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일쯤 후 여러 모종 ( 고추 , 방울 토마토 , 가지 , 오이 등 ) 을 사서 심기 위해선 땅을 뒤집고 밑거름도 줘야 할 것 같아 , 밭일을 하러 갔습니다 .
일하면서 술도 적당히 마시고 싶어 가는 도중 막걸리를 사려고 마트에 들렀습니다 . 냉장고 문을 열고 저의 애주인 블루라벨 막걸리를 손에 들려고 하는 순간 , 가게 주인이 하는 말 , “ 그 앞에 있는 동동주 한 번 드셔 보시지요 , 술 맛이 아주 좋습니다 . ” 동동주 마셔본 지도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고 , 또 누가 권하면 못 이긴 척 들어 주는 게 제 원칙이라 그 동동주도 구매했습니다 .
농장에 도착해 술 병을 꺼내고 읽어보니 술 이름이 우습습니다 . ‘ 뻑뻑주 ’ 라네요, 뭐가 뻑뻑해서 뻑뻑주인지 . 충남 논산에서 만든 술로 동동주도 막걸리와 도수가 6 도로 같아요 .
막걸리보다 단 맛이 더 나는 것 같고 , 목 넘김은 부드러운데 한 컵 마시고 나니 벌써 취기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
집에서 조금 싸 가지고 온 아구 찜과 굴 + 새우 + 오징어 + 파 + 양파로 만든 부침개를 안주 삼아 함께 산 막걸리도 한 병 뚜껑을 따서 동동주와 막걸리를 몇 잔 마시고 일하러 나갔습니다 .
고랑을 파고 밑거름 넣고 비닐을 씌웠고 , 주변에서 나물들도 좀 채집했고 , 예쁜 꽃나무들도 사진에 담았습니다 .
뻑뻑주 한 병이 1.7 리터이고 , 막걸리는 750ml 인데 , 뻑뻑주 한 병과 막걸리 한 병을 오후 1 시 부터 오후 6 시 사이에 조금씩 나눠 마셨는데 술이 깨지 않아 저녁 먹고도 한참이 지난 밤 10 시쯤에서야 운전하고 돌아올 수가 있었습니다 .
예쁜 꽃들을 많이 보아 눈이 호강했고 , 마신 술들도 아주 좋아 ( 제 애주인 블루라벨 막걸리는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마셔 본 막걸리 가운데 가장 맛 있는 막걸리 1~2 위로 치는 것임 )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몸의 여러 감각기관도 열리는 것 같은데 ,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꽃 냄새들이 그렇게 향기로울 수가 없네요 . 냄새를 맡은 시각이 저녁 8 시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철쭉)
(머머위 & 자두나무(오른쪽)
(반갑지 않은 매실, 'cause we had enough of it last year; 2년마다 매실 extract를 만드는데 작년에 2년 이상 먹을 양을 만들어 놓아...; however, 열매를 많이 매달고 있어 불쌍해 [영양 실조 걸릴 것 같아] 다음에 가면 밑거름 한 푸대 줄 생각임; 매실 말고 자두나 살구 열매 많이 매달리면 좋으련만..)
(몸에 좋은 가시오가피 나무라고 하는데, 해마다 가을엔 열매가 무척 많이 매달리는데, 그냥 내버림; 어디에 좋은지,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음)
(블루베리-블루크롭; 삽목 4~5년쯤 되었을 것임; 작년에 블루베리 여러 종, 10여 그루 심었는데 살아 있는 나무가 얼마 안 됨; 주변 1~2km에 대규모 블루베리 농장이 있는데 영농지도를 받아야 할 까 봄)
(살구 나무; 아주 맛 있는 살구가 열린 다는데, 그리고 오래 된 나무라 열리면 무척 많이 열릴 텐데, 관리 소홀로 맛도 못 보고 건너 뛴 게 수 년, 올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나무임; 밑에 열매를 잘 맺게 한 다는 인산 비료와 밑거름 넉넉히 주었음)
(저희 농장과 경계한 옆집 정원; 모 대학 미술대학 교수 집임; 무척 잘 꾸며 놓았음; 미적 감각이 뛰어나서... 담장 넘어가서 사진 찍으면 멋 있는 게 많을 것이지만 참았음)
(continued from above)
(두릅)
(수확한 여러 나물; 고사리, 두릅, 취 등; 저번 주엔 몸에 아주 좋다는 흰 민들레 많이 캐서 김치로 여러 통 담았는데 이번 주엔 전혀 볼 수 없네용; 냉이, 참나물, 달래, 쑥 같은 건 흔해 빠져서 나물로 치지도 않음)
(먹음직해 보여서 한 장 더 찍었음; 그런데, 저는 두릅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꽤 귀한 식물인가 봐요, 변비 있는 여성들에게 좋은가 봅니다)
처음으로 후각적 쾌감이 시각적 쾌감보다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나 경관도 황홀한 냄새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네요 . 낯에 예쁜 꽃들을 아주 많이 보았고 , 지금이 꽃이 많이 피어 경관이 좋은 때라 제대로 비교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 좋은 냄새는 사람을 돌게 만듭니다 .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사람을 미치게 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 후각적 쾌감은 외적 자극에 감각기관이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생기는 반면에 ( 그리고 저항할래야 할 수가 없음 ), 시각적 쾌감은 외적 자극을 내적 기관이 재구성해서 생기는 것인데 자극이 감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길기 때문에 이물질이 끼어 들어 쾌감의 순도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
이 글을 쓰면서는 미각적 쾌감의 크기를 후각적 쾌감 및 시각적 쾌감의 크기와 비교해 보았
습니다 . 가장 좋은 냄새와 가장 좋은 맛과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비교하면 후각 > 미각 > 시각
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촉각적 쾌감은 어디쯤 위치할까 ? 제 생각엔 후각 > 미각 > 시각 > 촉각
인 것 같습니다 .
부드럽게 넘어가서 뻑뻑하다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은 동동주를 마시면서 후각적 쾌감이
그 어느 쾌감보다 큰 것 같다는 걸 느낀 하루였습니다 .
(정말 아름다운 곳 많았는데 제가 귀찮아서 사진 안 찍었어여~~; 찍은 사진들 올려 놓고 보니 정말 아름다웠던 곳은 많이
빠뜨렸던 것 같네여.)
농장 안에 뽕나무도 몇 그루 있어 다음달엔 오디도 따 먹을 수 있고, 물론 감나무는 아주 많지예, 그런데 그 녀석들은 발육
이 늦습니당 -- 6월초중순이 되어야 꽃이 져 열매를 맺지요,
그리고 대추나무도 몇 그루 있어요;
물론 닭 삶아 먹는 옷나무도 농장 안에 있고,
농장 근처엔 간에 좋다는 헛게나무도 있고... ;
사과 나무와 석류나무 심는다는 걸 올 봄 바빠서 깜빡 했네여~, 올 가을에 심을 수 있을지..;
생강이 아주 잘 되는데 생강 값은 해마다 별로 높지 않아 안 지음;;;
작년에 마늘 농사 해 봤는데, 귀찮아서 올해엔 안 함;
올 해 고구마 할지 안 할지 모르겠음;
콩과 팥은 고라니가 어린 순을 다 뜯어 먹어 못 지음;
작년에 빈 터에 호박 모종을 몇 개 옮겨 심었는데 거짓말 안 하고 200개 쯤 열려서 그것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 주느라 욕
봤음, 올해도 호박 심을 생각인데 너무 많이 매달릴까 걱정이 조금 됨;;;
물론 오이와 가지도 너무 많이 매달려 처치 곤란함을 겪었음;; 그랬어도, 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작년보다 조금 더 심을
계획임; 채소/야채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