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키톡엔 뜸하긴 했지만, 먹는 건 잘 챙겨 먹었습니다.
사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는데, 마음이 심란하거나 일로 스트레스 받으면 요리로 힐링이 되는
타입인지라 다른 때 보다 밥상에 힘이 좀 더 들어갔던 것 같아요.
대신 무더위에 후딱후딱 그럴 듯하게만 차려내다 보니 과정샷은 없어요.
이제 제 주방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으니 차분히 과정샷도 찍어가며 요리 초보자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겠죠? ^^
주말에 서너가지 나물 무쳐두면 수, 목요일 쯤 간당간당 하죠. 그럴 때는 돌솥비빔밥으로 화려한 변신을.
싱싱한 쭈꾸미나 낙지가 있으면 이렇게 거실에 철퍼덕 앉아 다른 반찬 없이 샤브샤브 해먹어요.
해물육수가 진해서 칼국수 먹고도, 기어이 밥까지 싹싹 볶아 먹게 만든다죠.
해물육수 낼 때는 멸치+새우+다시마+대파뿌리에 황태머리를 넣고 푹푹 끓여줍니다.
햄버거 패티에 반숙 달걀만 얹어도 그럴 듯한 스테이크가 탄생 해요. 달걀 모양이 안 그럴 듯 하네요. ^^;
왜 주말이면 레스토랑 놀이가 그리 하고 싶어지는지.
연어와 브로콜리, 양파, 마늘만으로도 그럴 듯한 연어스파게티가 탄생합니다.
오늘 포스팅의 주제는 '그럴 듯한'인가 보아요. ^^;
튀김 요리 잘 안 먹는데, 꼭 이상하게 여름이면 통과제의 처럼 닭튀김을 해먹습니다.
레시피는 여기 있는데, 치킨가루가 절판 됐다더군요. 닭고기에 밑간만 잘하면 밀가루와 전분 만으로도
바삭한 튀김옷이 되더라구요.
선물 받은 그릇 세트예요. 무슨 판촉물이라는데, 제법 튼튼하고, 제 그릇들이 죄다 흰색 계열이라
이런 거 일부러 사자면 선뜻 손이 안가겠지만 있으니 기분 전환으로 아주 요긴하게 쓸 것 같아요.
개시를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가장 자신 있는 김밥으로 해봤는데, 좀 어울리나요? 김밥이 넘 중후한가 ^^;
여름엔 뭐니 뭐니 해도 모밀국수죠~ 올해 첫 모밀국수라 제대로 좀 해본다고 김가루도 따로 차렸네요. ^^;
육수는 시판 쯔유 사다가 간단하게 했어요. 아, 너무 늘어놔서 안 간단해 보이죠?
그럼 이건 어떠세요? ^^
꽝꽝 얼려둔 멸치육수를 깨서 시판 쯔유를 부어준거예요. 삶아 찬물에 빠닥빠닥 씻어 찰기를 더하면서
열기를 내린 메밀면에 대파만 쓱쓱 썰어 넣었는데도, 식당에서 먹는 냉모밀 부럽지 않았어요.
시판 쯔유라 식당 맛? ^^;;;
여름이니까 냉면은 필수~ 집에서 냉면 해먹으면 좋은게, 저렇게 사리를 양껏 넎을 수 있다는 거.
곰국 끓일 때 사태도 같이 넣어 삶아 얇게 저며서 냉동시켜 놨다가 저렇게 활용합니다.
달걀이 삐뚤삐뚤. 아직 달걀 요리 앞에서는 겸손해지는 초보자라.
잘 익은 열무김치만 있으면 뚝딱. 열무김치국물을 얼려뒀다가 부어주면 다 먹을때까지 입안이 얼얼해요.
콩국수도 역시. ^^ 콩물을 양갱틀에 얼려서 동동 띄워줬구요, 지난 여름엔 콩물 정말 열심히 내서
먹었는데, 올해는 남편이 입원하는 바람에 콩껍질 깔 엄두가 안나 맛보기로 두어번 먹고 끝냈어요.
그리고, 참 자주 해먹은 냉국. 보통 미역냉국 많이 하는데, 저렇게 다시마를 넣으면 쫄깃쫄깃한 식감이
있어서 좋더라구요. 냉국에는 재료가 동동 떠서 어울려야 하니까 최대한 얇게 썰어주는 게 포인트인것
같아요. 냉국은 국과 나물 역할을 동시에 해서 찬가짓수 줄여주는 효자죠. ^^
만두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나름 머리 굴려본 메뉴인데요, 꽁꽁 얼려둔 멸치육수와 막 쪄서 냉수에 한김
식힌 물만두와의 만남이예요. 시원한 얼음육수 때문에 만두피가 쫄깃하게 살아나면서 만두 속은
살짝 열기를 품고 있는, 만두국의 정체성은 잃지 않은 여름만두국이죠. ^^
날씨가 선선해져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욕심이 불끈 불끈 솟아나는 요즘인데, 주말 지나 태풍이 온다고
하니 또 걱정이 많이 되네요. 비바람 헤쳐가며 출근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게
그저 고맙고, 다들 그렇게 힘들게 사는데 저만 편히 있는 것 같아 또 자꾸만 부지런을 떨게 됩니다.
이따 남편 일어나면 아침은 토스트로 간단히 떼우고, 점심은 아욱된장국에 불고기 볶아 먹으려구요.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주말이지만 굴하지 않고 건강한 식사해요,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