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시간이 훨씬 여유로와진 게, 편하면서도 어찌나 헐렁헐렁.. 허전한지...
문득 지난 제 생일 때 남편이 차려준 생일상 사진이 생각나 올려 봅니다.
예전에 올렸던 것 같기도 하고..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 없네요.

제 생일 전날 밤, 남편이 낼 아침은 밥 안 먹을 거라고 하는 말이 수상해서(?)
냉장고를 열어 뒤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ㅋ~ 여의도 물가 비싸다고 용산 이마트까지
가서 장 봐오는 아내를 닮아 알뜰하게도 이마트에서 장을 봐왔군요.
국물용 양지머리에 양념불고기, 거기다 후식으로 과일까지. 나름 숨겨둔 건가 봅니다. ㅎㅎ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간신히 참고, 사진 한방 찍고는 모르는 척~

잠 많은 오빠가 새벽부터 일어나 주방에서 부스럭부스럭 뭔가를 하더군요.
전 슬쩍 일어나서 작은 방으로 갔습니다. 컴퓨터가 켜져 있더군요. 모니터엔 미역국 레서피가
담긴 브라우저가 대여섯개가 떠 있구요. 저기 선택한 게시물 제목 좀 보세요.
미역국 끓이는 법 자.세.하.게 ^^

짜잔~ 완성된 미역국이랍니다! 그 맛은... 말로 표현 안해도 잘 아시겠죠? 정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미역국이었어요~ 나중에 아기 낳아 길러서 그 아이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먹기
이전까지는 최고의 맛이 아닐까 싶네요. ^^

비록 양념되어 있는 불고기를 사와서 볶기만 했지만, 머리 굴려서 메뉴 선정했을 오빠의
정성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감격적인 요리죠.

자~ 왕후의 생일 밥상 되겠습니다! ^.~ 이거 다 차리고, 식탁에 앉는 오빠 모습은 100M
달리기를 10번은 한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도대체 너는 어떻게 그런 걸 다 그렇게 후딱 차리냐? 난 1시간 넘게 했는데도 한게 없네."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오빠의 뒤로 얌전하게 꺼내어 놓은 달걀 두개가 보이더군요.
달걀 후라이도 할 생각이었는데, 엄두가 안났나 봅니다. ^^;

후식으로 과일에 마까지 타줬구요. 아침마다 남편이 저 먹으라고 요구르트에 마를 타줘요.
제가 아침 밥을 잘 안먹기 때문에 남편만 밥 차려주고 전 빈 속에 출근하거든요.
<맛대 맛>에서 마가 위장에 좋다는 말을 듣더니 당장 인터넷 검색해서 주문하더라구요.
제가 소화가 잘 안되는 편인데, 정말 마 덕분인지 요즘은 많이 좋아졌어요.
물론 남편의 정성도 한 몫 했겠죠?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엔 마 타 먹고 오는 걸 깜빡 했네요.
늘 곁에 있던 남편이 없으니, 시간은 훨씬 여유로와졌는데, 빼먹는 건 더 많아지네요...
맨날 내가 다 챙겨줘야 한다고 투덜 댔는데, 제가 받는 게 더 많았나 봐요.
출장에서 돌아오면 승질 안 부리고, 잘 해줘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