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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렘브란트의 유산-2

| 조회수 : 1,691 | 추천수 : 129
작성일 : 2008-11-09 13:00:45


   일요일,아이들이 아직 깨지 않은 시간,아주르와 아스마르

디브이디를 보았습니다.

책으로 반한 것을 디브이디로 보니 더 증폭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색감이 이렇게 아름답다니,이상하게 애니매이션의

세계에 입문하지 못하고 있던 저로서는 색다른 시간이었습니다.

이슬람을 알리는 이 애니매이션이 불어로 진행되는 점이

마음에 걸리네요.물론 프랑스 사람이 만든 것이라

당연한 것이지만 한때 문화제국을 이루었던 이슬람이

자체 제작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에서일까요?

늦은 아침을 차려서 먹고 설겆이를 한 다음

수업시간이 시작되기 전의 여유시간,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지난 번 시작한 렘브란트 그림보기를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렘브란트,그림에 대해서 거의 모르던 시절,처음 간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발길을 떼기 힘들게 여러 번 왔다갔다

했던 그림이 있습니다.

그 그림속의 늙은 남자가 바로 렘브란트의 그림이었는데요

그렇게 만난 화가,그리고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을 통해서

저는 전혀 인연이 없었던 세계랑 만났습니다.

금요일 밤,음악회 마치고 모인 사람들가운데서 그림과

음악,어느 것이 더 접근하기 어려운가 하는 이야기를 하던 중

제가 그림에 입문하게 된 것이 딱 마흔살때 일이라고

그 전에는 미술관에 간 기억이 거의 없다고 하니

함께 있던 사람들이 놀라더군요.

정말인가? 하는 시선을 받으면서 대답을 했습니다.

그 대신 좋아하게 된 순간부터 거의 매일 그림에 관한

책을 보았으니 시간으로 하자면 십년 조금 넘은 세월이지만

실제로는 농축된 시간을 풀면 한 이십년 그림을 본 것이나

마찬가지일까? 혼자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것에 비하면 음악에 관심갖게 된 시기는 훨씬 빨랐지만

늘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하곤 했지요.물론 주로 책을

읽는 것이었지만,그래서 실제로는 음악에 깊이 빠져서

음악의 맛을 흠뻑 느끼게 된 것은 연주회에 정기적으로 가게

된 최근 이년간의 세월이 음악과의 진정한 만남이 된 것은

아닐까,그러니 세월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세월속의

농도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렘브란트의 첫 부인 사스키아가 죽고 나서 어린 티투스를

키우는 일이 대단히 힘든 일이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림그리는 일이외에는 별로 신경을 못 쓰던

렘브란트는 하녀에게 그 일을 맡겼고 그 사이에

한 명의 하녀와 정을 통하는 사이가 되었지요.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바로 이 하녀이자 나중에는

아이도 함께 낳은 그녀,렘브란트가 정신적으로도 의지했던

여성이지요.그런 의미라면 부인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당시 사회에서는 커다란 스캔들이 되어

그녀는 교회에서 파문을 당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여성만이 파문이라니 참 어처구니 없는 시대로군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은 어떤가,달라졌다고

해도 무엇이 크게 변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일입니다.

그러자 처음의 하녀는 정신적으로 무너져서 결국 정신병원으로

가게 됩니다.그 대목을 읽을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여성이 사랑할 때 왜 더 약한 존재가 되는 것일까?



잠자는 헨드리케의 모습입니다.

렘브란트가 그녀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가

느껴지는 작품이네요.



이 그림은 어제 읽은 주니어 클래식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카톨릭과 개신교의 그림이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는 곳에서 본 그림이네요.

베버의 책에 손쉽게 접근하기 위해 고른 그 책에서

여러 도판을 많이 보았는데 그 중에서 그림이 여러 장이

들어있어서 참 신선한 느낌이었지요.

그런데 바로 도판중의 하나를 오늘 만나니 신기한 인연이

느껴집니다.아,이렇게 이어지는구나하는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를 읽다가 종교개혁의 실제 모습은

사실은 자본가들을 위한 개혁이었다는 묘한 대목을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그래? 그렇게 보는 시각이 있구나

참 의외로구나 그냥 그렇게 읽고 넘어갔었는데요

어제 읽은 책에서 칼뱅의 교리가 우세한 지역에서

주로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그들이 바로 산업자본가로

발돋음한 사람들이란 대목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영국,프랑스의 위그노

그래서 이 시기의 네덜란드 그림에서 이국적인 요소가

자주 등장하고 특히 무역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부를

이용하거나 과시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직업을 나타낼

그림,혹은 집에서 소유하고 바라볼 그림을 주문할 수 있었구나

그렇게 연결고리가 생겨나네요.



렘브란트의 유산에서 보니 이 그림이 최근에서야 렘브란트의

그림이란 것이 밝혀진 개인소유의 그림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정보를 읽기 전과 읽은 후,그림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는
것이 참 재미있는 점이기도 하네요.

그러니 눈이란 늘 같은 눈이 아닌 것이겠지요

비발디의 첼로에서 시작하여 바흐의 첼로,쇼스타코비치의 첼로

그러다가 하이든의 첼로에 이르기까지 첼로로 정신이 부른

일요일 오전을 보내고 이제 정말 일어나서 나가야 할

시간이네요.

살아있다는 실감이 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제부터
    '08.11.9 1:24 PM

    재미있게 잘 써 주시네요.

    저도 한때는 미술관 순회가 취미였는데,
    그런데 저는 그냥 그림 감상으로 끝나고,그림에 대한 지식은 없는데...

    저도 다시 배우고 느끼게 자주 글 올려 주세요.

  • 2. 카루소
    '08.11.9 1:52 PM

    비발디 첼로 소나타 E단조 Antonio Vivaldi (1678∼1741)




    1악장 (Largo)


    2악장 (Allegro)


    3악장 (Largo)


    4악장 (Allegro)

  • 3. 새벽소리
    '08.11.9 10:54 PM

    intotheself님 참 좋네요.
    당신을 따라 음악들으며 그림에 관심을 기울이며
    감성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 4. 발상의 전환
    '08.11.10 12:40 AM

    렘브란트, 색감이 너무 좋아서 좋아하는 작가에요.
    이번에 전시회도 한다니 남편에게 애 부탁하고 혼자라도 가 볼 생각입니다.
    덕분에 너무 좋은 감상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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