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면 무시하지 않고 돌보기, 요즘 가능하면 지키려 하는 중인데요
어제 밤 나고야 성 사진 정리하다가 흘러내리는 콧물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약먹고 일찍 잤더니 한결 개운하네요.
금요일 하루 종일 나가 있을 상황은 못 되어서 오전 건축사 수업을 제끼고 대신 아들이 학교 가기 전 소파에 앉아서
오늘 진도를 다 읽었습니다. 그래야 오전에 한가로운 마음으로 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성안에도 모형으로 축조해놓았더군요.
나고야 성을 보다가 든 생각, 한 중, 일 세 나라의 건축물을 비교하면서 시각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을 구해보면 좋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이상하게 제 머릿속에 동남아시아, 서남 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들어 있지 않고 우선 동아시아, 그리고 유럽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루는구나 왜 그럴까 다시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지요.
무슨 내용인지 차분히 읽어볼 시간이 없어서 일단 사진을 찍었습니다.
집에 와서 기회가 되면 자료를 찾아보고 싶어서요.
지리적으로는 가깝고 정서적으로는 먼 나라, 그 나라에 딸이 일하러 가게 되면서 제겐 빼도 박도 못하고 관심을 갖게 되는
나라가 되었네요. 한일관계가 어색하게 되면 아이가 일하는 곳에서 다른 동료들과 껄끄럽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요.
다 큰 아이라서 스스로 알아서 하겠지만 그래도 엄마는 엄마라서 완전히 아이로부터 독립하기는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입구에서 본 그림들이 원래는 이런 식으로 배치되어 있었다는 설명이 되어 있네요.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잡아서 그 안에서 그 공간을 느껴보게 하는 것, 그것이 제가 사진찍기에 관심 갖는
이유중의 하나인데요, 나고야 성에는 상당히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와서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안에 원래 있던 시설을 보여주는 것인데요
수요일에 일요일에 에도 건축 박물관에 가서도 재미있는 에도시대, 메이지 시대의 건물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이미 이 곳에 없어도 건물은 ,책은 , 그림은 남아서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는 현장, 한 번 존재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기억을 남긴다고 생각하니 하루 하루 사는 일의 무게감이 확 느껴지던 시간이었지요.
다른 무엇보다도 저를 사로잡는 것은 역시 색입니다.
그림이라고 해도 좋지만 오히려 색이라고 혹은 빛과 명암이라고 해도 좋고요.
목요일 수업하러 갔을 때 멤버중의 한 명이 물어보더군요. 일본에 무슨 그림이 있어서 보러갔냐고요.
무슨 그림이 있냐고요? 엄청 있더라고요. 그랬더니 흥미를 보여서 책을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공간은 하나이지만 각자의 기억에 아로새겨진 공간은 얼마나 다양한 이미지로 남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간이었기도 하고요.
아버지와 딸이 함께 와서 어린 손주를 품에 안고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눈에 띄어서 찍어보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 히메지성과 오사카 성을 이미 본 상태라서 나고야 성에 가면 감흥이 있으려나 했지만 우선 읽고 말하기가
가능해지고 나니, 게다가 건축물에 관한 흥미를 갖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심이 펄펄한 점, 이런 것이 플러스 요인이 되어
나고야 성을 보는 일이 훨씬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이 공간을 보고 나서 에도 시대 공부를 하다보면 어디선가 이 공간과
만날 것 같은 예감도 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