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큰아이가 다니는 수영장 옆에 재래시장이 붙어 있어요.
아이 수영장에 넣어두고 기다리는 사이 재래시장 다니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직도 껌딱지처럼 저한테 달라붙어 따라다녀야하는 작은애는, 엄마는 맨날 엄마 볼일만 보고 자긴 따라다니기 귀찮고 심심하다고 투덜거리지만, 아무래도 좋아요.
시장에 가면, 야채가 하다못해 백원이라도 더 싸고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볼거리도 널려 있어요.
양말가게에 가서 두산베어스 그림 그려진 발목 양말을 한켤레에 오백원에 사와 큰아이를 주니 그렇게 좋아할수가 없어요.ㅎㅎ
김 모락모락 나는 찐빵, 만두도 사먹고요...
그러다 지난 주에는 더 신기하고 제 눈을 사로잡은게 있었어요.
다름아닌 시장 구석에 있는 정육점에서 가게 앞에 좌판을 내고 소 내장을 팔고 있더라구요.
천엽도 있고 곱창도 있었으나,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아닌 양(매애~~ 이 양 말구요..ㅎㅎ)이었습니다.
추억의 양곰탕!!
어렸을때는 엄마가 참 자주 해주셨었어요. 얼마나 맛있었는지...
사골이나 우족 끓인 뼈고은 국물과는 달리 양곰탕은 얼마나 국물이 달디 단지 몰라요.
그런데 십수년전 부터는 양곰탕을 먹어본일이 없었어요. 양 자체를 여간해서는 팔지를 않잖아요.
철딱서니 없이 간혹, 엄마 요즘에는 왜 양곰탕 안해줘? 해도 엄마는, 그런 소 내장은 소 잡는데 가야 구하지.. 왠만한 정육점에서는 아예 갖다 놓지를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니 결혼하고서 제 손으로는 더욱이 만져 본일이 없고...
그런데 그 귀한걸, 이 가까운 시장안에서 팔고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어찌 그냥 지나칠수 있었겠어요? 한근에 5천원... 가격도 착하니 본김에 충동적으로 세근을 사서 돌아옵니다.
저녁에 사온 양곰탕 거리는 일단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아침나절 아파트 장에서 배추 세포기 한망 사다 한나절 김치부터 담가봅니다.
아직 먹던 열무김치도 좀 남았고 두주전에 알타리 두단 담가놔서 이걸로 김장전까지는 끄떡 없겠군, 했더니 왠걸요!
알타리 김치 줄어드는 속도를 보아하니 안되겠다 싶어 배추 세포기 막김치로 담가두었더니 이젠 든든하네요.
한나절 이렇게 김치와 씨름을 하고,
아이들 저녁상까지 물린후 비로소 김치냉장고에 들어있던 양을 꺼내 손질을 시작합니다.
(이후부터 혐오사진 주의)
이렇게 생겼어요. 징그럽죠?
오른쪽에 있는 애는 벌집양이라고 하는데, 다른애들은 그냥 양... 다른 이름은 몰라요.ㅎㅎ
큰애는 질색하대요. 작은애는 아직 어려서 그런가 잘 몰라하고..
그런데 저는 처음에만 조금 그럴뿐, 머리속이 온통 맛있는 추억의 양곰탕으로 모락모락~ 거리고 있었어요.
뭐.. 이때만해도..ㅡ.ㅡ
엄마께 전화해서 손질법을 자세하게 여쭤 봤어요.
시키는 대로 밀가루 뿌려 바락바락 주물러 깨끗한 물 나올때까지 흐르는 물에 헹궈요.
--> 머 여기까진 껌이군요. 돼지 내장에 비하면 냄새도 거의 안나고.....돼지 내장 씻어 보셨어요? ...안씻어보셨으면 말을 마세요....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비위 상해서 사흘 밤낮을 굶으실거예요..(-라고 말하면 뻥이고, 전 그래놓고도 담날 다 잊어버리고 맛있게 먹었어요.)
그런다음 끓는 물에 튀해서(가볍게 데침. 끓는 물에 넣었다 바로 빼는 정도) 칼로 검은 껍질을 박박 벗겨요.
요렇게 하얗게 속살이 나와요. 뭐 여기까진 재밌네요...
..그런데...ㅠ.ㅠ;;
한시간뒤, 이만큼 해놓고 엄마한테 울면서 다시 전화합니다.
이거 꼭 해야 하는 과정이냐고...
제가 한팔뚝해서 어지간해서는 힘들다는 소리 절대 안하거든요.. 그런 제가.. 두손 두발 다 들었어요.
엄마왈, "안하고 싶으면 안해도 그만이지...식당에서는 그냥 다 삶아서 파는걸." 이러십니다.
그런 말씀은 좀 빨리빨리 해주심 좋잖............ㅡ.ㅜ;
그래서 이만큼 하고 포기선언했습니다.
너저분~~~~ 흑.흑.흑 OTL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곰솥 꺼내 손질한 양이랑 냉장고에서 사태 한근 꺼내서 같이 찬물부터 붓고 삶습니다.
사태는 덩어리고기가 없어서 토막낸거 그냥 넣었어요.
보통 잡내 나지 말라고 넣는 향신채 종류(파, 마늘, 생강, 양파.. 기타등등..)는 하나도 안넣었어요.
약 3시간 후 이렇게 삶아진 수육 한접시..
김 모락모락 날때 썰어 손가락 껍질 벗겨질뻔 했지만, 가볍게 만든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니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더라는...
저거 한접시 거의 저 혼자 다 먹었어요.ㅎㅎ
이렇게 손 많이 가는걸 우리 엄마는 참 싫다 소리도 안하시고 열심히 해서 먹이셨구나... 만들면서, 먹으면서 내내 그생각했었어요.
담에는 꼭 한냄비 끓여서 엄마 가져다 드려야 겠어요.
그리고 야심차게 준비한 양곰탕.
엄마가 예전에 해주시던대로 소금 후추로 간하고 파만 쫑쫑 썰어 올립니다.
담백하고요, 향신채 하나도 안넣었어도 누린내 전혀 안나요.
고기는 쫄깃쫄깃하고 국물은 끝내주게 달고 맛있어요.
작은애가... 세끼를 연속으로 먹으면서도 어찌나 맛있어 하던지...
"엄마, 다음에 또 해주세요~~ "
야! 겁난다. 너무 맛있어도 자주 해달라고는 마라..ㅠ.ㅠ
혐오 사진 보시느라 고생하셨으니 달다구리를 디저트로 날립니다.
가을이니까 요런것도 괜찮지요. 밤만주.
큰넘이 해달라고 조르고~ 졸라, 벼르고~ 벼르다 해줬더니 딱 한개만 먹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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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만주, 제과 기능사 실기책에 나온 레서피입니다. 원레서피의 1/3 분량이고, 요렇게 하면 딱 12개 나옵니다.
(박력분 100그람, 계란 45그람, 설탕 60그람, 물엿 6그람, 연유 6그람, BP2그람, 버터 5그람, 흰앙금(속에 넣을것) 520그람)
1. 믹서 볼에 계란을 넣고 풀어줍니다. 이때 거품이 일지 않도록 합니다. 계란 거품이 생기면, 나중에 만주가 터집니다.
2. 1에 설탕, 물엿, 소금, 버터, 연유를 넣고 중탕을 시작합니다. 이때 물이 끓거나 온도가 뜨거울정도로 올리는것이 아니라 고체인 버터가 녹고 설탕 입자가 없을때까지.. 손으로 만졌을때 따뜻함과 뜨거운 것 사이쯤 될때까지 온도를 올리는 겁니다.
3. 설탕 입자가 완전히 없으면 다시 약간 차가운 정도, 또는 실온의 온도로 식힙니다. (이때 거품이 많다면 유산지 한장을 보울윗면에 덮어 거품을 싹 제거해주세요. )
4. 가루를 체에 내려 섞어요.
5. 냉장고에 넣고 약 30분 정도 휴지 시킵니다. -- 더 오래 시켜도 좋아요. 차가울수록 반죽이 덜 달라붙고 만지기가 수월합니다.
6. 도마에 덧가루를 넉넉하게 뿌리고 반죽을 쏟아 붓습니다. 반죽이 매우 집니다. 적당히 만질수 있을때까지 덧가루로 되기를 조절하면서 주물거립니다.
7. 적당하게 되었을때 20그람씩 분할. 앙금은 40그람씩 분할. 앙금에 비해 만주 반죽이 매우 모자랄것 같지만, 만주는 피가 얇을수록 맛있습니다.
8. 반죽으로 앙금을 싸서 둥글린다음(이게 말로 설명하려면 어려워서... 인터넷 뒤져보면 어딘가 앙금 속 넣는 동영상이 존재할지도...ㅡ.ㅡ;;), 윗쪽을 꼬집어 밤모양을 만들어요. 그리고 공기에 물을 담아 아랫부분만 담갔다가 빼서 참깨 그릇에 넣으면 아랫부분만 깨가 묻어요.
9. 팬닝한다음 노른자에 커피물 진하게 탄것을 섞어서(원래는 캬라멜 색소를 쓰는데 집에는 없으니까..) 붓으로 윗면을 발라줘요.
10. 170도 20-25분, 또는 180도 15-20분 굽습니다.
밤만주로 성이 안차시면 요런 귀여운 비주얼도...
초코 크림빵이랑 소세지 빵.
밀가루 100그람 계량해서 만들면 요렇게 딱 4개 나옵니다.
사진에는 세개뿐이군요. 한개는 벌써 어느놈이 먹었어요.
자주는 안하는 귀여운짓.
그리고 오늘의 간식은 바로 요것. 카스타드케익입니다.
아주아주 오래된, 십오년 넘은 베이킹 책에 나온건데, 만들어보면 보람차지요.
스펀지 케익 만들어서 식혀요.
그런다음 슈크림만들때마냥 커스타드를 짜내기 봉투에 담아서 옆구리를 찔러 짜서 넣는건데요, 파는 카스터드 케익보다는 당연하지만 훨씬, 훠얼~씬 고급스러운 맛이 물씬 나요.
그런데 손이 많이 가서 귀찮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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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스타드 케이크 만들기.
반죽 : 노른자 3개+ 설탕 30그람, 흰자 4개 + 설탕 45, 박력 55+강력 25그람, 베이킹파우더 1, 우유 25+ 브랜디 15그람,
--> 브랜디 없으면 럼으로 대체하시든가 해도 되구요.. 술향이 진하면 애들이 싫어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그럴땐 아예 빼고 우유를 더 넣고 바닐라 향을 넣으시면 되요. (단 바닐라 향을 15그람 넣으면 큰일납니다. 너무 많아요..)
1. 노른자 +설탕 뽀얗게 저어두시고(설탕이 녹을때까지) 흰자도 설탕 넣고 뻣뻣하게 거품을 내세요.
2. 노른자 믹스에 흰자 믹스 1/3섞고, 가루 체에 내려 섞고, 남은 머랭을 다 섞어요.
3. 마지막으로 액체 섞으면 끝입니다.
4. 머핀팬 12개 분량입니다. 팬닝하시고 180도에서 17분 굽습니다.
5. 커스타드는 나름의 방법으로 만드시고.. (수많은 떠도는 레서피가 있음).. 다 식은 케익의 옆구리에 깍지를 찔러 넣고 크림을 짜서 채워요. 끝.
요렇게 간식으로 줬습니다. 우유랑 먹으면 맛있어요. 므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