 오늘 해 먹을 메뉴 재료를 냉동실에서 꺼냈지요.
회 쳐먹고 남은 생선잡뼈 깨끗이 씻어서 갈무리 해 둔 잡뼈매운탕꺼리 한 봉지 꺼내고,
또 깨끗하게 미리 손질해서 바로 냉동시켜 놓은 흑고동도 한 봉지 꺼내구요.
꽁꽁 얼어있는 봉지채로 가만히 두어서
다른 재료들 손질하는 동안, 어느정도 자연해동 되도록 그냥 이리 둡니다.

부엌바닥에 앉아 신문지 한 장 펼쳐 놓고,
먼저 정구지 손질을 해 봅니다.
마트에서 사는 정구지는 영 뻣뻣하고 두꺼운게 향이 적은데,
이번에 시장에서 사 온 이 정구지는 적당히 얇고 보드라운것이
손질하면서 한가닥 먼저 수돗물에 헹궈서 입에 넣어 씹어 보니
입 안 가득 풋풋한 향이 그윽하게 퍼지네요.
이 정구지는 아침상에 올려 먹을만큼만
딱 한 줌만 쥐어서 씻어서 준비해 두고,
나머지 손질한 정구지는 그대로 가만히 신문지로 감싸서
냉장고에다 살푸시 넣어 두었어요.

오늘은 잡뼈매운탕을 끓이려고 하니,
매운탕에 넣을 부재료들을 딱 기본되는 것들만 몇가지 꺼내어서 준비하구요.
무 넉넉히 썰고,
대파와 미나리 그리고 빨간 땡초까지.
이것만 들어가도 시원한 매운탕 국물 맛 내는데에 전혀 모자람이 없습니다.

어제 오징어를 사려다가
그 옆에 진열되어 있는 한치를 보니
그 보드랍고 야들한 질감이 생각이나 한치가 더 먹고 싶어져서..^^
2마리가 한 팩에 들어있는 한치를 사 왔지요.

바로 몸을 따고, 내장 손질을 합니다.
칼보다는 주방가위로 하면
깨끗하게 금새 끝나지요.

가스불위에 물 넉넉잡은 냄비를 올려서
물이 끓으면 손질한 한치를 넣고,

조금 지나 이렇게 몸이 도르르 감기면
바로 건져 낼 준비를 합니다.
한치는 살도 얇고 워낙 연해서
오징어 삶을 때 보다 훨씬 빨리 건져내야
그 야들야들한 특유의 식감도 맛도 더 좋지요...^^

이렇게 바로 건져내서,도마에 올려 놓고
조금 지나 한 김 날아가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접시에 담아 두어요.
이 때 가스불을 끄지 않고
냄비안의 물이 팔팔 끓도록 그대로 놔 두구요.

아까 냉동실에서 꺼내 놓은 흑고동을
여기에 바로 이어서 넣어 끓여 주는 거지요.
한치 데쳐낸 물은 깨끗할 뿐더러,
괜시리 가스비 아깝게 새로 물을 받아서 끓일 필요없이 바로 이렇게 넣어주면,
음식 만드는 일도 연이어서 금새금새 끝나니까요.

바글바글...
남아 있는 불순물도 끓으면서 빠지고
속 알맹이도 제대로 잘 익도록
이렇게 끓어오르고부터 약 5~10분정도는 끓여줘야 해요.
고동의 크기에 따라서 또 끓이는 양에 따라서 시간은 매번 달라지구요.

잘 익은 흑고동은 깨끗이 씻어서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 두었어요.
이렇게 익혀내는 해산물은 한치와 이 고동처럼
깨끗이 재료가 손질 된 상태라면
한 냄비로 연이어 끓여내면 금방입니다.
그래서 바쁜 듯한 아침식사 준비때에도
전혀 부담없이 밥상위에 잘 올라오는 우리집 단골 먹거리들이지요...^^

무를 먼저 넣고 끓이는 매운탕냄비도
바글바글 잘 끓으면서 무가 달게 익어 가고...^^

깨끗이 씻어서 바로 얼려 두었던 잡뼈 매운탕꺼리는
자연해동 시킨다고 얼마 두지 않아서
이렇게 아직도 덩어리 째 얼어 있지요.
굳이 한가닥 한가닥 녹혀서 다 떼어 낼 필요없이,
바로 이대로 끓는 냄비속에 넣습니다.
냄비 열기가 오르면서 서서히 가닥가닥 다 떼어지구요.
깨끗하게 갈무리 해서 급냉시킨 것이라
한번 흐르는 물에 거죽에 맻힌 언기만 흘려 씻어내고
이렇게 바로 넣어서 끓이면 되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뽀얀 속살이 드러나면서
잘 끓고 있네요.
생선회 먹고 난 다음, 이렇게 뼈에 붙어 있는 살점이나
광어나 우럭의 대가리가
매운탕 끓여내면 호로록 호로록 입으로 들어오는 그 맛이란...^^
저처럼 퍽퍽하니 살 많은 생선보다도
이렇게 뼈를 훌쳐먹는 잡뼈매운탕 맛 좋아하는 분들...많으시죠?

매운탕 냄비가 끓어오를 동안,
아까 손질해서 씻어서 물기 털어 둔 정구지를 도마에 올려 먹기 좋게 썰고,
요즘 나오는 물 많고 달달한 햇양파도 꺼내서
얄푸리하게 썰어서 준비해 두었어요.

큼직한 그릇 하나 꺼내어
정구지와 양파를 담고
새눈물만큼의 매실액 약간에 간장과 참기름 넣어서,

정구지 풋내나고 으깨지지 않게
손으로 살살 버무리기만 하면
신선한 정구지 특유의 향이 입맛을 확 살게하는
순한맛의 정구지무침 한 접시가 금새 만들어 집니다.

또 남는 시간동안,
작은 뚝배기 꺼내 와서 계란 2알 깨뜨려 넣고
소금간 맞춰주고 잘 저어 계란찜 준비를 합니다.
가스불 위에 올리고는 숟가락을 빼고 그냥 두지 않고
계속 중간중간 숟가락으로 잘 저어 주어야
아래로 푹 꺼지지 않고 포실포실한 계란찜이 나오지요.

이런 느낌으로요.
먼저 익기 시작하는 뚝배기 바닥부분과 옆면까지
숟가락으로 잘 훑어서 긁어주는 느낌으로
몽실몽실하게 익어가는 계란찜 덩어리들을
이런식으로 중간중간 저어주는 거지요.

이렇게해서,
계란찜도 한 뚝배기 끓여 냈네요...^^
예본이는 매운것을 잘 못먹는지라.
매운탕을 끓이게 되면
이렇게 순한맛의 탕 한가지 함께 곁들여서 상에 올리는거지요.
계란찜은 계란 섞어서 불 위에 올려 놓기만 하면 금새 맛있게 익으니...
우리 어른들도 매운것과 함께 중간중간 순한 계란찜 떠 먹는걸 마찬가지로 좋아하기도 하구요.

그 동안 생선뼈에서 구수한 육수가 잘 우러나와
잡뼈매운탕도 시원하게 한 냄비 잘 끓여 졌네요.
이 시원 얼큰한 국물맛이란...
따라올 것이 없어요...^^

이렇게 만들어 먹은 오늘 아침 밥상.
참기름 발라 구운 김, 김치, 그리고 빨간 초장 곁들인 한치와 흑고동...
잡뼈매운탕 한 냄비에 정구지무침과 계란찜...
모두 배 부르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각자 앞에 놔 둔 국그릇에 국자로 떠서
호로록 발라 먹는 이 매운탕 생선의 고소한 살점의 맛...
좋아하신다면 얼큰한 국물이랑 생선이랑
한 그릇 푸짐하게 떠서 드릴께요.^^

매운탕을 먹고 난 후,
오늘의 식후 입가심은 역시나 과일.
생선을 먹고 난 다음의 텁텁한듯한 입 안을
참외랑 토마토가 개운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네요.
우리 가족끼리 과일을 먹을 때에는
토마토도 마찬가지지만 참외도 속의 씨를 빼지 않고 이렇게 모두 다 먹습니다.
씨앗이 가지는 에너지의 의미를 생각하면
버리기는 커녕, 건강해지는 느낌에 더 찾아먹게 되네요.
시원하고 달달한 과일도
이리 오셔서 한 쪽씩 함께 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