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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재활원 두번째 이야기 - 힘의 논리

| 조회수 : 5,289 | 추천수 : 6
작성일 : 2012-05-17 10:36:27

키톡인데 말이지요...

드뎌 그분이 가셨어요... 디카... 구식디카...

차마 내손으로 내치지 못하고 여태 동행했는데 그분이 가시기에 쾌재를 불렀다는...

dslr... 그거 꼭 갖고 싶어서 고대했거든요.

그런데 돈이 없어서... ㅋㅋ 당분간 음식사진 없거나 빈약해도 나무라기 있기없기???

 

 

재활원에 출근한지 벌써 두달이 다 되어갑니다.

그 사이 남편이 막걸리맛을 알아버려서 날마다 야곰야곰 한잔씩 홀짝거리기에

저도 덩달아 같이 홀짝거렸더니 이제 살은 안빠지려나봐요 ㅡ,.ㅡ;;

그렇지만 둘다 열심히 일하고 들어와서 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하루동안 쌓인 갈증을

막걸리 한잔으로 푸는 맛도 참 좋네요.

막걸리는 각 지역마다 브랜드가 다르니 가는곳마다 한병씩 사서 맛을 보기로 했습니다. ㅋㅋ

 

 

여전히 저는 꼭두새벽에 아이들 밥해주러 갑니다.

이젠 제법 친해져서 배식시간마다 하이파이브 하자는 친구들도 많아졌어요.

꼭 따라하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이라 홈런타자처럼 아예 팔을 들고 있어야할때도 있어요^^;;

우리 아이들은 매일 영양사님이 짜주시는 식단에 따라 일희일비합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도 입맛은 영락없는 아이들 입맛입니다.

인스턴트식품 좋아하고 라면... 킹왕짱!  짜장,카레? 애정합니다.

부침개종류 싸랑해주시고 달콤짭짤한 마른반찬은 홀릭하지만

나물, 겉절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반찬....

 

 

이러다보니 맛있는 반찬 나오면 엄마들에게 아부하듯 애교도 부립니다.

반대로 싫어하는 반찬 나오면 엄마들이 몸에 좋단다, 키커진단다, 이뻐진단다,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하지만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중엔 밥을 무척이나 많이 먹는 친구도 제법 있습니다.

꼭 그렇진 않겠지만 제게는 허기진 애정을 밥으로 채우는듯 보여서 짠하기도 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실컷먹고 식판내놓고 아무일 없다는듯 휭 가버리지만요^^

 

 

제목에도 썼지만 이곳의 순진하고 단순한 아이들에게도 힘의 논리가 있습니다.

일단 식사시간엔 주방을 돕는 미현이가 왕입니다.

배식시간에 까불거나 더달라고 떼쓰거나 식판을 세게 던지거나 하면

미현이가 여지없이 소리를 지릅니다. 그럼 아이들은 열에 아홉은 조용해집니다.

수년간 주방에 있던 터줏대감이니 미현이에게 밉보이면 굶는줄 압니다.

곁에서 보고 있으면 참 재미있지만 미현이는 정말 진지하게 아이들위에 군림합니다.

 

 

엄마들-주방식구들-중에도 아이들에게 서열1위는 밥을 퍼주는 왕엄마입니다.

저를 비롯한 다른 엄마들 앞에서는 까불고 떼쓰고 하지만

왕엄마는 "밥안준다"하는 으름장이 한번도 실패하지 않는 구호입니다.

어설픈 제가 몇번 따라해보았지만 어림택도 없습니다.

특히 청이와 창민이는 더욱 그렇습니다.ㅋㅋ

 

 

정신연령이 아이들인지라 크든 작든 이 아이들도 항상 티격태격합니다.

그럴땐 항상 주먹센 녀석이 왕이지만

이유없이 치고 빠지는 아이에겐 못당합니다.

이 재활원은 건물이 두곳으로 나뉘어있는데

공교롭게도 양쪽모두 옆에 있는 사람을 무조건 때리는 친구들이 하나씩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평소에도 아무나 퍽퍽 때려서 같이 지내는 아이들은 그 아이들에게 맞는것도 이골이 났습니다.

그래서 좀 힘이 센 친구나 홈 선생님이 항상 손을 잡고 있어야 합니다.^^

늘 홈(아파트식 구조의 각 홈에 나뉘어 생활합니다.

생활지도를 해주시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겐 엄마, 아빠입니다._)단위로 생활하고 움직이지만

가끔 한자리에 모이기도 합니다.

어느날 윗동네 아이와 아랫동네 아이가 맞붙게 되었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홈 선생님들도 어쩌지 못한 상황에서

두 아이의 스파링이 시작되었는데 누가 이겼을까요?

세게 때린 아이보다 한대 맞고 다섯대 여섯대 때린 아랫동네 아이가 이겨버렸습니다.

그날 주방 선배언니들과 한참을 웃었습니다.

뭐든 부지런해야한다며....

 


어느날 J아빠(홈 선생님)가 부지런히 밥을 퍼주시고 아이들은 줄을 서서 식판을 받아들고 가는데

누구나 인정하는 말쟁이 덕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아빠는 왜 가난해요?"

"..............?"

"H아빠가 그더는데 H아빠는 딥이 부다인데 팀팀해터 일한대요. 돈은 안버더도 된대요.

근데 J아빠는 가난하니까 일해야된대요. 나도 가난하니까 일해야된대요. (ㅋㅋ 그냥반이 아이에게 장난친거임)"

".......(버럭) 그래 나 거지다임마!"

본의아니게 덕현이가 그순간 J샘 앞에서 국그릇을 엎었어요.

전 J샘 눈에서 레이저나오는줄 알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염장지른 덕현이는 식판들고 유유히 옆방으로 가버립니다.

역시 돈, 그넘의 돈이 힘나게도, 힘들게도 하는가봅니다.

ㅎㅎㅎ

 

 

이제 가정의달 다 챙기고 돌잔치 한건 남았습니다.

첫월급탄게 홀랑 공중분해되어 다른 가족, 친지들 기쁘게 하고........

남은게 없어요^^

그래도 열심히 아이들 밥해주면 금방 월급날입니다.

이렇게 좋은 직장이 어디 있는지.... 할렐루야~

 

 

********* 그런데요 캐논 초창기 dslr용 렌즈가 최근제품에 맞을까요?

어쩌다가 렌즈가 생겨서 기기만 준비하면 아쉽지 않을것같은데 말예요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온세상기쁨
    '12.5.17 1:42 PM

    밥피자 글 올리신 이래로 종종 준&민님 글 기다리는 애독자 입니다.
    저도 읽으면서 마음이 짠 합니다.
    장애가 있는 아동이며 어르신 식사해주고 맞춰준다는것이 보람은 되면서도 고된일인데요
    한편으론 동감하면서도 마음이 싸르르 합니다.
    야채 하니까..얼마전 글 올리신 보라돌이맘님 양파참치전이 생각나네요.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밥피자도요 ^-^
    오늘도 보람찬 하루 되세요.

  • 준&민
    '12.5.17 10:03 PM

    기다려주셨다니 정말 감사드려요^^
    저야 정해진 시간만 일하면 끝이 있으니 괜찮지만
    24시간을 홈에서 아이들을 챙겨야하는 선생님들이 정말 고생해요.
    곁에서 보니 사랑없으면 못할만큼 힘겨운 일이더군요

  • 2. 치로
    '12.5.17 6:00 PM

    느닷없이 새엄마가 된 사연 읽고 감동했었어요.
    늘 화이팅입니다!! 어깨 조물조물해드리고 싶어요. ^^

  • 준&민
    '12.5.17 10:05 PM

    하하핫!! 치로님! 글로도 안마를 받을 수 있군요. 벌써 시원해진듯 기분이 좋아요^^

  • 3. 고독은 나의 힘
    '12.5.17 9:21 PM

    지난번에 취업하셨다고 사연 올리셨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첫 월급까지 ㅋㅋ

    마치 한편의 수필 같습니다.

  • 준&민
    '12.5.17 10:06 PM

    정말 이렇게 시간이 빠를줄 몰랐어요.
    하루도 짧고 한달도 짧네요
    금방 두번째 월급날이 다가오네요^^;;

  • 4. 칠천사
    '12.5.18 8:44 PM

    자원봉사도 가능한가요?

  • 준&민
    '12.5.18 10:06 PM

    쪽지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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