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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 목 : 달달한 호박죽을 끓이면서...^^

| 조회수 : 12,843 | 추천수 : 74
작성일 : 2010-01-17 17:16:45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이 곳에 와서 세 끼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매일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우리집 부엌이라면 그때그때 꺼내어서 드르륵 사용할만한 도구들이
여기에는 없는 경우가 참 많아요.
물론 이 곳도 돈을 들고 나가면 필요한 것은 다 살 수가 있지요.
하지만 그저 잠시 머무는 곳인지라...
집에 돌아가면 다 있는 것을 굳이 또 사들일 필요가 없쟎아요?...
또 매번 필요한 것을 다 갖추고 사는 것 보다
이렇게 조금 아쉬운 듯 불편하게 살아보니...
저에겐 이런 경험이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참 많은 공부가 된답니다.

뉴질랜드의 단호박.. 유명하지요?
속도 실하고 맛도 참 달달한 것이...
여기와서 더 자주 많이 먹게되는 것 중 한가지인데
쪄먹든지 구워먹든지 볶아먹든지...
어찌나 본래 맛이 달콤한지 한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네요.
이 날은 달달한 호박죽을 만들어 봅니다.

<먼저 단호박을 익혀서 억센 기를 없애고 약간 설컹하게 만들어서 칼로 수월하게 반으로 뚝 잘라서...>



<껍질 벗겨내고 속 씨 긁어내고 뚝뚝 잘라서 압력솥에 물 자작하게 부어서 같이 넣고...>



<뚜껑 닫아 익혀내면 이렇게 부드럽게 푹 익혀져 나오지요>



<적당한 부엌도구로 으깨줍니다.저는 감자으깨는게 있어서 호박죽 끓일때마다 이걸로 눌러 주지요...>



<이렇게 수월하게 곱게 잘 으깨집니다.이렇게 뜨겁게 으깨어 놓은 상태로 약불로 가스불을 켜 두고...>



<마른 찹쌀가루를 봉지상태에서 그대로 부어 넣어요. 그리고 저어주면서 농도가 많이 되면 물을 좀 보충해 줍니다>



<펄떡거리니 아주 약불에 두고서 잘 저어주며,소금과 설탕으로 간 하면 완성이지요.>



마른 가루를 저리 풀어내면 제대로 죽에 고루 섞일까 싶지만...
한 입 입에 넣으면 그대로 입안이 데일 정도로 뜨거운 죽의 열기에
이 가루들도 힘을 못쓰고 결국은 다 익혀지고 맙니다.
혹시라도 작게 덩어리가 지게 되면
그 것 조차도 쫄깃한 찹쌀떡처럼 익혀서 맛있게 씹히구요.

집이라면 바로 윙 갈아버릴텐데...
이렇게 압력솥에다 쩌 내고 직접 손으로 힘주어 으깨가며
찹쌀가루 풀어서 덩어리 지지 않게 정성들여 잘 섞어주고...
마지막으로 적당한 농도에 달달한 죽 맛을 제대로 맞춰내 주는 것...^^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이제는 손에 너무 쉽게 숙달이 되었어요.

<한 그릇씩 뜨끈할 때 다들 먹고는, 남는 죽은 이런 빈 용기에 옮겨서 냉장고로.. 냉장보관하면 4~5일은 걱정없어요>





앞서 끓인 호박은 비교적 조그마한 진초록의 단호박이구요..
여기에도 우리 늙은 호박과 거의 비슷한 색, 모양의 호박이 있어요.
바로 crown 호박이지요.
할로윈 등 각종 행사에 단골 등장하는 바로 그 호박이요...^^
이 큼지막한 호박을 결국은 한 통 사 왔어요.
늙은 호박으로 끓이는 그 호박죽맛이 너무 그리워서요.

먼저 거죽부터 깨끗이 씻어 버립니다.
사진으로 찍어 놓으니 실물크기보다 훨씬 적어 보이지만...
실은 아주 큼직하니 아주 무겁고... 또 속도 제대로 꽉차서 아주 단단해요.



힘들게 칼을 꽂아서
이렇게 양쪽으로 반을 쫙 갈랐답니다.
반이라기 보다는
왼쪽에 보이는 큰 덩어리 쪽이 약 2/3 정도이고
조그마한 오른쪽이 그 나머지 1/3 크기에 해당되는 정도예요.
오른쪽만 가지고도 지금 쓰고 있는 압력솥에 꽉 차니
오늘은 이 둘 중에 작은 덩어리를 가지고 죽을 만들기로 했지요.



팔 힘, 손 힘이 보통분들보다 훨씬 나은 제 힘으로도
이 호박은 껍질을 제대로 벗겨낼 재간이 없어요.
반 가르는 것도 정말 겨우 한걸요...
늘 자주 다루는 우리 늙은 호박보다 이 호박품종이
분명 조직이 더 억세고 단단한 듯...
처음에는 늘 하던식으로 도마위에 두고 가르다가
나중에는 바닥에 신문지 깔고 주저앉아서 있는 힘을 다 해서 겨우 뚝 하고 반을 갈랐거든요...ㅠㅠ

그래서 죽을 만들어 낼 호박 한쪽은 이렇게 미리 푹 익혀낸 다음에
손과 칼을 사용해서 술술 수월하게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뚝뚝 역시 수월하게 끊여내서는
이렇게 압력솥에 넣습니다.
작은 호박덩어리라도 이렇게 압력솥이 꽉 차네요.
잘 아시다시피...
이제 여기에다 적당하게 물을 부어서 푹 보드랍게 익혀내는 거지요.



그냥 건드려도 바로 으스러질 정도로
제대로 푹 익혀져 나온 호박이예요.
오히려 단호박보다 이 늙은호박쪽이
호박속살의 때깔이 훨씬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네요.
마치 당근이라도 섞은 듯
발그스레한 색감 느낌이 돌아요.
원래 단호박만으로 호박죽 끓일적에도
먹음직스럽게 색감을 보정해주기 위해서
일부러 진한색의 당근을 같이 섞어서 으깨어 끓이기도 하거든요.



감자으깨는 것으로 눌러서 골고루 잘 으깨준 다음에
마찬가지로 이렇게 마른 찹쌀가루와 설탕, 소금을 넣어서



약불 상태에서
계속 이 감자으깨는 것으로 잘 섞어줍니다.
주걱으로 해도 좋은데
일부러 중간에 기구 한가지 바꾸는 것도 여러가지 낭비가 크다는 느낌이거든요.
여기에 묻어있는 죽재료들 물에 그냥 씻겨 내려가는 것도 아깝기도 하고...
괜시리 씻고 말리고 하느데 드는 물과 세제..그 시간도 아깝고...
실은 그 무엇보다도 이렇게 감자으깨는 걸 계속 사용하는게
이제는 제 손에 딱 익어서 너무 편하거든요...^^



이 압력솥에 그렇게 작은게 아닌데...
이렇게 꽉 찰 정도로 넉넉하게 달달한 호박죽이 만들어졌어요.
사진상으로 점점이 하얗게 보이는 작은 찹쌀가루의 흔적들은
이미 마른가루가 아니라
쫀득쫀득한 찹쌀로 만든 새알심같은 그런 떡으로 익혀져 있지요.
이렇게 이에 가끔씩 찹쌀떡처럼 부드럽고 쫀득하니 씹히는 그 식감...
언제 먹어도 이 느낌... 이 맛...
기분이 아주 좋아져요.

추운 겨울 날...
이런 호박죽 한그릇 훌훌 목으로 넘기면
금새 온몸이 뜨끈해 지겠지요?
호박죽 한 그릇 함께 드세요.^^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독은 나의 힘
    '10.1.17 5:36 PM

    머나먼 타국땅에서 익숙한 고향의 맛을 느낄 때의 기분이란 안 격어본 사람들은 모르죠

    보라돌이맘님의 납작주물럭을 한번 시도해보려고 계획중에

    글 보구 반가워서 낼름 리플 달아요

  • 2. 보라돌이맘
    '10.1.17 5:56 PM

    제 마음을 그대로 써 주셨네요.^^
    고독은 나의 힘님의 댓글이... 그래서 더 반갑고 고맙습니다.

  • 3. 또하나의풍경
    '10.1.17 6:02 PM

    어제에 이어서 바로 또 보라돌이맘님을 뵙게 되어 너무 반갑고 기뻐요^^

    전 호박죽 안좋아하는데 보라돌이맘님이 끓이신 호박죽은 너무 맛있어 보여서 한그릇 먹고 싶네요 ^^

  • 4. 보라돌이맘
    '10.1.17 6:13 PM

    저도 풍경님과 이렇게 실시간 댓글을 주거니 받거니 하니 얼마나 좋은지...
    그런데 이 달달한 호박죽 맛을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저도.....어느때 부터인가... 없어서 못 먹는답니다.ㅠㅠ

  • 5. 왕비
    '10.1.17 7:08 PM

    저는 젊었을때는 호박죽은 입에도 안댔어요.
    중년이 되니까 어느날부터 호박죽이 그렇케 맛있더라고요.
    요즘은 자주 먹어요.
    호박죽 너무 맛있게 보여서 한그릇 먹고 갑니다.

  • 6. 고독은 나의 힘
    '10.1.17 8:00 PM

    오늘 댓글들이 좀 야박하네요.. ( 야박하다는 말은 전라도 사투리도 별로 많지 않다.. 좀 더 많았으면 좋겠는데 서운하다.. 뭐 이런뜻)

    저도 예전엔 호박죽을 안 좋아라 했었는데 얼마전부터는 입에 착착 붙더라구요..

    이 호박죽이 맛있는 이유는.. 특별한 기술이나 레시피가 없이..

    그냥 대충.. 호박만 잘 익은 놈으루다가 골라서.. 푹푹 삶아서..(저는 그것도 귀찮아서 전자렌지에 돌렸는데) 끌이면 기본 맛은 난다는 사실!!!

    우유를 넣어도 맛있고..

    암튼 대충해도 맛있어서 참 착한 재료인 호박이에요..

  • 7. 꿀짱구
    '10.1.17 8:03 PM

    아... 이걸 먼저 익혀서 껍질을 벗기는 거였군요.
    저는 날로 어찌어찌 벗겨서 먹었었는데 정말 제 팔뚝힘이 그렇게 센 거였나요 크하하하하

  • 8. 꿀짱구
    '10.1.17 8:05 PM

    아 그런데 보라돌이맘님, 압력솥에 넣기 전에 미리 익힐 때는 어디다가 익히시나요?
    걍 압력솥에 똑같이 하시나요?
    아님 전자렌지에 ^^; (나는야 귀차니스트~~~~) 살짜쿵 돌려주시나요?
    아님 냄비에? 찜통에?
    쩝.. 왕초보라 1부터 10까지 일러주지 않으면 중간에 당황한답니다 ^^;;

  • 9. 미스유
    '10.1.17 11:43 PM

    처음으로 보라돌이님맘 글에 댓글 달아요 ^^ 키톡글 읽다 보라돌이맘님 레시피 설명이 너무 자세하게 잘 되어있어 며칠전에 새벽까지 보라돌이맘님 글 찾아 읽었거든요 (무신 스토커같아요 ㅎㅎㅎ)이국땅에서 호박죽까징~ 대단하세요 정말 ^^

  • 10. 순덕이엄마
    '10.1.18 5:52 AM

    감자으깨는것과 끝까지 함께하기....저 이런거 참 좋아요^^
    호박 사러가고 싶넹~ㅎㅎ

  • 11. 비니엄마
    '10.1.18 9:46 AM

    원래 보라돌이맘님 열혈팬인디....
    댓글은 첨이네요~~
    지난 토요일에 시댁에 갔다가 단호박이 굴러다니길래 ㅋㅋㅋ
    호박죽을 쑤었거든요. 시어머니 많이 흐믓해하시더라구요..
    막내라서 늘 밥만해먹는것도 용하다 하시거든요 ㅎㅎㅎ
    그래서 호박죽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월요일인데요
    보라돌이맘님이 호박죽과정샸까지 친절하게 올려주신것을 보니
    마음이 절로 흐믓해져서리.....
    잘지내시지요~~~
    아이들과 부모님 모두 좋은 경험 많이많이 하시고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 12. 은선은채맘
    '10.1.18 10:08 AM

    저기~~ 호박하고 쌀가루하고 비율이 어찌되나요

  • 13. 봄봄봄
    '10.1.18 11:32 AM

    와~ 이런 반가운 일이~
    어제 보라돌이맘 글 보고 취나물 푹푹 끓여 놓고 들어와 보니
    이번엔 호박죽 글이~
    저도 외국이구요,
    한국서 사 온 마른 취나물 처리가 숙제 였는데 하나 처리 했구요,
    오늘은 냉장고 속에서 너무 오래 주무신 단호박을 처리 해야 할틴데....
    이런 무거운 맘으로 들어 왔는데 마치 저를 위해 글을 남겨 주신듯!!!
    급 반가운 마음에 혼자 히히~ 웃었답니다..^^
    참, 질문이요~
    찹쌀가루는 사야 하거든요,
    말씀하신대로 여기 있으니 살림(?) 하나 늘리는게 어찌나 고민되는지...
    혹시~ 혹시~ 전분 가루는 있는데 고걸로 농도 맞추면 안될란가요??^^;;

  • 14. 보라돌이맘
    '10.1.18 12:57 PM

    왕비님... 어른이 되어보니 정말 어릴적 입맛과는 참 많이 달라져 있네요.
    저는 죽 종류는 예전부터 좋아했는데...^^
    앞으로도 더 했으면 더했지... 왠지 죽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을꺼 같아요.

    고독은 나의 힘님... 맞아요.원재료만 좋으면 이 호박으로 뭘 해도 참 맛있어요.
    이렇게 맛좋은 호박이 왜 예전엔 별명으로는 그리 안좋은 의미로 자주 쓰였는지...^^

    꿀짱구님... 저도 가끔 급할적에는 날로 벗겨 쓰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이럴때는 힘 주다 순간 잘못 어긋하면
    딱 칼에 베이기 쉬우니.. 정말 조심해야 해요...잘 아시지요?
    냄비나 찜통, 전자렌지.. 어떤것이든 꿀짱구님 쓰시기 편한 것으로 쓰시면 되요.^^

    미스유님... 워낙에 이곳에는 실한 호박들이 주위에서 쉽게 구해지니..
    이리저리 만들어 먹는거지요....쉽게 구해지는 좋은 재료를 마다할 수가 없쟎아요...^^

    순덕이엄마님... 이리 무언가 통하는 분들을 뵈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져요.
    가까이 계시면 호박 사러 가실 필요없이 한 냄비 끓여다 드릴텐데...^^

    비니엄마님... 정말... 말씀만으로도 참 고맙습니다.
    요즘 힘든 중에 기운이 부쩍 나는걸요..^^

    은선은채맘님... 익혀내는 호박덩어리가 어느 정도의 양인지..
    또 호박이 가진 수분이 어느 정도 되는지... 또 얼마만큼의 물을 붓고 호박을 익혀내는지...
    이런 여러 요인들로 마지막으로 나오는 익힌 호박의 으깨놓은 양과 수분을 봐 가면서 한숟가락 두숟가락씩 넣어 저어가면서 끓여 보시면..
    쫀득하면서도 적당히 질퍽한 죽 농도가 나온답니다.
    수치 비율로 만들어 보는 것 보다 이렇게 감을 익히시는게 훨씬 더 빠르고 쉬울꺼예요.^^

    봄봄봄님... 전분가루는 걸죽하게 농도만을 맞추기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구수한 쌀가루가 들어간 죽 맛이 제대로 나오질 않을꺼예요.
    죽 보다는 풀에 가까운 질감으로 느껴질 듯 해서 그리 권장해 드릴 수가 없네요.
    아...그리고 저도 봄봄봄님의 글... 정말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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