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가을에 유자를 30kg 절단 내었습니다. 3주를 내리 유자를 끼고 살았죠. 유자 늘어 놓고 유자차
한잔 하면서 전의를 다집니다.

세번 째는 장터 쿠킹맘님께 주문했어요. 무농약이라 흠은 좀 있지만 유자 껍질이 단단해서 채 썰고
설탕 재워 하루 놔두니 훨 향이 진하게 올라오더라구요. 제가 이전에 주문 했던 것보다 가격이 채
반도 안되는데, 가격 대비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유자 껍질은 이렇게 8등분 해서 편으로 썰어주면 길이가 일정하게 나옵니다.

유자채 썰면서 손가락 몇번 베어 먹었어요. 피로 맺은 도원결의라 저와 유자가 올 가을 그토록
돈독했던가 봅니다. 1년 내 끼고 살수도 없고 정 뗄라믄 더이상 혈맹은 없다. 이제 아예 첨부터
검지와 엄지에 밴드를 감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훨씬 더 수월하게 썰 수 있어요.

이게 30kg 째인데, 그래서 이제 끝났냐구요?

엉엉.. 제가 주문하던 고흥 농장에서 유자 주문을 마감한다네요. 아직 선물 줄 곳이 몇 군데 더
남았거든요. 시아버님 생신 때 가족들에게 쭉~ 돌렸더니만 30kg 갖고도 어림 없어요. 지난 주에
배송돼 왔는데, 제가 요즘 주말에도 바빠서 유자를 썰지 못해서 상할까봐 김치 냉장고 칸을 비우고
모셔 놓았습니다. 저게 며칠 째 계속 숙제예요. 흑흑.
몇주 전부터 회사에서 좀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됐어요. 모든 일이 다 중요하지만 이건 거의 하루 종일
컴터 앞에 앉아 주요 이슈를 캐치해야 하는 일이라서 집에 와서도 일손을 놓을 수가 없네요.
평일에 밥 차려주는 건 당분간 엄두도 못 내겠어요.
그런데, 다행이 남편이 입맛이 까다롭지도 않고 누룽지를 넘넘 좋아라 해요. 저는 누룽지를 절!대!
안 먹어서 그간 안해줬는데, 좋아하는 거로라도 배를 채워주자 싶어 지지난 주 주말에 업종 변경하여
잠시 유자를 접고 누룽지 공장을 열었어요.

제가 밥을 참 못해요. 태워 먹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하면 고슬고슬하고 윤기 자르르 나는 밥이
잘 안되더라구요. 어렸을 때도 가끔 제가 밥을 하면 쌀 씻는 것도 왜 그리 힘들던지...
매번 쌀을 철철 다 흘려서 엄마 몰래 개수대 청소까지 싹- 다해서 완전 범죄를 노리곤 했답니다.
그런데요... 저 결혼할 때 엄마가 이 스텐볼을 사주셨어요.
- 우리 OO 쌀 씻는 거 잘 못하잖아. 이걸로 하면 쌀알 안흘리고 씻을 수 있거든.
쌀 버리면 시어머님 한테 흉 잡힌다.
다 아시면서 엄마는 잔소리 한번 안하셨던 거예요. 제가 그랬죠. 늘 칭찬 받는 딸이어서 늘 칭찬 받는
행동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그래서 뭘 하든 항상 자신있었고, 지금도 그래요. 겁때기가 없다니까요.

이 보세요. 누룽지 처음 만들면서, 아니 전기밥통에 무쇠솥까지 뭔 밥을 두솥이나 하냐구욧!
암튼 밥을 맛있게 잘 못 짓다보니 전 항상 이렇게 다시마나 참기름, 소금 등의 조력자와 함께 해요.
이번에는 쌀 불릴 때 다시마를 같이 넣어 불려줬어요.

제가 넘 해보고 싶었던 게 냄비 모양 누룽지였어요. 엄마는 전기 밥솥에 밥을 잘 안하시고 항상 솥에
밥을 하셨는데, 밥을 하시고 나면 꼭 밥을 퍼내고 누룽지를 만드셨어요. 그릇 모양으로 지대 각을
잡고 켜켜히 쌓여 있는 누룽지가 어찌나 신기해 보이던지. 어떻게 만드냐고 여쭈었더니,
- 아주 쉽지. 두께가 일정하게 남도록 밥을 퍼낸 후 약한 불로 놔두고 잊고 있다가 폭 엎어주면 돼.
'에이 그런 게 어딨어' 했어요. 뭔가 비법이 있으면서 엄마는 뭐든 쉽다고만 하신다 싶었죠.
그래도 엄마 말 믿고 함 따라 해보기로 했어요. 이 상태로 불을 아주 약하게 줄인 후 다른 일을 했죠.

그런데, 신기하게 가장자리가 이렇게 일어나기 시작하는 거예요!
조바심 내지 말고 그냥 그야말로 '잊어 버리고' 있으세요. 이 '잊어 버리고 있기'가 비법일 줄이야.

오 마이 갓! 냄비를 폭 엎었더니 진짜 냄비모양 누룽지가 완성되었네요!

정말 엄마 말은 뭐 하나 흘려 들을 게 없는 것 같아요. 의심 없이 그대로 따라하면 되는군요, 이렇게...

이제 본격적으로 누룽지 만들기. 밥은 따뜻할 때는 비닐 장갑 끼고 김밥 밥 펼 때처럼 살살 풀어 주면
되구요, 밥이 식어서 굳으면 찬물을 묻혀서 살살 풀어 주면 잘 풀어져요. 불에 누르면서 오그라드니까
프라이팬 크기 보다 좀 넓게 펴주셔도 돼요.

사각 프라이팬도 꺼냈어요. 요기가 돼야 하기 때문에 밥한공기 분량으로 만들어 줬구요.

이렇게 올려놓고 세월아 네월아~ 다른 일 하심 돼요. 전 딱 두번씩 뒤집어 줬는데요, 처음엔 밥알
모양이 살아 있으라고 누르지 않고 그대로 익히다가 한번 뒤집어서 반대편도 어느 정도 익으면 꾹꾹
눌러서 안에 있는 수분을 빼줬어요. 부침개 할때도 그렇게 하면 바삭해지잖아요.

완성된 누룽지들.

물에 적당히 부숴서 또 세월아 네월아 끓이시면 누룽지탕이 완성돼요.

저는 하얀자 위에 동그란 노른자가 탱탱하게 살아있는 계란 후라이를 좋아하는데, 어느날 퇴근
하고 돌아와보니 식탁 위에 실패한 계란 후라이가 널려 있더라구요. 자기 딴에는 이렇게 흰자
안에 노른자가 반숙 상태로 들어있는 걸 하고 싶었나 봐요. 음, 저니까 대충 짐작을 하지 정체가
달걀이었다는 것 외에는 당췌 아무 것도 추론해 낼 수 없는 처참한 몰골이었답니다.
그래서 제가 남편 소원 성취 겸 또 새로운 계란 후라이에 도전해 봤어요. 다행이 성공~

주식이 저렴한 누룽지인데, 반찬이 거창하면 안돼요. 조연이 주연 보다 빛나믄 쓰겠어요? 그죠?ㅋ
지인에게 얻어온 갓김치와 계란후라이. 아침 마다 이렇게 먹고 출근 하나봐요.
직접한 계란후라이 모양은 엉망이겠지만. ^^;
글쎄 주말에 챙겨 보니 누룽지가 달랑 두개 남아 있네요. 마누라 출타 하기 전 곰국 끓여 놓고
삼시 세끼 먹인다는 말은 들었어도 1주일 내내 누룽지로 연명시켰다는 것은 좀... ^^;

그래서 주말에는 특별식으로 누룽지를 좀 럭셜하게 변신시켜 주었어요.
기름에 노릇하게, 살짝만 튀겨도 팍 부풀어 올라요. 이 상태로 그냥 먹어도 과자처럼 맛있죠.

등산 갈때 전복죽해서 죽통에 넣어주려고 전복을 좀 사왔는데, 그냥 누룽지탕에 넣기로.
냉장고에 해물이 똑 떨어졌더라구요. 덕분에 우리 누룽지 끝물에 호강했어요.
전복은 손질해서 내장을 듬성듬성 잘라 팬에 볶아줘요. 도마에 채치기도 하는데, 그럼 내장
성분이 도마에 다 빠져서 전 그냥 들고 가위로 쑹덕쑹덕 잘라줘요.

전복향이 배도록 다진 마늘과 야채를 넣고 볶아줘요. 한동안 집에서 밥을 잘 안해 먹었더니 야채도
별로 없네요. (근데, 전 이렇게 야채 없을 때가 더 뿌듯해요. 막 넘쳐 나면, 그 중에 어느 한
귀퉁이 상한 거라도 있으면, 또 사놓고 안해먹고 버리는구 싶어 살짝 죄책감이... ^^;) 피망하고,
양파만 썰어 넣었어요.

야채가 반 정도 익으면 굴소스와 약간의 올리고당으로 간을 하고 편 썬 전복을 넣어 살짝만 볶아
줘요. 전복살은 넘 익히면 질기다니까 그냥 살짝만.

전분을 푼 녹말물을 재료가 폭 다 잠길 만큼 넣어 끓인 후,

튀긴 누룽지를 폭 넣고 뒤적인 후 그냥 불을 끄심 돼요. 누룽지는 겉면만 소스가 배어도 먹을 때는
식감이 충분하거든요.

원재료가 훌륭하면 반찬은 단촐하게. 아니 주식이 저렴해도 반찬은 단촐하게 라며. 뭐 결혼해서
주부가 되면 좋은 게 그거 잖아요. 주방 안에서의 자유~ 메뉴도 내 맘대로, 넣는 재료도 내 맘대로~

재료가 이것저것 들어가지 않아도 제법 그럴싸한 전복누룽지탕이 완성 됐어요. 전복이 들어가는
요리는 이것저것 다른 재료들을 안 넣는 게 좋더라구요. 맛이요? 음.
한 두 숟갈 퍼 먹더니, "이게 다야? 더 없어?" 하던걸요. ^^v

이왕 시작한 거 오늘은 '단촐하게'의 진수를 보여 드릴게요. 전 불고기감을 한꺼번에 사서 1~2주에
한번씩 양념에 재워 이렇게 1회분씩 얼려놔요. 직장 다니면서 밥 해먹으려면 냉동 음식과 침해져야
해요. 이렇게 해두면 그냥 볶아서 반찬으로 먹어도 되고, 불고기 전골에 넣어도 되고, 뚝배기 불고기
해먹어도 되고, 아주 간편하거든요.

이번엔 소고기 야채죽이에요. 찹쌀과 맵쌀을 반으로 섞어 물을 좀 충분히 붓고 달달 볶아요.
(불릴 시간이 없을 때는 이렇게 미리 좀 익혀요.) 그리고, 소고기를 적당히 잘라 넣고.

서로 잘 어울리도록 익혀준 후 물을 부어 끓여요.

끓이는 동안 또 냉동실에 굴러다니는 야채 발본색원해서 나란히 나란히 준비.

물이 퐁퐁퐁 끓어 오르면 야채 투하.

아주 먹음직스럽죠?

명색이 죽인데, 반찬 가지수가 많으면 부끄럽잖아요.
소화 잘 안되고, 입맛 없을 때 먹는 건데 말이에요. ㅋ 한국인에겐 김치가 최고~

간단히 먹긴 하지만, 남편이 해달라는 건 다 해줘요. 어느날 먹고 싶은 거 없냐 물었더니 난데없이
새우 넣은 마늘쫑이 먹고 싶다네요. 근간에 시댁에서 밥 먹고 왔나봐요. 우리가 친정 엄마의 손맛이
그리운 것처럼 남편도 그럴 때가 있겠죠.
신혼 때는 내가 2~3시간 동안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이쁘게 모양 잡아 만든 밥상 앞에서 '다음엔
어머니가 늘 하는 마늘 장아찌 해봐라' '어머니 돌미나리무침 맛있던데, 너도 하면 잘할 텐데'
이럼 좀 섭섭했거든요.
하지만, 이젠 조금씩 알 것 같아요. 아내에게서 30~40 평생 함께 살아온 엄마의 모습을 기대하는 거,
아주 당연한 거였는데 말이죠. 다만 남편들도 내 아내는 수퍼우먼이 아니라 30~40년 동안 아니 어쩌면
평생 누군가의 자식으로 소중하게 보호 받으며 살아야할 연약한 존재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자 어쨌거나 마늘쫑 새우볶음이 먹고 싶다네요. 생전 처음 마늘쫑 사봤어요. 소금 넣고 살짝 데쳤더니,

더 파랗게 색감이 나와요. 이쁘다, 그져? ^^ 살짝 먹어보니, 오~ 마늘쫑이 이런 맛이었던가요?
새우도 짭쪼름하면서 달큰한 것이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간은 요것들로만 하려구요. 시어머님표 매실엑기스와 제가 담아둔 마늘장아찌. 마늘장아찌,
고추장아찌, 전복장, 간장게장 담근 간장물 요모조모 아주 잘 쓰고 있어요.

먼저 새우를 달달 볶다가 간장과 매실 엑기스를 2 대 1 정도 비율로 넣어서 마늘쫑과 함께 또 살짝
볶아 줬어요.

진짜 맛있대요. 원재료를 살짝 맛봐서 좋은 경우는 그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이런 저런 간을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전 다진 마늘을 안넣고, 마늘장아찌 담근 간장물을 넣어 향만
내줬거든요. 그리고, 뭐 재료가 마늘쫑이잖아요. ^^;

그래도 가끔은 진수성찬(?) 필나는 밥상 한번쯤은 차려야 주부 체면 치레를 하죠. 전 전을 할때
항상 세가지 색을 하는데, 붉은 색은 주로 불량 소세지(진*햄 이런 커다란 거)로 내는데, 이 날은
무려 새우로 전을 했어요!

밥을 앉히고, 손질한 콩나물을 쫙~ 깔았습니다. 뭐할지 짐작이 가세요? 금요일 퇴근 길에 굴 두봉지를
달랑 달랑 사들고 왔거든요. 굴밥이에요. ^^

맛의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는데, 말린 톳을 물에 불려 넣어주면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요.
일단 이 상태로 밥을 하신 후에요, 뚜껑을 닫고 끓이다 보면 밥물이 넘칠 때가 있잖아요. 그때 뚜겅을
잠깐 열고 굴을 촘촘히 쫘악~ 깔아 주세요. 그럼 굴이 너무 쪼그라들어서 없어 보이는 황망함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요.

김혜경쌤이 사랑하시는 매생이 국도 끓였어요.

혜경쌤이 희망수첩에서 매생이 파랗게 돼야 성공한 거라고, 그러려면 뚜껑을 열고 끓이라고 하셨는데,
크크. 저 초보 맞거든요. 냄새나 시간 만으로는 국이나 찌개 상태가 어떤지 몰라 대부분 그냥 열고
끓여요. 국, 찌개 끓이면서 항상 다른 음식을 준비해야 하니 넘치는 것도 방지할 수 있구요.
그래서 그런가 어리버리 파란 매생이 성공. ^^

굴밥이 완성되었답니다. 여기에 달래를 사와 달래장 곁들여 먹었는데, 정말 굴밥은 태워먹지만 않으면
무조건 맛있어요.

톳이 들어가니까 먼가 좀 고급 한정식스럽지 않나요? ^^ 콩나물 대신 무를 채썰어 넣어도 맛있어요.
무 채썰어 넣을 때는 당근도 같이 채썰어 넣으면 때갈이 확 살더라구요.

매생이국이랑.

새우전, 계란말이, 초록이는 배추전으로. 그리고, 마늘쫑새우볶음과 저것도 제가 담근 고추장아찌에요.
이 상을 울 엄마가 보심 기절초풍 하실텐데... 제가 마늘쫑새우볶음과 고추장아찌를 담그다니요!
저 자랄 때는 저런 거 먹지도 않았거든요. 그냥 으레 냉장고 안에 있는 기본 밑반찬, 먹으면 몸에는
짱 좋으나 엄마가 강요만 안하면 피하고 싶은 음식, 그런 거였죠.
제가 그닥 편식 하는 타입은 아닌데, 정말 안 먹는 게 몇개 있어요. 삶은 당근이랑 양파요.
엄마는 먹기 싫은 거 억지로 강요하진 않으셨는데, 무언가를 골라내고 먹는 건 기겁을 하셨죠.
그래서 칼국수나 수제비 같은 거 먹음 양파가 꼭 있잖아요. 남기면 혼나니까 미리 숟가락으로 퍽퍽 퍼서
다 씹지 않고 삼켰어요. 그러고는 맘 편하게 먹었죠.
제가 그래서 삶은 당근 들어가는 카레도 싫어하거든요. 아직도 카레는 싫어요. 그런데, 남편이 카레를 넘
좋아해서 종종 하는데, 나원 참. 당근은 왜 매번 넣는 거래요? 아까 말했듯이 주부가 좋은 건 주방에서는
다 내 맘대로!인 거잖아요. 몇번 당근을 뺄까도 생각했는데, 그에 참... 엄마에 대한 배신이란 생각이
드는 거죠. 엄마 요리는 제 손길 아님 이제 영원히 사라지는 거니까. 김밥도, 카레도, 어떤 음식도 내가
기억하는 엄마 요리는 모두 그대로 하고 싶어서요.
카레에서 당근 골라내는 자식 한테 잔소리하는 엄마 모습을, 이율배반적으로 그대로 따라하는 한이 있어도
카레에서 당근을 빼지는 못할 것 같아요.

최근 한달간 먹은 것중 가장 진수성찬인 것 같아요.
남편 주문음식인 표고탕수육도 해야하고, 크리스마스 쿠키도 구워야 하고, 베이킹도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게 참 많은데, 일이 많다보니 여유가 안 생기네요. 먹고 사는 건 참 치열한 거지만 요리는
여유롭지 않으면 그 풍성함이 떨어지잖아요. 뭐 가짓수나 양이 아니라 정서가 묻어나는 풍성함 말이에요.
아, 풍성함 하다보니 생각 났네요!

ㅎㅎ. 유자차가 저에게 준 선물이랍니다. ^^ 저희 아파트 꼭대기층에 국장님이 사시거든요.
한 10개월 간을 그쪽 팀이랑 일했는데, 처음엔 너무 무서운 분이셨어요. 감히 말도 붙이기 힘든 위치
이기도 했구요. 그런데, 일 하면서 저에 대한 태도가 바뀌셨고, 나중엔 참 깊이 신뢰하셨죠.
프로젝트가 다 끝나고 금일봉까지 주셨답니다. 어떤 얼어붙은 마음도 진정성 앞에서는 통한다는 교훈을
안겨준 분이죠. 정말 열심히, 또 즐기면서 일했거든요.
유자청 만들어 여기저기 드리면서 이웃에 계신 국장님이 자꾸 걸리더라구요. 제가 먼저 연락드리기
어려운 분인데, 용기를 내서 연락 드렸더니 어찌나 반가워 하시던지. 그리고, 어느 날 퇴근길 댁에
잠깐 들르라 하셔서 갔더니, 이걸 내미시는 거예요.
"키우는 물고기가 새끼를 낳았어" 하며 활짝 웃으시면서. 넘 단아하신 사모님도, 예의바른 아드님도,
해맑게 웃는 국장님도 제 유자차가 아니었음 채 발견하지 못했을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된 거죠.
심지어 저 트리는 사모님께서 직접 만드신 거래요. 정말 대한민국 주부님들 놀랍습니다!
이런 아기자기한, 정성과 인간미가 폴폴 묻어나는 선물을 보니 내 유자청에 담긴 진심과 정성을 함께
받으셨구나 싶어 아주 뿌듯했어요.
올해 유자차 만들어 이웃 지인들께 선물하신 분들 많으시죠? 저처럼 이런 행복한 피드백 많이 받으실
거예요. 이 뿐 아니라 덕분에 맨날 점심 약속에, 커피 한잔에, 과분한 칭찬에... 유자 덕분에
분주해도 마음만은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요.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