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 엄두를 못내요. 그래서 지난 주말 일찌감치 초복 맞이 전복삼계탕 해먹었답니다.
멸치 육수는 항상 구비해두는 다시 재료로 쉽게 내는데, 닭육수는 쉽지 안잖아요.
기름 처리도 까다롭고. 그래서 육수 낸 김에 알차게 해먹었어요. 덕분에 토요일, 일요일
주말 내내 요리 바람 불었네요. ^^ 몸은 좀 힘들어도 뿌듯해요.

제가 늘 손톱에 아트를 하고 있다 보니, 위생도 신경 쓰이고, 손톱 부러지는 것도 걱정돼서
조심스러웠는데, 언젠가 매발톱님이 올려주신 라텍스 장갑 보고 눈이 확 돌아가 질렀어요.
한 박스에 150개가 들어 있는데, 이게 1회용이 아니라 찢어질 때까지 말려서 쓰면 되기
때문에 경제적이에요. 매발톱님, 보고 계심 감사합니다~

국물 낼 재료예요. 양파, 황기, 수삼, 대파 뿌리, 그리고 마늘. 대추는 안 넣어요.
결혼하고 제가 직접 요리하면서 좋은 점은 제가 좋아하는 재료는 많이 넣고 싫어하는 건
안 넣을 수 있다는 거예요. 음핫. 재료 단촐하죠? 단촐하지만 이거 준비하느라 반나절 걸렸답니다.
뭐 어디가서 인삼을 캐기라도 했냐구요?

바로 이것 때문에요! 남편이 어느날 지인으로부터 서산 육쪽 마늘을 얻어 왔어요. 서산에서
직접 재배한 거라네요. 이걸 한접이나 얻어 와서 직장 다니는 아내 한테 어쩌라구요~

어쩌겠어요. 직장 다니는 건 제 사정이고, 선물 주신 고마운 마음을 생각해서 알차게 먹어야죠.
일단 마늘을 쪼개서 1주일 동안 신문지 펴놓고 말렸어요. 껍질을 잘 말려야 저장 기간도
오래 가고 까기도 쉽다죠.

마늘 한접 까는데 반나절이 걸렸어요. 라텍스 장갑 아니었음 손 끝 다 부르텄을 듯.
상처가 나거나 상태가 안 좋은 건 그 부분을 도려내고 바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다졌어요.
마늘을 빻으면 풍미가 떨어진다고 해서 칼로 다져요. 결혼 초엔 한꺼번에 다져서 얼린 후
깍뚝 썰어 냉동실에 보관했는데, 때깔이 영 안나더라구요. 마늘 다지기로 눌러줘도 으깨져서
요리 재료가 지저분해 보여요. 힘들지만 다지는 게 최고예요. 다질 때는 이렇게 좀 굵은
비닐을 놓고 칼등으로 콕콕 부숴주면 마늘이 안튀어요.

마늘 다지느라 어깨 빠지는 줄 알았어요. 엄살 엄살.

알이 굵은 건 삼계탕에 넣고, 또 구워 먹으려고 밀폐 용기에 넣어뒀구요, 일부는 좀 두고
먹으려고 껍질 째 망에 넣어 뒀구요, 마늘 장아찌 세 통 담으려고 식초 부어 놨어요.
성공해야 할텐데... 처음 도전이거든요. ^^

닭은 기름기를 세심히 떼어낸 후 팔팔 끓는 물에 데쳐서 또 한번 기름기를 없애줘요.
닭죽 해먹고, 육수도 넉넉히 내려고 세마리 삶았어요.

데치듯이 삶은 후 닭은 깨끗이 씻고, 들통도 깨끗이 씻은 후 황기를 넣어 30분 정도 우려내요.

황기 우린 물에 찹쌀, 마늘 넣어 봉한 닭과 재료들을 넣어 팔팔 끓여요. 대파 뿌리는 국물이
지저분해 질까봐 다시백에 넣어서 끓였어요. 다시백 참 편하죠?

기름기가 올라오면 계속 계속 떠서 버려줘요. 그래야 나중에 국물이 담백하거든요.

닭 손질 하는데 시간을 너무 뺏겨서 예상 보다 1시간이나 늦어 졌어요. 남편이 배
고프다고 주방을 들락 날락, 냉장고 문을 덜컥 덜컥. 그래서 일단 수제 소세지 하나 구워서
머스터드 소스 발라 들려 줬어요. 그 후로는 얌전히 컴퓨터 하고 있대요.

반 정도 끊인 후 깨끗이 씻은 전복을 통째로 넣어줘요. 너무 오래 끓이면 전복이 맛도 없고
질겨질까봐 중간에 넣었어요.

짜짠~ 맛있는 전복삼계탕 완성! 전복은 먹기 편하라고 껍질에서 분리해서 썰어줬어요.
질길까봐 걱정 했는데, 야들야들 괜찮더라구요.

제 삼계탕 반마리와 닭 한마리는 살과 뼈를 분리해서 살은 지퍼백에 넣어 놨어요.
닭죽 할꺼거든요.

남은 삼계탕 육수에 닭뼈를 넣고 1시간 반 더 끓여줬더니 육수가 제대로 진국이에요.

불려둔 찹쌀을 달달 볶다가 육수를 넣어 끓어 오르면 잘게 찢은 닭살을 넣어줘요.

닭살이 풀어질 때 쯤 채 썬 야채를 넣어주구요. 양파를 많이 넣어주며 달달하니 좋아요.
당근은 색깔 이쁘라고 넣어줬구요.

야채가 물러질 정도까지 끓이면 이렇게 푸짐한 닭죽 완성.

글라스락에 넣어 냉동 시켜 놨어요. 글라스락 뚜껑을 덮으면 얼었을 때 열기가 쉽지 안아서,
랩으로 쌌어요. 그럼 그냥 구멍만 두어 개 뚫어 전자렌지에 돌리면 되거든요.
남편이 회사가 가까워서 가끔 집에서 점심을 먹는데, 귀찮으면 라면 끓여 먹더라구요.
퇴근 해서 돌아왔는데, 싱크대에 라면 냄비가 있으면 설겆이 하는 것도 살짝 짜증나고,
마음도 짠~하고 그랬는데, 이번 주는 라면 끓여 먹을 일 없겠죠? ^^
앗뿔싸! 죽그릇도 설겆이 해야 하는구나!!

두고 먹을 육수는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 얼려 놨어요. 초계탕이나 칼국수 해먹을 거예요.

점심은 삼계탕, 저녁은 남편이 노래 노래 하던 카레랍니다. 제가 삶은 당근을 못 먹어서
카레를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해달라는데 모르는 척 했어요. 전 타고난 모성애를 지녔나봐요.
뭐 해달라는데, 안해주거나 못해주면 막 죄책감이 생기는 거 있죠? 1달 여를 죄책감에
시달리다 광명 찾기로 했어요.

제가 다니는 에스테틱 선생님들이 제가 마트 가서 장 본다니까 깜짝 놀래요.
살림 안할 것 같았대요. -_- 원장님이 저랑 동갑인데, 얼마전에 결혼 했거든요.
이 여인이야 말로 살림, 요리 안 할 것 같은데, 3년 전부터 em 썼고, 강화도에서 텃밭을
가꿔 김장도 손수 담근 다네요. 신랑 복 터졌어요~ 암튼, 제가 요리 좋아한다니까 직접
캔 햇감자를 선물로 줬어요. 알이 작고 단단하고 알차요.

짜짠~ 햇감자도 썰고, 싫어 하는 당근도 썰고(생 당근은 디게 좋아하는데, 참 이상하죠?),
피망, 양파, 안심, 햄 모두 굵직하니 깍뚝 썰어요. 카레에 들어가는 재료는 굵직하게 썰어야
식감도 좋고 보기도 좋더라구요.

매운 맛 반, 중간 맛 반. 카레는 알싸한 매운 맛으로 먹는 건데, 남편이 카레 좋아라 하면서
매운 건 또 못 먹는 답니다. 따뜻한 우유에 미리 개어 놓아요.

재료를 달달 볶다가 닭육수를 넣어 재료가 익으면 우유에 개어 놓은 카레를 풀어 줍니다.

닭육수에 해서 그런지 카레 색깔이 훨씬 진하죠? 맛은 진짜 그만이에요!
이로써 닭 세마리와 함께 한 주말이 깔끔히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 초복에 비도 온다는데, 따뜻한 삼계탕 드시고 기운 내세요~
저도 힘나는 음식 많이 많이 먹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