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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귤, 찐빵 베이글, 비행기

| 조회수 : 6,305 | 추천수 : 133
작성일 : 2009-11-27 23:20:48


그냥 왔습니다. 잘들 지내셨는지요.

저에겐 이사 온 이래로 제일 정신없었던 열흘 더하기 며칠이었습니다. 정말 산만하고 멍했는데, 그럭저럭 고비는 넘긴 것 같습니다. 곧 다시 헉헉거릴 것이 뻔하지만, 오늘만큼은 쫑쫑쫑, 쫑인 겁니다. ^^  





11월 15일

사진만 봐도 상태를 알만합니다. 저때는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아침이었습니다. 그러니 J 불러 이것저것 안 시키고 베이글을 잘라주고, 떠먹는 것 싫다고 하길래 마시는 요구르트 챙겨주고, 똑 알맞게 탱글한 귤도 하나 놓아 주고, 크림 치즈과 딸기 잼도 덜어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J 녀석, 날로 먹은 아침상입니다. 다 구워진 베이글을 꺼내고, 자리에 앉아 마개나 뜯었을까, 편하기가 옥황상제 아드님에 버금갈 수준이었던 것입니다.  



저녁엔 1:1:1 닭날개 졸임을 해 주었습니다. 이사 오면서 정들고 길이 정말 잘 든 오븐을 가져 왔는데 먹통이 되었습니다. 고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해서 팬만 쓰다 보니 늘 해먹던 것들이 다 조금씩 요상하게 되어 나옵니다.

아무튼 이름도 없고 그냥 일대 일대 일 치킨입니다. 케첩과 핫소스(또는 스윗칠리소스) 바비큐 소스를 일대일대일로 넣고, 꿀과 시럽(없으면 물엿)을 다시 일대일로 넣은 뒤, 마늘 가루와 생강 가루 또한 일대 일로 넣어서 저어 끓여둡니다. 그 사이에 올리브 오일과 버터를 일대일^^로, 소금과 허브 가루도 일대일로 섞어 발라  구운(여기선 지져낸) 닭고기 위에 뿌린 뒤 졸여내는 요리입니다.



준비까지는 제가 하고, 가위바위보의 승자였던 J가 마지막을 담당해서 완성한 한 접시입니다. 제가 하면 소스를 조금이라도 덜 바르려고 하는데, 자기가 맡았으니 신나게 듬뿍 뿌리고 찍- 눌러붙게 졸였습니다. 보기엔 망친 요리처럼 보이지만, 맛은 좋습니다.  

그걸 역시 무명씨인 이 요리와 함께 먹었습니다.



이사 오기 전에 볼 수 있었던 부추는 중국에서 난 호부추로 모조리 넓대대였습니다. 한국 식료품 파는 가게에 가면 좀 더 얇은 부추를 살 수 있었지만, 질기고 말라있었습니다. 저 아랫동네 누구네는 이딴 거 구경도 잘 못한다던데 급 겸허해지며 감사히 먹기는 했습니다만, 비 많은 겨울 저녁 부추전이라도 몇 장 지져 상을 차리면 찔긴 부추를 씹는 동안 어딘가 모르게 공갈빵 같은 기분인 적, 없었다면 거짓말입니다.

지난 여름 어느 날, 반찬이 좌악 깔리던 한정식 집에서 굵은 들깨와 함께 나온 부추 버무림 한 접시를 보고, 저는 잠시 얼음땡의 얼음이었습니다. 조옥 뻗은 가느다란 부추 가락가락이 얼마나 연두답고 초록같이 예쁘던지요.  

집 앞 가게에서 작게 묶여 있던 영양부추 한 꾸러미를 기쁘게 가져와...
.
.
.
습니다만, J와 남편의 터치를 거친 저희 집의 부추 버무림은 흡사 당장이라도 벌초를 해 드리지 않으면 선조님들께 단단히 혼이 날 것만 같은 형색이로군요.;;;;(암튼, 이 무명씨도 올리브 오일과 와인 식초에 담갔던 토마토와 함께 어울려 맛은 좋았습니다.)

11월 16일




폭풍 전의 아침이네요. 앞을 내다볼 줄 알았던지 이날 당근 팬케이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팬케이크, 사실 비실비실한 아침 메뉴가 아니겠습니까. 뭐라도 찾아 넣어줍니다. 어느 땐 보리가루도 넣고, 선식도 좀 넣고, 브로컬리도 정말 곱게 갈아 넣어줍니다. 이날은 당근이었지만요. J녀석이야 당연히 볼멘소릴 합니다만, 그쯤이야... ^^



이날 특히 좀 맛있게 잘 됐습니다. 모자랄 것 같아서 몇 층 더 쌓아주고



식힌 사과 졸임을 얹어 주었습니다. 사과가 물러갈 때 사과를 굵게 썰어 버터에 약한 불로 볶다가 황설탕을 넣어 천천히 졸이면 됩니다. 나중에 계피가루를 뿌려주고요(맛이 맹맹한 배나 감 복숭아 뭐든 졸였다 먹으면 괜찮습니다.).  

11월 18일

슬슬 시작되었습니다.

어디서 회식을 했습니다. 작은 사이즈의 탕수육을 한 사람 앞에 하나씩 시켜주는데, 저는 제 몫을 싸 달라고 해서 가져왔습니다. 친절히 소스도 챙겨주셔서 한 끼 수월하게 넘겼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음식도 내외간에 유별한가 봅니다. 바깥에서 먹을 땐 그럴싸해보이던 것들이 내식이 되면 후줄근하고 차리는 사람 면을 구깁니다. 그러나, 그거슨 감추어야 할 카드, 저는 J 야 이 보아라. 엄마가 탕수육 씩이나 챙겨 왔단다. 감사히 먹으렴, 의 의기양양한 얼굴이 그려진 카드를 꺼내 내밀었습니다.



게중에 좀 덜 무른 사과가 있어서 하나 잡고 되는대로 착착 썰었습니다.

"엄마 어떻게 이렇게 얇게 썰어?"
"이거? 이거 안 어려운데? 왜, 신기해?"
"엄마 멋있어."
.
.
.
인간 멋있기, 이리 쉬울 줄이야..


11월 19일



이날은 제가 많이 늦었던가 아이가 점심을 거의 못 먹었던가 아무튼 그랬습니다. J 는 배가 몹시 고프다했고, 밥솥은 비었고, 제 몸뚱이는 고단했습니다.

식은 밥을 긁어모았더니 종지밥 한 그릇은 될 것 같아서 살짝 밥을 볶았다가 참기름 들기름을 섞어 한 김 빼고, 파는 야채 가루를 뿌려서 담아 주었습니다. 그 정도로는 녀석 뱃고래가 섧게 만들 일이어서 아이더러 라면 하나 끓이라 하였습니다. 반색하며 방글방글 라면을 꺼내오더니 보글보글 한 냄비 끓여 먹었습니다.


"라면만 먹지 말고 [밥이랑] 먹어"
"응"

"J야, [밥이랑] 맛있니?"
"엄마 왜 그래?"

"히히, 이거 이름을 잘 진 것 같아서 함 따라해 본 거야.
이거 이 가루가 이름이 "밥이랑"이거든. 후리가께? 그딴 말보다 훨 낫지 않니?"
"난 엄마가 무슨 말하는지 몰라."

"J야 많이 먹어. 브로콜리도 [밥이랑] 같이 좀 먹고. 이히히. 재밌다."


11월 20일

이때부터는 할 수 있으면서도 안 했던 며칠입니다. 그럴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쳇바퀴라도 그럭저럭 불만 없이 돌다가, 어느 날 무슨 연유로든 그 궤도에서 튕겨져 나가면 복귀가 쉽지 않은 때. 일단 손에서 주걱이며, 뒤집개며, 냄비며 내려 놓고 나면 그 직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살림의 무게가 크게 느껴지면서 사람을 잠시 주저앉게 하는 때. 다시 그 궤도에 진입하고나면 내가 왜 그랬지? 싶게 말짱해지지만 어쨌든 내 부엌을 내가 설명하기 힘들어지는 때.




그래설라므네^^;;; 빵 한 봉다리를 사 놓지 못했습니다. 퍼뜩 일어나지 못하고 낑낑대던 절 보던 남편이 급한 대로 달걀을 네 개 삶아 둘은 아이 주고 둘은 자기 먹겠다고 담았습니다.떤진 머리로 늦게 일어난 저는 급한대로 수프를 끓였습니다. 하지만 수프도 얼마 안 돼서, 다시 토마토를 갈았습니다(이사 오고나니 우리나라에선 토마토가 제 철이 있는 과일인 줄 새삼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겨울엔 토마토가 차암 비싸더군요).



주섬주섬 만들어진 상, 하지만 아침은 즐겁고 볼 일이니까, 아뉘 오늘 우리 아들 밥상이 급 애기 곰 밥상이 되어부렀네. 셋 다 넘 작다...하지만 아이나 남편이나 무반응. 필시 둘은 속으로 소금도 안 치고 계란 먹으라고 했다고 제 욕이나 하고 있었겠지요.^^

11월 21일



냉동실 한 구석에서 곡물 빵을 찾아냈습니다. 됐어!
양파와 샐러리를 다져 참치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귤도 주고 우유도 주고.

"J야 귤 진짜 맛있지"
"응"

"귤 진챠 보들보들하지."
"응"

"야 귤 진쨔 맛있다"
"응. 씨도 없어."

"맞아맞아. 씨도 없어. 정말 맛있어."

딱 이날 아침 한 얘긴 아니지만, 그 작은 귤 하나에 저희들 가슴 신선해집니다. 너울너울 벗겨지는 감귤 껍질에 신기해하고, 싼 값에 놀라고, 달콤한 속살 맛에 쓰러지거나 달려듭니다. ^^  




어느 새 출근 길 어드메 커피집 주인 아짐과 저란 아짐 사이에 정이 들었습니다. 이날은 커피를 받아 나가려는데 이걸 주십니다. 토요일인데도 나오셨다고, 출출할 때 이것 하나 드셔 보시라고.  

땡, 하는 전자렌지 불꺼지는 소리와 함께 김이 무럭무럭한 베이글 봉다리가 등장했습니다.  


아아, 찐빵 베이글이라니...

저는 피실 웃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탄수화물이 죽도록 치밀한 그게 아니라면, 그거슨 베이글이라 할 수 없다는 믿음이 있는 저에게 저, 몹시 순박해보이는 푹신한 베이글이라니요...

하지만 찐빵 베이글을 한 입 먹어본 순간(어니언 베이글이었습니다), 저는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 나온 까칠이 음식 비평가가 레미가 요리해 준 라따뚜이를 먹고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듯이 저 어릴 때의 어떤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릴 때 가끔 먹어 본 삼립 야채호빵의 속이 배어있던 빵의 겉맛, 그게 그거랑 정말 비슷했습니다.

찐빵(베이글)아 덕분에 즐거웠다...였습니다. ^^


이 날, 아이와 남편이 절 두고 어딜 갔습니다. 어딜 간다는 말을 듣고 있는데, 저도 모르게 제 어깨에 올려져 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제 스스로 사다리타고 내려오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신발도 가방 마구잡이로 던져 놓고 그대로 잠시 꺼져 있었습니다. 마루 불 같은 거 왜 켭니까. 부엌의 가스불 같은 것도 필요 없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가만히 있고 싶을 때까지 가만히 멈춰 있는 거, 무위로 있는 거, 그게 절 위한 밥이고 약이었습니다.

...........라기엔 전 정직한 위를 가진 인간인지라, 배가 고팠습니다. 뭔가 근사한? 은 생각 없었고^^ 안 팔린 데친 브로컬리를 정리해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갑자기 이때다 싶은 요리가 생각났습니다. 아이와 남편은 달가워하지 않지만 저는 미치도록 좋아하는 김 쐰 두부와 지진 신김치. 혼자 사는 꾀죄죄한 집 안 경계 없는 부엌에서 낡은 코팅 팬에 눌러 붙을 정도로 신김치를 볶을 때 진동하는 짜고 시고 맵고 뜨거운 그 냄새를 저는 무지하게 사랑합니다. 그렇다면 뜨건 증기를 쐰 두부는, 그니까 말하자면 신김치 정화용이라 둘러대겠습니다. ^^

11월 22일




두 식구 떼어 놓고 맛있는 식사 하고 있으면 와서 박히는 요리가 있습니다. 이거 우리 J가 먹으면 좋아할텐데...맛있다고 싹싹 비울텐데..그러다보면 레스토랑 접시가 거울이나 옹달샘이라도 된 것마냥 에미인 제 마음을 비춰버리는 겁니다.  

암튼지간에 어디서 난생 처음 매운 스테이크 볶음밥을 먹고 박힌 맘 뽑는다고 이날 대충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뭘 어떡할 여유가 없어서 꿩 대신 닭 버전으로 맹글었습니다.
  
스테이크 고기가 비싸서 대체 부위를 사 왔더니 이건 정말 제가 먹은 그게 전혀, 절대, 도무지 아닌 겁니다. 하지만 그게 뭔지 모르는 녀석과 남편은 새 요리라며 좋아하면서, 엄마 고마워요, 잘 먹었어. 이거 맛있네 해주며 잘 먹어주었습니다. 부엌 정권의 유지보존을 위해 앞으로도 외식은 저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양은 저 모양이라도, 밥맛은 제법 비슷했습니다. 저는 바비큐 소스에 간장을 넣고, 매운 고추를 담갔다가 한 이삼십 분 뒤에 고추는 꺼내고 빠글빠글 끓였습니다. 약간 식었을 때 타바스코 소스와 케이쥰 고춧가루를 섞고, 마늘 가루와 꿀 조금을 넣어 약한 불에 조려서 농도가 굴소스에 가깝게 찐득해질 때 떠서 밥 볶은 것 위에 뿌려 빠르게 섞어냈습니다. 옆에 곁들인 토마토랑 국 같은 건 남편과 아이가 해 주었습니다. 근데 파가 무슨 장작 패 놓은 것 같네요. '파 표류기' 찍남..저러고 나서 반찬 두어 개 더 내놓고 먹었습니다(저희는 다른 반찬은 두어 개 내놓고 그만입니다).


11월 25일


이날은 제가 두통으로 아팠습니다. 늦은 저녁, 밥하러 일어났다가 도로 누웠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했을 텐데 신종 플루가 걱정돼서 그대로 문 닫고 들어갔습니다. 제가 방안에서 뭐라뭐라 떠들면 아이랑 남편은 그대로 해 먹은 겁니다.

참...그 뭐랄까...식단의 구성미랄까 균형감이랄까...가 완전히 상실된 매우 기묘한 차림 같습니다. 아슷트랄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싶습니다만. ^^;;;



11월 26일



이 날 제 일정이 폭발 일보 직전,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미안하단 말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진을 보니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보시다시피라서요. 김밥 사고, 우동 사고, 점심 때 나온 도시락에서 안 먹고 챙겨 온 튀김 놓고....그나마도 뛰어 굴러들어오듯 집에 들어와 아무렇게나 차리고...그나마도 아이가 다 차리고...미안 엄마 늦었다. 그치만 이거 다 니가 좋아하는 거지? 어서 먹어. 하긴 했지만 약 먹었단 핑계 대고서 좀 있다가 방문 탁, 닫고 들어가 이불로 굴 만들어 놓고 자버렸습니다.


11월 27일



그리고 오늘 아침.

"왜 옆에서 베이컨은 굽고 그래."
"왜?"

"며칠 째 애 기름진 것만 먹고 있자나. 밥만 먹는 게 차라리 나아."
"뭐 어때."

"뭐가 어떻긴 어때. 좋지가 않지."
(남편 대답 없음)

"J야 우유 꺼내라. 수저 챙기고"
"예"

"엄마가 오늘은 일찍 와서 맛있는 거 해줄게"
"뭐 먹을 건데?"

"몰라. 암튼 좋은 거 해줄게."
"엄마 나 이것도 맛있는데"

(이구..증말...)

하지만 아이 말이 맞습니다. 맛있으니 접시 싹 비웠고, 굶지도 않았고, 그러니 아이는 아무런 불편을 못 느끼는 표정이었습니다.

오후에 시장에 갔습니다. 시금치 한 단, 콩나물 한 봉지, 두부와 계란 우유, 과일은 어제 귤 한 박스를 4천 9백원에 득템하여 더 바랄 게 없고, 더해서 고등어 한 마리를 사 왔습니다.
(오늘 저녁은 여기 적은 재료를 넣어 야채 비빔밥을 해 먹었습니다. 고등어 구이랑)


이게 며칠 전이었나...흘끗 아이 책상을 보는데 이게 있었습니다.
어디서 났을까 살펴보니 과자 사면 봉지 안에 들어있는 건가 봅니다.

그 같은 날이었나 전날이었나 다음 날이었나...아무튼 오늘보다는 이전 어느 날, 숙제가 많다고 불평하던 녀석이 혼잣말에 가까운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에 있었음 지금 땡스기빙인데..."
"하하 그러네..엄마는 생각도 못했다..."

"근데 J야 우리 땡스기빙 때 별 거 없었자나."
"학교 안 갔잖아."

"하하하 맞네. 그게 크네."

맞습니다. 저희들 외국에 살 때 추수감사절 만찬에 초대를 받곤 했지만, 언제든 제 손으로 칠면조 사다 구워 본 적이 없습니다. 송편을 만들어 먹고 싶었지 펌킨 파이 날짜 맞춰 굽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았습니다. 추수감사절 밤부터는 쇼핑의 아라비안나이트가 열리지만, 전 그저 아이 끼고 잠이나 푹 자고 싶었을 뿐, 사고 싶은 것도 없고, 살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산 십 년...저 비행기가 언제나 고약했습니다. 누굴 배웅하든, 누굴 환영하든, 공항에 가야 할 때면 늘 저 멀리 보이는 뜬 비행기 보며 마음 한구석에서 확인하던 청승.

J야 우리 또 꼭 가자. 언제 어떻게 왜 갈지 그건 엄마 모르지만, 그냥 다시 가기는 가자. 근데 이번엔 J야, 이번엔 엄마랑 여행처럼 가자. 우리 이번엔 좀 가볍게 가자. 그 다음엔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건 정말 엄마도 모르지만, 아무튼 한 번쯤은 날아갈듯 그렇게 가자.

이 쪼매난 뱅기 두 대를 보면서 이딴 소릴 적고 있는 걸 보면, 이제 겨우 몇 달...아직은 그 청승과 궁상이 때를 다 벗지는 못했나 봅니다. 언제 내가 그랬나 그럴 날 금방 오겠지만요.    




사진을 보니, 지난 열 며칠...정말 부실했던 부엌이고, 넋나갔던 살림이었단 거 알겠습니다. 이젠 어떻게 좀 해 봐야죠. 아 정말...식탁보 하나 사야겠는데...누구 주든가 하려고 묶어둔 걸 끌러버리던가 사든가 결딴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


아직은 금요일입니다.
11월은  다 갔습니다.

아까우니까 남은 오늘의 한 시간 꼭 챙기시고,
마지막 11월의 며칠 즐겁고 복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바다조아
    '09.11.27 11:37 PM

    전업주부인 저도 아침에 식구들이 다 나가고 나면 온 집의 불을 꺼놓고 잠시 브레이크를 걸어줍니다.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저 정도 식단이면 양호한 걸요.

  • 2. 피어나
    '09.11.27 11:54 PM

    히히히
    이니셜로 부를 아이도 없는 나이 먹는 새댁입니다.
    그런데도 남편과 아드님이 외출하셨을 때의 느낌에서 '공범의식' 아니면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그런 생각 드는 거... 그.거.슨. 인간이라면 당연한 거 맞죠? ㅜㅜ

  • 3. 상카라
    '09.11.28 12:35 AM

    매번 글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마치 한 편의 잔잔한 수필같기도 하고...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라도 들리는 듯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한 폭의 수채화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군요~
    (굳이 서투른 표현을 하려니~ ^^;)
    새로운 글이 올라 올 때 마다 반갑게 읽어보고 있습니다~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둔 듯... 그런 기분이 드네요... ^^

  • 4. 또하나의풍경
    '09.11.28 6:13 AM

    정말 수필 읽는 느낌이었어요 ^^ 글을 정말 잘쓰시네요 ^^

    저도 blogless님의 글은 매번 꼬박꼬박 읽는 답니다^^

  • 5. 난엄마야
    '09.11.28 7:51 AM

    맘이 복잡, 몸이 고단하신 듯 해요.
    근데 저도 그래요.
    글 올리면서 정화 정리를 하시는 거 같애요.
    자꾸 행간을 읽으려고 해요.

  • 6. 탱고레슨
    '09.11.28 12:55 PM

    http://media.daum.net/society/view.html?cateid=1067&newsid=20110824090507650&...

  • 7. 맑은샘
    '09.11.28 1:57 PM

    저두 스탠드 김냉으로 바꾸면서 맨 아래칸은 쌀저장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쌀벌레 안생기더라구요...^^

  • 8. blogless
    '09.11.29 12:04 AM

    이상하게 이번엔 댓글 달기가 좀 쑥스럽네요. 좋고 감사해서 배시시..하는 마음일랑 분명한데...뭐랄까 그냥 좀 쑥스러워요. ^^;;;; 저희 J녀석 얘기도 아니고, 함께 보시며 즐기실만한 윤기 나는 요리 얘기도 아니고....그냥 제가 어제는 빨래터에 왔다 간 기분이었구나..싶었습니다. 넓적 돌 위에다가 때 묵은 난닝구 같은 거 몇 장 털썩털썩 치대가면서 빨래한 기분...다 할라치면 한참 멀었지만, 아고 오늘은 고만하자...으싸싸, 하고 일어나, 하지만 또 누구 나 같이 빨래 이고 올 온냐 있을지 모르니까 물 몇 바가지는 촥촥 끼얹고 자릴 뜬 기분요.

    제가 내일도 나가야합니다. 그래도 아침은 해 먹고, 차려 먹이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나가 일하다가 졸리거나 짬이 나거든 인사드리겠습니다. 오, 12시가 땡을 쳤네요. 자, 부엌렐라님들, 이제 주무셔야죠?! (^^) 안녕히, 아름답게 주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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