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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의 게임 중독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요

선배님들 조회수 : 1,947
작성일 : 2024-04-29 23:26:04

긴 글 피곤하면 스킵하시길 바래요.

 

솔직히 전 최근 오은영 금쪽이 보고 좀 놀랐어요. 어떤 아이가 게임을 지나치게 하는 건 누가 봐도 맞고 못하게 말리면 폭력적으로 나오는 것도 수위가 지나친데 엄마가 잘못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더라고요. 물론 원인 제공이 엄마의 지나친 공부 압박이었다는 논리는 이해가 가는데 아이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제 아이도 그래요. 항상 정신이 반쯤 나간 느낌, 나머지 반은 가상세계에 가 있어요. 학업도 게을리 일상생활도 게을리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뭘 해도 게임 이외에는 재미없고 바디 스내쳐가 와서 아이를 반 쯤 뺏어간 느낌이에요.

 

어제도 그 문제로 가족 모두 크게 싸웠어요.

중2 아이가 지난 1주일 방학이었는데 (미국 봄방학) 아무것도 안 하고 일주일 내내 게임만 했어요. 문 밖에도 한 번 안 나가고요. 게임 공간에서 친구들과 만나서 놀기로 약속한 거라고 말리지 말아달라고 했고 저와 남편도 각자 일이 바빠서 별로 통제하지 않았어요. 남편은 항상 당신이 몰라서 그렇지 저것도 다 공부의 일종이다 말리지 말라 그래요.

 

어제 방학 마지막 날 선생님한테 이메일을 받았어요. 다음 주부터 다 같이 읽는 책이 한 권 있는데 꼭 사서 지참해 오라고요. 오후 두 시쯤 서점에 가려고 아이랑 문 밖에 나서다가 제가 잠깐, 2분만 있다 나와, 아이한테 말하고 서점 스탬프 카드도 챙기고, 화장실 한 번더 다녀오고 나가 보니까 아이가 아직 안 나왔길래 마당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어요. 근데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나도 아이가 안 나오더라고요. 아 또 게임을 시작했구나. 갑자기 오기가 생기기도 하고 데모하는 의미로 그냥 거기 앉아서 계속 기다렸어요. 어둑어둑 해지고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결국 아이는 나오지 않았어요. 얼마나 몰입을 해서 게임을 했으면 방금전에 엄마랑 서점가기로 하고 옷 입고 신발신고 문밖에 나섰던 것도 잊었을까요. 이번엔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 결심했어요.

 

결국 8시가 넘어서 남편이 나오고 아이를 불러달라고 해서 얘기를 했어요. 난 이 상황이 많이 잘 못 된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떤지 얘기해 달라고요. 근데 남편이 먼저 쫓아 나와서 이게 그렇게 애한테 화낼 일이 아니다 서점 가고 싶었으면 니가 집에 들어와서 애한테 가자고 재촉했으면 됐을 일을 이렇게 크게 키우냐. 아이한테 다시 물었어요. 너 이게 엄마한테 사과할 일 아니라고 생각해? 그랬더니 곰곰히 생각하더니 두 가지 말을 하더라고요. 엄마는 살면서 누구한테 사과한 적 있어요? 자기도 사과를 안 하니까 아빠랑도 싸우고 가끔 직장 동료들이랑도 싸우나봐. 제가 알던 스윗한 아이가 아니네요. 엄마의 제일 아픈 급소를 찌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잘 생각해서 말 한거죠.  

 

공부 못해도 다정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성정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게임세계에서만 살고 싶고 그걸 막는 건 다 적으로 보는 괴물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너무 걱정이 돼요. 남편은 제가 갱년기라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거라고 하네요. 그런가요? 갱년기와 사춘기의 부딪힘 거기에 게임이 섞이니 정말 힘드네요. 선배님들 생각은 어떠세요, 그냥 이것도 지나가리라 넘겨야 할 일인가요? 

IP : 74.75.xxx.126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4.29 11:31 PM (39.117.xxx.171)

    저희애도 겜 많이하는 중딩이에요
    일단 서점건은 거기앉아 기다릴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게임 다시 하는데 엄마가 아무말 없으면 애도 별생각없이 계속하겠죠
    그냥 원하는걸 말하는게 심플합니다
    당장 끄고 서점가자
    그리고 하루 몇시간이라던가 주말에 몇시간이라던가 그렇게 잘 지키지않더라도 정해서 가이드라인을 주는게 맞지않을까요
    남편 얘기는 무시하시구요
    못된말 하는건 사춘기니 더 심해질건데 시간만 지키게 옆에서 얘기하시고 나머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시길 모두를위해

  • 2. ..
    '24.4.29 11:47 PM (175.121.xxx.114)

    시간정해서 기계.뺏는건 안되나요

  • 3. 들어가서
    '24.4.29 11:48 PM (123.199.xxx.114)

    아이를 데리고 나오셨어야지요
    설사 안읽더라도
    게임패인이 되어도 어쩔수 없어요.
    그게 어른이 말린다고 되나요
    어른도 하루종일 핸드폰을 손에서 안 놓는데요.
    우리는 모두 디지털노예가 되서 살고 있어요.

  • 4.
    '24.4.29 11:50 PM (74.75.xxx.126)

    태블렛 한 번 뺏었다가 아이가 화나서 문 쿵 닫는 바람에 손이 문틈에 끼여서 손가락 골절. 전신마취 수술만 두 번 하고 골반뼈까지 이어 붙였는데도 아직도 굽었어요. 비오면 골반부터 아프고요.

  • 5. 모모
    '24.4.29 11:52 PM (219.251.xxx.104)

    어머 큰일날뻔했네요
    근데 손가락 골절인데
    골반뼈까지
    이식 했나요?

  • 6.
    '24.4.29 11:57 PM (74.75.xxx.126)

    뼈가 골절이 되었는데 큰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 동네 돌팔이한테 갔더니 골절 아니라고 그대로 두고 기다리면 저절로 붙는다고요. 6주가 지나서 큰 대학병원 외과 과장인 사촌 오빠가 놀러왔다 보더니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근데 뼈가 잘 못 붙어서 다시 부러뜨려서 붙여야 하는데 그럼 손가락이 너무 짧아지니까 골반뼈를 이식해서 이어 붙어야 한다고요. 손가락이 그렇게 예민한 줄 몰랐죠. 아이가 미안하다고 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주일동안 게임 안했어요.

  • 7. ...
    '24.4.30 12:07 AM (14.32.xxx.78)

    게임하면 뇌가 초단위 흥분 각성에 중독되고끊기면 불안 초조집중력저하 폭력성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어릴수록 폭력성이 커지고 순간적으로제얼못하는 것같구요 서서히줄이는것보다 일단 딱 끊는 방법이 나은 것 같아요

  • 8. 중요
    '24.4.30 12:30 AM (199.71.xxx.110)

    지금 못 잡으면 애가 더 커지면 더 통제 어렵고 안돼서 아주 중요한 시기에요
    무조건 게임이 악이다 라는 생각보다 (저는 99%라 생각하지만 중간에서 만나는 거죠)
    아이를 이해한다는 접근을 우선시하시면서 (실제로 친구들과 만나는 통로가 되기는 함)
    1. 아이와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공통되어야 하는 게 시작인데요
    부모가 말해도 안듣고 이집은 아빠가 걸림돌이니
    전문가 서적을 추천합니다 wired child, Debunking Popular Technology Myths라는 책과 또 reset your child’s brian이란 책은 직접 한달간 스크린 끊기 스케줄을 제공해요

    일단 책을 함께 읽고 문제 의식에 합의되었다면 (당연히 반발은 심하겟지만 일단 책을 보면서 배운 내용에 바탕으로 못이기는 척이라도) 다음 단계는 실제로 끊어보는 거에요


    그런데 그동안 그냥 게임 그만해 하고 놔두는 게
    아니라 그걸 대체할 엄청난 부모의 노력이 필요해요ㅠㅜ
    온갖 보드게임, 주말 영화 정도는 오케이, 나가서 운동, 대화, 공연 이나 운동경기 관람 등 그 시간을 대체할 것들을 찾아 열심히
    해줘야 해요 책에 잘 설명되어 있어요

    암튼 제가 한달 끊기를 코로나마칠 즈음 했었는데
    아직은 컨트롤이 잘 되고 있어요.. 샐프컨트롤도 노력하고 있고
    (현재 중2 나이죠 저도 해외.)
    너무 빠졌을 때 제가 한 라운드만 더, 삼십분 더, 이런 식으로 단계적 워닝 주면 별로 불만없이 잘 마쳐요

    암튼 가족 안에선 개인이 해결하기 힘듭니다ㅜㅜ
    책 보시고 저는 game quitters라는 웹사이트도 참고했어요

    중요한 시기인거 알아서 중ㅇ언부언 길게 달았네요
    책 꼭 읽어보시고 도파민네이션 도 좋아요

  • 9. ㅡㅡ
    '24.4.30 12:45 AM (58.82.xxx.93)

    손가락 부러졌을때 저라면 게임 계속 금지시켰을거 같아요
    아이기 미쳐가고 두뇌에도 문제생겨서
    나중에 자기제어 안되는 사람 될거같은데
    왜 게임시간 제한 안두세요?
    하루 한두시간으로 제안하고 못지키면 지원 끊는 식으으로 처벌해야하지 않나요

  • 10. ㅡㅡ
    '24.4.30 12:47 AM (58.82.xxx.93)

    초반에 제어가능할때 부모도 편하니 어느정도 방임헸다가 심해진거 아닌지요?
    언제부터 게임을 했고 언제부터 심하게 중독됐나요

  • 11. ㅜㅜ
    '24.4.30 1:01 AM (211.58.xxx.161) - 삭제된댓글

    학업이 벅찬거아니에요??
    결국 금쪽이도 그게 원인이었잖아요
    게임만 막으려고하지말고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주세요

  • 12. ..
    '24.4.30 1:22 AM (77.188.xxx.169)

    최민준 아들tv 참고해서 한번 보세요.
    게임을 못하게 아예 막는것도 문제지만, 너무 많이하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게임 자체가 나쁘다 이런 싸움은 의미 없어요 하지만 조절 못하는 건 확실히 문제다.
    이런식으로 잡으셔야 할 것 같아요. 책 사러 가는 그런거는 정말 쓸데 없는 싸움이에요. 여자애들한테는 먹힐지 몰라도 남자애들은 부당하다고 느끼죠.

  • 13. ㅇㅇ
    '24.4.30 1:32 AM (76.150.xxx.228)

    어릴 때 자유롭게 엄마 핸펀등 디바이스를 손에 쥐게 해주면
    당연한 생활습관으로 몸에 익어버려서
    중학교 들어가면서 전쟁이더라구요. 이런 집이 정말 많아요.
    우리동생네도 조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전쟁터.

  • 14. ...
    '24.4.30 1:37 AM (14.52.xxx.159)

    지나치려다 원글보고 제가 느끼는거는 아빠가 엄마가 아이 나무랄때 옆에서 방해하고 아이편을 드네요. 아이는 부모와 타협이아닌 부모말을 듣고 따르는 존재여야하는데 한쪽이 혼낼때 다른편은 최소한가만히있아야해요. 아이가 가치관에 혼동이 온다해요. 아빠에게 내가 혼낼때는 좀 조용히 있다가 나중에 얘기해달라고하면좋을거같네요

  • 15.
    '24.4.30 1:41 AM (61.25.xxx.3) - 삭제된댓글

    사춘기에 게임문제까지 더해졌는데 남편분이
    방해하니 어쩔수 없을듯요.
    남편분만 내편이어도 방법은 있었을텐데 저런식이면 애가 말을 안듣죠.

  • 16. ㅇㅇㅇ
    '24.4.30 2:58 AM (175.210.xxx.227)

    더 크면 통제하기 더 힘들어져요
    지금 당장 통제하세요
    삼성 안드로이드면 패밀리링크
    아이폰이면 스크린타임
    게임중되수준이라 아주 대판 싸워야 가능할꺼에요
    큰맘먹고 전쟁치르시고 통제 제대로 하세요
    저희애는 고1인데
    진짜 엄청 싸우고 통제중인데
    진작할껄 많이 후회중이에요
    유튭이나 인스타는 많이하면 하기싫어지는데
    게임은 중독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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