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푹 익은 밀가루 떡복이를 너무 좋아해요. 지금은 스마일로 바뀐 이촌동 포장마차 떡볶이도
그렇고, 학교 다닐 때 1주일에 두번 이상은 먹었던 이대 앞 민주떡볶이... 아, 또 생각난다...
즉석 떡볶이는 구반포 애플하우스 떡볶이가 제일 맛있구요. 아무래도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
다니며 먹던 어린 시절 추억 때문에 더 맛있게 기억되는 것 같아요. 참, 요즘은 용산역 건너편
현선이네 매운 떡볶이도 괜찮더라구요. 정말 너무 너무 매운데, 이거 은근 중독성 있답니다.
근데, 현선이는 몇살일까요? 늘 궁금하다는... ^^;
쌀 떡볶이로는 길거리표 떡볶이 맛의 재현이 힘들어 밀가루 떡볶이를 찾다 찾다 인터넷에서
발견했답니다. 4kg 짜리 밖에 없어 잔뜩 사고는 유통기한이 3일 밖에 안된다고 해서 받자 마자
떡을 떼어 지퍼백에 1회분씩 넣어 냉동실로 보냈어요. 냉동실 볼때마다 흐뭇해요. ^^
그럼, 절대 실패 안하는, 초가단 길거리표 떡볶이 만들기 비법(?)을 알려 드릴게요.

한때는 이렇게 따로 육수도 내고,

육수에 양념장 풀어 하루 전부터 숙성도 시켜주고,

퇴근 후에 후배들 불러다 떡볶이 파티 한답시고 전날 부터 이렇게 재료 준비해 두고 법석을 떨었는데요,
떡볶이는 그야말로 간단하고 단촐하게 하는 게 제 맛인 것 같아요.
맛은 있으나 모양새가 영 길거리표 뽄새가 안나는 거죠.
그래서 비법 공개!! 최대한 길거리표 맛을 내기 위해 집앞 분식집에서 오뎅국물과 함께 오뎅을 샀어요. ^^V
집에서는 아무리 제대로 오뎅국물을 우려내도 하루종일 대용량으로 끓이는 분식점 오뎅국물 맛을
내기 힘들거든요. 뭐 조미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떡볶이 떡이 잠기도록 오뎅국물을 붓고, 고추장, 설탕, 고춧가루, 물엿을 넣어줘요.
핫도그나 떡볶이 같은 불량식품(?) 비슷한 음식을 만들 때는 최대한 불량스러운 마음가짐과 자세로
해줘야 해요. 고춧가루도 휙 뿌리고, 고추장도 첨벙 던져주고... 왜 그래야 하냐구요? 재밌잖아요.^^

떡이 어느 정도 익으면 양배추와 대파를 썰어 넣어주고, 오뎅은 한번 푹 끓인 오뎅이라 나중에 넣어
줘요. 양배추도 그냥 쭉쭉 찢어 던져주고, 대파도 가위로 쓱쓱.
냉동된 떡은 찬물에 깨끗이 씻은 후 그냥 넣어 끓이는데요, 물이 끓으면 떡이 부풀어 올라 '이러다
진짜 떡되는 거 아냐?'하고 놀랄 수도 있어요. 걱정 마세요, 졸이다 보면 다시 쫀득쫀득 제 모양으로
돌아온답니다. 오히려 옆구리 툭툭 터진 것이 딱 길거리표 떡볶이 행색 제대로예요.

이렇게 국물이 자작하게 잦아들때까지 저어가며 계속 끓여 줘요. 국물이 더 많았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이 날은 정말 환상적으로 쫀득거리는 길거리표 떡볶이가 탄생했답니다.

황태머리, 새우, 멸치, 다시마 넣어 끓인 럭셔리 오뎅탕과 함께 한상.

자, 아... 한 입 드세요... ^^
날이 꾸물꾸물 하네요. 퇴근하면 냉동실에 얼려둔 떡볶이 떡으로 떡볶이해서 전부쳐 먹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