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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어린 선생님만 아니라면

| 조회수 : 2,029 | 추천수 : 43
작성일 : 2007-06-23 13:30:01


  오늘은 놀토,그러니 피아노 렛슨이 있는 날입니다.

아무리해도 손에 잘 익지 않는 악보 터키 행진곡을

배워야 하는 날인데

오늘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친구랑 둘이서

일본여행 떠나는 보람이를 깨우는 일이 (여섯시도 아니고

다섯시라니 자다가는 일어나기 어려운 시간이라서) 복잡한

일이라서 차라리 그 시간까지 깨어있다가

깨우고 출발하는 것을 보고 자야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금요일 하루를 집에서 지내다가 저녁에 동생이

여행가는 조카 금일봉을 주러왔길래 함께 저녁을 먹고

(이모가 여럿인 보람이는 입이 벌어졌네요,좋아서)

집에서 입는 치마를 산 것이 이변인 날이었습니다.

치마라,언제 입어본 것인지 기억도 없는데

마침 이번에 말레이지아에 유학가서 여름방학이면

도서관에 와서 저랑 함께 책읽기를 하는 녀석이 오는 시간

어머니가 바틱 치마라고 꼭 입어보시라고 시원하다고

강조하면서 치마를 선물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줄까 하다가 그래도 일부러 골라서 사오신

것인데 싶어서 입어보니 웬걸요,너무 시원하네요.

바꾸어가면서 입어야지 싶어서 보람이가 옷과 스타킹 살 일이

있다고 하길래 저도 따라 가서 하나 더 사왔습니다.

엄마가 치마입는 것을 처음 본 아들은 엄마,아줌마 같아라고

말을 해서 다 웃었습니다.그럼 엄마가 아줌마지,뭐라고

생각했는데?

밤 12시에 속보로 걸어다니는 이야기를 읽고

행복다방의 깊은 우물님이 전화를 했습니다.

만나서 함께 걷자고요.

바로 길 건너에 사는 분인데 막상 전화를 하니

받지 않더군요.

그래서 약속이 있다더니 늦나보다 하고 혼자서 나선 길

한참 걷다보니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길에서 만나 함께 성저공원을 몇 바퀴 돌면서

이야기를 했지요.

저는 이제까지 둘이서 혹은 여럿이서 걸으면 이야기하느라

걷는 속도를 유지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정하고 걷는 것이라 그런지 걷는 것도 빠르고

이야기하느라 지루한지도 모르고

일석이조더라고요.

덴마크 다이어트로 너무나 날씬해진 깊은 우물님을 보니

발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어요.

집에 돌아와서 새로 보기 시작한 대하 드라마 공명의 갈림길

을 보았습니다.

공명의 갈림길이라니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1560년대를 배경으로 오다 노부나가가 전국시대를

평정해가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다 노부나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

혹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주인공이 아니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이었던 사람의 부인인 치요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치요? 어디서 들어보았던 이름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히데요시의 부인 네네가 정말 현명한 여자라고 칭송했던

바로 그 치요더군요.

일본의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현명한 여자의 표본으로

나온다고 하던데 어린 시절부터 잘 웃고 잘 울고

잘 먹고 잘 자는 건강함이 돋보이는 아이로 등장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가 미노를 차지한 다음

수도로 가는 길을 뚫기 위해 자신의 여동생 오이치를

나가마사에게 결혼시키는 장면까지 보다 보니

벌써 새벽 다섯시,아이를 깨우고 출발하는 것을 간신히

본 다음 깊은 잠이 들었습니다.

고민이더군요.

이 몸으로 피아노 렛슨을 받을 수 있나,

그래도 선생님이 어린 아이인지라

제 사정따라 약속을 바꾸는 일이 마음에 꺼려져서

망서리다 망서리다 그냥 일어났습니다.

몸을 깨우기 위해서 힘을 쓰다보니 벌써 열한시

사정 이야기를 하고 오늘은 새 악보 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마음 먹고는 터키 행진곡 악보를 여러 차례

틀려가면서 보고 나니 그래도 렛슨 받기를 잘 했다 싶네요.

갑자기 어젯 밤 들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운동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집밖으로 나서는 일이라는

그렇다면 악기연습에 있어서는 피아노 의자에 앉는

그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일까?

공연히 생각이 옆으로 번지네요.



늦게일어난 토요일,오전이 이래 저래 다 가버리고

남은 시간,조금이라도 그림을 보고 나가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제 책에서 마저 본 벨라스케즈 그림을 찾아보려고요.

시빌,일종의 무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그림의 제목이

바로 시빌입니다.

사실은 화가의 부인이 모델이라고 하네요.

색을 다양하게 쓰지 않으면서도 화면이 지루하지 않게

처리하는 능력이 참 탁월하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네요.



이 그림의 제목은 이솝인데요

이솝이 이렇게 생겼을리는 없겠지만 그가 생각한

우화작가 이솝의 이미지가 아마 이런 모습인가보지요?

어린 시절,이솝의우화를 읽으면서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느꼈던 시절로 잠시 여행을 떠나는 기분입니다.



펠리페 4세의궁정화가였던 벨라스케즈,그는 상당히

많은 군주의 초상화를 남겼는데요 이 그림도 그 중

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라 알레고리로 치장한 그림이라고

할까요?




바쿠스인데요 카라바지오의 바쿠스를 얼마 전에 보아서일까요?

화가마다 달리 그린 바쿠스를 모아서 비교해가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몸에 쏟아지는 빛과 우리를 정면으로 보는 것이 아닌

시선에 주목하게 되네요,.



이 그림은 가이드북에서 본 것인데요

이미 한 번 본 것이라 어라,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신기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추기경인데요 사냥꾼복장으로 꾸미고

그린 초상화입니다.

당시에는 초상화를 그냥 그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다른 무엇으로 분하고 그린 것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렘브란트도 사도 바울로 분한 초상화를 남겨서

한참 바라보던 생각이 나네요.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투스입니다.

어제 마침 디브이디로 베르메르가 그린 천문학자,지리학자

두 그림을 보았는데 그 그림속의 학자와

벨라스케즈의 학자는 색감이 사뭇 달라서 흥미있게

비교하게 되네요.이런 것이 바로 화가의 개성의 표현이겠지요?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자꾸 보게 됩니다.



펠리페 4세의 어린 아들입니다.

이 어린 아들도 모델로 여러 번 등장하더군요.



이 말위의 인물은 펠리페 4세인데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벨라스케즈가 풍경화를 그렸더라도

참 잘 그렸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이 그림도 가이드 북에서 처음 발견한 것입니다.

처음 만난다는 것이 참 중요하지요?

그렇게 인상에 깊이 새겨지면 그 다음에 어디선가 발견하는

경우 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대하게 되고

그렇게 하면 그 그림이 오랫동안 제 안에서 다시 리바이벌되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되곤 하네요.



화가들이 자주 그린 대상중에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은 부엌 장면이 주가 되고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와 함께 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어디에 하고 자세히 보니 왼쪽 뒤쪽 구석에 희미하게

보이는 장면이 엠마오에서 부활한 예수와 더불어 먹는

식사장면이 보이네요.

화가는 이것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나?

궁금해집니다.



벨라스케즈의 최대 걸작,아니 17세기 미술사의 최대 걸작

혹은 어떤 비평가는 모든 예술사에서 가장 걸작이라고까지

말하는 라스 메니나스,(시녀들)

사실 이 그림으로 인해 소설이 한 권 쓰여지기도 했으니

그림을 통해 읽어야할 이야기들이 참 많지요.

제 능력으로는 이야기를 다 풀어내기 어려워서

그냥 그림만 소개합니다.

그림을 보는 사이 시간은 다 흘러갔지만

그래도 몸은 말끔히 깨어났으니 즐거운 기분으로

이제 일어나서 토요일 하루를 살러 나가야겠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ay
    '07.6.26 1:45 PM

    저도 첼로 배우고 있는데 마음만 있지
    정말 활 잡기가 힘드네요.ㅜㅜ
    마음먹기 나름인데...
    언제나 존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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