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한 게 땡겨요. 문득 예전에 해먹은 김치 볶음밥과 떡볶이가 생각 나 여유 부리며
글 올립니다~ 댓글에 제 글 기다리는 분이 있다고 하니 혼자 으쓱 으쓱~
암튼, 한국 사람 치고 떡볶이 싫어하는 사람 없고, 김치만 있으면 김치 볶음밥 못할 사람 없잖아요.
할 때마다 실패하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표 음식인 것 같아요.

가능한 조미료 안쓰려 하고, 육수 같은 것도 꼭꼭 내서 요리를 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철저하게 웰빙식을 고집하진 않아요. 저렴하게 먹는 음식은 고급스런 재료 쓰면 꽝 납니다.
고급에만 격이 있는 게 아니구요, 저렴이들도 격을 지켜줘야 해요. 럭셔리한 궁중 떡볶이가
아니라면 떡볶이는 무조건 밀가루 떡볶이입니다, 전! 이번엔 즉석 떡볶이를 할 거라 냉동실에
얼려둔 떡볶이를 끓는 물에 한번 데쳐 줍니다.
밀가루 떡볶이는 쫀득 쫀득한 맛에 먹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재료들과 함께 끓을 때 푹 퍼지라고
미리 한번 삶아줘요.

'헉, 이것도 직접 한 거야?' 하고 놀라시는 분 있나요? 저 초보 맞습니다. 맞고요. (흑, 이 시점에서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건 왜일까요...) 분식점에서 사온 거예요. 이거 하구요, 오뎅 1인분도
사왔어요. 아저씨가 이제 알아서 오뎅 국물을 넉넉히 싸주세요.
만두는 분식점에서는 한번 더 튀겨 주는데, 전 그냥 달라고 해서 집에서 저렇게 노릇하게 튀기듯
구워줘요. 그럼 먹을 때 바삭 바삭 하거든요.

떡볶이 떡, 양배추, 대파, 오뎅, 쫄면, 당면... 정말 딱 즉석 떡볶이죠? ^^

양념장은 분식점에서 사온 국물이 뜨거울 때 넣어 풀어줘요. 고운 고춧가루(굵은 걸로 하면
태가 안나더라구요.) 고추장, 설탕, 물엿 조금, 참기름 조금, 다진 마늘 넣어주심 되구요.
라면 사리는 70% 정도 익으면 삶아서 건져요. 라면을 미리 넣으면 떡볶이 국물을 너무 많이
잡아 먹고, 또 한번 데쳐 내면 기름도 쏙 빠지구요. 라면 끓일 때도 이렇게 끓이는데, 남편이
그러면 맛 없대요. -_-

뚜껑 덮고 끓이다가 끓어 오르면 뚜껑 열고 보글 보글. 떡볶이 할 때 각종 좋은 재료 넣어 멸치 육수
낼 필요 없어요. 어차피 떡볶이는 길거리 음식이고, 그 맛 제대로 내려면 분식점 오뎅 국물이
최고랍니다. 아이가 있음 더 신경 쓰겠지만, 우리 집엔 제대로 숙성된 어른만 둘이라. ^^

만두는 바삭 바삭 하라고, 라면은 국물 잡아 먹지 말라고 마지막에 넣어줘요.

흐흐, 떡볶이 보다 당면이랑 쫄면이 더 맛있어요. 결혼할 때 사온 코렐 접시가 하나도 안
깨지고 그대로예요. 슬슬 지루해져서 바꾸고 싶은데 어떤 게 좋을까요? 키톡에서 크기도
무늬도 제 각각인 그릇들이 올라온 밥상 사진을 보면 연륜이 보여서 참 정겹더라구요.
연륜이 뿌리를 내린 가정식....
이렇게 보글 보글 즉석 떡볶이 끓여 먹으면 다른 반찬 필요 없고, 설겆이 거리고 별로 없고,
신당동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폼나게 먹을 수 있답니다. 아시죠? 저렴한 폼도 폼이라는 거! ^^
김치 볶음밥은 다들 잘 하실텐데, 제가 하는 초간단 김치 볶음밥은...

일단 팬에 돼지고기를 볶아요. 김치 속에 숨어 안 익는 돼지고기가 있음 곤란하니까 골고루
잘 익혀 줘요. 제 숙제가 집에 잔뜩 있는 코팅 팬을 바꾸는 건데요, 다루기 힘들다는 말들을
많이해서 엄두를 못내고 있어요. 스텐팬의 세계로 입문 해도 될까요? 내 요리 재료들 죄다
뜯기고, 스텐팬도 망가뜨리는 거 아닌지 자신이 없어요. 또 당췌 어떤 걸 사야할지도.

돼지고기가 익으면 김치를 넣어서 충분히 볶아 줘요. 전 김치 볶음밥 할 때 그냥 가위로 잘라서
넣어줘요. 초간단 음식인데, 도마까지 납시게 해서 닦아 주고 말려주고, 격에 맞지 않아요.
저 오늘 왜 이렇게 격 따진대요. 왕고참 직장인 격 떨어지게 근무 시간에 이러고 놀고 있음서.

찬밥을 넣고, 김치 국물을 부어 볶아 줘요. 전 볶음밥엔 항상 찬밥을 써요. 뜨거운 밥은 잘
펴지지도 않고, 서로 뭉쳐서 재료랑 잘 안 섞이 더라구요. 젓가락으로 밥알을 풀면서 섞어줘요.
김치만 맛있음 다른 양념 전혀 필요 없구요, 김치가 좀 시었거나 맛이 없음, 김치 국물을 추가로
넣지 않고, 양파나 간장을 첨가해줘요.

계란을 그냥 깨서 섞어 주면 살짝 계란 비린내도 나고, 밥이 죽 같이 되어 버리잖아요.
그래서 전 밥을 한군데로 밀어두고, 달걀을 깨드려서 반 정도 익힌 후에 섞어 줘요.

그럼 이렇게 계란이 포실 포실 살아 있어서 때깔도 더 좋아요. 참기름과 김가루 뿌려주면 끝.

밥을 두 공기 넣어도, 세 공기 넣어도, 남은 찬밥 다 넣어도 싹싹 긁어 먹는 김치 볶음밥 대령이요~

명색이 과거 김밥 소녀, 현재 김밥 아짐인데 김밥 샷을 빼놓을 수 없죠!
캘리포니아롤이에요. 아보카도, 게살, 새싹채소, 샐러리. 샐러리는 마요네즈로 살짝 버무려둬요.

랩을 깔고 그 위에 김을 얹은 후 밥을 깔아줘요. 이게 겉면이 될거니까 촘촘히 가지런히 이쁘게.

뒤집어서 그 위에 재료들을 가지런히 얹어 줘요.

장어초밥과 새싹 캘리포니아롤~ 장어의 느끼함을 새싹들과 샐러리가 확 잡아줘요.
색감이 이쁘라고 장어 색깔과 대비 되는 초록 날치알을 얹어 줬어요.

단단한 재료가 샐러리 밖에 없어 꾹꾹 눌러 말지 못했더니 모냥이 안 나네요.
김밥 말기는 재료를 살리면서 단단히 말아주기가 핵심이거든요. 그래야 썰 때도 안 부서지구요.

한때 생수를 사다 먹으니 집에 굴러다니는 생수병 처리가 골치더라구요.
그래서 82cook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

남편 회사는 창사 기념일에 햅쌀 80kg을 선물로 줘요. 참 정겹죠? 회사가 더 어려워져도 저
쌀만큼은 계속 나왔음 좋겠어요. 매년 연말 시댁에 한 포대, 친정에 한 포대 갖다 드리면 맘이
뿌듯하거든요. 둘만 있는데다가 식성이 왕성하지 않은 편이라 남은 40kg 다 해치우는 것도
쉽지 않아요. 거의 1년을 보관해야 한답니다.

짜잔~ 그래서 이렇게 페트 병에 넣어 꽁꽁 닫아놨죠. 이러니 쌀 벌레도 안 생기고, 밥 할 때
계량하기도 편해요. 어차피 12월까지 다 먹지도 못할 거라 10개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맞벌이 하는 후배나 싱글들 한테 나눠 줬어요. 선풍적인 인기였답니다. 1주일 내내 출근길에
들고 배송하느라 힘들었지만. ^^;

넣을 때는요, 깔때기 이용하는 것 보다 페트 병 입구 쪽을 하나 잘라 이렇게 입구 끼리 꼭 붙게
잡고 넣으면 술술 잘 들어가요.

피자 해먹은 사진도 있네요. 피자도 치즈만 있음 정말 맛내기 쉬운 음식이죠.
이 날은 시간이 남아 도우를 따로 만들었는데, 또띠아 사다 하심 정말 편해요.

한번 발효해서 밀대로 민 반죽에 포크로 구멍을 뚫고 오븐에 넣는데요....

구멍을 안 뚫고 넣으면 이렇게 부풀어 올라 이것 또한 별미에요. 꿀 찍어 먹어도 되고.
인도 음식인 난과 비슷한 맛이에요.

다른 재료 없이 각종 치즈와 바질만 토핑한 고르곤졸라 피자예요. 매드포갈릭 고르곤졸라 피자
부러울 것 없는~ 집 음식이 좋은 게 내가 좋아하는 재료를 맘껏 쓸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 맛있나 봐요. 좋은 재료 아낌 없이 넣으니까.

제일 좋아하는 게 고르곤졸라 피자지만 그것만으로는 요기가 안되니까 토핑 잔뜩해서 또 한판
구웠어요.

꿀 찍어서 고르곤졸라 피자 한 조각 먼저 쓰읍~

얇은 도우에 푸짐한 토핑. 한끼 식사로 문제 없겠죠?
휴가 간 사람이 많아 회사도, 도로도 한산하고 저까지 방학 맞은 것 같아요.
일산에서 여의도까지 30분도 채 안 걸리고, 점심 시간에 식당도 널널하고 참 좋은데,
1년 내내 휴가철이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