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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어느 남편의 일기.....

| 조회수 : 2,722 | 추천수 : 41
작성일 : 2008-02-04 00:16:30



    Pardonne-moi / Nana Mouskouri
    영상이 플레이 되지 않으면 윈미플 꾸욱...

      저는 결혼 8년차에
      접어드는 남자입니다.

      저는 한 3년전 쯤에 이혼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그 심적 고통이야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못하죠.

      저의 경우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아내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저도 회사생활과 여러 집안 일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구요.

      순식간에 각방쓰고
      말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대화가 없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갔구요.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밉게만 보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혼의
      타이밍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시무룩해지고
      짜증도 잘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그런 아이를 보면 아내는
      더 화를 불 같이 내더군요.
      계속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 것이 우리 부부 때문에
      그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요.

      가끔 외박도 했네요.

      그런데 바가지 긁을 때가 좋은 거라고
      저에 대해 정내미가 떨어졌는지
      외박하고 들어가도 신경도 안쓰더군요.

      아무튼 아시겠지만 뱀이 자기 꼬리를 먹어
      들어가듯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러기를 몇 달,

      하루는 퇴근길에 어떤 과일 아주머니가
      떨이라고 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다 사서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주방 탁자에 올려 놓고 욕실로
      바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아내가 내가 사온 귤을 까먹고 있더군요.

      몇 개를 까먹더니 "귤이 참 맛있네"
      하며 방으로 쓱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내는 결혼 전부터 귤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하고,

      결혼후 8년 동안 내 손으로 귤을 한번도
      사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던 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생각치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 뭔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예전 연애할 때, 길 가다가 아내는
      귤 좌판상이 보이면 꼭 천원어치 사서

      핸드백에 넣고 하나씩 사이좋게
      까먹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져서
      내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답니다.



      시골집에 어쩌다 갈때는 귤을 박스채로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 간이나

      몇 백원 안하는 귤 한 개 사주지 못했다니
      마음이 그렇게 아플수가 없었습니다.

      결혼 후에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 되었다는 걸 알았죠.

      아이 문제와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말이죠.

      반면 아내는 나를 위해 철마다 보약에
      반찬 한가지를 만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말이죠.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그 과일
      좌판상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샀습니다.
      저도 오다가 하나 까먹어 보았구요.

      며칠전 아내 말대로 정말 맛 있더군요.
      그리고 살짝 주방 탁자에 올려 놓았죠.

      마찬가지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 이 귤 어디서 샀어요? "

      " 응 전철 입구 근처 좌판에서 "
      " 귤이 참 맛있네 "



      몇 달만에 아내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도
      몇 알 입에 넣어주구요.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 시켜서
      저한테도 건네주는 아내를 보면서

      식탁 위에 무심히 귤을 던져놓은 내 모습과
      또 한번 비교하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듯 집안에
      온기가 생겨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제가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사이가 안
      좋아진 후로는 아침을 해준적이 없었는데.

      그냥 갈려고 하는데, 아내가 날 붙잡더군요.
      한 술만 뜨고 가라구요.

      마지못해 첫 술을 뜨는데,
      목이 메여 밥이 도저히 안넘어 가더군요.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같이 울구요.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다는 한마디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부끄러웠다고 할까요.

      아내는 그렇게 작은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 일에도 감동받아

      내게로 기대올 수 있다는 걸 몰랐던 나는
      정말 바보 중에 상바보가 아니었나 싶은게

      그간 아내에게 냉정하게 굴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후, 우리 부부의 위기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은
      싸우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귤이든 뭐든 우리 사이에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주위를 둘러보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느 남편의 일기 -


예전에 한참 지난 일기인데..

뭔가 느끼게 해주네요,,순간 울컥 했네요..ㅎㅎ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캔디
    '08.2.4 12:55 AM

    세살딸래미가 초저녁에 자고 여태안자는것을 억지로 안아 재우고 나니..제가 또 잠이
    안오는군요..
    살며시 나와 컴에 앉아서 님의 페이지를 찾았습니다..
    저흰 만 4년차 부부입니다..
    ㅎㅎ 아직 한번도 싸운적은 없어요..
    착한 남편 그저 열심히 돈벌어다 줍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 해서 행복에 겨워 삽니다..
    님이 올리신 남편의 일기를 보니...코끝이 짠해집니다..
    내일은 제가 귤을사서 남편께 드려야 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 2. 금순이
    '08.2.4 7:44 AM

    카루소님 오늘도 아름다운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그래도 이남자는 느낄줄 아는 남자네요.

    부부가 살다보면 조그마한 것에 상처받고 감동하기도 하지요.
    서로 배려하는 맘 조금 있다면
    우리는 행복할수 있는것 같아요.

    우리모두 2008년엔 행복한 가정
    사랑이 넘치는 가정 만들어봐요.

    음악도 참 좋으네요.

  • 3. 이천사 맘
    '08.2.4 9:35 AM

    역시 결혼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 아닌가합니다
    주말 맘에안드는 서로의 모습을 곱씹다가 가여워하다가 그랬습니다
    그래도 그1%의 기쁨들이 나머지 노고를 잊게합니다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 4. 자연맘
    '08.2.4 12:12 PM

    현명한 남편입니다.

  • 5. 수레국화
    '08.2.4 12:50 PM

    가슴이 찡하니 울컥 눈물이 나네요.
    전에도 어디선가 한번 읽었던 글이지만 좋은 음악과 함께하니
    감동이 배가 되네요.

  • 6. 산책
    '08.2.4 2:06 PM

    부부란 커다란 그무엇보다도 작고 사소한 것에서 서운해하고 행복해하는것같아요..
    서로에게 자그마한 관심을 갖고 대한다면 말이죠...

  • 7. 천하
    '08.2.4 5:17 PM

    곁에 있으니 쉽고 가볍게 생각한 탓이겠죠..
    서로에게 더욱 잘해야되는 철칙을 지켜야하는데 말입니다.

  • 8. 젊은 할매
    '08.2.4 5:57 PM

    축하 합니다, 위기를 잘 넘겨셨군요, 요즈음 젊은이들은 너무 쉽게 이혼하는데 원인을 깨보면 별일 아닌데 자존심이 강헤 서로 굽히지 않는 탓이지요 ,그래서 아이에게 죄짖고 후회해도 소용 없는일,참 안타갑습니다, 아무튼 다행이고 슬기롭게 대처 했군요.짝...손벽 쳐 드릴게요.

  • 9. happycooks
    '08.2.4 7:32 PM

    비소리와 함께 감동이 새록새록합니다. 누구나 그런 때를 겪었기에 공감하는거겠지요. 나이먹으면서 더더욱 너그러워지고 옆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는거 느끼고 있습니다.

    언제나 잔잔한 감동과 기쁨을 주시는 카루소님댁에도 새해에는 좋은 일이 무성하기를 빕니다. 올한해 님덕에 많이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 10. 카루소
    '08.2.5 12:24 AM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1. 앤 셜리
    '08.2.5 1:21 AM

    저 이 글 퍼가도 되나요?
    퍼 갈께요!!
    저두 울컥합니다.

  • 12. 행복밭
    '08.2.5 9:45 PM

    무심코 읽은 글이 가슴 뭉클하게 만드네요.
    익숙해졌기에 더욱 모든면에 무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걸 깨닫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복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 13. 햇볕쨍쨍
    '08.2.5 10:44 PM

    눈물 줄줄~~
    요즘같이 자극적인 영상이 넘쳐나는 세대에 오히려 이런 잔잔한 미담이 큰 감동을 주네요^^
    감사해요..
    저두 카루소님 왕팬이랍니다 ㅋㅋ*^^*

  • 14. 카루소
    '08.2.6 12:46 AM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5. 은파각시
    '08.2.6 8:32 AM

    이 아침에 기어이 눈물을 흘리게 하시네요..

    살아가면서 한번씩은 꺼내여 읽어볼까합니다.

  • 16. 카루소
    '08.2.8 10:32 PM

    은파각시님??

    혹시 궁금해서요..

    부군 성이 조가, 아님 홍가 아니 옵니까?

    뭔가 잘은 모르겠지만 매치가 된다는..캬캬!!

  • 17. 푸른두이파리
    '08.2.13 12:31 AM

    남자들은 여자들이 큰걸 바란다고 착각하는데서..모든 오해가 생긴다는..
    작은 관심에...큰감동을 먹는..여자들을 이해만 한다면...
    작은 다이아몬드를 좋아하는 두이파리는 아직 감동 먹은 일이 없다는...ㅋ

  • 18. 망고
    '08.2.14 12:36 PM

    울컥하네요~~

  • 19. 카루소
    '08.2.16 12:30 AM

    푸른두이파리님, 망고님..*^^*
    항상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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