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까이에 사시는 저희 시부모님과 멀리서 모처럼 부모님댁을 방문한 큰 시누를 모시고 저희 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오전 일찍 재래시장과 마트 2군데를 들러서 장을 봐와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시부모님께서 평소에 잘 드시는 단촐한 메뉴 위주로 정해서는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었지요.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집안의 어른신들을 모시고 집에서 식사 한 끼 차려내야 할 경우에 뭘 준비해야 할런지 고민중에 있으시다면, 비록 평범하고 소박한 상차림이지만 혹시라도 메뉴를 선정하거나 음식만들기의 시간 분배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구수한 된장이나 김치찌개도 좋지만 나이 지긋하신 어른신들을 모시고 함께 하는 자리에는 밥과 국을 준비해서 나란히 맞추어 내는 것이, 보기에도 왠지 좀더 정성스러워 보이고 각자 드시기에도 정갈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가장 먼저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어른신들께서 기름기 둥둥 뜨는 쇠고기 미역국보다는 기름기 없이 담백한 맛의 조개넣고 끓인 미역국을 좋아하시는지라, 개조개를 6마리 사 왔습니다.
시장에서 조개를 살짝 두드려보며 입을 쏙쏙 다무는 싱싱하게 살아있는 녀석들로 사 와서는, 칼 넣어 껍질 벗겨내고 흐르는 물로 구석구석 진득한 찌꺼기를 깨끗이 훑어내 주고는 도마 위에 올려서 칼로 다져 줍니다.
그리고는 깊은 곰솥에다 다진 조갯살을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어 달달달 볶아 주지요.
조개가 잘 볶아지면서 뽀얗게 육수가 끓여 오르면 미리 불려서 깨끗하게 씻어낸 후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해 둔 돌미역도 여기에 함께 넣어 달달 볶아 줍니다.
이렇게 기름기 없이 맑고 개운하게 끓여내는 조갯국은 시원한 국물을 얻기위해 참기름에 재료를 볶아내는 게 아니라, 이렇게 뜨거운 물에 튀겨내듯이 볶아내 줍니다.
어느 정도 미역과 조개가 잘 볶아져서 미역 색깔이 파릇파릇한 초록으로 변했으면 이제 물을 넉넉하게 부어 제법 오랫동안 푹 끓여줘야 겠지요.
이렇게 산모용 돌미역으로 국을 끓여낼 때에는 부르르 끓어 넘치기 전까지 냄비곁에서 좀 지켜보다가 끓어 올라 넘치기 직전, 불을 약불로 확 줄여서 제법 오랫동안 잘 끓여줘야 미역 맛이 보드랍게 입안에 감기면서도 은근히 쫀득하니 맛있는 미역국이 끓여 지지요.
언제 먹어도 순하면서도 속이 화악 풀리는 시원하고도 맛난 국이라 아이나 어른들 모두 좋아하는 조개 미역국을 이렇게 먼저 한 냄비 끓여두면, 아직 음식 만들것이 많이 남아있어도 왠지 음식의 반은 해 놓은 듯 아주 마음이 든든합니다.
이제는 나물을 준비해야 겠지요.
명절때처럼 정식으로 때깔 맞춰가며 나물반찬을 많이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어른상에 나물 두어가지 정도는 있어야 할 듯 해서 마트에서 콩나물 2봉지와 시금치 1단을 사 왔습니다.
고사리도 상에 올리고 싶었으나 아쉬울때마다 꺼내어 푹 삶아먹던 마른고사리는 얼마전 다 먹어버려 남아 있질 않은 터에 아침 일찍 시장에 나간지라, 사람이 뜸한 이른아침의 재래시장은 물론이고 금방 문을 열어 이제서야 오픈 준비중인 근처 농협마트에도 삶아 놓은 고사리는 눈에 띄질 않아서 사 오질 못해서 조금 서운했답니다.
먼저 콩나물 2봉지를 개봉해서 깨끗하게 다듬어 웍에다 잘 삶아 내고는
평소에는 국간장으로 간해서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조물조물 양념해서 그냥 먹지만, 이날은 조금 더 맛깔스레 보이도록 일부러 당근과 청피망도 좀 썰어서는 함께 살짝 볶아 양념을 해서 만들었습니다.
시금치는 평소에 저희 시어른신들께서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나물인지라, 데쳐서 잡채에다 좀 넣고 나머지로 한접시 분량만 무쳐 놓으려고 딱 한 단만 사 왔습니다.
바로 시금치 넣어 온 큼직한 비닐을 가위로 넓직하니 평평하게 잘라 바닥에 넓게 펼쳐두고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방가위 꺼내어 시금치 뿌리 손질하고 굵은 것은 반 갈라 주고나면 이것도 금새 끝나지요.
칼이든 가위든 손에 편하게 익은 것으로 하시면 되구요.
시금치 잎과 줄기 구석구석에 잘 안보이게 묻어있는 흙을 흐르는 수돗물에 깨끗이 씻어서는 펄펄 끓는물에 소금 좀 넣어주고는 뚜껑 없이 데쳐내어 찬물에 담궜다가 물기 꼭 짠 후에, 잡채용으로 조금만 따로 덜어두고 나머지는 이렇게 나물 한접시 정도 나오도록 무쳐서 준비했습니다.
예전엔 시금치가 싫어서 어릴 적 어머니께서 시금치 넣고 김밥 싸주시면 젓가락으로 이 시금치만 쏙 뽑아내고 먹곤 했는데, 입안에서 씹을수록 보드랍고도 단 맛과 향이 느껴지는 이 시금치가 지금은 참 좋습니다.
콩나물과 시금치만 하려다가, 냉장고 야채칸에 애호박도 하나 보이길래 내친김에 호박나물도 볶자 싶어서 애호박도 썰어서 새우 한 줌 넣어 볶았습니다.
제가 이 애호박나물도 워낙에 좋아하는지라 도저히 호박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지요.
은근하게 약불로 볶아내어 야채 자체에서 국물도 스며 나오게 해서 맛있게 볶아졌습니다.
이 호박나물은 국물 자작하게 해서 숟가락으로 국물도 함께 떠 먹는게 더 맛있지요.
혹시라도 나중에 먹다 남으면, 큼지막한 양푼에다 고추장만 한 수저 떠서 밥과 함께 슥슥 그냥 비비기만 해도 그냥 단맛에 목으로 술술 넘어가구요.
이제는 사라다를 만들어 봅니다.
젊은 분들은 보통은 싱그러운 느낌의 야채 샐러드류를 소스뿌려 상에 올리면 좋아하시지만 나이 지긋하신 어른신들은 이런 야채 샐러드를 그리 잘 드시지 않는 것 같아요.
서양풍의 샐러드보다는 오히려 토속적으로 초록의 싱싱한 풋고추나 오이, 양파를 뚝뚝 썰어 막장 한종지 함께 곁들여 내면 더 좋아 하시는 것 같구요.
전에도 야채 샐러드 보다는 오히려 예전 사라다를 만들어 상에 올리면 더 잘드셨기에, 이번에도 감자 삶은 것과 계란 삶은 것, 사과, 햄(비엔나쏘시지), 그리고 맛살과 삶은 완두콩을 넣고 양념 조금 추가하고 마요네즈 듬뿍 넣어 사라다를 만들 준비를 했습니다.
이런 사라다는 시원하게 냉장보관 해 두었다 먹어야 맛있으니 미리 좀 일찌감치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는게 좋겠지요.
사라다를 비벼낼 때는 이렇게 양쪽에 수저 하나씩 들고 쓱쓱 섞어가면 금새 쉽게 고루 비벼집니다.
저는 촉촉한 느낌의 사라다를 좋아해서 늘 마요네즈는 넉넉히 넣어서 비벼먹는 편이예요.
평소에 마요네즈를 별로 안좋아하시거나 칼로리가 신경쓰이시면 우유 몇수저 흘려넣으시고 마요네즈는 조금만 넣어서 잘 섞어 드셔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밀폐용기에 꼭꼭 눌러담아 저녁에 손님상에 올리기까지 냉장고에 보관했다 꺼내면 훨씬 맛이 좋지요.
입맛이란게 나이들어 가면서 계속 바뀌기 마련이라지만, 저도 지금은 샐러드 야채에 소스 뿌려 아삭아삭 먹는 것보다 이렇게 마요네즈 범벅으로 만든 사라다를 고소하게 수저로 떠 먹는것이 조금 더 좋네요.
이제 불고기를 재워 놓으려고 합니다.
불고기 양념을 달달하게 맞추어 각종 야채도 좀 썰어서 넣고, 양파도 큼직한 것으로 하나 골라 갈고 배가 없어서 대신에 키위 하나도 강판에다 갈아 넣었습니다.
배야 큰 것 하나를 다 깍아서 갈아넣어도 별 부작용없이 그저 풍미가 좋아지고 고기가 좀 더 연해지도록 도움을 주지만, 이에 비하면 키위는 연육효과가 상당히 강한 과일이라 소량만 넣어주어야 고깃살이 가루처럼 스르르 풀어져 버리지 않으니 늘 약간 모자란 듯 조금만 넣어주어야 아까운 고기를 망치지 않지요.
키위을 강판에 갈 때에는 키위 하나를 완전히 껍질 깍아서는, 겉부분만 돌려가며 갈아서 넣어 줍니다.
키위씨가 가득 몰려있는 중간부분까지 함께 갈아서 불고기 양념물에 섞어버리면 키위씨가 씹혀서 예민하신 분들께는 불고기 먹을때의 식감이 좀 떨어질 수 있어서, 좀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거죽만 갈아서 넣고 나머지 속은 그 자리에서 제가 먹어버리지요.
불고기 간장양념을 이렇게 넉넉한 스텐볼에다 만들어서 골고루 잘 섞어준 후에
준비한 쇠고기를 한장 한장 정성스레 펼쳐가며 양념물에 잘 적셔서 담궈 주었지요.
어쩌면 한국의 대표 음식이라고도 떠올릴 수 있는 이 쇠고기 불고기를 이제는 다른 나라사람도 아닌 우리들이 맘 놓고 먹을 수 없게 되어버린 지금의 현실이 너무 아이러니 합니다.
그나마 믿음이 가는 농협을 일부러 방문해서 한우라고 사 온 이 쇠고기로 양념불고기를 준비하면서 여러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
가장 중심 이슈가 되는 것은 물론 광우병 소고기 문제이지만 그로인해 더 무섭고 심각한 것은...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 대한 불신이 점점 더 이 사회에 팽배해져 간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기본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지도록 우리 모두가 애쓰고 있는 것이니...
지쳐가기도 하고 앞으로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결국은 한 방향을 향한 우리의 마음과 바램대로 옳은 방향으로 꼭 바뀔 수 있겠지요.
평범한 식사상이라 하지만, 양장피나 쌈무같이 색깔이 예쁜 접시 하나 놓으면 식욕이 더 살아 나지요.
쌈무를 말까 생각하다가, 나이드신 어른신 몇분이 드시는 상위에 큼직하니 한 접시를 쌈무로 채워 올리기에는 나중에 많이 남을 것 같아서 양장피나 해파리 냉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쌈무 같은 경우에는 좀 큼직하니 사이즈가 있는 접시에다 돌돌 말아 넉넉히 돌려줘야 보기에도 좋으니 특히나 젋은 손님들 수가 많은 집들이 같은 경우는 이렇게 만들어 두면 다들 예쁘고 먹음직 스러워서 한점 두점씩은 드시기 때문에 금새 접시가 동이 나게 되니 늘 빠지지 않는 인기메뉴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나이드신 어른신 모시고 단촐하게 식사하기에는 다른 찬들을 더 잘 드시니 쌈무는 겨우 몇 점 드시고는 남는게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러하니 날도 더운데다 저번에 한번 시원하게 해파리 냉채를 만들어 드셨더니 잘 드시던 기억이 나서 이날도 그렇게 준비하기로 정했습니다.
차가운 음식이니, 다른 재료는 다 이미 냉장고에 차갑게 준비된터라 먼저 계란지단을 부쳐서 식혀 두어야 겠지요.
샐러드용으로 6쪽으로 잘라지는 계란커터기에 이렇게 계란을 톡 터드리면 노른자만 동동 남지요.
이렇게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서는 각각 지단을 부쳐 주었습니다.
자그마한 직사각 후라이팬에 노른자를 먼저 부쳐 줍니다.
아무래도 부칠때부터 사각팬에다 부쳐줘야 낭비되는 것 없이 가지런하게 칼질도 잘 되지요.
나머지 흰자도 부쳐주었지요.
충분히 식어야 칼질도 예쁘게 나오니 바람드는 뒷베란다에 5분쯤 두었다가 칼로 가지런히 채 썰어 주었습니다.
오이도 돌려깍기 해서는 얇게 썰어주고 적채도 채 썰어 준비합니다.
생으로 비벼먹는 것이니 맛살보다는 조금 보드랍고 식감좋은 크래미 종류도 길이 맞추어 잘라 준비하고는 나란히 접시에 돌려 중간에 해파리만 얹어 주면 끝이지요.
이렇게 미리 준비해서 랩으로 재료가 눌리지 않도록 살포시 얹어주는 느낌으로 씌워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손님 오시면 겨자냉채소스만 돌려 뿌려내면 되구요.
역시 이 날 다들 이 해파리냉채 한 접시 모두 깨끗이 맛있게 비우셨답니다.
이제 손님상에 빠질 수 없는 잡채를 만들어 봐야겠지요.
저희 가족끼리 먹을때는 전기밥솥으로 너무 간단하게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이렇게 손님상에 올리는 잡채는 정식으로 재료도 다양하게 준비해서 하나하나 정성을 들입니다.
각종 재료 채썰어 당면을 제외하고는 각각 볶아내다가, 마지막에는 모두 한데 모아서 한번 더 양념이 똑같이 어우러지도록 잘 볶아 내 주지요.
그동안 당면은 옆의 큼직한 스텐볼에다 넉넉히 물 부어서 잘 삶아줍니다.
당면을 삶아낼 때에는 식용유나 해바라기유 두어스푼 넣어 삶아주면 더 면발에 쫀득쫀득 윤기와 찰기가 살아 나지요.
잡채를 볶아내는 큼직한 웍도 앞서서 콩나물을 삶아냈던 그 웍이랍니다.
부엌에서 요리할 때 다 만들어낸 음식은 재빨리 적당한 제 용기를 찾아서 옮겨 담고는, 조리기구는 그때그때 바로 깨끗이 세척해서는 바로 다시 사용합니다.
음식을 많이 만들때에는 이런식으로 하는게 부엌도 복잡치 않고 설거지도 그때그때 쌓일 일없이 바로 줄어들어서 더 부엌일이 수월하지요.
잡채도 한번 만들 때 이렇게 푸짐하니 넉넉하게 만들어서, 손님들 대접도 하고 시부모님께도 밀폐용기에 담아 챙겨 드립니다.
그리고 나서 남는 양은 우리 가족도 며칠동안 냉장고에 넣어두면서 두고두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손님 오신 며칠동안은 불 앞에서 서성일 필요없이 그저 전자렌지의 도움만으로 뜨끈뜨끈 금방한 듯 맛난 반찬들을 거져 먹는 느낌입니다.
잡채는 냉장고에 갈무리 할 때 1번 먹을 분량으로 미리 나누어 갈무리 해 두어야, 잡채를 모두 한꺼번에 통째로 냉장고에서 뺏다 넣었다 할 일이 없으니 빨리 상하지도 않고 더 좋지요.
아이들이나 남편이 생선을 좋아하니 냉동실에 생선 서너종류는 늘 바로 굽거나 지져먹을 수 있도록 손질해서 한마리씩 분리포장해서 넣어두고는, 아침상에 하나씩 꺼내어 수월케 구워 먹습니다.
시부모님께서는 기름기 많은 음식보다는 담백한 것을 즐겨드시는지라, 평소에도 생선도 기름에 지글지글 구워내는 것보다는 미리 소금간 된 생선 자체만 부드럽게 쪄 낸것을 좋아하시지요.
어쩌면 일년 내내 가장 많이 꺼내쓰는듯한 오래된 저희집의 큼지막한 스텐볼은 생선 쪄내기에도 아주 좋은 주방도구랍니다.
스텐찜기 밑에 얹어놓고 자작하게 물 부은 뒤 생선 올려서 뚜껑덮어 쪄내려면 스텐볼은 깊이도 어지간히 있는데다 지름이 충분히 넓은지라, 찜기를 중간에 놓고도 어지간히 큼직한 생선도 두어마리 얹어서 충분한 공간에서 아주 수월케 쪄낼 수 있어서 좋아요.
냉동실에 있던 조기 2마리 꺼내어 이렇게 준비해서 불위에 올려 쪄낼때에는, 팬에 구울때처럼 온 사방에 기름튀거나 집안에 생선굽는 냄새 가득할 일도 없구요.
스텐볼이라 전용뚜껑은 따로 없지만 웍 뚜껑이 여기에 딱 맞으니 늘 이렇게 함께 맞추어 쓰지요.
조기종류를 맛있게 쪄 내는 법 한가지 알려드릴께요.
소금간 된 조기를 물기없이 키친타월 등으로 잘 닦아서 생선살이 살짝 촉촉하니 탱탱한 상태에서 보통 한마리 당 참기름 1스푼 정도 양을 사용해서는 한 손에 위생장갑 끼고는 조기몸 앞뒤로 참기름 맛사지를 해 줍니다.
이렇게 한 후에 찜기에 올려 쪄주면 생선살에 윤기가 자르르 돌면서 더 탄력있고 야들야들 맛있는 생선찜이 됩니다.
따로 참기름 특유의 맛이 특별히 느껴지지 않으면서 생선에서 묻어나올 수 있는 특유의 생선비린내도 이 참기름 향에 중화되어 없어지구요.
이제 어지간히 다 준비가 되었으니 김치나 곁들이 밑반찬등을 미리 가지런하게 반찬그릇에 옮겨 둘 때지요.
준비해 둔 상추와 깻잎 같은 쌈채소도 미리 씻어서 물기 빼어 바로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각종 쌈장과 초고추장, 초간장 등은 이 때 함께 만들어 종지에 담아서 준비해 두지요.
여기까지 끝나면 언제나 거의 손님상의 마지막 준비는 파전입니다.
다른 종류의 전들은 전날 미리 부쳐 놓거나 오전쯤에 만들어 두어도 괜찮지만, 파전이나 부추전등은 미리 만들어 놓은 것 데워내는 것과 금방 파삭파삭하게 무쇠팬에다 구워내는 맛도 있고 손님에 대한 성의나 배려가 더 많이 느껴지지요.
이날은 잔파와 부추를 섞어서 부쳐낼 터인지라, 파전재료로 잔파와 부추, 양파 조금, 그리고 홍합도 깨끗이 구석구석 뭉쳐있는 찌꺼기들을 떼어내어 준비해 두었지요.
파전이나 부추전을 부쳐낼 때에 양파를 꼭 함께 채썰어 넣어 부쳐내면 중간중간에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양파맛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손님상을 차릴 시간이 임박해지면, 이제 기본찬들을 식탁위에 올려놓기 시작하면서 불 위에 이렇게 불고기와 파전을 함께 올려 줍니다.
노릇노릇 파삭하게 파전은 몇장씩 계속 구워내지요.
기왕 무쇠팬에 기름칠 달궈가며 구워내는 거라 달랑 한 장만 굽는게 아니라 반죽 만들어 놓은 것은 다 구워두었다가 시부모님 가실 때 너댓장 싸 드리면, 방금 한 맛보다는 떨어져도 한 이틀정도 냉장고에서 한장씩 꺼내어 전자렌지나 후라이팬에 바로 데워드시면 맛있게 드신다고 하시지요.
물론 이렇게 구워 두었다가 남는것은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저희도 이틀정도는 잡채와 함께 전자렌지에 데워서 이 파전도 실컷 먹습니다.
파전은 초간장에 찍어먹어도 맛있지만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맛도 일품이예요.
이렇게 불고기와 파전을 계속 구워내면서 가스렌지 뒤쪽에 한 구 남은 자리에다 냄비를 올려서 이제 오징어 데칠 준비를 합니다.
야채와 섞어서 초장에 비벼낼 것이 아니면, 데쳐서 먹는 오징어는 바로 데쳐서 그자리에서 쓱쓱 썰어서 김이 나게 뜨끈뜨끈하게 내면 더 먹음직스럽고 맛도 좋은 것 같아요.
특히나 나이드신 어른신들께서는 차가운 냉채류보다는 따끈한 먹거리를 은근히 더 좋아하시기도 하구요.
이렇게 데쳐낸 오징어도 도마위에 올려 한입크기로 그냥 편안하게 쓱쓱 썰어내기만 하면 되지요.
오징어무침이나 골뱅이무침으로 만들어서 단품으로 식탁에 올려서 집중적으로 빠른 시간안에 먹기 좋도록 술안주나 밥반찬등으로 곁들일때에는, 벌겋고 맛깔스럽게 양배추같은 야채들과 초장에 버무려 내어도 좋겠지요.
하지만 이것저것 다른 반찬류가 많을 경우에는 미리 야채와 섞어서 초장에 버무려 내는 경우보다는 이렇게 오징어 데친 것만을 접시에 담아 초장을 따로 곁들여 내는것이, 끝까지 깨끗하고 보기좋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무침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접시에 뻘건 고추장국물이 흥건하게 고이게 되니 다른 반찬이 많고 식사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에는 일부러 이렇게 해서 접시에 잘 올리지 않게 되지요.
밥과 국을 올리기 전에 이렇게 준비한 찬들을 올린 그 날의 상차림이예요.
어른들도 아이들도 비좁게 나란히 둘러앉아 한 끼 배불리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속에서 함께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나누었답니다.
평소에 다들 즐겨 만들어 드시는 친근한 음식들이고 계절을 타지않는 메뉴들인지라, 이런 일상의 상차림으로 어른신들과 함께 혹은 가까운 지인들과 한 끼 식사를 하셔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별로 끌릴것도 없는 밥상이지요? ^^
화려하지도 않고... 특별나지도 않은 평범하고 소탈한 메뉴로 차린 상이지만...
마음과 성의가 담긴 이런 한 끼 밥상에...
여러분도 오셔서 함께 하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재료 손질하면서 중간의 과정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봅니다.
할수만 있다면 접시마다 넉넉하게 음식 담아...
많은 좋은 분들과 편안한 자리로 꼭 함께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쉽지만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같이 드셨으면...
밤낮으로 피곤에 젖어서도 온갖 걱정으로 제대로 잠 못 이루는 요즘일텐데...
모두들 힘 내시구요.
마음도 몸도 쉬이 지치지 않고 다가오는 여름도 건강하게 맞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