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부터 갑자기 봄에 피는 꽃들이 너무 이뻐보였는데
친구한테 말하니, 자기가 이쁜 나이에는 꽃이 이쁜지 모른다는거예요....한물 갔다는거죠....ㅠㅠ
그러더니, 나물반찬, 채소로 끓인 국들, 발효식품들이 너무 맛있어지고....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뭔가 풀을 뜯는 할머니들을 보면 처량해보였는데...
어느새 저도 그 대열에 동참해 젊은 처자들의 처량한 눈길을 받게됐다죠.
다른 나물은 특정 지역에서만 뜯을 수 있지만 쑥은 지천에 널려있어요.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있죠. 우리 아파트 단지에도 있어요...
작년에는 자유로를 운전하는데 상행선과 하행선 중간에 만든 화단에
쑥이 잔뜩 있는 걸 봤어요.
그냥 지나치는데 눈에 아른거리고, 그걸 두고가는게 얼마나 아까운지 하마터면 차를 세우고 뛰어갈 뻔했답니다.
어제, 파주 일대에서 무단주차를 하고 뜯은 쑥으로 하루 종일 놀았어요.
[쑥개떡(쑥갠떡)]
경기도 지역에서 발달한 떡으로 봄에 먹는 거라고해요.
삶은 쑥과 함께 빻은 쌀가루를 익반죽해서 납작하게 빚은 후 쪄서 참기를을 바릅니다.
송편반죽 만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익반죽을 하는게 쫀득해요.
저희 가족은 많이 먹지않아 모두 최소로 만들었어요. 더 많이 만들려면 2배, 3배로 계량하면 됩니다.
재료 : 쌀가루 1컵, 쑥 50g, 설탕 약간

쑥 한줌, 50g이네요. 손을 크게 쥐어서 한줌입니다.

설기떡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물주기인데요.
물을 조금씩 섞어서 뭉쳐보세요.

이 상태로 두번 정도 위로 던졌다 받았을때 부서지지않고 금이 가는 정도로
모양이 유지되면 설기떡 물주기로 알맞은겁니다.
하지만, 쑥개떡은
뜨거운 물을 한수저씩 넣으면서 익반죽해야하고 설기떡이 아니기때문에 조금 더 질어도 됩니다.
쑥을 절구에 빻아주라는데 귀찮아서 칼로 대강 다져서 섞어줬어요.

제빵기 반죽 코스로 돌렸는데...한시간 소요.
제빵기 놀리는 분들, 이렇게 사용해보세요. 떡반죽은 물론 수제비나 칼국수 반죽도
무지 잘 됩니다. 반죽 돌려놓고 그때부터 육수내고 재료손질하면 좋아요.

양이 적을때는 손으로 치대주기도 하지만 보통은 가장 작은 김장비닐이나 큰 지퍼백에 넣고
발로 자근자근 밟아서 반죽해요......=3=3=3

물을 끓기 시작하면 행주나 베보자기를 얹고
찜판에 서로 붙지않게 넣어서 10분 정도 쪘어요.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묻어나오는게 없으면 끝.
떡 두께가 3cm가 넘어가면 20분 찌고 5분 불줄여 뜸들이셔야해요.

파랗게 익으면 꺼내서 참기름을 발라두면 오래 두어도 마르지않아요.
이 상태로 냉동보관해두어도 좋아요.
4장 만들었는데, 11시에 들어온 아들놈이 다 먹었네요...
[ 쑥버무리 ]
저랑 딸래미는 이걸 더 좋아하고
아들놈은 쑥개떡을 더 좋아해 쌀가루 꺼내는 김에 같이 만들어요.
재료 : 쌀가루 2컵, 쑥 50g, 설탕 약간

이건 설기떡이라 위에서 본 만큼만 물을 주고 체에 한 번 내려주세요.
수분이 쌀알에 골고루 섞이고 입자가 고와지게요.

뮬이 끓으면
찜판에 행주나 베보자기를 깔고 그냥 소복히 얹어주고 찝니다.
양이 적어 10분 후 젓가락으로 찔러서 가루가 묻어나지 않으면 꺼내요.
역시, 떡 두께가 3cm가 넘어가면 20분 찌고 5분 불줄여 뜸들이셔야해요.

쌀 1컵 분량 - 딱 한사람 먹을만큼이예요.

버무리를 꺼내는데 들어온 딸래미, 초상권을 침해하지말라고 요청해서....
살안찌냐고 묻기에 빵은 설탕, 버터때문에 찌지만 떡은 괜찮다는 거짓말에 다 먹어치웠네요.

모양을 잡아주지않고 그냥 쌓아서 익히기때문에 이렇게 삐죽삐죽 튀어나오는게 맞아요.
참....어떻게 풀과 쌀가루를 섞어서 찔 생각을 했을까요? 저는 이런게 참 신기하답니다...
냉동실에서 쌀 1컵 꺼내서 쑥 한줌 넣고...10분이면 완성되는
초스피드의 봄철 영양간식입니다.
쌀을 그냥 쌓아서 찌기때문에 술술 잘 넘어가고 소화도 잘 되고...
아이들 간식은 물론이고 손님 왔을때 찻물 올리며 쪄서 내놓으면 완전 감동하더군요.
[ 쑥국 ]
재료 : 멸치 10마리, 물 4컵(멸치육수 3컵), 쑥 50g(한줌), 된장 1큰술, 들깨가루 1큰술, 날콩가루 2큰술, 소금 약간

멸치육수가 떨어져서 조금 끓였어요. 물 4컵 넣고 끓여서 육수 3컵을 만들어줘요.
10분정도 끓이다가 멸치는 건져냅니다.
요즘은 멸치육수를 베란다에 두면 안되요. 식으면 바로 냉동, 냉장, 김냉으로 옮겨두세요.

날콩가루, 들깨가루는 마트에서 팔아요.

된장을 풀고 끓이다가 콩가루, 들깨가루를 넣어주세요.
날콩가루라 안익으면 비려요. 날콩가루가 익으면 쑥을 넣고 불을 꺼버리세요.

쑥에 날콩가루를 버무려 넣으면 콩가루가 익을때까지 끓여야해서 숨이 더 죽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콩가루를 먼저 익히고 쑥을 넣어줍니다.

이쁘지는 않지만, 봄이면 한 번 먹어줘야하는 시절식이죠.
여자 몸에 쑥이 그렇게 좋다잖아요.
제가 쑥을 갈무리하는 방법입니다.

이건, 작년에 데쳐서 냉동해 두었던 쑥.
일년내내 떡 만들때마다 절구에 빻아서 잘 썼어요.

작년에 말려서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쑥...일년이나 지났는데 열어보니 향이 진동을 하네요.

어제 따온 쑥을 깨끗이 헹궈서 말리는 중이예요.
보기만해도 싱그러운게 기분이 좋네요.
조금 지나면 쑥이 세버리니까 빨리빨리 쑥 뜯으러가세요.
한손에 봉지 들고 한손에 칼들고 썬크림 바르고 모자쓰고...나가보세요.
마트에서 파는 쑥은 센 것 뿐이더라구요.
제철에 햇볕 먹고 자란 채소가 가장 좋은 먹거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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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나쑤!!!!!....원래는 이거였어요.

보관할때 쌀가루라고 써놓아야하는데 그만...안써놓은거있죠.
아침부터 열심히 만들었는데....익히고 보니....ㅠㅠ
맵쌀이 아닌 찹쌀이...죽을 쑨거죠...윽....열받아 혼자 우적우적 먹어치웠어요.....ㅠㅠ
찹쌀 죽 충격에 실의에 빠졌다가....박하맘네 집에 가서 쌀가루 뺐어다 다시 만든게 위의 작품들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